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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2

       

       

       

       

       

       102화. 결투 축제 ( 1 )

       

       

       

       

       

       99개의 성화에 불이 붙었다!

       

       이 짧은 소식은 성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발 없는 말이 가장 빠르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성도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간 소문.

       

       축제, 축제가 열린다!

       

       가장 명예로운 전사를 위한 영광의 축제가 열린다!

       

       만신전은 언제라도 축제를 열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기에, 빠르게 움직이며 모든 도전자들을 불러 모았다.

       

       오라, 도전자들이여!

       

       영광의 결투장으로 오라!

       

       늦은 밤까지 사제와 성기사들이 성도를 돌아다니며 도전자들에게 축제에 대한 사항을 전달했다. 축제의 시작은 내일 아침. 늦지 않도록 신신당부하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똑똑-!

       

       “우음…”

       

       

       노크 소리에도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핑크 머리 루엘 사제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까치발로 서며 다시 한번 노크를 했다.

       

       

       똑똑똑-!

       

       

       아무도 없는 걸까? 하지만 자신이 받은 명단에는 분명 이쪽 대장간이 거주지로 적혀있는데…

       

       잠시 갈팡질팡하던 루엘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다면 편지라도 적어서 축제에 대한 사실을 알려야 했다.

       

       대장간의 문이 끼익하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싸늘하게 식은 대장간의 냉기가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자 저 안쪽의 문 너머로 떠들썩하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쪽에 계셨구나!’

       

       

       얼굴이 밝아진 루엘이 호다닥 걸음을 옮겼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갈수록 뜀박질이 점차 느려지더니, 이윽고 우뚝 멈춰섰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시끄럽게 떠드는 사내의 목소리, 코를 찌르는 익숙한 술의 향기. 이 냄새는… 성지에서 맡았던 술의 냄새!

       

       그것들을 인지하는 순간 루엘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성지에서 있었던 일들이 루엘을 스쳐 지나간다. 

       

       술집, 술, 천사, 근육…근육… 무수한 근육과 수염의 향연… 울끈불끈한 근육, 핏줄이 막 꿈틀거리고… 처, 천사님? 근육? 구불거리는 수염?

       

       

       “우, 우으…”

       

       

       좋지 못한 기억이 떠오르며 눈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 루엘.

       

       안색이 파리해진 루엘은 비틀비틀 대장간의 밖으로 향하다가, 축제에 대한 것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다시 돌아왔다.

       

       

       “펴, 편지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눈으로 어떻게든 필사의 힘을 쥐어짜내 편지를 적은 루엘은 후다닥 대장간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루엘이 혼신의 힘을 짜내서 적은 편지는…

       

       

       “음? 뭐지 이건?…낙서인가?”

       

       

       지렁이처럼 꾸불거리는 글씨를 알아보지 못한 레온에 의해 허무하게 버려지고 말았다.

       

       

       

       

       

              * * * * *

       

       

       

       

       

       눈부신 해가 떠오른 축제 당일.

       

       

       “먼 발걸음을 옮겨 이 자리를 빛내주시니 큰 영광입니다, 폐하.”

       

       “아닐세.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온 손님을 이렇게 환대해주니, 그저 감사할 뿐이네.”

       

       “허허허. 폐하께서 어찌 손님이십니까? 여섯 신 아래에 저희는 모두 가족입니다.”

       

       

       신성 로마니안 제국의 황제 카이사르와 안토니오 사제는 경기장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눴다.

       

       결투 축제에 대한 소식이 제국에 퍼지자, 카이사르는 모든 정무를 내팽개치고 성도로 달려왔다.

       

       축제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카이사르가 안토니오를 향해 넌지시 물었다.

       

       

       “안토니오 경. 혹시 이번 축제가 끝나고서 세례식이 예정되어 있는가?”

       

       “세례식 말씀이십니까? 따로 예정된 건 없습니다만… 어쩐 일이신지요.”

       

       “다름이 아니라, 내 아들과 내가 세례를 받으려고 하는데 성도에서 했으면 하네.”

       

       

       카이사르는 자신의 옆에 꼭 붙어있는 율리우스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곱슬곱슬한 금발 머리에 오동통한 젖살이 돋보이는 사내아이였다.

       

       멀찍이 떨어져서 둘의 대화를 열심히 엿듣던 각국의 왕족과 귀족들은 제국의 황제가 세례를 받는다는 말에 표정이 변했다.

       

       황제가 세례를 받는다니! 그것도 황태자와 함께!

       

       안토니오는 허허로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허허. 폐하께서 세례식을 받으신다면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마련해야지요. 조만간 좋은 날을 잡아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음, 고맙네.”

       

       “별 거 아닙니다. 그나저나 폐하. 혹시 세례명은 생각해보셨는지요?”

       

       “세례명? 아니, 따로 생각해둔 건 없네.”

       

       “보통은 성인의 이름을 따서 세례명을 정합니다만, 폐하께서 사도시기도 하니 본명을 사용하셔도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호? 그렇군. 혹시 안토니오라는 이름도 세례명인가?”

       

       “그렇습니다. 아마 폐하께서 만나셨던 케니스 용사님의 이름도 옛 성인의 이름을 따온 세례명이지요.”

       

       “흥미롭군. 만신전에 소속된 자들은 모두 세례명으로 활동하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세속과의 연을 끊고 신에 귀의했다는 의미입니다만, 뭐 세례명을 쓰는 자도 있고 본래 이름을 쓰는 자도 있습니다.”

       

       

       케니스는 애초에 고아로 자라와서 본명이라고 할 게 없는 경우였다. 

       

       둘의 이야기는 거대한 북소리가 울리면서 멈췄다.

       

       둥-! 두두둥-!

       

       경기장 전체에 울리는 거대한 북소리. 원초적이고 심장박동과 가장 닮은 악기의 소리가 결투장을 뒤덮는다.

       

       둥- 두둥- 둥! 두둥!!

       

       점차 빨라지는 북소리. 관중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심장도 더욱더 빠르게 뛰며 분위기가 뜨겁게 끓어올랐다.

       

       척척척-

       

       이윽고 도전자들이 굳은 발걸음으로 결투장에 나타났다. 관중들의 뜨거운 분위기에 압도되었는지, 조금 긴장된 얼굴이었다.

       

       

       “여섯 신의 은총 있기를!”

       

       

       사회를 맡은 금발 머리의 성기사 한 명이 경기장에 들어서며 크게 외쳤다.

       

       

       “”신의 은총이 있기를!!””

       

       

       관중들이 화답했다. 수천 수만의 외침은 그 자체로 거대한 울림을 주는 목소리가 되었다.

       

       

       “영광스러운 날입니다! 여섯 신의 이름으로, 신께서 지켜보는 축제의 날이 밝았습니다!”

       

       

       신성력으로 목을 강화했는지, 듣기 좋은 미성의 목소리는 넓은 경기장 구석구석까지 뚜렷하게 들렸다.

       

       

       “가장 명예롭고 강한 전사는 누가 될 것인가! 신의 이름 아래, 누가 가장 영광된 전사가 될 것인가!”

       

       – “케니스, 케니스, 케니스!!”

       

       – “프리가아아아!! 꺄아아악!! 언니 날 가져요!!”

       

       – “이스칼 잘생겼다!!”

       

       

       관중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전사의 이름을 미친 듯이 외치며 열광했다. 뜨겁게 달아오르며 터질듯한 경기장. 사회자를 맡은 성기사는 능숙하게 진행을 이어갔다.

       

       

       “도전자들이여ㅡ! 환영합니다!! 아흔 아홉 개의 성화가 타오르고, 마침내 축제의 때가 되었습니다! 지엄하신 여섯 신께서 그대들을 지켜보고 계시니! 그대들의 명예와 영광을 위해! 싸우고, 승리하라! 자, 결투 축제의 시작입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경기장의 하늘에서는 색색의 화려한 꽃들이 휘날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럼 역전의 전사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도전자들의 가장 선두, 타오르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인.

       케니스가 대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시대의 영웅! 신의 용사! 기적의 대행자ㅡ! 용사, 케니스!!”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화려한 호칭에 케니스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꿋꿋하게 포즈를 취했다.

       

       

       “야 들었어? 하하하! 기적의 대행자란다.”

       

       

       옆에 있는 프리가는 건수를 잡았다는 듯 놀리고 있었다. 즐겁게 웃는 프리가의 얼굴은 얼마 가지 않아 처참하게 구겨졌다.

       

       

       “신화시대의 지배자! 무시무시한 용을 잡은 역전의 전사! 용 사냥꾼! 용 시해자, 프리가!!”

       

       “용 사냥꾼이래요, 공녀님. 사냥꾼! 아하하하!”

       

       “하, 씨. 다른 거 다 내버려 두고 하필이면 사냥꾼이 뭐야…”

       

       

       프리가는 고개를 푹 숙였다. 케니스는 그녀에게 연신 사냥꾼이라고 말하며 놀렸다. 

       

       물론 겉보기에는 근엄하게 서 있는 채로, 둘에게 들릴 정도로만 떠들었다.

       

       사회자는 모든 도전자를 빠르게 소개하며 순서를 이어 나갔다. 한 명이 비었지만, 사회자는 흐름을 위해 자연스럽게 다음 순서로 이어가려고 했다.

       

       그때,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낡은 수레가 보였다.

       

       삐그덕, 삐그덕 소리를 내는 수레의 뒤에는 거구의 사내가 철푸덕 쓰러져 있었다. 사회자의 눈이 거칠게 떨렸다.

       

       저 거구의 사내, 설마 마지막 도전자인가?

       

       

       ‘무슨 술 냄새가…!’

       

       

       사회자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길고 긴 성도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신께서 준비한 축제다. 벌써 축제의 흐름이 깨지면 안 되는 일.

       

       사회자는 애써 태연하게 말했다. 이조차도 연출의 일부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대본도 바꿨다.

       

       

       “막 도착한 도전자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거구의 사내가 수레에서 비척비척 일어나더니, 크게 외쳤다.

       

       

       “내 이름은 라이언하트ㅡ!! 강인한 사자의 심장이요, 성도 최강의 팔라딘ㅡ!!”

       

       

       사회자의 얼굴이 파리하게 죽었다.

       

       뭐라고? 팔라딘? 라이언하트?

       

       저도 모르게 안토니오가 있는 곳을 바라보는 사회자.

       

       안토니오 대사제가 연락이 안 되는 팔라딘 한 명 때문에 골머리 썩히는 것을 만신전의 모든 이들이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안토니오의 얼굴은 점차 울그락불그락해지며 핏줄이 돋아난다. 옆에 있는 황제는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지했는지, 황태자를 데리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하고 있었다.

       

       

       ‘아, 안돼!! 대사제님, 참으셔야 합니다!’

       

       

       사회자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여기서 안토니오가 결투장에 난입해서 라이언하트를 때려눕히기라도 하면, 감당할 수 없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뿜어내는 기세는 흉신익살, 분노의 화신 그 자체가 된 안토니오의 눈이 거칠게 떨리더니 문득 거대한 여섯 개의 옥좌를 바라봤다.

       

       한참 동안 옥좌를 바라보던 안토니오는 성호를 그으며 후-하는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사회자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 다행이다…’

       

       

       여기서 안토니오까지 난입했으면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이르렀으리라. 어쩐지 배가 살살 아파오는 사회자는 애써 얼굴을 피며 축제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위대한 여섯 신의 이름으로! 모든 도전자들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제 그 위대하고 영광된 결투 축제를ㅡ!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사회자의 걸쭉한 외침에 관중들의 환호성이 더욱 커졌다. 용사와 용 사냥꾼, 거기에 팔라딘까지! 쟁쟁한 전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결투라니! 결코 그에 뒤지지 않는 전사들이 한 곳에 모였으니, 참으로 희대의 결투였다.

       

       화르륵-!

       

       군중들의 환호성이 보답하듯, 아흔 아홉 개의 성화가 더욱더 거세게 타오르더니, 그 안에 있는 무언가를 내보였다. 

       

       

       “어, 어어? 저기, 저길 봐! 성화가!”

       

       “안에… 뭔가 있는데?”

       

       

       성화의 안에 있는 것은 빛으로 빚어진 성유물이요, 하나하나가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성물이었다. 별빛이 흐르는 망토와 눈부신 보석으로 꾸며진 팔찌, 단아하고 우아한 목걸이…

       

       타오르는 불꽃 때문에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형태는 뚜렷하게 보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회자의 눈이 거칠게 떨렸다.

       

       

       “저, 저건…?”

       

       

       아흔 아홉 개의 성화 중에서 유독 거대하게 타오르는 성화가 있었으니, 그 수는 모두 열 개. 

       

       열 개의 성화 속에는 각종 무기와 보석 그리고 말 한 필이 있었다.

       

       이윽고 아흔 아홉 개의 성화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사들이여, 그대들은 나의 전사들이니.》

       

       

       그 목소리는 아이의 목소리같기도 하였고, 어른의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혼자 말하는 것과도 같았고, 군중이 외치는 것과도 같았다.

       

       참으로 신묘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라,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었음이다.

       

       

       《영광스러운 전투 끝에서 승리를 누려라. 그대들은 명예롭게, 하지만 치열하게 싸워야 함이다.》

       

       《내가 그대들을 위한 아흔 아홉 개의 과실을 준비했음이니, 마지막까지 서 있는 자는 가장 달콤한 과실을 누릴 수 있으리라.》

       

       《전사들이여, 명예롭게 싸우고 영광을 취하라.》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신의 전언. 그 목소리의 여운은 경기장을 맴돌았다.

       

       

       명예롭게 싸우고, 영광을 취하라.

       

       신이 준비한 승리의 달콤함을 누려라!

       

       

       상황을 파악한 전사들이 더욱더 호승심을 불태웠다. 성화는 모두 아흔 아홉 개.

       여기 모인 전사들 중에서, 오직 아흔 아홉 명이 신의 성유물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프리가는 열 개의 거대한 성화 중에서 단 하나의 성화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밝게 타오르는 성화의 사이로 말의 그림자가 뚜렷하게 보인다. 불꽃이 일렁거려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그 형태는 틀림없는 말이다.

       

       바로 옆에는 도끼의 그림자가 보이는 성화도 있었지만, 프리가의 시선은 오직 말을 향하고 있었다.

       

       새빨간 혀가 날름 입술을 훑고 지나간다. 날카로운 눈동자가 북부의 맹수처럼 빛을 발한다.

       

       

       ‘어디 보자… 저게 열 번째 성화네?’

       

       

       프리가의 목표 순위는 10등. 노리는 것은 오직 하나.

       

       성화 속에 있는 저 말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어색한 부분에 대한 지적은 늘 감사합니다!!

    댓글과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6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라이언하트의 인생 업적 : 신이 주최한 축제에 지각함, 술 마시고 주정부림.

    어떻게 보면 진정한 야수의 심장 아닐까요??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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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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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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