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2

        

         

         

       가는 길은 깜깜하고 습기가 차 있었다.

       춥고 건조해야 하는 것이 이곳의 공기이건만, 마치 설탕이 끓고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습기가 차 있는 것이 마치 누군가가 옆에서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았다.

       시체가 숨을 쉬어서 뱉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지만 차갑고 습기가 찬, 끈적이듯 피부에 달라붙는 공기는 자매를 공포에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오, 오래비. 여기 좀 무서운데?”

       “그, 그. 어? 귀신이 있, 어? 귀신이 있다고…?!”

         

       이아린은 겁을 먹었는지 슬쩍 진성의 곁에 붙었고, 이세린은 무섭지 않은 것처럼 나가려다가 제 악마에게 무슨 소리라도 들은 것인지 몸을 재빨리 움츠리고는 이아린처럼 진성의 옆에 딱 붙었다.

         

       “옴(ॐ).”

         

       진성이 손가락을 튕기며 주언을 읊자 그의 내부에서부터 올라온 진동이 밖으로 퍼져나가며 한 차례 어두운 공간을 뒤흔들었다. 그러자 습기가 가득 찼던 공간은 어느새 평범한 공기로 변하고, 사람의 정신을 뒤흔들어버릴 것 같았던 음습함도 어느새 사라지고 포근한 어둠만이 자리 잡았다.

         

       진성은 되었다는 듯 그대로 둘을 이끌고 문까지 향했다.

       공기가 달라지자 자매는 안심한 듯 무리 없이 걸어갔으나, 아까 느꼈던 공포 때문인지 진성의 곁에서 멀어지려 하지 않았다.

         

       “도착, 도착했어….”

         

       그렇게 깜깜한 통로를 지나 햇빛을 받자 자매는 안심한 듯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

         

       정문에 그래피티로 새겨진 글자를 보고 둘의 안색이 변했다.

         

       『 이곳엔 귀신이 있다. 』

       『 귀신 놀이공원 』

       『 수용소 귀신 출몰함! 』

       『 겁쟁이 게이 새끼들아 귀신이 어딨어? 씨발 있네 』

         

       러시아어로 쓰인 경고문구들.

       그리고 단순히 낙서가 아니라는 듯, 빈 성수병과 일회용 주물로 보이는 것들이 바닥에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게다가 널려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한자가 쓰인 부적은 불에 타버린 듯한 형상을 하고 있었고, 나자르 본주(Nazar Boncuğu)는 썩어버린 듯 색이 새까맣게 변해버린 채 쩌억 금이 가 있었다.

       인형으로 보이는 것들은 팔다리가 찢겨 있고, 성수가 뿌려진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을 것인즉.”

       “네, 네?”

       “오래비…지금 뭐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진성의 말에 둘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쿵-쿵-쿵!

         

       하지만 진성은 둘이 무서워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 앞으로 나서더니 사슬을 들어 문을 세 번 크게 두들겼다.

         

       쿵-쿵-쿵!

         

       자물쇠를 들고 다시 한번 철창을 두드리고, 잠시 쉰 후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올 뽑았다.

       뽑힌 머리카락은 살아있는 것처럼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자물쇠를 손쉽게 풀어버렸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자물쇠가 풀렸음에도 쇠사슬은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고, 도리어 문과 한 몸이라도 된 것처럼 딱 달라붙었다.

         

       그 모습에 진성은 피식 웃었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장난질을 치는구나. 저기 벽 쪽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거라.”

         

       끼이이익-

         

       그는 축지를 사용해 트럭으로 향했다.

       그는 트럭으로 이동하자마자 좌석 아래에 둔 페트병 두 개를 꺼냈다.

         

       투명한 페트병에는 혈액과 비슷한 염분농도의 소금물이.

       노란 페트병에는 윤활유와 휘발유, 강중유를 잘 섞어 만든 기름이 있었다.

         

       그는 페트병을 따서 소금물을 입에 머금고 엔진이 위치한 곳에 힘차게 뿜었다. 이와 같은 행위를 몇 번 반복한 그는 소금물을 입에 머금은 뒤 자신의 몸에 뱉었다. 그리고는 기름이 든 페트병을 열고 그것을 트럭의 바퀴에 콸콸 부었다.

         

       그렇게 부어진 기름은 바퀴의 홈을 타고 흐르더니 땅이 물을 빨아들이듯 타이어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그것을 본 진성은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더니 트럭의 엔진 부분을 몇 번 쓰다듬었고, 운전석 문을 주먹으로 약하게 쳤다.

         

       쿠웅!

         

       그러자 차에서도 그것에 회답하듯 쿠웅-하는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짓도 참으로 오랜만에 해보는구나.’

         

       진성은 감회가 새롭다는 듯 운전대를 슬쩍 쓰다듬었다.

         

       ‘기계령(Machine Soul) 소환 주술.’

         

       그가 용병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차량이 퍼지지 않도록 임무를 나갈 때마다 걸었던 주술이며, 세계 3차 대전 당시 세를 이루며 도적질을 하던 범죄 집단 ‘강철 자경단’이 주로 사용하던 주술이기도 했다.

         

       부르르릉!

         

       진성이 감회를 느끼며 운전대를 계속 쓰다듬고 있자, 차량이 제멋대로 시동이 걸리더니 엔진 소리를 발했다. 마치 그 모습이 어서 빨리 출발하지 않고 뭐하냐고 재촉하는 성질 급한 말 같았다.

       진성은 트럭의 재촉에 피식 웃더니 운전대를 잡고 액셀을 힘껏 밟았다.

         

       부아아아앙!

         

       트럭의 엔진에서 스포츠카가 낼 법한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바퀴가 미친 듯이 회전했다.

       마치 자신이 레이싱카라도 된 것처럼 트럭은 순식간에 가속하며 어두컴컴한 길을 나아갔다.

         

       콰드득!

       콰드드드득!

         

       트럭을 가로막는 덩굴이나 나뭇가지는 어마어마한 질량에 조각나며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렇게 파죽지세로 나아간 트럭은 순식간에 정문까지 도달했다.

         

       부아아아앙!

         

       정문이 보이자 진성은 다시 한번 엑셀에 힘을 꽉 주었고, 트럭은 굉음을 내면서 진성에게 호응하며 더 가속했다.

         

       빠르게.

       더 빠르게!

         

       계기판의 바늘이 미쳐 날뛰고, 트럭 역시 미쳐 날뛰며 턱을 뛰어넘어 하늘을 날았다.

         

       콰아아앙!

         

       그렇게 날아간 트럭은 정문을 그대로 때려 부쉈다.

       정문을 밀어버린 것도 아니고, 단단히 묶여있는 철창을 박살 내서 저 멀리 날려버린 것이다.

         

       텅!

       터어어엉!

         

       하늘 높이 날아간 철창은 땅에 떨어지며 굉음을 냈고, 마치 고통스럽다는 듯 부르르 떨더니 움직임을 멈추었다.

         

       콰드득!

         

       진성은 핸들을 거칠게 돌려 날아간 철창을 트럭으로 짓밟고는 차를 멈춰 세웠다.

         

       “이제 들어와도 되느니라.”

         

         

         

        * * *

         

         

         

         

       [ 이 놀이공원에 있는 것들도 독한데, 네 오빠는 그것보다 훨씬 독하구나. ]

         

       악마는 진성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의 시선 끝에는 물건을 허공에 둥둥 띄워 제단을 만들고 있는 진성이 있었다.

         

       “무, 무서운 소리 하지 마….”

       『 보이지 않아서 무서운 것이라면 보면 되지 않느냐? 능력을 쓰면 된다. 』

       “그, 그게. 보이면 안 무섭지만…. 징, 징그러울 것, 같은데….”

       『 그렇긴 하다. 』

         

       이세린은 악마가 귀신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타박하듯 슬쩍 눈을 흘겼다. 그러다가 문득 겁이 들었는지 부르르 떨더니 악마가 있는 쪽으로 슬쩍 몸을 기울였다.

         

       [ 계약자야, 쓸데없이 공포 장르를 무서워하는 나의 계약자야. 보아하니 직접 확인할 생각은 없어 보이니 말을 해주는 것이다. 너는 귀신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 네 오빠가 손을 써서 이 주변으로는 얼씬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너는 아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느니라. ]

       “어, 어쨌든 이, 있다는 건데…?”

       [ 그건 어쩔 수 없느니라. ]

         

       악마는 자신의 눈에 비친 수많은 영혼을 보며 입술을 핥았다.

         

       볼품없는 거적때기를 걸치고 있는 수많은 악령.

       앙상한 몸에 거적때기를 걸친 몸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빈손으로 노동을 반복하는 그 모습이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앙상한 몸만큼이나 그 힘이 약했는데, 과장 좀 보태서 햇볕에 잘 말린 소금만 뿌려도 그대로 퇴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약하다 한들 악령은 악령.

       하나하나는 그 힘이 약하기 짝이 없다고 한들 단체로 모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간수로 보이는 악령의 통제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만약 무리를 이루게 된다면 골치 아픈 존재가 될 것만 같았다.

         

       무리를 이루게 된다면 말이다.

         

       『 이 쇳덩이를 치 』

       『 워 』

       『 우리를 건드리면 서기장 동무가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 이 반동분자 새끼 』

       『 이걸 당장 치우면 자아비판으로 봐주겠다. 』

         

       간수로 보이는 악령들은 진성에 의해 트럭에 깔려 악을 쓰고 있었다.

       일행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던 단단한 쇠사슬은 그들을 억압하는 구속구가 되었고, 그들의 영역을 구분 지어주던 단단한 철창은 그들을 가두는 창살이 되어 그들을 바닥에 짓누르고 있었다.

       게다가 철창을 짓누르는 트럭에서 흐르는 미량의 기름과 소금물은 깔린 간수들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간수가 소리를 내지를 때마다 악령들이 한 무더기씩 몰려왔는데, 그들은 그대로 진성이 쳐놓은 결계에 걸려서 덜컥 굳어버렸다.

       그 모습이 마치 미끼에 몰려든 벌레떼가 끈끈이에 걸리는 모습과도 흡사했다.

         

       악령을 잡는 포충기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그래.

       진성은 지금 악령을 미끼로 악령을 잡는 짓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세련된 형태로 말이다.

         

       [ 흐음.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 이건 어디서 배우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악마는 나이와 경험에 걸맞지 않게 세련된 진성의 주술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호기심을 드러내었다. 그 호기심은 꽤 강렬한 것이라, 이세린을 이용해 진성에게 질문을 전달하게 할까 고민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호기심도 진성에게 느껴지는 꺼림칙함을 이길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레모리는 그냥 호기심을 접었다.

         

       대신에 진성이 행할 주술에 관심을 보였다.

         

       [ 저 제단이야 대충 어떤 것을 할지 알겠는데, 저 악령들은 대체 왜 잡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

         

         

         

       

    다음화 보기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