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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2

       “음…… 역시 나는 카지노에서는 못 놀겠네.”

        

       가짜 금태양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숲 근처에 의뢰가 많다고는 하지만, 지난번에 레오와 그 일행이 오전 의뢰를 싹 쓸어갔던 것을 기억하기 때문일까. 같은 반 애들은 오전부터 엄청나게 열심히 의뢰를 수행했다.

        

       게다가, 주변에서 의뢰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의뢰소에서 의뢰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다. 들어온 의뢰 중 일부를 학생들을 위해 남겨줄 뿐이지. 북쪽의 경우는 정말로 사람이 부족했지만, 노스우드는 근처에 전장이 있지도 않고, 돈도 많고, 무엇보다 이 주변 치안이 안정적이어야 하는 곳이었다.

        

       서브 퀘스트에 있는 것 이상의 의뢰를 수행하던 때와는 다르게 의뢰 자체의 수가 적어, 이번에는 적당히 수행한 뒤 쉴 시간이 많았다.

        

       특히 이렇게 저녁에는 느긋하게 카지노에 앉아있을 수 있을 시간도 있다는 뜻이다.

        

       “…….”

        

       물론 따라온 샤를로트는 굉장히 불만이 많은 표정이었다. 어제 저녁에도 굳이 바깥에 나오지 않았던 것을 보면 카지노에는 정말로 관심이 없는 거겠지. 그건 다행이었다. 샤를로트가 원작에서처럼 방에 있었기에 우리가 카지노에서 비교적 마음을 놓고 있을 수 있었으니까.

        

       카드 게임에서 돈을 두 번 정도 잃은 제이크가, 우리가 기대 서 있는 난간으로 돌아오며 하는 말을 듣고, 샤를로트가 입을 열었다.

        

       “애초에 이런 곳에서 돈을 따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죠. 카지노 운영하는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돈을 잃을 것 같았으면 이런 곳을 운영하지 않았을 테니까.”

        

       속임수를 쓰는 질 나쁜 곳은 아니다. 지체 높은 귀족들 앞에서 속임수를 썼다가는 큰일 날 테니까. 아무리 공작이 뒤에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공작가 사람들도 오는 곳에서 대놓고 사기를 칠 수는 없지.

        

       “선생님도 적당히 하라고 하셨고.”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캐롤린의 표정은 이런 곳을 학생들에게 보여서 몹시 부끄럽다는 표정이었다.

        

       노스우드 공작가가 캐롤린을 올곧게 키워도 너무 올곧게 키운 모양이었다.

        

       사실 등장인물 중에서 그 누구보다 바니걸 차림이 어울릴 것 같은 캐릭터였지만…… 뭐, 그거야 원래 공작가 사람이 굳이 그런 걸 입을 이유가 없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도박이라는 것을 무슨 재미로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당연한 거예요. 굳이 배우려고 하지도 마세요.”

        

       레나의 말에 샤를로트가 얼른 대답했다.

        

       우리 중에서 가장 어린 레나였다. 아무래도 샤를로트는 그런 레나가 귀엽기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외국인으로서 비슷한 처지에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레나에게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곤 했다.

        

       확실히 이런저런 인프라가 제국에 비해서 많이 떨어지는 곳에서 왔기 때문인지, 레나는 카지노 자체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면서도 그 안에서 바니걸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여자들이나 카드 게임에 열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은 시선으로 보지는 않았다.

        

       많지는 않지만 룰렛 기계도 돌아가고 있었다. 무려 태엽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기계가 바닥 위에 놓여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건물 아래 연결된 가스관의 열을 통해 증기기관을 돌려 지속해서 태엽을 감는다나. 하여간에 제국 내에서도 최첨단을 달리는 곳이었으니.

        

       “다 끝나셨나요?”

        

       내가 물어보자, 제이크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로티한테 다이아몬드 반지라도 선물할까 생각했는데, 가지고 있던 돈도 다 털렸어. 룰렛 한 번 돌릴 돈도 없으니 끝났다면 끝난 거겠지.”

        

       “……카페 갈 돈도 다 털린 거야?”

        

       “뭐,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돈 좀 빌릴 수 있을까?”

        

       제이크의 그 말에 앨리스가 한숨을 푹 쉬었다.

        

       “공작가 장남이 황녀한테 돈을 빌리다니…….”

        

       “영지를 살 정도로 큰돈도 아닌데 뭐 어때. 응? 아니면 따서 가져다줄까?”

        

       “……빌려줄 테니까 얼른 여기서 나가기나 하자.”

        

       앨리스가 제이크를 흘겨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데는 아마 다른 이유도 있겠지. 아까부터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앨리스를 보니, 어제 일을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얼굴에 가면을 썼어도 알아볼 사람은 알아봤었으니까.

        

       실제로 이쪽으로 시선이 조금 향하긴 했지만, 그건 앨리스가 바니걸이었다는 것을 알아봐서라기보다는 아카데미 교복을 입은 무리가 몰려있었기 때문이리라.

        

       “에휴.”

        

       앨리스에 이어서 클레어도 작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제이크가 저렇게 행동하는 건 여러모로 이유가 있기는 했다. 어느 정도는 집안에 일부러 반항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참고로 레오는 클레어 근처에 바짝 붙어있었다. 몸을 붙이고 있지는 않았지만 ‘내가 이 사람들 일행이오’하고 열심히,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카지노에 들어온 순간부터 레오한테 바니걸들이 열심히 들러붙었기 때문이다. 잘생긴 것도 이유겠지만…… 제이크에게는 딱히 들러붙는 사람이 없었던 걸 보면 그보다는 ‘호구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

        

       그리고 클레어는 그런 레오도 조금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어때, 실비아. 너는 돈 한 번 따볼 생각 없어? 네가 딴 돈을 나한테 빌려주면, 내가 더 크게 불려줄 수도 있는데. 수읽기로 읽지 못하는 대박이 터질 수도 있는 거잖아?”

        

       얼굴에 철판이라도 깔았는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제이크를 나는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보다는,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밤늦게까지 여기 계시는 것은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만, 한 푼도 없으시면서 여기 계시다가는 내일 아침쯤에는 공작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빚을 지게 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나도 로티한테 혼나기는 싫었으니까.”

        

       지금 한 말만으로도 로티한테 백 퍼센트 혼날 텐데.

        

       황녀한테 돈을 꾸는 공자라니, 전속 메이드는 둘째치고 공작이 직접 나서서 불호령을 내려도 이상하지 않다.

        

       그걸 노리고 있는 거겠지만.

        

       “그럼,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한 번 들어나 보러 갈까.”

        

       제이크가 그렇게 말하며 멋대로 앞장서는 것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며, 우리는 한 박자 느리게 그 뒤를 쫓았다.

        

       *

        

       이 이야기를 일행한테 하기 전에, 우리는 꽤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보가 숨겨져 있고, 이 영지의 공작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일.

        

       심지어 두 사람은 외국인이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우리끼리 사라져버리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가 있었다. 멋대로 사라지면 그건 그거대로 의심받게 될 테니까.

        

       원작에서는 결국 베라티가 먼저 들어가고, 그 뒤를 따르던 앨리스와 레오가 따라 들어간다. 클레어는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고. 처음으로 클레어가 게스트 캐릭터로 참전하는 부분이었다.

        

       돌아와서는 앨리스와 레오가 함께 사라졌다는 것 때문에 사랑 코미디식 오해를 받게 되고.

        

       하지만 이번에는 그 수가 네 명이나 되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의 사람들이 동시에 이틀 연속으로 사라지면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해낸 것이…… 그냥 말하는 거였다.

        

       다만, 대놓고는 아니고, 조금 더 ‘귀족’답게.

        

       “이걸 봐.”

        

       카지노에서 나와 근처 카페에 모여앉은 채 우리는 아직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모르는 다른 아이들에게, 초대장 하나를 보여주었다.

        

       “이건…….”

        

       샤를로트가 그 초대장을 받으며 말했다.

        

       고급스러운 봉투였다. 문자 그대로 높으신 분의 초대장이 들어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봉투를 받아든 샤를로트는 우리 쪽을 살짝 보았다. 앨리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고 안쪽에 있는, 역시 고급스러운 재질의 종이를 꺼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의뢰서였다.

        

       “노스우드 숲의 숨겨진 지역들을 탐색해주십시오……”

        

       샤를로트는 그 짧은 내용의 말을 읽은 뒤 조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의뢰가 있다면 왜 의뢰소를 거치지 않은 것일까요?”

        

       “아무래도 여기는 노스우드 공작의 땅이니까.”

        

       “……아하.”

        

       샤를로트는 봉투에 종이를 다시 넣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공작이 아닌’ 사람이 이런 의뢰를 했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지.”

        

       “그런데, 굳이 ‘우리’에게 이런 의뢰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건…….”

        

       앨리스는 잠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살짝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눈을 뜨면서 내뱉듯이 말했다.

        

       “……말 못 할 사정이 있어.”

        

       “…….”

        

       그런 앨리스를, 샤를로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런 거군요.”

        

       샤를로트는 봉투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살랑살랑 흔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공작가의 영지를 털 생각을 할 만큼 강단은 있지만, 그렇다고 들키고 싶지는 않을 만큼 껄끄러운 관계인 사람들이겠네요, 이런 의뢰를 한 사람들이라면. 게다가 던전이 아니라 던전‘들’이라니. 속이 보여도 너무 뻔히 보여요.”

        

       앨리스는 나름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샤를로트의 눈에는 다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샤를로트는 그 이야기에 더 토를 달지는 않았다.

        

       “좋아요. 누구에게나 남들한테 들려주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있는 법이니까요. 이번엔 속아드리죠.”

        

       샤를로트는 자기 양옆에 앉아있는 제이크와 레나를 한 번씩 보았다. 제이크는 재미있다는 표정이었고, 레나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두 분 모두, 동의하시는 모양입니다만…… 그래도 속아주는 데는 조건이 하나 있겠는데요.”

        

       “……말만 해.”

        

       “언젠가 제가 속아달라고 할 때는 꼭 한 번 속아주기예요? 그래야 수지가 맞지 않겠어요?”

        

       “…….”

        

       샤를로트가 농담이라도 건네듯 그렇게 말하자, 앨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 전 샤를로트가 했던 것처럼 샤를로트 양옆에 앉은 두 사람을 한 번씩 보았다.

        

       “나야 뭐. 공작가 사람이잖아? 황실이랑 부딪히기도 싫으니 그냥 따를게.”

        

       너스레를 떨듯 그렇게 대답하는 제이크와,

        

       “……의뢰가 왔다면 그냥 해결하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듯 그렇게 대답하는 레나.

        

       두 사람 다 나름대로 개성이 담긴 대답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에어프라이 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개가 조금 지지부진 한 것 같아 그냥 많이 써보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그게 옳은 판단이었던 모양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좋아해주시니 저도 좋네요.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께서 지루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재미있는 글을 열심히 올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벌써 선작이 1만 1천을 넘었습니다. 처음 노벨피아에 글을 썼을 때만 해도 제 글을 선작해주시는 분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이 글도 표지 달기 전까지는 조회수나 선작수나 정말 조금씩밖에 오르지 않아서 조금 무서웠던 적이 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저의 글을 읽어주시니 너무나 기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독자 여러분께서 실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쓰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KYYY님, 후원 감사합니다!

    이 소설도 벌써 100화가 되었네요. 매일 꾸준히 쓰다보니 이만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소설을 쓰는 것이 좋아서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꼭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쓰게 되었습니다. 제 글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그리고 그 글에 돈을 내 주시고, 시간을 내어주시고… 저도 당연히 거기 보답해드릴 수 있어야겠죠. 돈이라는 것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휴식시간을 쪼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제가 즐거움을 느끼며 쓴 글이, 독자 여러분께 제대로 그 즐거움을 전달해 줄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께서 제 글을 읽는데 쓰신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응애애애애 님, 후원 감사합니다!

    제 글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로서 글을 쓰다보면 직접 쓴 글이 재미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는 순간이 생깁니다. 글을 쓴 직후에 다시 읽어보더라도 그게 재미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작가인 제 머릿속에는 앞으로의 전개나, 등장인물들의 속샘같은 것들이 두루뭉술하게나마 완성되어있기에 더 그런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참 지나고 제가 어떻게 썼는지에 대한 자세한 기억들을 잊은 다음 읽으면 저도 새롭게 느끼겠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제 성격이 너무 급해서요.

    그래서, 제게 이렇게 재미있다고 직접 말씁해주시면 마음이 정말 놓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칭찬받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완결까지 매일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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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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