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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2

       *

         

         

         RPG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게임 제작자를 위한 레벨디자인 규칙과 같은 것들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맵을 제작할 때 탐색을 다양하게 만들되, 진행 방향 구성을 위해 정규 동선은 가시성 좋은 타일로 배치하라.

         

         꼭 지킬 필요는 없지만, 편의성을 위해서라면 어지간해선 지켜지는 것이 나은 정도의 조언들이다.

         

         그리고 이반은 당연하게도 그 정보들을 알고 있었다.

         

         김선우의 생전 취미는 각종 컨텐츠에 5,700자의 ‘비평문’과 ‘조언’을 남기는 것이었다. 무릇 창작자에게 조언을 하기 위해서라면 기본 소양이 뒷받침 되어야 마땅하며, 그의 조언은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게임, 만화, 웹소설의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접할 수 있는 모든 컨텐츠에 악플을 처박으며 살아왔으니.

         

         따라서, 그는 이런 종류의 게임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자, 가정해보자.

         

         여기에 평균 레벨이 5~10 정도 되는 초보자 파티가 있다.

         

         전사, 바드(광전사 서브 클레스), 기사(도적 서브 클레스), 마법사(마인드 소서리)로 구성된, 대체 설계 사상을 이해할 수 없는 조합의 파티다.

         

         이들은 제대로 된 공격 스킬 하나 배우지 못한 초보다. 튜토리얼 컨텐츠 정도를 간신히 지나쳐온 상황.

         

         이때 사냥터에서 조우해야 하는 적은?

         

         

         “고블린 같은 것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반은 오크 무리를 지켜보며 버튼을 꾹 눌렀다.

         

         쿠궁, 하는 소리와 함께 나무들이 우르르 무너지며 무리를 반으로 갈라버렸다.

         

         오크들이 저마다 비명을 내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먼 발치에서 그들을 지켜보며, 이반은 다시금 머릿속에 지도를 그렸다.

         

         백병전에 특화된 오크 전사들은 초보자가 상대하기 어려운 적수다. 저 정도 숫자라면 지금의 파티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럼 여기서 ‘레벨디자인’을 해야 하는 법.

         

         우선, 그렇지.

         

         랜덤 인카운터는 한 번에 5마리 미만으로, 전투 : 휴식 : 이동이 2:3:5의 비율이 될 수 있도록 조율해서.

         

         딱, 성장에 필요할 정도만 간헐적으로.

         

         그리고.

         

         

         “너는 이번 스테이지 보스 치고는 너무 강하다.”

         

         

         이반은 입에 재갈을 물린 채로 읍읍, 소리지르고 있는 오크 한 마리를 내려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오크는 눈물을 흘리며 이반을 올려보았다. 이해할 수 없는 것, 미지에 대한 공포가 보였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오크들의 작은 머리로는 문명과 상식을 이해하기 어렵겠지. 이반은 오크의 체취에 섞여 나오는 코르티솔의 냄새를 맡으며 그의 눈을 살폈다.

         

         감정을 느끼는 척추 동물들에겐 몇가지 공통된 기작이 있다. 편도체가 공포 속에 생존본능을 일깨울 때, 시상하부가 자극 받으며 일어나는 신체 반응들이 그것이다.

         

         대표적으로 동공의 확장, 심박 증가, 근육의 긴장, 교감신경 활성화를 통한 혈관 수축, 그로인해 핏기가 빠지고 잔떨림이 늘어나며 식은땀이 흐른다.

         

         그 사이에 내분비선에선 코르티솔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시작이다. 겁에 질린 자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이다.

         

         절멸부대에선 이 상황을 ‘솔직해지기 쉬운 상태’라고 불렀다. 이반은 포션의 입구를 뜯으며 오크의 입에서 손을 얹었다.

         

         

         “궁금한 게 많겠지.”

         

         

         이반은 오크의 머리를 꽉 움켜쥔 채로 속삭였다.

         

         예상할 수 있다.

         

         대체 어떻게 자신만 몰래 납치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잠복했는지.

         

         대체 어떻게 우리가 여기에 올 것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지.

         

         뭐, 그런 것들이 궁금할 터였다.

         

         그 모든 질문의 대답은 단 하나다. ‘상식적인 상황판단’. 그리고 그런 상식을 이런 아인종에게 가르쳐줄 방법도, 그럴 생각도 없다.

         

         그러니까 효율적인 요원으로서 그가 해야 할 것은 대답이 아니다. 질문뿐이다.

         

         

         “나 또한 네게 궁금한 것이 많다.”

         

         

         이반은 ‘습격자’가 도착하리란 정보만을 확신한 채로 이 판을 구상했다. 즉, 그 또한 습격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대체 어떻게 크라실로프 남부 지방까지 파고들 수 있었는지 모르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므로, 대체 누가 길을 열어줬는지. 어느 선에서부터 마족과 손을 잡고 있는지. 대체 마족 타격대가 얼마나 더 있는지. 마족들은 지금 하나의 연합체제를 구축하고 있는지, 또는 여전히 분열되어 있는지.

         

         어떻게 ‘용사 파티 자제들’이 방학 시작과 함께 이 시골에 모여들 것이라 예상했는지. 그 정보는 어디서 취득했는지. 사실 이건 대단히 큰 문제다.

         

         그는 이 사태에 대한 결재를 아직 엘리자베타에게 받지 않았으니까.

         

         그의 상위 결재선은 오직 엘리자베타 한 사람 뿐이며, 그녀는 이 정보를 다른 누구와 공유할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이 버러지들이 크라실로프 한가운데에 파고들어 당당하게 백병전용 무장을 마친 채로 활보하고 있단 말인가.

         

         

         이렇듯, 방첩사령부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다.

         

         그리고 다른 대부분의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들과는 달리, 방첩사령부에겐 적극적인 정보 수집을 위한 다양한 수단이 확보되어 있었다.

         

         이반은 겁에 질린 오크의 머리를 놓고 천천히 짐을 풀기 시작했다.

         

         달각, 달각. 전혀 수상하지 않은 도구들을 꺼내며.

         

         

         “다행히, 시간은 충분히 많다.”

         

         

         학생들의 훈련은 아주 천천히 진행될 예정이니까.

         

         오크는 그 말을 들으며 눈을 꾹 감아버리고 말았다.

         

         

        *

         

         

         “멈… 멈춰요. 후우… 헉…. 해가, 해가 지잖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지금 몇 시쯤이지?”

         “시계 있는 사람 없어… 후욱…. 일단, 좀. 좀만 쉬자.”

         

         

         파티원들은 엉망이 된 몰골로 주저앉았다. 엘피헤라는 쌀쌀한 숲 공기에 불똥을 틔우려다가 움찔거리며 멈췄다.

         

         어둠이 내려올 때, 불꽃은 시인성이 너무 좋다. 그건 상식이야.

         

         엘피헤라는 겁에 질린 얼굴로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꿈지럭거렸다.

         

         

         “내가 야영지에 부비트랩을 좀 설치해 볼게.”

         “할 줄 알아?”

         “몇 번 당해보니 알겠더라.”

         

         

         에시디스는 비척거리며 일어서서 숲 너머로 사라졌다. 이자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야영지 근처에 트랩을 깔아두는 건 상식이니까.

         

         

         “오스칼. 오늘은 내가 2번초 설게.”

         “전 아직 괜찮습니다. 이자벨 양.”

         “에이, 어떻게 그래. 너 세 시간은 잤니?”

         “…고맙습니다.”

         

         

         야영에 불침번 순번은 돌아가며 짜는 것은 당연하게도 상식이었다. 2번초와 3번초 같이 고단한 당직을 섰다면 다음날엔 배려를 받아야 마땅하다.

         

         이건 파티의 기초 상식이었으므로, 이자벨은 아무렇지도 않게 배낭을 내려놓고는 ‘영양바’를 으적거렸다.

         

         비리고 쓰고 신데 기분 나쁘게 달고 끈적거리는 주제에 입 안에선 버석거린다.

         

         뭐라 표현하기 너무 힘든 맛이지만, 이건 취사 필요가 없는 긴급 식량이다. 불을 피울 수 없는 상황에서 현장 취식이 가능한 야전 식량이었다.

         

         어째서 이런 걸 짐에 넣어줬는지 이제야 알겠다.

         

         그 미치광이가…!!

         

         

        -으지직!

         

         

         이자벨은 저도 모르게 영양바를 으스러트린 뒤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오늘이 며칠 째였지?”

         “사흘… 아, 이 숲에 들어온 지는 닷새죠.”

         “진짜 징하네. 왜 군대가 안 오지?”

         “글쎄요…. 너무 외진 곳이라 사실… 마족들이 여길 습격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것 아닐까요?”

         

         

         오스칼은 씁쓸하게 대답했다.

         

         맞는 말이다. 여긴 물류의 중심지도, 특별히 큰 도시가 있지도, 심지어 인근에 민가가 있지도 않은 외진 산이다.

         

         크라실로프에 이런 산이 얼마나 많겠는가. 심지어 이 근방엔 군사 주둔지도 없었다.

         

         아마 그런 요소들을 보고 훈련 장소를 잡은 모양이다만,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마족들에게도 침투하기 좋은 환경이란 의미가 아닌가.

         

         

         “대체 마족들이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걸까.”

         “글쎄요….”

         “그리고, 뭘 바라고 여기까지 온 거지?”

         

         

         이자벨의 눈은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주색으로 물들어가던 저녁놀이 곧 점점 더 군청색에 가까워지고 있는 시간이었다.

         

         그 사이에서, 파랗게 물들어 빛나는 별무리를 헤아리며. 이자벨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오스칼, 네 생각은 어때? 틸레스에서… ‘기사’ 수업을 받았었잖니.”

         “…아마도. 우리가 아닐까요? 마족이라면 용사 파티 자제들을 처리하고 싶을 수도 있죠.”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이자벨의 말을 듣는 순간 오스칼의 머리가 차갑게 식어가는 느낌이었다.

         

         

         “예레모프 경. 그러니까, 이반 씨가 발설하진 않았을 겁니다.”

         “아저씨 성격에 마족이 보이면 머리를 쪼갰겠지.”

         “예, 그리고 예레모프 경은 아마도, 방첩사령부에서도 대단히 높은 직급에 있을 겁니다.”

         “그래. 그러니까….”

         

         

         방첩사령부 내에 첩자가 있다?

         

         아니면.

         

         

         “우리가 목적이 아니라면?”

         “예?”

         “우리를 습격했던 오크 녀석들을 기억해? 그건 침투작전에 투입된 암살자라고 하기엔 좀 너무….”

         “요란했죠?”

         “과연 그 꼴을 하고서, 저 먼 마족 거주구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힘겹게 침투해서는, 고작 한다는 것이 우리 넷을 죽이겠다? 이상하지 않아?”

         “이자벨 양. 우리 목숨은 생각보다….”

         “귀하다?”

         

         

         이자벨은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말 없이 주위에 턱짓했다.

         

         그렇게 귀하다면 왜 아직도 우리가 이 꼴이냐, 이런 생각이 담긴 제스쳐였다. 그리고, 곧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네 말이 맞다고 해봐, 그럼 왜 한 번에 덤비지 않고 이렇게 나눠서 와?”

         “그…건.”

         

         

         오스칼은 왜 그런 단순한 생각도 떠올리지 못했는지 자책했다.

         

         당연히 이상한 행동이었다. 적진 한가운데에 잠입한 암살자들이, 암살 대상을 사나흘에 걸쳐 천천히, 그것도 두세 명씩 파견해가며 습격한다고?

         

         이게 말이나 되나?

         

         

         “이거, 이 녀석들 목적이 우리가 아니란 뜻이잖아.”

         

         

         이자벨은 오스칼을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이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만일 목적이 우리가 아니라 더 큰, 더 흉험한 어떤 계책이 있는 거라면?

         

         그리고 우리는 그저, 그 계획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역을 순찰하던 순찰대들과 조우해 싸운 것에 불과하다면?

         

         마족들이 무언가, 이 산에서 꾸미고 있는 것이 있으며.

         

         우리와 방첩사령부 요원들은 정말 기가막힌 우연에 의해 그 사태에 휘말렸고.

         

         아저씨는 그 과정에서 홀로 ‘마족의 거대한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출동한 탓에, 지금 우리를 구해주지 못하고 있는 거라면.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때, 엘피헤라가 문득 중얼거렸다.

         

         

         “한 번 발견된 봉인은 반드시 근시일 내에 해제된다…?”

         “뭐?”

         “예레모프 경이 했던 말이에요! ‘봉인의 상식’이라면서…!”

         

         

         상식이란 말을 듣자마자 파티 전원이 움찔 떨었다.

         

         

         “우리가 만약에 무언가를 ‘발견’ 한거라면… 그럼….”

         “근시일 내에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터질 거라고?”

         “우리만 위험한 게 아니에요. 예레모프 경도 마찬가지에요. 생각해봐요. 예레모프 경에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었다면 과연 나를. 아, 아니. 우리를 이렇게 방치했을까요?”

         

         

         중간에 들린 이상한 말을 제외하고 봐도 퍽 타당한 가정이다.

         

         이반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인솔해온 학생들을 유기한 채로 제 목숨을 살리기 위해 도망칠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오크 전투 무리와 적어도 다섯 번 이상 격전을 치룬 지금까지도 이반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가 지금 나타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이자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우리가, 아저씨를 구하자.”

         “무슨, 무슨 수로요?”

         

         

         오스칼의 질문은 합당했다.

         

         마족이 침투해 대규모 공작을 벌이고 있고, 방첩사령부의 강력한 요원인 이반조차도 그걸 저지하지 못했다면.

         

         그건 고작 대학생 넷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차라리 처음 계획대로 빠르게 하산한 뒤에 지원을 불러오는 편이….

         

         

         “엘피헤라의 말이 맞아. 아저씨가 그걸 ‘상식’이라고 가르쳤다면 분명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우리한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지도 몰라.”

         “그건 다 가정 아닙니까?”

         “적어도 아저씨한텐 시간이 많지 않겠지. 지금도 어쩌면 죽어가고 있을지도.”

         

         

         이자벨의 눈이 밝게 빛났다. 분노와 초조함, 걱정 따위가 일렁이고 있었다.

         

         

         “우리가 구하자. 여기 모두, 아저씨한테 목숨 빚이 하나 씩은 있다지 않았어?”

         “….”

         “아저씨를 구하자. 그리고, 오스칼.”

         “네?”

         

         

         이자벨은 여전히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러나 청아하게 웃었다.

         

         

         “마족이 나타났고, 우리에겐 검이 있지. 우리의 부모가 그랬듯이. 오스칼, 질 베르의 아들. 틸레스의 기사야. 우린 힘이 아닌, 선의를 위해 검을 들자.”

         

         

        *

         

         

         먼 발치에서 귀를 기울이던 요원 하나가 울컥, 눈물을 흘리며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은 연재 죄송합니다!
    최대한… 빠르게… 써봤어요…!!
    내일은 오늘보다 일찍 올게요! 여러분!! 사랑해요!!!!!옥!!

    *

    얼마전에 100화를 넘겼더군요.
    세상에, 진짜 몰랐어요. 심지어 최근엔 댓글을 보지도 못해서 더 몰랐어요!!
    수많은 응원을… 제 삶에 가장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았습니다! 사랑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계셔서 제가 글을 씁니다. 독자가 없는 소설은 망상을 끼적인 일기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소설은 창작자의 손이 아니라, 독자 여러분의 눈에서 완성됩니다. 여러분 덕에 제가 글을 쓰고, 행복하게 쓰고, 감사함 속에서 쓰고 있습니다.

    최근 댓글과 이것저것 아주 신경을 쓰지 못했던 이유는…. 이유는…
    모든 사태가 해결된 이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쿨한 사람이니까, 중간에 변명하지 않아요!!

    안녕!! 사랑해요!!!!!!

    다음화 보기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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