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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2

       * * *

       

       

       

       

       애초에 국명만 다르지. 인구는  거기서 거기일 테니, 밭에서 사람 뽑는 나라가 바로 여기 러시아가 아닌가.

       

        보병으로 유럽 전역을 몰아쳐도 될 것이다.

       

       미국이 방장사기맵이라지만, 생각해 보면 러시아도 자원만 생각하면 어마어마하니까.

       

       당장 내가 원래 살던 세계에서만 해도 가스 벨브 잠그네 마네로 유럽 협박하기도 했잖아.

       

       더군다나 시베리아는 여전히 자원이 많으니까.

       

       

       “군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준비한 것이 있으니, 대공황이 터져도 세계가 대공황에서 회복할 동안, 저희 러시아는 괜찮을 것입니다.”

       “그럼, 다행이군요. 극동의 북만주 개발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유대인들이 폭동을 일으키지는 않습니까?”

       

       

       북만주는 사실상 군정으로 돌아가고 있다.

       

       북만주가 내전 때, 정말 기습해서 우리가 점령한 거라 공식적으로 북만주를 할양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군정을 설치했다.

       

       유대인, 조선인까지 섞이고, 남만주는 일본이 먹었으니 더더욱 한동안은 군정이 필요해졌다.

       

       당연히 군정인 이상, 오로지 백군부 관할이기에 검은 남작에게 물어본 것이다.

       

       

       “유대인은 문제없습니다. 다만.”

       “다만?”

       “북만주에 자리 잡은 조선인들이 꽤 조직적으로 만주 개발에 참여하면서 자리를 잡은 거 같습니다.”

       

       

       조직적으로 만주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만철이나 한반도에서 넘어간 조선인들이 많을 테니 꽤 혼란스럽지 않으려나.

       

       그런데 근면성실하게 일을 한다고.

       

       여러 민족이 있는데, 굳이 조선인을 콕 집어 말한 것은 유대인이나 북만주에 남은 만주족과는 다르게 특별하게 북만주에서 일을 잘 한다는 거잖아.

       

       그 말인 즉, 조선인 집단을 뒤에서 규합시킨 존재가 있다고 봐야 한다.

       

       아마 내전에서 경험 상당히 쌓은 검은 남작은 그 부분을 캐치한 것 같다.

       

       

       “조선인의 뒤에 누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예. 딱히 이렇다할 분란은 일어나지 않아 가만히 있지만. 무언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혹시 아시아 기마사단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누군가를 구심점으로 단합이라.

       

       이거 느낌이 조금 이상한데. 생각해보니 상해 임시 정부가 이 무렵에 있었나?

       

       이걸 따로 중국 쪽에 알아보기에는 좀 그런데.

       

       하지만, 일단 겉으로나마 일본과는 우방으로 지내는 러시아다.

       

       

       “혹시 만주나 중국 쪽에 일본에 맞서 싸우려는 단체가 있습니까? 예를 들면 조선인이 독립을 위해 싸운다거나.”

       “알아보면 되겠지만, 지금 현시점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랬으면 일본 측에서 저희한테 북만주 거주 조선인에 대해 조사하고 싶다고 협조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렇겠지. 그럼, 일단 일본에 맞서는 조선 쪽 임시정부는 중국에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이거 냄새가 좀 나는데.

       

       혹시 북만주에 임시정부를 멋대로 수립한 것인가.

       

       뭐 그쪽에서 조선인들을 규합해서 북만주를 개발하면. 우리 입장에서도 좋고, 조선인들도 임시정부를 러시아의 그늘 아래에 숨길 수 있어 좋을 것이다.

       

       내 추측이 맞다면 말이지.

       

       

       “그러고 보니,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조선의 황족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소문이 만철에서 돌고 있다고 합니다.”

       

       

       좀 이상하게 여기고 있을 무렵, 미하일 드로즈돕스키가 말했다.

       

       

       “조선의 황족이? 누가요?”

       “의친왕 이강이란 자가 행방불명되었다는데. 만철군에서 우리 북만주총독에게 러시아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의친왕 이강.

       

       상해 임시정부에 망명하려고 했다는데. 설마 여기서는 북만주로 망명한 것인가.

       

       그런데 이거 딱 그림이 나오잖아.

       

       북만주 내 조선인이 누군가를 구심점으로 모여 있다는 것은,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이 북만주에 있다는 것이고, 임시 정부를 수립한 것이라 봐야 한다.

       

       그게 이강일지도.

       

        

       “잠깐, 만철군에서 협조를요?”

       “네. 일본 정부가 아닌 만철군입니다.”

       

       

       벌써 만철군은 일본에서 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건가.

       

       관동군 같은 개념으로 봐야 하나?

       

       만철군은 어쨌든 일본군 소속이고, 만철은 남만주를 관리하는 일본 소유의 철도회사잖아.

       

       

       “만철군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거라 봐야 합니까?”

       “네. 일본 본국은 조선반도를 관리하느라 만철에 독립적인 지위를 부여한 거 같습니다. 형식적으로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이강이란 자를 찾았습니까?”

       “애초에 이강이란 자에 대한 정보가 적습니다. 만철군 측에서도 찾는다면 은밀히 찾는 것을 바라더군요.”

       

       

       그렇겠지. 이강이 외부로 나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외 독립운동가들이 찾으려 할 테니까.

       

       은밀히 찾는다는 것은 그래도 최대한 미국 쪽으로 가는 길은 막았다는 거 아닌가. 그러니 만주 쪽에서 찾으려는 것이고. 그것도 만철군이 찾도록 일본 본국에서 훈령을 내린 거겠지.

       

       이왕가가 외부로 나간 것을 일본 본국이 대놓고 찾기에는 조선도 챙겨야 하니 힘들 거다.

       

       

       “내무부 장관, 오흐라나 쪽에서 은밀히 찾아보세요. 갈 곳은 여기 밖에 없으니. 북만주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찾으면 일본으로 보내야 합니까?”

       

       

       일본으로 보낸다.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이왕가를 보면, 한국인 입장에서 대한제국 황실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이강이 망명을 성공했다면, 굳이 건드려서 좋을 건 없다.

       

       오히려 이강을 일본을 흔들 하나의 패로 쓸 수 있지.

       

       일종의 조커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왕가가 일본의 공작으로 매국노 취급을 받게 된다고 해도, 어쨌든 이름값은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여기서 이강을 잡아 보낸다는 것은, 다른 임시정부 요인도 일본에 보내버리자는 것이 된다.

       

       그건 좀 그렇지. 

       

       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뇨. 찾으면 일단 감시만 해두세요. 다만 어디로 떠나지는 못하게 합시다.”

       “폐하께서는 그 이강이 조선인을 규합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군요.”

       “틀린 건 아닙니다. 느낌이 그렇군요.”

       

       

       이미 임시정부에 합류했다면, 그 이름값으로 은밀히 조선인을 모을 수도 있다.

       

       때마침 만철에 있는 조선인들은 이강과 비슷하게 일본 내지에 있던 자들이니, 이왕가 격하 작업이 한참인 한반도와 달리 규합하기는 쉬울 거다.

       

       

       “내버려 두면 괜히 분란을 일으키지 않겠습니까?”

       

       

       아닐 거다.

       

       전생은 제외하고 오로지 러시아 차르의 마인드로 봐도, 북만주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갈 곳이 없다는 뜻이니 북만주에서 분란을 일으키지는 않을 거다.

       

       오히려 러시아에 도와달라고 해야 할 처지에, 뭘 하겠나.

       

       간다면 미국 쪽으로 갈 텐데, 굳이 만주의 조선인들을 두고 이강이 미국까지 갈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만주까지 넘어온 것은 일제에 부역하는 다른 황족들과 달리 일제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미인데, 미국에 가면 언제 돌아오겠나?

       

       

       “검은 남작의 말씀대로 아시아 기마사단의 조선인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대로 내버려 두죠. 무엇보다도. 일본은 우리의 우방이 아닙니다.”

       

       

       러시아인들 입장에서도 언제고 때가 되고 명분이 있으면 러일전쟁의 복수를 해야지.

       

       명색이 동서양을 걸친 대제국이 극동의 섬나라에게 패배한 것은 여전히 러시아인들의 가슴 속에 상흔으로 남아있다.

       

       그것도 로마뽕까지 차 있는 상황에서 극동의 섬나라에 복수할 기회가 생기면 하는 게 맞지 않나?

       

       이미 그때를 대비해 나는 따로 명분을 준비할 생각이다.

       

       한국 임시 정부도 그때를 위해 필요한 말 중 하나가 될 거다.

       

       

       “훗날을 대비하시는 겁니까?”

       “예. 지금 당장은 문제를 일으킨 건 아니지 않습니까? 혹시 모를 패는 준비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네. 조선인들은 러시아 극동군의 통제를 잘 따르고 있습니다. 의외로 유대인보다 더 열심히 만주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유대인들이야 당장 정착하고 살 곳이 필요했을 뿐이지만, 조선인은 더 처절하다.

       

       당장 일본에 맞서 싸울 힘을 키워야 하니까.

       

       거기에 어떻게든 일본을 피해 살 곳을 찾아야 했으니, 그곳이 북만주였던 거겠지.

       

       나중에 일본 뒤통수를 칠 때, 한국 임시정부가 한반도 내에서 조선인들을 선동해서 집단 봉기라도 일으키면 일본을 축출하는 것은 한결 쉬워질 텐데.

       

       역시 그렇다면. 극동에 가보긴 해야지.

       

       그쪽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봐야 일본과의 전쟁이 터질 때 어떻게 할지 감을 잡을 것이 아닌가.

       

       

       “흠, 극동을 한번은 가봐야 할 거 같은데 말입니다.”

       “아직 볼 거리는 성소피아 성당 외에는 없어서 아마 내년이나 내후년 쯤에는 순행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

       

       

       내년이나 내 후년.

       

       음. 30년 전까지 다칭 유전을 캐낼 수 있으려나.

       

       유전 캐내기 위해 굴착기술 개발도 최대한 서두르고 있으니, 뭔가 나올 거 같기는 한데.

       

       

       “뭘 관광가는 것도 아닌데, 소피아 성당이나 그런 게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뭐 그래도 준비 되면 보고 싶으니 때가 되면 가보죠.”

       

       

       북만주가 러시아령이 된지도 거의 4, 5년은 되지 않았나. 당장 중국물을 빼야 하는 북만주라고 다를까.

       

       지금은 꽤 러시아물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러시아화를 꽤 진행하지 않았습니까?”

       “기존의 만주인들 시가지와 더불어 최대한 러시아 도시처럼 개발하고 있습니다.”

       

       

       콘스탄티노플도 지금은 꽤 로마의 모습 재현하겠다고 난리인데. 북만주는 콘스탄티노플보다 빨리 확보했으니 괜찮을 거다.

       

       당장 내전 때부터 관리해왔으니까.

       

       

       “폐하. 만철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오늘 일본 측에서 접촉을 해왔습니다.”

       “일본 측에서요? 이번엔 만철군이 아니고요?”

       “네.”

       

       

       뭔놈의 러브콜이 그렇게 많냐.

       

       일본놈들은 정말 러시아를 우방으로 여기고 있는 건가.

       

       아, 그건 좀 역한데.

       

       이러다가 뒤통수 처맞으면 얼마나 아프려고 그러냐.

       

       그래. 이번에 그 일본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뭘 원하길래. 또 접촉을 해왔을까.

       

       

       “이번에는 무슨 일입니까? 중국이라도 함께 침공하자 그리 말하던가요?”

       “그것은 아니고, 방공협정에 자신들도 가입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놈들이 방공협정에 참여하고 싶다고?

       

       아, 이건 정말 의외인데.

       

       

       “어디서 잘도 그런 말을 듣긴 한 모양이군요.”

       

       

       딱히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이 꽤 러시아일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일본이 방공협정이라.

       

       실제 역사에서도 방공협정은 맺지 않았나.

       

       다만, 이 역사에서의 방공협정은 그냥 방공협정이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공산주의자에 맞서는 군사 동맹이지.

       

       그걸 일본이 모를 리가 없다.

       

       시베리아 열차를 빌려 타고 유럽전선까지 와서 독일과 싸우겠다 이건가.

       

       그 조건으로 뭐라도 해먹어보겠다 그것인가.

       

       욕심이 이거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놈들이 뭔데 유럽에까지 관심을 둔다는 말인가.

       

       

       “정말 독일까지 와서 싸우고, 유럽에서의 이권을 바란다는 겁니까?”

       “지난 대전쟁에서 승리 좀 했다고 눈에 뵈는 것이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정말 독일까지 오겠다고?

       

       우리가 지들 우방이 되니 유럽까지 일본군을 불러줄 것이라 생각한 건가?

       

       어느 쪽인지 모르겠지만, 역사의 개변으로 그놈들이 진짜 자기들이 유럽열강들과 대등하게 여겨 방공협정까지 맺고 싶다는 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흠, 유럽까지 진출하고 싶다는 건데.”

       “황인종놈들이 아주 기가 살았습니다. 하, 러일 전쟁 때 그놈들을 완전히 잡았어야 했는데.말입니다.”

       

       

       그래. 그래. 참 기가 살았지. 근데 인종차별은 좋지 못하다.

       

       일본놈들 명분이 결국 귀축영미를 이겨내고 아시아 해방 어쩌고 대동아 어쩌고 아니었냐.

       

       뒤통수칠 때까지 일본에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다 같은 인간입니다. 인종으로 차별을 두는 건 좋지 못하죠. 외교부에서는 어떻게 할 생각이십니까?”

       “조건에 따라 받아들이는 쪽으로 할 생각입니다. 괜히 거절했다가 극동에서 잡음이 일면 안 될 테니까요.”

       

       

       그렇겠지. 방공협정은 일본에 있어서 러일 불가침의 확장선이라고 봐야 한다.

       

       그놈들이 방심할수록 러시아에게는 이익이다.

       

       그깟 타이틀 하나 달아두는 건 어렵지 않지.

       

       최소한 러시아 극동군이 단독으로 일본군의 북진을 막을 정도로 질을 확보할 때까지는 일본 쪽 요구를 좀 들어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마냥 들어주기도 뭐한데.

       

       그렇게 해 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 우리에게 뭐가 남나.

       

       우리 우습게 보는 거 아닌가?

       

       아니야. 오히려 이거 참 좋은 거 같은데. 방공동맹이잖아?

       

       즉, 공산당을 잡는 방위동맹이고, 공산당이 유럽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때마침 중국에는 공산당이 있다.

       

       나중에 말이다. 마오쩌둥의 세력이 제법 이름이 커진다면, 일본이 건드리려고 하지 않을까?

       

       

       “대신 조건을 붙여두죠. 독일을 상대로 지원군을 보낼 때는 러시아가 요청할 때 뿐이라고. 괜히 공산당 놈들에게 명분을 줘서는 안 된다는 핑계도 덧붙여 주세요. 아, 아시아의 공산주의 확장을 막는데 돕기만 해도 된다고 말해둡시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 경계하고 있다는 건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니 일본은 어디까지나 러시아군이 요청할 때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거지.

       

       그렇게만 하면 일본은 나중에 방공협정에서 우리가 부르지 않으면 유럽에서의 이권은 딸 수도 없을 테고, 본인들도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방공협정 멤버로서 일본이 할 수 있는 건 없고, 아시아에 있는 공산당이라도 잡겠다고 중일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어쩌면 이미 그럴 생각 일 수도 있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쩌다 보니 일단 제 전전전작부터 쭉 일러스트 작업해주시던 분 중 한 분께 표지 외주 하나 더 넣었습니다만.

    대역 작업이 처음이신 것 같아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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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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