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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2

   애버리는 갈색 봉투에 담겨져 있던 여러 문서를 보고서 웃음을 지었다.

   

   그래요. 루시 알른. 당신이 깨끗한 사람일 리가 없죠.

   

   애버리가 들고 있는 갈색의 봉투는 그녀가 우연찮게 접촉한 정보원에게 의뢰해 얻어 낸 루시 알른에 대한 여러 정보였다.

   

   문서 속에 담겨 있는 정보는 이러했다.

   

   우선 현 전투학 교수인 칼이 알른 가문의 기사 출신이라는 것.

   

   왜 두 사람이 항상 붙어 다니나 했더니 애초부터 주인과 종자의 관계였던 것이다.

   

   이는 아카데미의 규율 상으로 불법적인 일이니 충분히 항의를 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문서 안에는 루시 알른이 뒷세계의 사람과 거래를 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

   

   항상 고귀해야할 기사 가문의 영애가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하여 천하고 더러운 것과 직접 거래를 하다니!

   

   이것은 분명한 불명예였다.

   

   최소한 종자를 거치는 정도의 노력조차 하지 않다니.

   

   기품이 없어도 너무도 없군요.

   

   하긴 기품을 배우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야만인이 이에 대해 어찌 알겠나요.

   

   정확하게 뒷세계의 사람과 무슨 거래를 했는지는 그 문서에 적혀 있지 않았지만 별 문제 없었다.

   

   뻔하지 않은가.

   

   소울 아카데미의 입학시험과 관계된 부정이거나, 아서 왕자님을 상대로 한 내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사들인 부정이겠지.

   

   어쩌면 그보다 더 한 것일지도 모르고.

   

   이외에도 문서 안에는 루시 알른에 대한 여러 추문과 의심들이 적혀 있었다.

   

   좋아요.

   

   처음에 보았을 땐 반신반의했는데 그 사람 검은색으로 우중충한 것치곤 능력 있는 사람이었네요.

   

   그 문서의 말단에는 정보원이 적은 것으로 추정되는 ‘알른 가문의 사람과 공식적으로 적대하지 마십시오.’ 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지만 애버리는 그를 눈으로 잃고 흘려버렸다.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걱정을 하는 걸까요?

   

   매일 같이 바닥을 갱신하고 있는 루시 알른이 저에게 해를 가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아아. 물론 그 썅년이 주먹을 휘두른다면 이야기가 다르긴 하겠지만 맞상대를 해주지 않으면 그만이잖아요.

   

   설마 그 미친년이 달려들어서 저를 죽이려 들기라도 하겠어요?

   

   애버리는 자신이 읽은 문서를 갈색 봉투에 담고서 콧노래를 부르며 방을 빠져나왔다.

   

   그녀의 행선지는 바로 조이가 쉬고 있을 방이었다.

   

   최근 들어서 파트란 영애께선 루시 알른과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알른 영애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이라며.

   

   예전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조이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다른 영애들은 그 소리를 믿지 않았다.

   

   그녀들은 하나 같이 과거 사교계에서 루시 알른에게 모욕을 당했던 사람들인 것이다.

   

   그 성질 더러운 루시 알른이 개과천선을 했다니. 그럴 리가!

   

   차라리 내숭을 부리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쪽이 현실성 있겠네.

   

   상대가 조이 파트란인지라 그를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대개 영애들은 그리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버리의 생각도 비슷했다.

   

   파트란 영애께선 루시 알른의 뒤편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을 모를 뿐이라고.

   

   그 더러움을 알게 되면 분명 마음을 바꾸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번 루시 알른에게 모욕을 당한 후에 정보원을 찾았다.

   

   그 썅년이 분명 더러운 짓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 조사를 부탁했다.

   

   그녀의 추측은 옳았다.

   

   루시 알른은 청렴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던 것이다.

   

   이걸 파트란 영애님께 보여드린다면 영애님도 생각을 바꾸시겠지.

   

   불법적인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쓰레기라는 걸 알게 되면 분명.

   

   똑똑. 기숙사의 문을 두드리고 얼마 있지 않아 문이 열렸다.

   

   파트란 영애께서는 오늘도 고귀한 모습을 하고 계셨다.

   

   어느 때 보더라도 품격이 넘치는 몸가짐은 그야말로 귀족 영애의 귀감이라 할 만 했다.

   

   파트란 영애는 애버리를 보고는 살짝 미간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신가요. 파트란 영애님.”

   “안녕하신가요. 럼리 영애님.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시죠?”

   “그게…”

   

   애버리는 준비해 두었던 말을 파트란 영애의 앞에 내놓았다.

   

   루시 알른이 지닌 여러 추문에 관해서.

   

   그리고 그녀가 아카데미에 들어오고 나서 일으킨 여러 사건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자신이 조사한 정보에 대해서.

   

   루시 알른은 당신께서 생각하는 것만큼 깨끗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은혜를 느낄 지언정 가깝게 지내는 건 좋지 않다.

   

   본래의 파트란 영애님으로 돌아와 달라.

   

   애버리가 한 말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팔짱을 낀 채 그 설명을 듣던 조이는 애버리가 입을 다문 후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서 눈을 감았다가 뜨더니 여느 때보다도 한 단계 낮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할 말은 다 하셨나요?”

   “네?”

   “그러시는 걸 보니 다 하신 것 같네요. 그럼 답변을 돌려드리죠. 적당히 하세요. 럼리 영애.”

   

   네? 뭐라고요?

   

   “당신께서 알른 영애에 대한 여러 추문을 퍼트리고 있음은 알았습니다. 그래도 내버려 두었죠. 알른 영애께서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 있음을 알았으니까요. 그 분께서도 별 말씀을 하지 않으셨고.”

   

   파트란 영애님. 그게 대체 무슨.

   

   “허나 알른 영애의 뒷조사까지 해가며 그 분을 모욕하려 할 줄은 몰랐습니다.”

   

   애버리는 작금의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야기를 듣고 나면 뒤바뀌리라 생각을 했었던 청색의 눈동자는 여전히 그녀를 하찮은 것을 보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럼리 영애. 다시 한 번 이런 일을 저지른다면 알른 영애가 가만있더라도 제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왜죠?”

   “네?”

   “왜 알른 영애를 그토록 감싸시는 건가요?”

   

   파트란 영애가 루시 알른과 제대로 알고 지낸 지는 채 1년이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애버리가 그녀와 알고 지낸 세월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그런데 어째서 루시 알른의 편을 드는가.

   

   루시 알른이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동안의 인연을 생각해보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줄만도 하지 않은가.

   

   애버리의 물음에 파트란 영애는 한숨을 내쉬고는 문고리를 잡았다.

   

   “럼리 영애. 하나만 묻죠. 당신이 정말 제 친구라면 당신은 왜 제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건가요?”

   “네? 그러니까. 그건. 알른 영애가.”

   “또 알른 영애인가요?”

   

   …

   

   애버리는 그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입을 꾹 다문 애버리의 모습에 파트란 영애는 한치 망설임 없이 문을 닫아버렸고 애버리는 그렇게 홀로 복도에 남겨졌다.

   

   어째서.

   

   왜.

   

   나만.

   

   *

   

   소울 아카데미라는 게임에서 시험은 그리 비중 있는 컨텐츠는 아니었다.

   

   평소에 유저가 얼마나 능력치를 쌓아왔느냐에 따라 성적이 결정되고 그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는 식이었던지라 대개의 유저들은 시험기간을 능력치를 상승시켜야 하는 기간 혹은 이벤트가 생겨나기 전에 대비하는 기간 정도로만 여겼다.

   

   사실 시험이라는 컨텐츠에 비중을 두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기도 했다.

   

   소울 아카데미라는 게임은 어디까지나 던전을 공략하고 여러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 게임이었으니까.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부가목적일 수밖에 없었지.

   

   그건 지금의 내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게 중요한 것은 아카데미의 성적보다는 그것으로 무얼 얻어낼 수 있느냐 하는 거니까.

   

   그래서 중간고사를 앞에 두고서 모두가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을 때에도 나는 도서관에 발끝에 대지도 않았다.

   

   조이가 함께 공부를 하자고 권유했음에도 그랬다.

   

   중간고사를 준비할 필요가 없단 것도 이유이긴 했지만 단순히 그 뿐이었다면 조이와 함께 공부를 하러 갔겠지.

   

   최애캐와 함께하는 청춘이잖아!

   

   그걸 즐길 수 있다면이야 더럽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공부도 견딜 수 있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조이의 권유를 거절한 것은 그 전에 해야만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곳에 정말로 던전이 있는 겁니까?”

   ‘네!’

   “무능한 정보팔이 주제에 날 의심하는 거야?”

   “그렇지만 여기엔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아카데미 거리 바깥에 존재하는 숲의 한 장소. 이곳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기에 그럴 뿐이다.

   

   ‘할아버지. 정화의 기도문이 뭐였죠?’

   <나 같은 거 필요 없다 하지 않았느냐?>

   ‘삐진 거에요?! 잔소리도 많고 속도 좁다니. 완전 꼰대시네요.’

   <…여아야. 그대 점점 저주에 잠식되고 있지 않으냐?>

   ‘그런가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할배는 조금 투정을 부리기는 했지만 이내 순순히 정화의 기도문을 알려주었다.

   

   그가 읊어주는 것을 그대로 따라 말했더니 신성마법이 펼쳐지며 숨겨져 있던 던전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봐요. 있죠?’

   “정보팔이. 이제는 무능한 네 눈에도 잘 보이지? 응?”

   

   “…그렇습니다.”

   “그러게 왜 아가씨를 의심하십니까. 아가씨는 언제나 옳습니다.”

   “기사인 당신의 눈에는 그렇겠지요.”

   

   투닥거리는 칼과 알새틴에게서 눈을 떼고 던전의 입구를 눈에 담았다.

   

   원래 소울 아카데미 메인 스토리 상으로는 중간고사 때에 사건이 일어난다.

   

   지난번에 아카데미를 습격했던 악신의 사도께서 친히 아카데미의 학생 중 하나를 유혹해서 아카데미의 안에 테러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 때에 사용되는 것이 바로 아카데미 인근의 던전이다.

   

   중2병에다 음침하기 그지없는 나크라드는 이 곳에 있는 던전을 폭주시킨 다음 자신이 유혹한 학생을 기반으로 던전과 아카데미를 잇는다.

   

   이 곳에 있는 마물은 현 아카데미의 1학년들이 상대하기에는 과할 정도로 강한 무리.

   

   근방에 있던 아카데미의 교수들이 재빠르게 대처를 해서 그 폭주는 빠르게 진압이 되지만 그 혼란 속에서 아카데미의 학생 중 일부가 피해를 입는다.

   

   거기에 더해 악신이 부리는 마물들이 아카데미에 진입해 여러 사건을 일으키지.

   

   놀랍게도 이 이벤트는 유저가 하는 것에 따라서 막아낼 수 있는 이벤트다.

   

   나크라드가 폭주시키려는 던전을 미리 없애버리면 되거든.

   

   악신의 사도가 던전을 연결시킬 수 있는 거리에 한계가 있는 건지 이 근방의 던전을 모두 다 공략해 놓으면 이벤트가 스킵이 되는 것이다.

   

   물론 악신의 사도도 멍청이가 아닌지라 자신이 써먹으려는 던전의 위치를 숨겨두지만 고인물의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지.

   

   아아. 자기가 찜해뒀던 던전이 모두 사라진 걸 보고 어이 없어하는 나크라드의 모습이 보고 싶다.

   

   계획이 무위로 돌아가서 부들부들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

   

   나중에 나크라드가 쳐들어 왔을 때 이 사실을 알려주면 아주 기뻐하겠지?

   

   상상만 해도 즐겁네.

   

   날 괴롭히던 녀석이 얼굴이 벌개져서 부들대는 꼴인가.

   

   빨리 구경하고 싶다.

   

   ‘거기 두 분? 빨리 공략하러 가죠?’

   “허접 둘. 누가 더 허접한 지 알고 싶지 않으니까 빨리 가자.”

   “알 필요도 없지요. 아가씨. 제가 더 허접합니다.”

   “그래요. 당신이 더 허접한 것 같군요.”

   

   허접이 된 것에 기뻐하는 칼을 보자니 절로 시선이 짜게 식었다.

   

   이딴 게 내 호위라니.

   

   메스가키 스킬의 모욕을 받아주는 건 정말로 고맙지만 그래도 좀 정상적인 사고를 지녀 주면 안 되는 걸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루시는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상인 사람이 그녀의 호위를 자처할 리가 없잖아요.

——

어제 통계를 확인하다 어느 분이 이 소설을 소장 해주신 걸 확인했습니다!

어떤 귀인이신진 모르겠으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더 즐거운 글을 쓸 수 있는 작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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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u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aki Tank Enters the Academy, Messagg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Mesugaki tanks are not properly educated., 메스가키 탱커는 참교육 당하지 않는다.
Score 9.2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You sloppy orc~ You can’t take down a girl?” He became the Mesugaki character in the Academy game. But the taunt works too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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