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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 * *

       

       

       일본제국

       

       

       

       일본은 러시아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아시아에서의 정책이 일본의 정책과 충돌할 수 있으니, 일본에게 러시아는 우방이자, 때로는 충돌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봐야 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지난 중재 이후 딱히 중국 진출에 욕심을 두지 않았다.

       

       천중밍이라는 중국 군벌과는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중국에 대한 욕심은 내지 않았다.

       

       오히려 러시아는 방공협정으로 저 유럽의 독일에 맞서는 방위동맹을 결성중이고, 하여 일본은 러시아가 북만주, 몽골 이상을 넘보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우리도. 우리도 가입할 거야!”

       

       

       러일전쟁의 승리, 1차 대전의 승리를 거듭하면서 국뽕에 빠지다 못해 자신들을 백인국가와 대등하다고 여긴 일본은 소극적이지만 러시아 및 영국과 프랑스가 들어간 인싸들의 그룹, 방공협정에 들어가고 싶었다.

       

       다만, 단순히 그 인싸 그룹에 가입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일본은 따로 속내가 있었다.

       

       

       “러시아 측에서 방공협정 참여를 받아들이겠다 했습니다.”

       

       

       총리 하라 다카시는 우치다 고사이로부터 방공협정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모스크바와는 거리가 머니, 어디까지나 러시아에게 뒤늦게 협정을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만 타진했다.

       

       

       “조건이 있겠지요?”

       “황군의 유럽파병은 러시아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하라 다카시의 옆에서 방공협정의 결과를 듣던 내각의 육군 대신 다나카 요시카즈는 그 정도로 만족했다.

       

       애초에 일본이 독일 전선까지 가서 죽어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저 먼 유럽의 독일을 상대로 이겨 이권을 얻을 건 또 뭐가 있다고.

       

       끽해야 러시아에게서 중국에서의 이권 보장을 얻어내겠지만, 솔직히 그 조차도 지금 러시아는 별관심도 없어보였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애초에 방공협정은 어디까지나 공산주의자에 대항하는 조직이니 말이오.”

       “헌데, 방공협정이 황국에 의미가 있겠소? 오히려 스스로에게 족쇄를 다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하라 다카시 총리는 이번 방공협정이 의미가 있나 싶었다. 어차피 독일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심지어 방공협정 국가의 구성을 보면 일본이 굳이 유럽까지 갈 이유가 없다.

       

       이러다가 그냥 러시아가 공산주의자들 잡아야 하니 무기 지원하라고 하면 꼼짝없이 지원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지난 중국내전에서 무기들을 비싸게 팔아넘기면서 많은 돈을 벌어들였고, 중재까지 하면서 일본은 중국에서의 이권을 보장받았다.

       

       다만 그게 문제였다.

       

       

       “어찌 그리 생각하십니까?”

       “지나놈들이 연성자치니 뭐니 하면서 군벌마다 지방정부로 바뀌었다고 하지 않소? 북양정부가 증발해버렸다는 말이오.”

       

       

       그렇다. 그게 문제였다.

       

       연성자치를 한다더니 북양정부가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이 과정에서 황국과 거래한 주체가 될 중국 정부가 어디인지도 모르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조선에 들어가는 돈도 많고 여기에 만철도 얹어서 들어가 버렸는데. 지나놈들의 말장난에 놀아났다.

       

       그 덕에 하라 다카시 내각의 지지도는 떨어졌다.

       

       

       “총리대신께서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시는군요. 지금 연성자치 중인 중국에서 공산당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음, 들었지. 중국 공산당의 마오쩌둥이라고 들었소.”

       

       

       천중밍의 후계자라고 불리는 마오쩌둥.

       

       기존의 공산당과는 좀 차이가 나는 공산당이라는데. 그딴 건 알바 아니다.

       

       중요한 건 공산주의자라는 거지.

       

       딱 공산주의를 잡는 동맹 방공협정.

       

       여기에 중국에는 공산당이 존재한다.

       

       나중에 러시아가 독일과의 전쟁에서 부르지 않아도 아시아에 있는 공산주의자 정도는 잡아도 되지 하면서 중국을 공격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독일과 한판 붙을 때, 저희도 돕겠다며 아시아의 공산당을 토벌하겠다는 명분으로 대륙으로 진공하는 것입니다.”

       

       

       그건 꽤 괜찮아 보인다.

       

       

       “명분이라는 것이로군.”

       

       

       하라 다카시도 굳이 거기까지는 말리지 않았다.

       

       어쨌든 일본이 커지면 좋은 것이고. 독일과의 전쟁이 언제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그저 막연한 바람 속에서 독일과의 전쟁이 터질 때, 중국 공산당이 남아있을지는 모르는 것이고.

       

       설령 전쟁이 터진다해도 과연 중국이 황국을 이길지는 다른 문제다.

       

       당장 자기들끼리의 내전도 제대로 못 끝내는 족속들이 황국을 상대로 이길 수 없으리라.

       

       

       “중국에 있는 공산당을 격멸하겠다. 이런 이유면 방공협정에 가입한 열강의 간섭없이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유럽의 전쟁이 끝나면 중국은 황국의 손에 떨어질 겁니다.”

       

       

       독일과 다시 힘껏 쥐어 터지고 전쟁이 끝날 무렵에는 중국은 완전히 황국의 손에 떨어지리라.

       

       

       “지나를 먹기 위한 공작이란 말이로군요. 그런데 우리에게 중국이 필요하겠소?”

       

       

       당장 조선에 이어 만철까지 먹었다.

       

       조선과 만철 두 곳에서 나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조선은 조선주둔군 때문에 지금도 물 셀듯이 돈 빠지고 있고. 대전쟁의 경제호황이 아니었으면 절대 불가능했을 이다.

       

       그나마도 만철은 말만 일본 소유의 철도회사지 사실상 괴뢰국이었다.

       

       

       “만철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앞으로도 황국은 커져야 하며, 황국의 미래는 지나에 있습니다.”

       

       

       대전쟁에서 승리하고 경제 호황을 누리긴 했지만, 거기서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

       

       

       “황국의 미래는 지나에 있다라.”

       “그 드넓은 광활한 땅은 실패민족인 지나놈들에게 너무 아깝지요. 마땅히 우리 천황폐하께서 저 분열된 지나를 지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만과 조선, 그리고 남만주. 여기까지 왔으니, 다음은 당연히 중국이 아니겠나.

       

       그 광활한 중국을 영국령 인도처럼 만들어 천황 폐하와 신민들을 위해 봉사를 하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직접 지배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겠소?”

       “조선의 선례를 보셔서 알겠지만, 당장 조선만 하더라도 천황폐하의 신민으로 삼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수억 명에 달하는 지나인을 직접 지배하기란 어렵습니다. 당연히 괴뢰국으로 내버려 두면서 그 광활한 땅을 모조리 황국의 것으로 만들어야죠.”

       

       

       꿈이 너무 크지 않은가?

       

       이루어진다치자, 그 과정에서 빠져나갈 전비와 국제 관계는 어떻게 되나.

       

       아니다. 어차피 그때는 새로운 내각이 들어설 테인데 뭐가 걱정인가.

       

       하라 다카시는 생각을 포기했다.

       

       

       * * *

       

       

       로마노프 일가를 대천사 성당에 묻어주고 며칠이 지날 무렵.

       

       

       [치지지직 치지지직-오늘 라디오는 우리의 조국 러시아의 국가입니다.]

       

       

       유수포프 공작이 설치한 크렘린궁의 라디오에서 러시아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시대에 라디오로 이런 걸 들을 수 있다니. 

       

       

       “이 시대의 라디오는 참 신기하네.”

       

       

       내가 아는 라디오와는 많이 다르긴 하지만.

       

       이것도 그나마 유수포프공작이 라디오 사업에 뛰어들어서 이렇게 된 거라는 게 놀랍다.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국.

       

       내전의 피해에서 회복된 모스크바에 라디오 방송국이 열렸다.

       

       실제 역사에서는 1922년도에 모스크바에서 설립되었지.

       

       언뜻 보면 2년이나 늦게 했으니 라디오 테크 늦는 거 아니냐~이러고 있는데.

       

       물론 모스크바가 최초는 아니다.

       

       내가 있는 이곳에서는 예카테린부르크가 최초다.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내전이 끝나고 22년도에 설치되었다.

       

       애초에 예카테린부르크를 중심으로 새롭게 시작한 것도 있고. 내 기반이 예카테린부르크였으니 그쪽 챙겨주겠다. 이런 것도 있었다.

       

       물론 실제 역사에서는 백군이 모스크바도 제대로 공격하지도 못해서 내전의 피해가 없었지만, 여기서는 모스크바가 한바탕 내전에 두들겨 맞았다.

       

       어쨌든 그래서 올해 모스크바에 방송국이 설립되었다.

       

       

       [오늘의 노래는 슬라브 여인의 작별! 내전 당시에 일부 백군 사이에서 국가처럼 불렸던 노래입니다!]

       

       

       슬라브 여인의 작별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감미롭게 흘러나온다.

       

       실제 역사에서 백군의 노래라고 하던데.

       

       말이 백군의 노래지 슬라브권에서 좀 많이 불렸던 것이다.

       

       나는 즐길 거리를 가져다준 유슈포프 공작을 바라보았다.

       

       

       “흠, 라디오라는 것이 참 좋군요.”

       “폐하의 마음에 들어서 다행입니다.”

       “확실히 라디오 사업은 도움이 됩니다. 라디오 보급률도 늘려야 할 텐데요. 아무래도 러시아는 넓다보니 좀 그렇겠지.”

       

       

       아직 전러시아에 퍼진 건 아니지만, 차근차근 라디오 보급률도 늘리고 그래야지.

       

       그러고 보면, 무선이 역시 좋은데 말이야.

       

       그래도 생각보다 라디오가 이 러시아에서 잘 퍼지는 거 같아 그건 다행이다.

       

       

       “물리학자 알렉산드르 포포프가 남긴 유산 덕이 아니겠습니까.”

       “뭐하던 사람입니까?”

       “제국 시절의 물리학자이자 무선 연구가입니다. 무선 수신 장치를 발명한 사람 중 한명이지요.”

       “무선이라 무선. 무선이면 이 넓은 러시아에 필요한 것인데 말입니다.”

       “최근 테슬라 박사가 굴리엘모 마르코니 공학자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생에 무선혁명을 이루겠다고 노력하고 있으니. 뭔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굴리엘모 마르코니는 누구야.

       

       그 사람도 무선 관련 인간인가 본데.

       

       내가 거기까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냥 테슬라에게 다 던져주고 해주세요 이러는 것 뿐이지.

       

       그러고 보니까.

       

       

       “전화기도 무선으로 되면 참 좋을 거 같은데 말이죠.”

       “크흐음.”

       

       

       표정을 보니 아직은 무리라고 말하는 거 같다.

       

       

       “아 너무 많이 바란 거 같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렇다는 겁니다. 어쨌든 무선전화가 가능하다면 군사적으로 용이하지 않겠습니까?”

       “그 점 참고 하겠습니다.”

       “무리하지는 마세요. 아,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국은 누가 이끌고 있습니까?”

       “초대 총재는 저입니다.”

       

       

       초대 총재라. 그래. 본인이 시작했으니 그게 맞겠지.

       

       유수포프 공작이 정말 많이도 해 먹고 있구나.

       

       물론 유수포프가 전부 내 명의로 만들어두고 사업은 자신이 하고 있으니 문제될 건 없지만.

       

       괘씸하다. 뭐가 괘씸하냐고?

       

       나는 맨날 채점이나 하고 있는데, 이 인간은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고 있잖아.

       

       내전 당시에도 다른 나라에서 꿀 빨고 있던 주제에.

       

       이거 좀 시켜 먹을 게 필요할 거 같은데.

       

       

       “유수포프 공작이 다 해 먹고 계시는군요.”

       “크흠. 그래도 제 재산이 곧 폐하의 것이며 로마노프의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 말이 맞는데.

       

       생각해보니 라디오가 있으면 써 먹을 구석이 많잖아.

       

       우리 유수포프의 모스크바 라디오 방송국으로 반공선전을 하는 거지.

       

       현재 반공선전은 공산당을 때려잡자! 같은 표어로 선전하거나, 현수막 같은 것을 걸어두기도 했다.

       

       그 외에 학교에서 반공교육을 하지.

       

       공산주의란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있는 그대로 교과서에 다 실려서 가르친다.

       

       자라나는 학생들을 모조리 반공주의자로 키우는 거지.

       

       

       “뭐 그건 알죠. 공작께서 어떠한 사심 없이 이 나라를 위해 노력해 주고 계시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예?”

       “라디오로 방공선전을 늘려보는 건 어떻습니까?”

       “방공선전 말입니까?”

       “예. 독일에서 일어난 혁명의 사례를 들어서 말입니다.”

       

       

       지금 독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합중국 국민들이 알게 한다.

       

       자유란 것이 없는 공산주의 국가라는 것을.

       

       노동자를 위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겉모습만 번지르르 하다는 것을.

       

       실제로는 공산주의는 그저 권위와 독재에 최적화된 사상이라고.

       

       라디오로 전부 흘리면 어떨까.

       

       유수포프 공작도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이만한 건 괜찮다고 보는 거 같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참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유럽의 각종 소식을 러시아인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좋겠죠. 적어도 러시아는 저렇지는 않는다하고.”

       

       

       프로파간다라고 할 수 있겠지.

       

       러시아는 다른 나라와 다르다.라는 것을, 장점을 살려 알리면서 동시에 다른 나라가 어떤 상황인지도 알려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러시아는 다른 나라보다 낫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지.

       

       

       “딱 때마침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좋은 소식이요?”

       “저희 방송국 직원이 라디오 방송국 관련해서 프랑스의 ‘라디오 파리’를 한 번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라디오 파리? 프랑스의 라디오 방송국인가.

       

       그래. 프랑스쪽에서 라디오 관련으로 도움이라도 받았을까.

       

       

       “그런데요?”

       “그곳에서 우연히 영국과 프랑스의 소식을 따로 접하게 되었습니다만.”

       

       

       영국과 프랑스의 소식을?

       

       그냥 보통 소식이면 유수포프 공작이 굳이 말하지는 않았을 터다.

       

       아마 내가 좋아할 만한 소식이니 그렇겠지.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최근 프랑스령 알제리나 영국, 벨기에의 아프리카 식민지 같은 나라에서 공산주의가 조금씩 퍼지고 있다고 합니다.”

       

       

       식민지에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캐릭터 러프가 나오긴 했는데 만족스럽습니다.
    가슴 크기는 아무래도 대역 장르 표지다 보니까 천박한 수준은 안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이참에 아예 말씀드리면 하얼빈에 있는 임시정부의 이강은 만주의 조선인 규합을 위해서 있습니다.

    한반도는 이미 이왕가 격하로 인해 민심이 좋지 못하구요.

    국호도 기존의 여러 대체역사물과는 다른 국호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강이 후일 새로운 한반도 국가에 참여는 하겠지만, 국가 원수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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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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