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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2

       감옥에서 얼차려 좀 받고 나왔다. 너그러우신 2황자님께서 그래도 그렇게 심한 얼차려는 안 주시더라. 원한이 있어서 굴렸다기보다는, 제발 좀 자중하라는 뜻 같았다.

       

       감옥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달랐다. 아무리 이게 살 만하게 꾸며 둔 감옥이었다지만, 역시 활기 넘치는 거리가 수십 배는 더 낫다. 

       

       2황자 이리드는 익숙하게 크라운홀을 걸었다. 금발도 마법으로 감추고, 복장도 지나가는 용병 1처럼 현장감 넘치게 갖춰 입은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얼굴이 워낙 잘나서, 이렇게 흔하게 입어도 판타지 소설 주인공처럼 눈에 띄긴 하지만. 적어도 금발 휘날리는 것보다는 이목을 덜 끌지 않겠는가.

       

       “그래서, 아카데미는 어땠나?”

       

       “아, 좋았죠.”

       

       뜬금없이 묻길래 반사적으로 대답했는데, 이게 내 본심이었다.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은 좋았다. 마탑주가 없어서 좀 외로웠지만, 그것도 해결됐고⋯⋯ 핑발레즈와 티격태격하는 것도 재밌었으며, 중간에 좀 곱창 나긴 했지만 세션도 열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성취감이 있었다.

       

       나는 교수지, 던전 메이커가 아니다. 미궁에다가 ‘알아서 살아남으렴’ 하고 던져두기만 한 게 아니었다. 

       

       나는 한 명 한 명 개인별 맞춤 분석기를 돌리고 있었다. 얼마나 성장했고, 어느 부분이 미진하며, 어떤 재능을 개화해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그리고 보기 쉽게 상태창으로 만들었다.

       

       이름 : 그 얼굴에 점 있는데 약간 돌멩이 닮은 애

       

       근력 : C 민첩 : B 마력 : C ⋯⋯ (이하생략).

       

       이런 식으로.

       

       육성 게임 하는 기분을 낼 수 있어서 흥이 올랐다. 저 녀석은 사회 나가면 꼭 은패 용병 정도는 할 수 있게 만들어야지, 같은 나름의 목표를 잡기도 했다.

       

       아카데미 하니까, 내가 크라운홀로 장기 출장을 나온 상태지 않은가.

       

       그렇다고 교수 개인 사정으로 휴강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래서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미니게임을 하나 준비해 두고 나왔다.

       

       시뮬레이션과 전투 AI를 이용해서 만든⋯⋯ 시련의 탑!

       

       1층부터 10층까지 존재하며, 각각의 층계에는 보스몹이 존재한다. 

       

       단독으로도, 팀을 이루어도 좋다. 하루에 시도할 수 있는 횟수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무제한. 내가 아카데미로 복귀할 때까지 10층을 클리어한 학생들에게는 소원권 한 장을 지급하겠다고 사전 공지를 때린 상태였다.

       

       소원권을 사용하면, 앞으로 이 강의에 출석을 안 해도 A+를 받을 수 있노라는 말도 덧붙였고.

       

       무한히 전투 뺑뺑이를 돌리는 AI로부터 재미있는 아키타입들이 몇 개 나왔기 때문에 추진한 기획이었다. 발도술만 고집하는 발도충이라든가, 사슬낫의 제니라든가. 

       

       전투 경험을 풍부하게 겪을 수 있도록 하면 좋지 않겠는가. 이상한 무기로 싸우는 보스몹들과 목숨을 잃지 않는 상태로 싸워볼 수 있는 경험은, 분명 귀중한 것이리라.

       

       “사과 한 알 주게. 아니⋯⋯ 자네도 먹겠나?”

       

       “주시면 먹죠.”

       

       “그러면 두 알로. 이거랑, 이걸로.”

       

       2황자는 가판대에서 과일 파는 아주머니에게 사과를 주문했다. 상태 안 좋은 사과는 피해서 두 알을 사는 솜씨가 가히 베테랑이었다.

       

       휙.

       

       하나 던져주길래 두 손으로 받았다. 2황자가 사과를 아작아작 씹었다. 소리는 괜찮고⋯⋯ 나는 반짝거리는 사과 표면을 쓸어보았다. 좀 이상한데.

       

       손톱으로 표면을 긁으니 얇게 뭐가 긁혀 나왔다. 광택제 종류 같았다. 나는 2황자에게 충언을 올렸다.

       

       “이거, 맛있어 보이라고 뭐 바른 거 아니에요? 밀랍 아니면 슬라임 같은 거 바른 것 같은데.”

       

       “⋯⋯그런 건 내가 먹기 전에 말해라!”

       

       “조심히 드시지 그랬어요. 귀한 몸이신데.”

       

       2황자는 입 안에 든 사과를 뱉으려다가, 거리의 위생과 청결 상태를 제 손으로 더럽힐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삼켰다. 

       

       “뱉지 않으십니까?”

       

       “황자는 좀 이상한 거 주워 먹어도 괜찮다. 전속 사제가 열 명은 넘으니까.”

       

       어차피 중병이 나면 힐 받을 거라서 괜찮다는 이야기인가. 그게 그렇게 쓰라고 있는 사제가 아닐 텐데. 

       

       2황자는 찝찝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명령을 내려서 과일 가게 아지매를 매달 것 같지는 않았다. 

       

       원래 이렇게까지 평민 친화적인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많이 변했다.

       

       “⋯⋯퉷.”

       

       2황자는 수통으로 입안을 헹구고 으슥한 골목길에 뱉었다. 그래도 찝찝하긴 했나보다. 그는 소매로 입가를 쓱 닦은 다음에 내게 물었다.

       

       “전해 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둘을 우화로 이끌었다던데.”

       

       “예, 뭐⋯⋯ 사고가 좀 있었습니다. 이제는 안 그럴 거예요.”

       

       “⋯⋯? 무슨 짓을 한 거냐?”

       

       어, 혼내려고 얘기한 게 아니었나?

       

       머릿속의 어떤 것을 때려잡으려고 하마터면 학생들 정신을 박살 낼 뻔했지 뭐예요! 라고 하면 크게 혼날 것 같아서 말을 돌렸다.

       

       “황자님은 요새 어떠십니까?”

       

       “⋯⋯⋯⋯.”

       

       “몸은 건강하시고요?”

       

       “말을 돌리려면 좀 성의 있게 돌리지 그러나.”

       

       타박은 줘도 자세히 캐물을 생각은 없나 보다. 2황자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사회인의 한숨을 뱉었다. 피로가 진득하게 묻어나는 그 한숨 말이다.

       

       “흑마법사들 색출하느라 바빴다. 이 똑똑한 바퀴벌레들은 끝이 없더군. 다 태워 죽인 줄 알았어도, 잠깐 눈만 떼면 어느샌가 증식해 있으니 말이다.”

       

       “오면서도 보긴 했죠.”

       

       “그래, 그 부분⋯⋯. 잘했다고 해 두지. 마침 적절한 판 흔들기가 필요한 형국이었다. 알력관계가 교묘하게 얽혀 있어서, 나와 내 세력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유의미한 조사가 불가능했었지⋯⋯ 특히 레드번.”

       

       2황자 이리드는 팔짱을 끼고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레드번 세 글자가 두통을 불러일으킨 모양이었다. 

       

       “그, 빨간맛 친구들이 뭘 했길래 그래요?”

       

       이리드는 이 거대한 제국의 황위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닌가. 물론, 세간에서 미는 정배는 아직 1황녀 일레인이지만⋯⋯ 나는 그 모습이 가면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리드의 유능함도 알고 있다. 그는 나이에 비해서는 완숙한 일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권력도 능력도 있는 황자를, 어떻게 해야 이토록 괴롭힐 수 있다는 말인가.

       

       2황자는 길가 쓰레기통에 한 입 베어 문 새빨간 사과를 던져넣었다. 텅, 데구르르.

       

       “꼬리를 너무 잘 자른다. 하나 묻지, 너는 일단은 나와 한배를 탄 셈이 아닌가. 만약 내가⋯⋯ 우리 세력을 위해서 얌전히 희생하라고 명한다면 듣겠나?”

       

       “황자님의 명이신데 따라야죠.”

       

       “라고 하면서, 돌아가서는?”

       

       “뒤통수 때리고 전향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리드는 손가락을 튕겼다.

       

       “바로 그 점이다.”

       

       “아하⋯⋯ 빨간맛 휘하의 끄나풀들은 얌전히 죽어줍니까? 정보를 실토하거나, 회유당하지 않고?”

       

       “그래. 어떤 수단도 먹히지 않았다. 회유에 성공한 녀석은 한 명도 없었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캐내려고 해도⋯⋯ 머릿속에 심긴 마법이 정보를 깨끗하게 날려버리더군.”

       

       절대적인 충성심⋯⋯ 은 아닐 것이다.

       

       빨간맛 공작의 끄나풀인 뭐시기 자작은 욕망으로 움직였고, 그를 감시하는 흑마법사들과 함께 있었다. 

       

       그가 빨간맛 공작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한 인물이었더라면, 최면어플로 여자를 지배할 시간에 정치적 입지를 늘려나갔겠지. 

       

       “그래서, 정황상 레드번 공작은 흑마법사와 결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증거는 무엇 하나 나오지 않았다. 찌를 수 없는 약점이야. 하지만.”

       

       “하지만, 저희가 우연히 한 건 했군요.”

       

       “그래, 미친 마법사. 그리고⋯⋯ 내 앞에서 더 이상 시치미 뗄 필요는 없다. 아카데미에서 흑마법사를 소탕하고, 그 정보를 쫒아서 크라운홀로 왔겠지.”

       

       “⋯⋯⋯⋯?”

       

       “이미 아카데미의 건으로도 충분한 공적이었을 텐데⋯⋯ 이 이상의 공적을 쌓으려고 든다면, 그건. 좀 더 거대한 목표가 있다는 이야기겠군. 솔직하게 말해 봐라. 내게 바라는 게 있나?”

       

       이새끼 또 의심병이 시작된⋯⋯.

       

       아니, 아니지. 이번엔 2황자가 정상적인 판단을 한 거다. 아카데미에서 흑마법사를 떼로 잡은 놈이, 크라운홀에 올라와서 진짜 아주 우연히 흑마법사를 잡게 됐다고 생각하면 그게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아카데미에서는 그냥 소 뒷걸음치다가 잡은 게 맞았다. 크라운홀에서는 자색 마탑의 배신자 떡밥에 눈 뒤집고 달려들긴 했지만, 시작은 우연⋯⋯ 비슷한 거였고. 적어도 내 의도는 아니었다.

       

       그러니 이리드의 생각은, ‘이새끼가 대체 나한테 무슨 커다란 부탁을 하려고 원기옥을 모으지’ 상태인 거다.

       

       잠깐만⋯⋯ 시간을 벌자. 의미심장 필터를 켰다.

       

       “음⋯⋯ 정말로 알고 싶으십니까? 상자를 열지 않고, 좀 더 묵혀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목줄 잡혀서 끌려다니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의도를 밝히지 않으면 공적으로 셈하지 않겠다. 내가 황위에 오르고 입 싹 닫기 전에, 받아둘 수 있을 때 받아둬라. 미친 마법사.”

       

       단칼에 잘렸다.

       

       잠깐만, 뭐하지. 준다니까 일단 받긴 받고 싶은데. 황자한테 부탁하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돈? 지원금? 아니, 물론 지원금 받으면 좋다. 좋은데⋯⋯ 그건 다른 수단으로도 얼마든지 벌 수 있는 것 아니냐. 황자가 준 소원권을 돈에 쓰기에는 너무 뻔하다.

       

       자탑 무료 홍보 이벤트라도 해 달라고 해 봐? 아니지, 황자가 홍보해 준다고 유의미하게 마탑이 성장할 것 같지는 않았다. 해봐야 황자 라인 타려는 귀족들이 아들 딸내미나 슬쩍 찔러보지 않겠냐.

       

       아니면, 사람? 사람을 부탁할까? 제국의 미남미녀들 100명씩 모아서 인체 스캔 한 번씩만 때리게 해 달라고 해 볼까. 아니, 그건 좀 뭐야, 흑마법사 같아서 의심받을 것 같은데.

       

       으으음⋯⋯.

       

       “그러면, 세 번 정도 까방권⋯⋯ 그러니까. 제가 무례를 저질러도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그 정도로 좋다면. 생각보다 약소한 걸 비는군.”

       

       “그런 의미에서 말인데, 혹시 아직도 센트라를 못 잊으셨습니까? 황자님의 연애 사정이 걱정된다고 해야 하나, 후대를 보려면 아무래도 다른 여인을 찾아야.”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아가리를⋯⋯ 아.”

       

       2황자는 뒤통수를 후려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

       

       이 미친 마법사가 약소한 걸 빈 게 아니구나!

       

       생각을 잘못했다. 약소해 보이는 소원에 집중할 게 아니라, 이 새끼가 이 약소한 걸 가지고 무슨 짓을 저지를까를 염려했어야 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제국의 황손에게 후대 문제를 다이렉트로 이야기하는 게 맞나? 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키워드인 데다가, 그가 누구와 맺어지느냐에 따라서 세력의 판도가 바뀌는 대형 폭탄인데?

       

       심지어 이 새끼는 내가 센트라를 구하려고 무슨 짓을 했는지 뻔히 알면서!

       

       “아니, 그⋯⋯ 못 만나지 않습니까 어차피. 어떻게 꾸역꾸역 살아도 황자님이 할아버지일 즈음에 센트라가 태어날 거고? 그때까지 독거노인으로 사실 수는 없는 거니까⋯⋯?”

       

       “⋯⋯⋯⋯.”

       

       “아, 그리고 혹시라도 100살 차이를 넘어서 결혼하시려는 거면, 그건 좀 뭐랄까 그게⋯⋯ 그쵸?”

       

       “이 개──.”

       

       참았다.

       

       이거 자기 속을 박박 긁어서 죽여버리려는 암살 시도가 아닐까. 2황자 이리드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래도, 그냥 하는 이야기는 아닐 터.

       

       정신은 나가 있지만 그는 차원 마법사다. 영락제의 흔적과, 100년 후의 크라운홀에 대해서 알고 있는 두 명뿐인 인간. 그런 마법사의 말이니⋯⋯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무례하긴 하지만, 의미가 있으리라 믿는다.

       

       그는 혼자가 아니다. 이리드가 예상하기에, 그는 어떠한 세력을 꾸리고 있거나 소속되어 있었다.

       

       그저 유능한 개인일 가능성은 아카데미의 건과 크라운홀에서의 사건을 거치며 완전히 배제할 수 있었다. 정보력은 개인이 충당하기 무척이나 힘든 요소였으니까. 

       

       아카데미에 침투한 흑마법사와 크라운홀에 숨어든 흑마법사를 쏙쏙 골라내서 잡아대는 게, 과연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하겠는가? 

       

       앞서서는 ‘공적을 쌓으려느냐’로 돌려서 표현했지만, 기실 ‘너희들의 세력이 꾸미는 바가 무엇이냐’고 물은 것이었다. 그리고 돌아온 답은 ‘비밀’이라는 것이었다.

       

       그의⋯⋯ 세력은.

       

       미친 마법사와 자색 마탑의 마탑주를 핵심으로 하는, 목적도 깊이도 알 수 없는 세력은. 대외적으로는 2황자의 휘하에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나아갈 길이 겹치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제국의 번영과 존속을 바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의심에 사로잡혀 있었던 2황자 이리드를 깨우치게 만들었으니까. 1황녀 일레인과의 불화도 해결했으니까. 그들은 이미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믿을 수 있었다.

       

       협력은 조금 더 이어질 것이다. 이리드는 굳이 물었다.

       

       “제국을 걱정하는 건가?”

       

       “그것보다도, 황자님을 걱정하는 거죠. 아깝잖습니까⋯⋯ 가질 거 다 가진 사람이, 환상 속의 여인을 쫒아간 끝에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하는 건.”

       

       “나를 걱정하는 거라면 언동부터 주의해라, 미친 마법사. 속이 쓰리니까.”

       

       “뭐어⋯⋯ 언제고 누가 찔러올 것 아닙니까. 이 문제는.”

       

       마법사는 팔짱을 끼고, 친구에게 말하듯 넉살 좋게 말했다. 보아라, 어떤 놈이 제국의 황손에게 이런 걸 지적할 수 있겠는가. 이들은 진심으로 제국의 존속을 바란다.

       

       그렇기에, 이 정신 나간 마법사는 자신이 황제가 되어도 말을 가리지 않을 놈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떻게 보면 또 충신이라고 볼 수도 있으리라.

       

       그는 말했다.

       

       “센트라에게 멋진 제국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더더욱 결혼을 생각해 보는 편이 좋지 않나 싶네요. 후계 문제는 나라를 휘청이게 하는 법 아닙니까. 어쩌면⋯⋯ 그녀를 잊어버리는 편이 서로를 위해서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

       

       맞는 말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다면, 서로를 위해서 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주의를 주는 건, 어쩌면⋯⋯ 미친 마법사와 그의 세력이 다시 한번 미래를 엿본 것일지도 모른다. 마법사의 말 그대로, 먼 미래에 자신의 후손 관련 문제로 제국이 휘청이는지도.

       

       다시 한번 눈앞에 들이밀어진 예언이었다.

       

       하지만, 저주에 가까운 예언이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이미 그는 영락제라는 예언을 넘어섰다. 두 번이라고 못 하겠는가.

       

       “반대로 말하지.”

       

       “예?”

       

       “내가, 고작 승계 문제로는 흔들리지 않을 만큼 단단하고 부강한 제국을 만들어낸다면. 한평생 그녀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도 괜찮은 것 아닌가?”

       

       “⋯⋯??”

       

       까짓거 해버리면 되는 것이다. 자신이 죽더라도, 이후 100년은 무너지지 않을 태평성대의 제국을 만들어버리면 된다. 

       

       그러면 센트라는 미래에서 행복할 것이고, 자신 또한⋯⋯ 이 마음을 잃지 않아도 되니 행복할 터. 

       

       “그러니까 그 무례한 충언은 제발 집어넣어 둬라, 미친 마법사. 내가 알아서 잘할 테니까.”

       

       “⋯⋯이 굳건한 순애를 왜 없는 사람한테. 악!”

       

       결국 못 참고 손이 나갔다.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미친 마법사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아주 그냥 야무지게 후려갈겼다. 마법사는 으아아악 하고 몸을 비틀었다.

       

       2황자는 간만에 후련하게 웃었다. 속이 다 시원했다.

       

       ===============================================================

       

       “2황자님, 자색 마탑주가 크라운홀에 무단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에 대한 항의 통지가 발송되었습니다만, 사실무근이라고 답장할까요?”

       

       “2황자님! 수도기사단에서 유감을 표하며, 도를 넘는 폭력 사태가 일어났을 경우에 속히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를⋯⋯!!”

       

       “⋯⋯⋯⋯.”

       

       끼기긱.

       

       2황자 이리드의 목이 삐걱거리면서 미친 마법사를 향해 돌아갔다.

       

       미친 마법사는 잠깐 눈치를 보다가, 부리나케 도망갔다. 

       

       이리드는 옆에 놓인 의자를 집어 들고 미친 마법사의 뒤를 쫒았다.

       

       그날, 미친 마법사는 까방권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하나가 남았다더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비가 너무 싫어요⋯⋯. 오늘은 잠도 좀 설쳐가지고, 저는 슬라임 상태랍니다. 좀, 자야겠어요⋯⋯. 그럼 여러분, 내일⋯⋯ 내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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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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