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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인간의 본질은 무엇일까?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일까?

       

       한때 인간이였고, 지금은 인간이 아니게 된 나는 그 답을 명확하게 내지 못했지만, 약간은 짐작가는 것이 있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

       

       짧은 시간의 삶 동안 정신없이, 쉼없이 달리며 스스로를 태우는 성냥과 같은 인간.

       

       그 강렬한 인생과 감정의 근원에는…. 욕망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욕망.

       

       바라는 마음.

       

       

       무엇을 바라는지에 대해서는 제각각 다르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인간은. 그 바라는 것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나가는 삶을 살아간다.

       

       그 달려나간 끝에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가 있을지라도.

       

       

       – – – – – – – – – – – – – – – – – – – –

       

       

       나는 1년 정도 세계를 돌아본 후, 다시 바벨로 돌아왔다.

       

       그동안 리자드맨들의 영역도 돌아다니고, 바닷가를 따라 크게 돌아다니면서 원시적인 항해술로 먼 바다까지 나가는 인간들도 만나며,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는 것을 체감한 것은 사소한 이야기.

       

       아, 그러고보면 테티스도 한번 보러 가야하는데. 이러다 테티스 삐지겠네.

       

       테티스의 성품이 착한 편이긴 하지만, 만나지 않은지가 너무 오래 되었으니까.

       

       착한 성격이 화내면 무섭지. 응.

       

       그건 그렇고.

       

       

       “이곳에는 갑자기 왜 돌아오신 겁니까?”

       

       “음. 그냥…. 잠깐 볼일이 있어서 말이다.”

       

       “볼일…?”

       

       

       고개를 갸웃거리는 용사와 함께, 나는 생명 신전으로 향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마석이 얼마나 모여 있으려나. 내 예측이 맞다면 상당한 양이 있어야 하는데….

       

       라는 내 기대는.

       

       

       “음. 1년동안 이정도라.”

       

       “확실히 이전보다 많아지긴 했습니다.”

       

       

       적당한 크기의 상자 하나. 1년동안 모은 것 치고는 많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말이지. 내 예측과 몰래 검사기에 추가한 기능에 따르면 이것의 5배 정도는 더 있어야 한단 말이지.

       

       검사기에 몰래 어둠의 조각이 깃든 마석의 갯수를 세고, 나에게 알려주는 기능으로 파악한 숫자로 따르면 말이지.

       

       혹시나 싶어서 몰래 추가해둔 기능이었는데…. 음. 정직하게 넘긴다면 그냥 넘어가려고 했지만.

       

       이래선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되어버렸는걸.

       

       

       “일단 시장을 보러 가야겠구나.”

       

       “그러면 내일 면회 연락을 넣어두겠습니다.”

       

       “아니, 되었다. 그럴 필요는 없지.”

       

       

       나는 시장 쪽으로 연락을 넣겠다는 레드 드래곤의 아이를 말린 후,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용사는 짐승신과 함께 생명 신전의 방에 맡겨 둔 상태. 잠깐 볼일을 보고 온다고 전해두었으니, 혼자서 살짝 다녀오면 그만이지.

       

       나는 아무도 모르게 모습을 감춘 후, 조용히 저녁의 거리를 거닐었다.

       

       해가 떨어지면 거리의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 시대. 치안을 위해 순찰하는 경비병을 제외하면 사람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

       

       거기에 횃불을 태울 장작 마저 귀한 사막의 도시. 하지만 마석을 이용한 마법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

       

       다른 도시였다면 횃불이 걸려 있었을 기둥과 벽면에는 횃불 대신 마석으로 만든 광원이 매달려 있었다.

       

       자그마한 빛을 만드는 마법. 하지만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는 저런 작은 빛 마저도 소중하게 느껴지겠지.

       

       뭐, 돈지랄로밖에 보이지가 않지만 말이야. 음. 한번 밉상으로 박히니까 눈에 보이는 모든게 마음에 들지 않게 되는구만.

       

       이런 태도는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단 말이지.

       

       그렇게 나는 희미한 빛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고요한 밤거리를 거닐어 바벨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탑으로 향했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간 시간임에도,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는 탑.

       

       나는 1층에서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계단을 올라갔다.

       

       어차피 모습을 감추고 있는 나를 알아차릴 정도의 인간은 없으니까. 나의 걸음은 망설임 없이 나아간다.

       

       위로. 더 위로.

       

       나선형으로 만들어진 탑의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다.

       

       목적지는 탑의 정상. 저번에 왔을때 기억해두었던 시장의 마력의 뒤를 쫓아서. 나선의 계단을 오른다.

       

       위로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좁아지는 드릴 형태의 탑. 그 끄트머리에는 자그마한 방 하나만이 존재할 뿐이었으니.

       

       제대로 된 상거래가 발명되기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부를 쌓았던 이 도시의 시장 치고는 너무나도 초라한 크기의 방이었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 방의 크기가 아니지.

       

       중요한 것은 그 방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니까.

       

       그리고.

       

       

       “후후후…. 순조롭군요.”

       

       

       그 작은 방에 담겨 있는 것은, 욕망에 삼켜진 작은 인간이었다.

       

       

       “하늘이 저를 돕는다고 해야겠군요. 검사 도구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가 다시 저를 찾아오다니. 게다가 저의 현란한 말솜씨에 넘어가 더욱 많은 양을 검사할 물건을 만들어주다니.”

       

       

       많은 양의 마석이 담겨있는 상자들. 그런 상자가 수십개가 넘게 쌓여 있는 방의 모습.

       

       그런 방 안에서. 남자는 상자 안에 들어있는 마석 하나를 손에 집어들었다.

       

       

       “덕분에 이 조각들을 더 수월하게 모을 수 있었으니, 감사를 해야겠지요.”

       

       

       남자는 마속을 손바닥 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더니, 엄지와 검지로 들어 코 끝에 슬며시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스으으읍.”

       

       

       숨을 들이쉬며 마력을 일으키는 남자. 그와 함께 마석 안에 깃들어있는 것이 천천히 빠져나온다.

       

       작은 어둠의 조각이 그의 코를 통해 몸 안으로 스며들어간다.

       

       

       “후우. 좋군요. 아주 좋아요. 이 힘. 이 쾌락. 이 어둠이 계속해서 제게 말을 걸어오는군요. 후후…. 후후후…. 이대로면…. 언젠가 저는 인간을 초월할 수 있을 터….”

       

       “흐음. 과연, 그럴 목적이었나?”

       

       

       나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헛?! 당신은?! 어떻게 여길?!”

       

       “어떻게긴. 탑의 입구로 들어와 계단을 걸어 올라왔다.”

       

       

       모습을 감추고 올라왔지만 말이지.

       

       

       “크윽. 직원들이 탑을 오르지 못하게 막았을텐데?! 설마 다 쓰러트린건가?! 바벨의 아홉 마법사를?”

       

       

       뭐야 그게. 그런 것도 있었나?

       

       뭐, 애초에 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을테니까. 있으나 마나 하지만.

       

       

       “그런 무의미한 것은 모두 치우자고. 어디보자. 이게 다 어둠이 깃들어 있는 마석인건가? 많이도 모아놨구만.”

       

       

       나는 가까이에 있는 상자의 뚜껑을 열어 안을 살펴보았다. 흐음…. 확실히, 엄청 작은 조각이지만 들어있긴 하구만.

       

       이런 조각을 무슨 마약 마냥 코에 대고 들이쉬었단 말이지?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모아서 넘기라고 했더니, 자기가 챙기고 있었구만. 도대체 이 조각들로 뭘 하려고 한건지…. 이 조각들은 모두 압수하겠다. 그리고 네놈과의 계약은 폐기처분 하도록 하마.”

       

       “크, 큭큭. 이렇게 들킨 이상 어쩔 수 없죠.”

       

       

       남자의 마력이 주변으로 퍼져나오고, 작은 방을 가득 메운다.

       

       흐음…. 인간 치고는 굉장한 양의 마력이구만. 거기에…. 마력에 어둠이 뒤섞여 있다니.

       

       어둠의 조각을 이용해 스스로의 마력을 강화시킨건가? 한낱 인간이?

       

       

       “허어. 어쩌다 이런 일을 생각한거지? 이 조각들이 가진 힘은 인간이 다루기에는 너무 위험할텐데.”

       

       “당신 덕분입니다. 당신 덕분에 마석 안에 들어있는 어둠의 조각을 알게 된 이후로 계속해서 연구했으니까요.”

       

       “아니, 거기서 내 탓을?”

       

       “탓이 아니지요. 오히려 감사하고 있습니다. 당신 덕분에 더욱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남자는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검지 손가락을 하늘로 가리켰다.

       

       

       “이 어둠의 조각들은 제가 말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모두 모으라고. 그리고 신에 다다르라고.”

       

       “그 어둠의 조각을 이용해 신에 다다르다니. 제정신이 아니로구만.”

       

       

       물론, 인간의 몸으로 신화의 일부가 될 수 있긴하다. 실제로도 몇몇 인간은 저승의 계층을 관리하는 신이 되어 있었으니.

       

       하지만, 이건 아니지.

       

       어둠의 조각을. 어둠의 신이라 할 수 있는 에레보스의 조각을 이용해서 신이 된다니. 어림도 없는 소리.

       

       에레보스에게 삼켜지지나 않으면 다행일테지.

       

       

       “제정신이라. 하긴. 제정신의 인간이라면 이런 조각을 자신의 몸에 집어넣진 않겠죠. 하지만 말입니다. 세상에는 인간의 몸으로 신과 같은 힘을 사용하는 자도 있지 않습니까?”

       

       

       남자는 검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무엇이든 창조하는 힘.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마음대로 만들어내는 그 힘. 그런 신에게 비견할 수 있는 힘이 당신이라는 인간에게 깃들어 있는데. 저라고 그러지 말란 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아니, 거기서 또 내 탓을? 애초에 난 인간이 아니고! 드래곤인데! 인간의 몸으로 다닐 뿐인데!

       

       

       “그렇기에 저는 이 어둠의 조각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작고 작은 조각들이 모여 제 안에 쌓여갈때마다, 이 어둠의 본래의 의지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남자의 마력을 따라. 방 안에 가득 채워진 마석들에게서 어둠의 조각들이 빠져나와, 남자를 향해 스며든다.

       

       

       “이 어둠들은 제가 말했습니다. 하나가 되자고. 모두를 모아 원래대로 돌아가자고.”

       

       “허.”

       

       

       어둠의 조각들에게 의지가 있다고? 말을 한다고?

       

       개소리.

       

       그 조각들에 남겨져 있는 것은 희미한 기억의 파편들일 뿐인데. 그런 기억들이 모여서 의지를 가지게 될리 없지 않나.

       

       그 조각들이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먼저 내게 사과를 해야하지 않겠나?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사과를. 나에게 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야.

       

       

       “후. 후후…. 평소에는 조금씩만 흡수했는데…. 이번에는 좀 많아서…. 온 몸이 터질 것 같군요….”

       

       

       남자의 몸은 조금씩 어둠에 물들며 변해가기 시작한다.

       

       깡마른 중년의 육체가 전체적으로 두터워지며, 근육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키도 커진다.

       

       이건…. 마치 곤충의 탈태와 같구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긴빠이! 더 많은 긴빠이!!! 아주 많은 긴빠이!!!

    (반응이 없다. 평범한 시체인듯 하다.)

    (쓰다가 잠들어버려서 늦을 뻔 한 것은 사소한 일이었다. 그래도 안늦었다!)

    (급히 올린다고 제대로 수정이 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모양이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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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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