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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2

        

       ‘개복치 같은 새끼.’

         

       올리비아는 혀를 차며 아공간을 뒤졌다. 그녀가 꺼낸 것은 딸기향을 진하게 풍기는 포션이었다. 제자들에게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종류였다. 올리비아는 마개를 딴 다음 키엘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대로, 입에 병을 꽂아넣었다.

       

       “……!”

         

       물밀듯이 밀려오는 액체에 키엘이 버둥거렸지만, 올리비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키엘 정도 되는 기사가 목 잠깐 막혔다고 죽기야 하겠는가.

         

       ‘그렇다고 다소곳하게 먹여줄 수도 없고.’

         

       그렇게 되면 뭔가 그림이 이상하지 않은가. 곧 에스티와 무왕이 돌아올텐데, 그들의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았다.

         

       올리비아는 슬쩍 키엘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키엘 로트실드]

       – 레벨 : 87

       – 호감도 : -100

       – 직업 : 검성

       – 회귀자, 검의 구도자, 방랑검사.

         

       ‘그래도 레벨은 많이 올렸네.’

         

       반년이 조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4레벨이나 올랐다. NPC가 아닌 유저라고 착각할 정도의 성장속도였다.

         

       “……쿨럭!

         

       키엘이 검게 죽은 피를 토해냈다. 진탕되었던 내장이 점차 제자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저대로 내버려두기만 해도 오늘 안에는 회복할 것이다.

         

       “당신은 저주 받은 사람이군요.”

         

       키엘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던 중에 목소리가 들렸다. 무왕을 보좌하던 주술사였다. 그의 주변에는 탈진하여 기절한 주술사들로 가득했다.

         

       상잔(相殘)……은 아니다. 그냥 무왕의 뒤처리를 하다 탈진한 것 뿐이다. 뒤처리라고 하니 쉬워 보일지는 몰라도, 산 하나를 통째로 복원하는 작업이다. 탈진하는 것이 당연했다

         

       “……저주?”

        “무왕을 모시고 있는 록파라고 합지요. 미천하지만, 명경(明鏡)을 개안한 주술사이기도 합니다.”

         

       주술사에게 있어 명경이라 함은 절대 낮은 경지가 아니었다. 미약하지만 상대의 운명을 읽어 길과 흉을 점칠 수 있으며, 영혼을 다루는 능력과 저주에 능통한 경지가 바로 명경이다.

         

       “나는 네가 누군지를 물은 게 아닌데.”

       “하하.”

         

       록파가 웃음을 흘렸다. 올리비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런 록파를 노려보았다.

         

       ‘……처음 보는데. 누구지?’

         

       무왕의 직속 부하 정도 되는 주술사라면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명경씩이나 달성한 주술사를 몰랐던 것도 신경이 쓰였지만, 올리비아를 거슬리게 한 것은 록파가 중얼거린 저주라는 말이었다.

         

       “저주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그렇게 쳐다보시면 무섭습니다.”

        “내가 지금 장난하는 걸로 보이나?”

         

       츠츠츠츳!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매서운 서릿발이 퍼져나갔다. 서릿발은 순식간에 록파의 발목을 붙잡았다.

         

       대자연이 올리비아의 마나에 이끌려 움직인다. 록파의 눈이 크게 떠졌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올리비아가 몸에 품은 마나는, 명경에 도달한 그로서도 감히 측량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태껏 록파가 측량하지 못한 인간은 단 둘뿐. 그의 스승과, 올리비아 뿐이었다.

         

       “……실례했습니다. 심기를 거스른 것에 대해 사과드리겠습니다.”

         

       올리비아가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록파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고집으로 가득 찬 다른 주술사와는 다르게, 그는 세태와 야합할 줄 아는 자였다.

         

       ‘이거 참,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군.’

         

       록파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가 스승을 떠나기 전, 그러니까 한 5년 쯤 전에 들었던 이야기다.

       월(月)의 마경에 처박혀 사는 주술사들은 이따금 마경 바깥으로 나가 마음에 드는 아이를 납치해 제자로 키우는데, 록파 또한 그런 경우였다.

         

       개중에서도 록파의 스승은 유독 특이했다.

       일반적인 주술사들은 제자를 하나씩만 두는데, 록파의 스승은 제자를 못해도 열 명은 두었다. 록파는 그들을 직접 만나 보지는 못했으나, 가끔씩 수정구로 통화하는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스승은 제자들을 하산시킬 때 항상 이런 말을 했다.

         

       북부에는 가지 마라.

         

       그곳에는 대마녀가 있다.

         

       “……대마녀?”

         

       록파의 말을 듣고서, 올리비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북부에 있는 ‘마녀’는 자신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외인(外人)은 키엘과 밤까마귀 둘 뿐이다.

         

       “……네 스승이 누군데?”

       “말할 수 없습니다. 오해는 마십시오. 스승님께 납치당했을 때부터 영혼에 맹약이 새겨진지라…….”

         

       말하면 죽는다는 뜻이다.

         

       올리비아가 한 걸음 다가오자, 록파가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마법으로 제 생각을 읽으려 하셔도 소용 없습니다. 저는 스승님의 모습도, 목소리도 알지 못합니다. 저를 납치하신 날부터 지금까지 제자인 제게도 편린조차 드러내지 않으신 분입니다.”

       “…….”

       

       올리비아는 입을 다물었다.

         

       ‘……뭐하는 놈이냐. 너.’

         

       그건 록파를 향한 물음이 아니었다. 베일에 싸인 스승이라는 작자를 향한 질문이었다.

         

       올리비아가 락테아의 모든 NPC를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강자들은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록파라는 주술사도, 그 스승이라는 작자도.

         

       “푸른 뇌전을 품은 눈동자, 새하얀 눈과 같은 머리칼……스승님께 들었던 대로라 제가 더 놀랐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우시군요.”

       “개소리 집어치우고……그걸 언제 들었다고?”

       “예언 말씀이십니까?”

        “어.”

        “5년 전에 들었습니다.”

         

       지금이 제국력 987년이니까, 5년 전이면 982년.

         

       회귀는커녕, 튜토리얼보다 훨씬 이전이다.

         

       그럼 그때부터 올리비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말인데,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 개소리를 나보고 믿으라고?”

        “……아니십니까? 그럼 옷은 왜 그렇게…….”

         

       올리비아의 옷차림은 누가 뭐래도 마녀를 연상시키는 옷차림이었다.

         

       “됐고, 그럼 저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몰살회차에서 록파라는 이름의 주술사를 죽였던 기억이 없었다. 물론 죽였던 모든 사람을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확실한 증거가 있었다.

         

       록파의 호감도가 마이너스로 표기되지 않는 것이 그 증거였다.

       주술사는 마녀를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는 별종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저주를 언급했다.

         

       “말 해. 도대체 내가 무슨 저주를……”

       “흐끅!”

         

       록파가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떨궜다. 잠시 뒤, 그의 고개가 다시 들렸을 때, 그의 눈은 흰자만 남은 채 뒤집혀 있었다.

         

       [월의 마경으로 오라.]

         

       록파의 입은 쫙 벌어진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몸에 다른 누군가가 깃들어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분명 그 스승이라는 작자일 것이다.

         

       [앞으로 5년이다. 5년 안에 월의 마경으로 오지 않으면, 네 저주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다.]

         

       올리비아는 같잖다는 웃음을 지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적대하는 이유는 몰살회차의 업보 때문에 호감도가 박살난 탓이지, 저주 때문이 아니었다.

         

       저주 같은 게 있을 턱이 없다.

         

       올리비아는 록파의 흰자위를 똑바로 응시했다.

         

       “있다고 치고, 너 누구냐?”

       [월의 마경으로 오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명심해라. 5년이다.]

         

       그 말을 끝으로, 록파가 입을 다물었다. 잠깐 시간이 지나자, 록파가 인상을 찌푸리며 턱을 매만졌다.

         

       “……으어. 빌어먹을 스승님. 빙의하면 턱 빠진다고 몇 번을 말해도.”

         

       코앞에서 느껴지는 사나운 시선에, 록파가 서둘러 둘러댔다.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스승님이 뭐라고 하셨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냥 연락책일 뿐입니다.”

       “나한테 저주니 뭐니 한 것도, 스승이란 녀석이 시킨거냐?”

        “……예. 그렇습니다.”

       

       올리비아는 침묵했다. 스승이라는 녀석의 수준은 몰라도, 몇 십년치의 미래를 예지할 정도라면 보통은 아닐 것이다.

         

       문득 불안해졌다. 정말로 자신이 모르는 저주가 있다면?

         

       ‘……빌어먹을.’

         

       정신을 동요시키고자 했다면 성공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무왕의 비서가 된 것도 스승이 시킨거냐?”

        “하하하…….”

         

       시킨 것이 맞다는 뜻이다.

         

       ‘빌어먹을 주술사 새끼들.’

         

       마법사들에게 제자란, 자신의 연구를 이어갈 후인이자 모든 것을 계승할 후계자다.

       하지만 주술사들에게 제자란, 말 잘 듣는 인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제자들도 그 사실을 당연시 여긴다는 것이다.

         

       “저는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북부의 대마녀시여.”

         

       록파는 무왕이 있는 방향을 향해 까마귀를 날렸다. 까마귀의 발에는 쪽지가 묶여 있었다. 무왕을 그만 모시겠다는 내용의 쪽지였다. 록파가 웃으며 말했다.

         

       “스승님께 들었던 것보다 훨씬 선하시군요. 부디, 지금처럼 이성을 잃지 말아주시길.”

        “야, 너 그게 무슨……!”

       

       록파는 그 말을 끝으로 낙엽으로 화해 사라졌다. 올리비아는 다급하게 마나를 운용하여 록파의 움직임을 틀어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빌어먹을 주술사 새끼.’

         

       주술과 마법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기에, 아무리 올리비아라고 한들 주력(呪力)을 한순간에 틀어막는 것은 무리였다.

         

       5년. 저 록파라는 새끼는 고작 말 몇 마디를 전하기 위해 무왕의 비서로 5년 동안 살았다.

       주술사라는 족속이 얼마나 미친 놈들인지 알 수 있었다.

         

       ‘젠장, 월의 마경을 가야 된다고?’

         

       일(日)과 월(月)의 마경은 다른 마경들과 난이도부터 차원이 다르다. 출입하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는 것부터 빡셀 정도다.

         

       올리비아는 아랫입술을 빠드득 씹었다. 5년만 놓고 보면 충분했지만, 아리아의 견제와 제자들의 육성을 생각하면 마냥 충분하지도 않았다.

         

       월의 마경으로 가기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하다.

       필요한 열쇠는 총 세 개. 그리고 그 열쇠는, 각기 다른 세 마경에 위치해 있다.

         

       그 중 가장 가까운 게…….

         

       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에스티가 물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정말 징하다 징해. 인간이 만족할 줄을 모르네.”

       “본좌는 아직 제대로 된 바다를 상대하지 못했다!”

        “개 같은 놈아. 바다는 나도 통제 불능이라고. 파도 보여줬으면 됐잖아.”

       

       에스티와 무왕이 투닥거리는 것을 보며, 올리비아는 헛기침을 했다. 지금 갈 수 있는 마경 중 가장 가까운 곳은 금(金)의 마경.

         

       그리고 금의 마경은 아틸라 산맥 최심부에 위치해 있다.

         

       ‘내 마법은 너무 눈에 띄어.’

         

       최심부까지 땅을 파고 들어가야 겨우 마경 입구에 도착할 수 있는데, 올리비아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 정도 깊이를 파고 들어가려면 분명 대마법을 사용해야 할 텐데, 숨길 자신이 없었다.

         

       아리아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단숨에 마경까지 파고들어갈 수 있는 인간은 단 한 명 뿐이다.

         

       “아쉐 발타르. 나 좀 도와줘.”

       

       무왕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커다란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빌 뿐이었다.

         

       “나랑 한 판 하게 해줄게.”

       “……쯧. 어디서 개가 짖는구나. 본좌가 너같은 비열한 마술쟁이를 상대해 줄 것 같으냐?”

       “그럼 드래곤은?”

       “……드래곤?”

         

       무왕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의 입술이 호승심으로 꿈틀거렸다.

       아직 드래곤은 상대해 본 적 없는 탓이다.

         

       “그러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

       

       무왕이 이를 드러내어 웃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팬아트도 보고 가세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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