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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왜요?”

       

       내 말에 잠시 행동을 멈춘 테오도라를 바라보며 말한다.

       

       “잠시만.”

        

       그렇게 말하며 내가 품에서 시가를 한 개 꺼낸다.

         

       이것이야말로 나를 구원해 줄 물품.

         

       원작을 아는 나는 테오도라가 얼마나 담배를 끔찍하게 싫어하는지 알고 있다.

         

       특히… 시가를.

         

       발로랑이 시가를 좋아해서 항상 그의 몸에서 나는 시가의 향을 소름 끼치도록 싫어했다지?

         

       “응?”

         

       내 행동에 의아한 표정을 짓는 테오도라를 보며 애써 흥분을 가라앉히며 시가 끝부분을 자른다.

         

       -싹뚝

         

       “당신… 담배 피웠어요?”

         

       테오도라가 고운 이마를 한껏 찡그리며 말하자 내가 답한다.

         

       “원래는 안 피웠는데. 사비넬리가 선물로 시가를 줘서 긴장 좀 풀 겸 한 대 피우려고”

         

       그렇게 말하며 시가를 입에 물고 이 도박이 먹히길 바란다.

         

       그녀는 원래 담배를 싫어하니까, 아니 혐오한다고 말하는 게 좋겠지.

         

       마법으로 불꽃을 일으켜 시가를 불에 태운다.

         

       “쓰읍…”

         

       고소하면서 풍부한 향.

         

       진한 아로마 향과 깊은 바디감을 오랜만에 느낀다.

         

       “하아…”

         

       입 안에 머금은 연기를 내뱉으며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꽤 오래 금연했지?

         

       담배가 건강에 안 좋아 시작했던 금연.

         

       담배를 다시 피워야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이유로 말할 거 같으면… 살기 위해서랄까?

         

       살기 위해 건강에 해로운 담배를 다시 피우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내 행동에 테오도라가 인상을 크게 찌푸리며 코를 막고 소리를 지른다.

         

       “당신! 지금 이 분위기에 담배를 피우고 싶어요?! 피울 거면 밖에 나가서 피워요!”

         

       그렇게 나를 밀치며 테라스로 완강히 밀어내는 테오도라를 보며 내가 연기를 한다.

         

       “자… 잠깐만 이것만 피고 마저 하자고.”

         

       내가 애써 애처로운 표정을 짓지만 그녀는 그런 걸 아랑곳하지 않고 내 어깨를 떠민다.

         

       “아니! 하긴 뭘 해요?! 이런 매너 없는 인간아!”

         

       그 말에 내가 억울하다는 듯 말한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는데?”

         

       -툭툭!

         

       “신혼 방에서 누구 마음대로 담배를 피워요?! 어서 나가지 못해요?!”

         

       내 어깨를 툭툭 치며 결국…

         

       -끼익!

         

       “거기서 담배나 실컷 피워요!”

         

       -뚝!

         

       쫓겨났다.

         

       “하아…”

         

       그렇게 내 손에 들린 시가를 태운다.

         

       얼마나 태웠을까? 머리가 띵하다.

         

       “오랜만에 펴서 그런가? 조금 어지럽네”

         

       그래도 이렇게 살아남았으니까. 뭐…

         

       적당히 피우고 시가의 끝을 끊어 불을 끄고 창문을 열려고 하자.

         

       -찰칵, 찰칵!

         

       “어?”

         

       잠긴 창문.

         

       굳게 닫힌 창문을 노크하며 말한다.

         

       “테오도라! 창문 잠그면 어떻게 해?”

         

       “흥 몰라요! 거기서 담배나 실컷 피우고 빨리 죽어버려요!”

         

       그렇게 한참을 실랑이하고 겨우 잠들 수 있었다.

         

       그것도 소파에서 말이다.

         

         

         

       ***

         

         

         

       다음 날 아침.

         

       이른 아침부터 중립파 인물들을 내 집무실로 불렀다.

         

       세금 개혁을 위해 중립파를 포섭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 당연한 순서다.

         

       그래야 제국 의회에서 통과가 될 테니까.

         

       “그래. 무슨 일로 보자고 하셨습니까. 대공?”

         

       폼페이우스 의원.

         

       “바쁜데 이리 부르시다니. 번거롭습니다.”

         

       바이렌 도시의 대표 몽케.

         

       “허허, 후안무치한 대공께서 저를 부르시다니요?”

         

       그리고… 나를 싫어하는 찰스 의장.

         

       이렇게 중립파 세 명을 호출했다.

         

       “제가 이번에 법안을 의회에 통과시켜야 하는데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내 말에 폼페이우스와 찰스가 인상을 찌푸린다.

         

       “그 잘난 황제파랑 짝짜꿍해서 넘기시면 될걸. 왜 소외당하는 저희를 부르신 겁니까?”

         

       그 말에 내가 멋쩍어하며 말한다.

         

       “그게 아무래도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황제파에서 반발이 클 거 같군요.”

         

       실제로 대·중·소 귀족들이 고루고루 포진한 황제파다. 요아네스가 수장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해도 에피루스와 에집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상 반수를 넘기는 힘들다.

         

       “또 어떤 이상한 짓을 꾸미려는 겁니까?”

         

       그 말에 내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우선 이걸 보시지요. 아마 여기 계신 모든 분을 다 좋아할 법한 법안일 겁니다.”

         

       내가 종이를 세 묶음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폼페이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나 원, 대공의 말을 듣느니 차라리 집에 있는 손주랑 노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 모습에 내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손주분이랑 노시는 것도 좋지만 제국의 발전을 위해 잠시만 봐주시지요.”

         

       내 말에 코웃음을 치는 폼페이우스.

         

       “제 귀한 시간을 이리 허비할 생각은 별로 없으니 이만 실례 하겠습니다.”

         

       그렇게 나가려는 걸 몽케 의원이 붙잡는다.

         

       “허허, 이리 오셨는데. 의원의 의무를 수행하시지 않으시다니. 폼페이우스 의원답지 않습니다.”

         

       그 말에 폼페이우스가 노한 표정으로 말한다.

         

       “의원의 의무가 저런 비루먹은 개와 국정을 논하는 일입니까?!”

         

       그 말에 몽케 의원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한다.

         

       “제국민과 선거구의 시민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협상하는 게 의무인 걸 모르십니까?”

         

       비루먹은 개, 악마.

         

       이게 나를 지칭하는 말인 거겠지?

         

       그 말에 폼페이우스가 자리에 앉는다.

         

       “제기랄. 말 같지 않은 법안이면 내 귀한 시간을 뺏은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요.”

         

       그렇게 말하며 법안을 본다.

         

       내 이미지가 악마니, 권신이니 간신이니 부정적인 것만 갖다 붙인다는 걸 알지만…

         

       비루먹은 개라니… 너무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지금… 세금 개혁을 하려고 하는 겁니까?”

         

       몽케가 법안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한다.

         

       “네. 이참에 제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귀족들을 막아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감돈다.

         

       모두 법안을 살펴보느라 말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나 시가 상자로 걸어간다.

         

       -싹뚝

         

       시가의 끝을 자르고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하아…”

         

       맛 좋네.

         

       그렇게 시가의 향과 커피를 즐기며 시간이 흐르자…

         

       “대공… 정말 이 법안을 의회에 통과시킬 생각이오?”

         

       폼페이우스가 미덥지 않다는 듯 말한다.

         

       “네 맞습니다.”

         

       “이건… 잘못하면 내전이 터질 수도 있다는 걸 아시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알고 있습니다.”

         

       대귀족들이 이 법안에 반발하면 내전이 바로 시작된다.

         

       요아네스야 이번에 나를 도와 법안이 가결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지만 그 외 황제파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반발할 게 뻔히 보인다.

         

       “근데…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시는 겁니까?”

         

       찰스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어본다.

         

       “그거야. 말 그대로 세금이 너무 과하니 상한을 걸겠다는 겁니다.”

         

       자유도시야 나름 합리적인 세율을 부과하지만 대부분 귀족은 말도 안 되는 명목으로 엄청난 세금을 물리고 있다.

         

       그로 인해서 제일 피해를 보는 사람은 그 귀족 밑에서 사는 제국민일 것이다.

         

       돈이 좀 있는 사람이나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은 자유도시로 도망치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영지에서 일평생을 산다.

         

       더 좋은 곳으로 갈 능력도 없고, 가족까지 딸리면 더욱더 불가능에 가까우니 순응하는 삶을 사는 것이겠지.

         

       물론 이런 이유는 명목상 이유고 실제로는 상업의 증진을 위해서다.

         

       제국 곳곳의 물가가 비정상적인 이유 중 하나는 유통이 어려운 것도 있지만…

         

       관문이나 성, 도시 한곳을 지날 때마다 가지고 있는 물품의 10%를 세금으로 물리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뜻은 좋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저희가 몰라서 세금 제도를 내버려 둔 것이 아닙니다. 잘못하면 제국이 내전에 빠질 수밖에 없으니. 그런 것일 뿐입니다.”

         

       그 말에 내가 어깨를 으쓱인다.

         

       “내전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제가 장담하지요.”

         

       법안이 의회에서 찬반 투표를 할 때.

         

       은밀히 요아네스가 에피루스와 에집을 먹었다는 걸 터트릴 것이다.

         

       그러면 황제파는 세금을 처리하냐, 아니면 요아네스가 황제파를 집어삼키는 걸 구경하냐.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겠지.

         

       그러면 뭐… 나를 공격할지, 요아네스를 공격할지.

         

       바보가 아닌 이상 요아네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지.

         

       “어찌… 그걸 장담하십니까?”

         

       그 말에 내가 미소로 답한다.

         

       “그거야, 제가 내전을 생각하지 않고 이 법안을 통과시킬 방법이 있으니 하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괜히 법안이 나오고도 내가 법안을 의회에 넘기지 않은 게 아니다.

         

       꼼꼼히 확인하느라 늦어진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시기.

         

       대귀족들이 좋아할지 안 할지는 나도 모른다.

         

       내 예상으로는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 호응하지 않고 전쟁을 벌이려 할지도 모르니까.

         

       그러니 안전장치를 이렇게 준비하는 것이다.

         

       적당한 타이밍에 이 법안을 넘기려 한 것일 뿐.

         

       요아네스가 에피루스와 에집을 먹고 얼마 안 되는 시간에 내전이 터지면 맥없이 무너질 테니…

         

       내전이 날 상황에 요아네스와 황제파를 싸움을 붙이고 서로 힘이 빠지게 만든다.

         

       그리고 둘 다 힘이 빠지면 내가 그 둘을 집어삼키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짝짝!

         

       “좋습니다. 암! 남자라면 할 거는 해야 하겠지요.”

         

       몽케 의원이 손뼉을 치며 말한다.

         

       “확실히 지금의 세금 제도는 자유도시와 제국민에 불합리한 제도입니다. 그걸 고치겠다고 하는 대공의 뜻에 이 늙은이가 감복했습니다.”

         

       “몽케 의원 이건 그리 가벼운 사안이 아닌 걸 알지 않소?”

         

       폼페이우스가 어이없다는 말투로 말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해야 할 일 아니었습니까? 저도 이 법안이 의회에 통과될 수 있도록 미력하나마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내가 감사를 표한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말에 몽케 의원이 은은한 미소를 짓는다.

         

       “대공께서는 항간에 도는 소문과는 다르다는걸. 오늘에서야 깨달았습니다.”

         

       그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지 폼페이우스가 법안을 들고 일어난다.

         

       “우선 조금 더 검토하고 내 친구들한테 지지를 구할지 말지 정해보겠네.”

         

       그렇게 나가는 폼페이우스를 보며 속으로 생각한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늦어서 죄송해여 ㅜㅜ

    있다가는 연참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다들 너무너무 감사하고 고마워요!

    이상민_743님 오늘도 후원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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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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