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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103 – 먼저 줍는 놈이 임자>

     

    기프트 아카데미에 편입이라는 개념은 없다.

    세상 어느 아카데미도 기프트 아카데미와 비교하면 열등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아니 시발!! 교장님!!!! 어떻게 저희 기프트 아카데미의 1학년 교육과정을 거치지도 않은 외부인이 멋대로 2학년이 될 수 있습니까!!!”

    “이건 인격모독입니다!!! 이 지옥같은 아카데미의 1학년 교육과정을 뚫고 올라온 저희를 향한 모독이란 말입니다!!! 끼에에에엑!!!”

     

    억울해 미칠 것 같은 기존 재학생들, 그중에서도 주로 2학년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억울함을 남들도 겪어야 한다는 못된 심보에서 비롯된 항의!

    반대로 그들이 겪었던 고충을 고스란히 겪을 예정인 후배들에게는 측은지심을 느끼는 2학년이 대부분이었다.

     

    “저거 진짜 신입생 맞아?”

    “한 5년쯤 1학년에서 꿇고 있는 고인물 아냐?”

    “으이구 이 화상아. 애 나이가 11살이 될까 말까 한데 5년을 꿇어? 그럼 몇 살에 입학을 한 거야?”

    “아니 저게 합법로리가 아니었다고? 말이 돼?”

    “이 미친 새끼가 진짜 애한테 무슨 미친 소릴 하는 거야? 야, 다 모여! 이 새끼 밟아!”

    “악! 악! 몰랐어, 모르고 한 말이잖아!”

     

    합법로리 운운한 선배는 좀 불쌍해 보인다.

    솔직히 나 같아도 1학년이 비밀훈련장 들어와서 거리세팅 척척 다 하고 화살자동수거기능도 편리하게 쓰고 그러는 거 보면 의심될 것 같거든.

    판타지에 나이 가지고 사기 치는 년놈들이 어디 한 둘인가?

     

    ‘인간식 나이 기준 10살인 방년 90세 엘프 이딴 소리 박는 장수종이 얼마나 많은데!’

     

    981기는 인간종이 강세를 보이고, 아인종 사이에서 강한 개체는 아카데미에 보통 입학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기수에 합법로리는 없다.

    하지만 다른 기수까지 시선을 넓히면 기프트 아카데미 내에 합법로리가 분명 존재하기는 한다.

     

    ‘근데 엄밀히 따지면 나도 수천 회차를 했는데 이 나이 취급 받기는 어렵지 않나?’

     

    …뭐, 들키지만 않으면 되겠지!

     

     

    * *

     

     

    즈앙과 모브는 낯선 시설을 사용하며 정신을 못 차리고 헤맸다.

     

    “거기, 신입생들. 시설 사용법도 모르면서 여기는 대체 어떻게 온 거야?”

    “양면띠지의 방에서 조언을 읽었어요.”

    “뭐야 그게?”

     

    얼빠진 표정의 2학년 선배를 보고 즈앙은 속으로 감탄했다.

    오크노디는 선배들도 모르는 정보를 얻었구나.

    2학년보다 더 위의 선배들이 적어둔 정보에 접근했다는 생각에 기묘한 우월감마저 느껴졌다.

    나이도 헛먹은 녀석.

    1학년보다 정보력 낮아!

    속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즈앙에게 2학년 선배는 툴툴거리면서 말했다.

     

    “뭘 하러 왔는지나 말해. 사용법을 알려줄 테니까. 두 번 알려달라고 말하지는 말라고. 딱 한 번만 알려줄 거니깐. 알았어?”

    “네에.”

    “아, 알겠습니다!”

     

    2학년 선배는 잔뜩 긴장한 모브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안 잡아먹어, 인마. 긴장 풀어.”

    “하하…”

    “나는.”

    “…다른 선배님은 잡아먹는 겁니까?!”

    “너희도 슬슬 들었을 텐데? 사기계약서를 뿌리는 재수 없는 2학년 녀석에 대한 이야기.”

    “아, 그 심부름계약서를 뿌린다는…”

    “그거 조심해라. 잘못 걸리면 1년 내내 노예마냥 채집활동만 하다가 1년 훅 지나간다.”

     

    즈앙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선배는 꽤 친절한 편이구나.

    아카데미의 가혹한 교육을 떠올려보면 이 정도로 인성이 좋은 선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선배들이 친절한 것은 아니었다.

     

    “어이가 없네. 1학년 따위가 벌써부터 비밀훈련장에서 꿀이나 빨고. 나때는 말이야.”

    “시끄러. 니때는 우리도 다 1학년이었어. 너 학점 개같이 멸망한 썰도 풀어주랴?”

    “아나, 진짜. 가오 상하게 이럴래?”

     

    아니꼬운 눈으로 쳐다보고 투덜거리는 2학년생.

     

    “…저 똘똘해 보이는 1학년생을 우리 랩실에 데려가면 교수님이 잘했다고 칭찬해주실까?”

    “야,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어떻게 아무 죄 없는 1학년한테 그런 심한 소리를 할 수가 있어!”

     

    구석에서 심상치 않은 아우라를 뿜어내며 사악한 계획을 내뱉는 3학년생.

     

    “…교수님이 말했어. 1학년은 건들지 말라고. 참아야해. 참아야해. 참아야해…”

    “와 저 선배님은 우리가 봐도 무서운데. 누가 좀 쫓아내주면 안 돼?”

    “안 돼. 우리도 무서워.”

     

    목적이라도 분명한 3학년과 다르게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미친 듯이 불온한 분위기의 4학년생까지.

    1학년들만 다니던 교정은 초보자사냥터였다는 것처럼 같은 공간 안에도 심상치 않은 선배들이 많았다.

     

    “저기, 오크노디. 이 시설을 이용하는 팁 같은 거 있어? 그러니까… *안전하게* 말이야.”

     

    즈앙의 물음에 오크노디는 해맑은 얼굴로 대답했다.

     

    “있어! 세 가지 정도.”

    “세 가지나?”

    “우선 선배님들한테 가까이 가지 마!”

    “…그리고?”

    “선배님들한테 말을 걸지 마!”

    “…”

    “마지막으로 선배님들하고 눈을 마주치면 안 돼!”

     

    무슨 귀신 취급이냐고.

    나 아직 5교시 강의중인 거 아니지?

    환술에 빠져서 빗속을 헤매고 있는 거 아니지?

    즈앙의 심란한 기분이야 어쨌건.

    화가 날 정도로 명량한 오크노디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과녁에 화살을 꽂는 일에만 집중했다.

    여기 괜히 온 거 아닐까.

    두려움에 질린 즈앙과 모브는 오밤중에 기숙사를 빠져나가지 말라는 학칙이 왜 생겼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규칙은 1학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였을지도 모른다.

    막말로 오후 10시 이후에 기숙사 바깥을 돌아다니는 1학년생에게는 나쁜 짓을 해도 된다, 같은 학칙이 2학년부터는 존재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빨리 할 거 다 하고 돌아가자.”

    “응…”

     

    그렇게 1학년생 셋은 묵묵히 과제를 끝마쳤다.

     

     

    * *

     

     

    과제가 빗발치는 강의들 사이에서도 유독 과제 없이 클린한 강의가 하나 있었다.

    바로 화요일 목요일 1교시에 열리는 플라톤 교수님의 강의 <상급반 체력증진>이었다.

     

    “으에에. 주말에 보충교육으로 3시간이나 수영했어.”

    “그때 삼킨 물을 다 합치면 평생 동안 내가 마신 물만큼 많을지도 몰라.”

    “갸하핫! 정말 약해빠진 녀석들이다. 안 그러냐?”

     

    지난 번 강의에 이어서 이번 강의 역시 물에 약한 학생들을 위해 수영강의가 잡혔다.

    학생의 반 이상이 물에 뜨는 법부터 연습해야 했던 지난 강의와 달리, 이번에는 대부분이 수영을 하며 호흡하는 방법까지 터득한 상황.

     

    “그런 고로 오늘의 강의는 난이도가 더 올랐다!”

     

    학생들은 과제가 없는 강의를 들음에도 고마움은커녕 두려움을 느꼈다.

    과제 없이 강의 하나만으로 학생들을 해치워주겠다는 살의 넘치는 강의를 들으며 기뻐할 수 있는 학생은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특히나 수영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연일 쏟아지는 호우에 강이 범람한 관계로!”

    “휴강인가요?”

    “대체강의인가요?”

    “와! 수영장!”

    “범람한 강을 통과하는 강의를 진행하겠다!”

    “죽어요 저희!!!”

    “아무리 1학년이래도 뭐든지 다 네네 하지는 않거든요?!”

    “제국의 소중한 보배들을 죽일 생각입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이번만큼은 그룹을 막론하고 모두가 단호히 거절했다.

    C그룹의 카시아조차도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거절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녀를 전담마크하는 교관도 뒤에서 미치셨습니까 교수님? 하는 시선을 보냈다.

     

    “거참. 약해빠진 놈들이네.”

     

    플라톤 교수는 궁시렁거렸다.

     

    “예전 것들은 말이야. 교수님이 말하면 벌벌 떨면서 넷넷! 하고 씩씩하게 대답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교장도 나이를 먹었는지 순해져가지고…”

     

    예전엔 지금보다 더 심했어?!

    충격에 빠진 학생들이야 어쨌건, 이런 강의는 내 입장에서도 곤란하다.

     

    “교수님!”

    “뭐냐, 오크노디.”

    “오늘은 쉬고 대신에 주말에 두 배로 열심히 하면 안 될까요?”

    “두배로 열심히?”

     

    동기들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이언트 크랩들이 들어오기만 해보라고 집게발을 철컥철컥 거리는 마당에 저기로 수영을 하러 들어갔다간 정말 줄초상을 치를지 몰랐다.

     

    “좋다! 매번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오크노디까지 그렇게 말하고 나머지도 동의한다면 교수로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수밖에.”

    “와아!”

    “우린 살았어!”

    “고마워, 오크노디!”

    “대신… 너희가 먼저 말했다? *두 배* 더 열심히 하겠다고.”

     

    교수와의 계약은 악마와의 계약과 같다.

    오늘의 행복은 내일의 불행이니.

    학생들은 까닭 모를 불안감에 떨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 강의를 듣는 게 낫지 않았을까?”

    “자이언트킹크랩이 없어졌으니 다음 강의에는 그보다 더한 괴수들을 데리고 오면 어떡해?”

    “나 너무 무서워…”

     

    뒤늦게 불안에 떨거나 말거나 학생들은 강의장에서 쫓겨났다.

    주말이 되면 어떤 극악무도한 방식으로 강의당할지 모두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누구의 아이디어가 가장 끔찍한지 상상력 대결을 펼치는 사이.

    그런 시시한 놀이에는 관심이 없던 생양아치가 나한테 성큼성큼 다가왔다.

     

    “야, 오크노디. 너 지금 시간 남지?”

    “2교시 전까지는요.”

    “나랑 보물찾기 하나만 하자.”

     

    지고쿠가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은밀하게 속삭였다.

     

    “이번 호우에 선배들의 창고 하나가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대. 바다에서는 주인 잃은 물건은 먼저 줍는 놈이 임자인 거 알지?”

     

    물바다가 된 아카데미 교정도 바다라고 친다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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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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