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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2

       봉미춘 교수.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에서 가장 오랫동안 근무하였고, 초기 각성 사회에서 수많은 역사를 목격한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인물.

         

       나이가 나이인지라, 교수 간의 서열 싸움에 참석하지는 않아 마땅한 순위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깔보거나 하찮게 여기는 교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애초에 교수로 들어오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그녀의 밑에서 배워오고 자란 제자들이다.

         

       당장 팽진아만 하여도 그러한 케이스인데.

       어찌 스승을 가볍게 여길 수 있겠는가.

         

       추가로 봉미춘은 오래 살아온 만큼, 실전적인 경험과 다양한 전문지식을 보유한 <괴수>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였다.

         

       그녀가 직접 연구하고 학계에 낸 괴수의 정보는, 귀중한 유산으로 취급되며 엄중히 관리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리 대단한 능력을 갖춘 것에 비해.

       재학 중인 생도들 사이에서는 그렇게까지 인기 있는 교수는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교수도 시간을 꽉꽉 채워 수업하는 타입이기에…

         

       추가로 과제 또한 산더미처럼 내기로 유명하였다.

         

       만약 <괴수의 정보와 유구한 역사>가 1학년 필수 교양 과목이 아니었다면, 아무도 신청하지 않았을 거란 게 선배들의 의견이었다.

         

       ―아 무슨 3연속 풀 수업이야…

       ―OT만 하고 보내주면 좋은데…

       ―…그것보다 수준이 너무…높지 않아?

       ―내 말이, 나 저거 사전에서 봤는데…절대로 우리가 풀 수준이 아닌데?

         

       추가로 수업의 내용도 어려웠다.

         

       단순히 책에 적힌 내용뿐만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경험해 온 걸 넌지시 말하며.

       그걸 자주 <시험>에 내니, 선배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복병’이라는 말이 나오는 교수였다.

         

       대신이라고 해야 할까.

       수업 내용은 정말로 유익하였다.

         

       ‘…내가 아는 것과 거의 일치하는데…’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말해주는 지식에 감탄한다.

         

       특히 <번개 고라니>의 설명에서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B급 괴수 <번개 고라니>는 특이하게도 엉덩이에 눈코입이 달린 케이스이다.

         

       따라서 머리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공격해봤자, 별다른 피해를 줄 수 없었다.

         

       봉미춘 교수는 그걸 정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었다.

         

       ‘고스라’에서 이걸 아는 NPC들이 별로 없다는 걸 감안하면, 그녀의 지식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건 탱커가 전선에서 어그로를 끄는 사이, 딜러가 후위를 공격하는…

         

       나로서는 재미있는 내용이고, 아까부터 계속 [미증유의 감]이 발동되어서, 한사코 시선을 떼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졸린 자장가에 지나지 않는 모양이다.

         

       하나둘, 고개를 꾸벅거리며 행복한 꿈나라로 직행하였다.

         

       *

         

       5분.

       10분.

       15분 정도 지나자.

       여기저기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

         

       ‘…잠시만? 숨소리?’

         

       나는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주변을 빠르게 둘러본다.

         

       [당신의 눈동자가 주변의 상황을 빠르게 판별하며, 판단합니다.]

       [‘통찰력’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 보상으로 정신이 1 상승합니다.]

       [‘통찰력’의 효과로 범위 내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많아.’

         

       너무 많다.

       엎드려서 자는 생도들의 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아무리 수업이 지루하여도, 이 정도면 정도가 심하다.

         

       사실상 잠에서 깨어있는 게 나, 므냥이, 주나용 정도밖에 없잖아?

         

       “므아아. 세하야!”

         

       옆을 보자 [고양이의 직감]을 발동한 므냥이가 보인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2개의 꼬리가 주파수를 찾는 안테나처럼 위로 솟고 있었다.

         

       므냥이 뿐만 아니다.

         

       “야, 야 유세하. 지금 뭔가 이상해.”

       “주나용 너도 느꼈어?”

       “응. 나, [용의 감촉]이라는 [직감] 계통 스킬이 있거든? 지금 이게 알싸하게 발동된단 말이지?”

         

       주나용의 녹색 동공이 차분하게 말을 건넨다.

         

       “…지금 뭐가 일어나는 거 맞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 문보라는 뭐 하고 있는지 궁금할 수 있다.

         

       “…우헤, 보라보라…헤헤…”

         

       얘는 진작에 꿈나라에 빠진 지 오래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미증유의 감]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특유의 붉은 파장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일렁거린다.

       사방으로 확-! 하고 퍼져나간다.

         

       그러자 교실 안, 무언인가 은은하게 퍼지는 걸 감지한다.

         

       이 분말 형태…

       설마?

         

       ‘[수면 가루] 스킬인가?’

         

       원래라면 맨눈으로 가루가 보여야 정상이다.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은신]과 비슷한 스킬도 같이 발동됐다는 걸 직감한다.

         

       ‘어디냐.’

         

       이 가루가 나오는 근원지는 대체 어디냐.

         

       [‘미증유의 감’의 제한을 해방합니다.]

       [시전자에게 가는 부담과 마력 소모가 크게 상승합니다.]

         

       화아악-!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붉은빛의 세상.

         

       식은땀 한줄기가 흐를 정도로 거북한 느낌이 지속되었다.

         

       덕분에 알 수 있었다.

         

       지금 이런 장난질을 하는 놈들의 실체와 어디에 있는지를 말이다.

         

       “주나용, 므냥아.”

       “응.”

       “므아아.”

       “총 세 마리야.”

         

       나의 짧은 설명에, 두 사람의 눈매가 달라진다.

         

       [미증유의 감]이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 교실 뒷문과 끝자락에 각각 한 마리.

         

       마지막으로 천장 꼭대기에 날파리 같은 녀석이 모습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괴수야?”

       “아마도 사람 형태는 아닌 것 같아.”

       “…정확하게 어디 어디야?”

       “교실 뒷문, 창문가, 그리고 천장.”

       “…어떻게 할 거야?”

         

       주나용은 전적으로 나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는 듯, 지시를 기다렸다.

         

       “내가 신호를 줄게, 므냥이랑 주나용은 뒷문에 있는 녀석을 제압해 줘. 나는 창문가…그리고 천장에 있는 녀석을 처리할게.”

         

       설명에 두 사람은 아무런 반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우면서도 내심 걱정이 들었다.

         

       “……사실 지금 이 모든 건 그저 과잉 대응일지도 몰라.”

         

       지금 이곳은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의 내부.

         

       심지어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는 장소이다.

         

       상식적으로 이러한 중심지에 테러가 일어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어쩌면…이 모든 게 그저 수업의 일부분일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벌점을 받을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수면 가루를 교실에 뿌리는데 누가 봐도 테러지.”

         

       “므아아…! 난 세하의 판단을 믿어. 명령만 내려줘.”

         

       굳건한 두 사람의 믿음.

       나는 옅게 미소 지었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동시에 내가 이곳에 빙의하여 해왔던 일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다.

       낯간지러움에 속이 근질거리는 건 덤이다.

         

       ‘후…’

         

       고개를 털었다.

       신중히 생각하였고, 결정을 내렸다면.

       망설이지 않고 신속하게 행동할 것.

         

       그것이 내가 살아오면서 배운 철칙이다.

         

       나는 아까보다 더욱 붉은빛이 강해진 봉미춘을 보며 작게 손을 들었다.

         

       곧 신호를 내린다는 표시.

         

       둘은 엉덩이를 살짝 떼며, 언제든지 움직이기 좋은 자세를 취한다.

         

       ―…그럼 8페이지로 넘기도록 하지, 그곳에 나오는 A급 괴수 프로포스의 경우…

         

       “지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 셋은, 각자 알려준 위치로 달려 나갔다.

         

       나는 양다리에 힘을 주었다.

       [질주]가 발동되며, 빠르게 속도를 올려주었다.

         

       이어서 그 위에 발동되는 추가적인 능력.

         

       평소 세트로 발동하던 [민첩성]이었으나, 기세도 세기도 훨씬 강력하였다.

         

       [‘질주’가 발동됩니다.]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당신의 다리에 무시무시한 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힘 있는 민첩성’이 발동됩니다. 레어(Rare) 등급의 스킬입니다.]

       [‘근력’에 비례하여 이동속도가 추가로 상승합니다.]

         

       최근, 진화한 [힘 있는 민첩성]의 발동.

         

       내가 가진 근력에 비례하여 이동속도가 추가로 상승한다는 효과가, 피부로 체감될 만큼 빠른 속도를 내주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칼자루에 손을 올리며, [류참]을 쓰겠다는 의식을 전한다.

         

       몸 전체가 미끄러지듯 앞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카파 라이노> 룬의 [돌진] 효과가 발동된 것이다.

         

       원래라면 일직선의 움직임밖에 할 수 없기에, 때와 상황을 봐야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돌진]으로 증가한 움직임이, 내가 원하는 대로 방향 전환을 이루며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류참(流斬)’이 발동됩니다.]

       [‘자유로운 돌진(P)’ 효과가 추가로 발동됩니다.]

         

       [자유로운 돌진]의 능력.

         

       [돌진]이 지속하는 동안 부딪치는 대상에게 ‘근력’ 비례 피해를 주고, 방향 전환을 자유로워진다는 효과.

         

       여기에 마력 소모가 높을수록, 선회도가 상승하는 부가 효과도 있었다.

         

       ‘…그래도 돌진은 돌진인가…’

         

       확실히 원하는 대로 민첩하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는 확실한 구조로 되어있는 교실.

         

       아무도 없는 공간을 타고 오르기에는 거칠 것이 없었다.

         

       [질주], [힘 있는 민첩성], [자유로운 돌진]을 발동한 나의 속도는, 옆 건너 달려가고 있는 주나용만큼 빨랐다.

         

       그녀와의 능력치 격차를 생각하면 실로 가공할 속도였다.

         

       “꾸륵?!”

         

       덕분에 보이지 않던 녀석과 빠르게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당황하여 뒤로 도망치는 녀석.

         

       유지되던 [은신]이 풀리며 정체가 드러난다.

         

       성인 남성만 한 크기에 색 노란색의 몸통.

         

       여기에 버섯으로 이루어진 발을 달고 도주하는 괴수.

         

       <머슈린버>.

         

       입학시험에서 <검객> 클래스의 여자애를 쓰러트렸던 <머슈룸버>의 아종이었다.

         

       <머슈룸버>가 독을 이용한 가루 공격을 펼친다면, 이 녀석은 수면 효과가 있는 기술을 주력기로 사용하였다.

         

       “꾸, 꾸르륵!”

         

       도주하던 녀석은 내 속도를 보고, 안 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도망치는 걸 포기하고, 나를 향해 갓을 들이댄다.

         

       치이익-!

         

       겨자색 비슷한 가루가 안개처럼 쏟아졌다.

         

       지금 교실에 돌아다니는 [수면 가루]보다 더욱 진한 색.

         

       <머슈린버>의 주특기이자, 까다로운 기술.

         

       [마비 가루]였다.

         

       현재 나는 [돌진]을 발동한 상태.

         

       십중팔구 [마비 가루]로 이루어진 저 영역에 들어설 거고.

       몸이 굳어 멈출 확률이 높았다.

         

       ‘아니.’

         

       정정한다.

         

       최근 성장이 없었다면 그랬을 거다.

         

       개의치 않고 일직선으로 들어섰다.

         

       [마비]가 발동된다는 정보창이 울렸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믿는 구석이 있다. 이거야.

         

       [‘강인한 지구력’이 발동됩니다.]

       [상태 이상: 마비에 저항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냥 [지구력]이라면 지속시간만 줄었지.

       저항하지는 못했을 거다.

         

       이것이 가능한 건, [강인한 지구력] 특유의 효과.

         

       소유자의 내구 수치에 비례하여, 상태 이상 저항률을 증가한다는 부가 효과가 톡톡히 밥값을 해주었다.

         

       ‘이게 바로 레어(Rare) 스킬의 위엄.’

         

       나는, 역시 스킬의 등급은 높고 봐야 한다 생각하며 몸을 숙였다.

         

       허리춤의 검을 당긴다.

         

       멈출 줄 모르고 달려 나가며, 속도와 질량을 검에 담아 휘둘렸다.

         

       슈컥!

         

       “꾸륵!”

         

       단숨에 <머슈린버>가 반으로 잘려 허공을 맴돌았다.

         

       “…응?”

         

       동시에 <머슈린버>의 몸체가 푸른색의 가루가 되어 사라져간다.

         

       이것이 의미하는 걸 알기에, 나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진짜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닌, 마력으로 빗어낸 존재.

         

       뭐야, 이 녀석…

         

       ‘…괴수가 아니라…’

         

       소환수였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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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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