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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나는 살살이의 공간이동 마법을 통해 프리나가 목격된 마지막 장소로 향했다.

        38층의 어느 술집에 도착했지만 리브라와 대화하느라 시간을 잡아먹히는 바람에 그녀는 그 자리에 없었다.

        다행히 그리 멀리 가지 않은 것인지 프리나의 위치노트 신호가 잡혔다.

        곧장 걸음을 옮기려던 나는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을 직감했다.

        전야제 때문에 비어 있어야 할 부스와 거리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방해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거, 거거기 짐승의 가면을 쓰고 혼자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니시는 수상한 분…… 저저저희 카페에 잠시 들렀다 가지 않으실래요……?”

        “대대학원생들의 공연이 잠시 후 시작됩니다! 마마탑탑을 무너뜨리려는 사악한 용살자를 막는 마녀들의 활약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4번가로 오세…….”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사람을 뽑고 있습니다…… 현재 우승 후보는 애인을 교국의 병사들에게 빼앗겼다는 해주술사…… 다양한 상품도 준비되어 있으니 참여해 보세요……!”

       

        무언가에 끌려가듯이 걸음걸이가 어색한 사람들.

        눈빛에는 흉흉한 분홍빛이 감돌고 있었다.

       

        간섭기로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이건 사람을 현혹하고 조종하는 마녀의 주술이었다.

        마탑에 마족이 나타나는 것쯤이야 이젠 놀라울 일도 아니었지만, 프리나를 구하려는 나를 그녀들이 막아서는 것은 의외였다.

        프리나나님의 아싸력은 한몸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마녀 집단 안에서조차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걸까.

       

        다행인 점은 마녀들이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대놓고 방해하기보다는 유혹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거였다.

        아무리 불사성을 지닌 그녀들이라도 창끝에 닿으면 수십 년 간 요양에 들어가야 했다.

        덕분에 이쪽은 축제에 참가한 일반인들을 물리적으로 공격하지 않아도 되었다.

       

        게다가 이것은 명백한 실책이었다.

        마녀들이 자잘한 유혹으로 회유하려 한들 오직 프리나를 구하기 위해 모든 신경을 쏟고 있는 나의 걸음을 단 1초도 멈출 수 없을 테니까.

       

        “카카카페에 오시면 아름다운 메이드들의 보보복사뼈를 마음껏 핥으실 수 있어요……!”

        “고고고공연을 보러 와주신 분들께는 최신형 얼음 정수기가 제공된답니다아……!”

        “게게게임에서 우승하시면 영석을 드려요……! 혀혀현재 우승후보이시다면 잠시 들렸다 가시는 것만으로 받으실 수 있어요오……?”

       

        그로부터 정확히 1시간 57분 뒤.

        나는 38층의 작은 소극장에서 기지개를 켜며 나왔다.

        손에는 어느샌가 메이드 카페 포토카드와 영석, 그리고 최신식 라면 끓이기 기능이 탑재된 얼음 정수기가 들려 있었다.

       

        “아니, 공연이 제법 재미있더라고. 특히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용살자가 던진 필멸의 창을 대마녀가 특급 주술 ‘신(神)이 사라진 세계’로 받아칠 때는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 살(殺)!!!

       

        까다롭기는, 살살이의 호통에 잠자코 나는 창을 꺼내들었다.

        다행히 시간을 많이 지체하지는 않은 덕에 프리나는 다친 곳 없이 멀쩡해 보였다.

        그녀는 168기생들 몇몇과 함께 교국의 병사들과 대치 중이었다.

       

        나는 살살이에게 다시 한 번 공간 이동을 준비하라고 속삭였다.

        소환학파의 특기로 프리나와 함께 도망치면 제 아무리 교국의 병사들이라 해도 마탑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닐 순 없을 것이다.

        마녀들의 방해도 있는 만큼 마법이 시전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벌어야 하지만, 내겐 아녜스의 간식을 뺏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성신을 섬기는 교국의 병사들이 선량한 해주술사를 공격할 리 없을 테니까.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당장이라도 싸움이 벌어질 듯한 두 집단 사이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들에게 가까워질수록 이상한 반응이 나타났다.

       

        “오, 마침 제가 찾던 분들이 여기 계시는군요!”

        “너는 뭐지? 지금 이곳은 사악한 악의 무리들과 대적하고 있으니 물……!”

        “거기 당신 어느 학파인가요!? 지금 당장 치안대를 불러오세요!! 이 자들이 지금 무고한 마법사, 를……?”

        “…….”

        “…….”

        “왜 갑자기 다들 말이 없으시죠?”

       

        서로를 노려보던 병사와 마법사들의 얼굴에 묘한 긴장이 감돌았다.

        마녀의 낙인을 확인하네 마네 다투던 이들의 몸이 점차 내 쪽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니 마녀들이 조종하는 꼭두각시들이 뒤따라오고 있었다.

        공연 중간에 상품만 챙기고 나와서일까, 이전과 다르게 꽤나 흉흉한 기색이었다.

       

        나는 아군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더욱 그들에게 다가갔다.

        거리가 좁혀짐에 따라 하늘이 갈라지고, 검은 우주 속에 촘촘이 박힌 별들이 우리를 관전하듯 지켜보긴 했으나 결코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동시에 우주의 한 귀퉁이를 찢고 거대한 성이 모습을 드러냈으나 이 역시 기상 악화로 인한 우연의 일치일 뿐이었다.

        그러나 마법사와 병사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 등을 맞대고 이쪽을 향해 무기를 겨눴다.

       

        “바, 발푸르기스……! 저것들이 진짜 마녀다! 마녀들의 도시가 강림한다!”

        “조금도 방심하지 마라! 전원 전투 준비!”

        “세상에, 정말로 프리나를 구하러 온 거였단 말이야?”

        “왜, 왜 날 보는데!? 난 모른다고! 그, 그보다 마녀 중에 남자가 있을리가 없잖아!”

        “맞습니다. 저 친구들과는 단순히 가는 길이 겹쳤을 뿐이고 저는 사실…….”

       

        쉭!

       

        미쳐 해명을 하기도 전에 지레 겁먹은 한 병사의 공격이 내 이마를 노리고 날아왔다.

        지근거리에서 쏘아진 화살을 피하긴 했으나 그 탓에 쓰고 있던 부엉이 가면의 끈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런, 보는 눈이 많은데 이런 곳에서 함부로 얼굴을 노출할 수는 없지.

        황급히 품속에 있던 미궁의 핵을 켜고 고개를 들자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보시다시피 선량한 해…….”

        “전군 돌격!! 성신의 이름으로 저 악마를 처단하라!!!”

       

       

       

        *

       

        갑자기 나타나 자신들을 공격하는 마녀들과 모습을 드러낸 발푸르기스.

        교국 입장에서는 삭일전쟁에 버금갈만한 공포를 경험한 순간이었겠지만 실상 전투는 그리 길지 않았다.

        마녀들은 싸울 의지가 없었고, 실상 그들이 상대해야 했던 것은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는 일반인들이었다.

        다만 38층에서 일어난 작은 충돌은 그곳에 모인 이들에게 혼란을 주기에는 충분했고, 이는 승패가 정해진 후에도 더욱 심화되었다.

        제국 역사상 최초로 성사된 교-마 연합대가 실이 끊어진 인형들을 상대로 의아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행정부의 수장이 직접 치안대를 이끌고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성신제가 한창인 와중 무고한 시민들과 마법사를 공격하다니…… 리카르도 주교! 이 무슨 횡포입니까!”

        “이, 이건 오해입니다! 저들이 마녀들에게 몸과 정신을 빼앗겨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군요. 허나 이번 일로 마탑의 행정부 뿐 아니라 저희 점성학파의 현자님께서도 교국에 크게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네는…… 실프 공략대의 마가렛 라미?”

        “네, 넷!”

        “사태를 파악한 후 이 자리에 있었던 다른 이들에게는 별도로 징계를 내리겠습니다. 증명의 층을 떠나지 말고 지시를 기다리세요.”

        “아, 알겠습니다…….”

       

        억울함 반, 걱정 반으로 누군가를 찾는 밤색 머리의 마법사.

        그녀를 골목 뒤에서 바라보던 프리나는 복잡한 한숨을 내쉬며 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혼잡한 틈을 타 귀신같이 그녀를 빼낸 나를 말하는 것이었다.

       

        “여기 영석이요. 주기로 했었잖아요.”

        “누, 누군가 했더니 주딱이었어? 깜짝 놀라서 저주 날릴 뻔 했잖아……!”

       

        고작 하룻밤 사이에 두 명이나 되는 고닉과 친목질을 하다니.

        이건 갤러리에 퍼지면 돌을 맞을 게 틀림없군.

        그나저나 프리나는 딱히 나를 보고도 놀란 기색이 아니었다.

        천문이보다 강심장이어서 라기보다는 당장에 더 급한 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었다.

       

        ====

        [파딱이 성신제 때 남자 손 잡고 데이트 중이었다고!!!!?]

       

        매, 달아야겠지?

       

        — 옳소!!

        — 멀리 안 나간다~

        — 그 고닉 평소에도 남자 밝히더니 이럴 줄 알았음

        — 근데 진짜로 손 핏줄 모양 보고 찾은 거임?

         ㄴ 그 새끼가 더 소름 끼치네 ㅋㅋㅋㅋ

        ====

        ====

        [고개 드세요 프리나나 님 당신 아직 죄인 아닙니다]

       

        자, 다시 숙이시고~

       

        — 화형 드가자~

        — 장작 많이 쌓아놨다

        — 35층에 있던 화톳불 어디갔냐

         ㄴ 좀 전에 무슨 연기 때문에 갑자기 다 꺼졌음

        ====

        ====

        [솔직히 ‘그 완장’이 무슨 잘못을 했음?]

       

        해주학파 출신인걸 당당하게 떠벌리고 다니기를 했냐

       

        포인트로 야스 버튼 만들어서 후배 따먹을 거라고 자랑하기를 했냐

       

        평소 꿀벌단 시끄럽다고 저격글 쓰기를 했냐

       

        주딱주딱 노래를 부르면서 은근히 자기 완장 시켜달라고 어필하고 다니기를 했냐

       

        기어코 완장 따놓고 성신제 때 혼자 지낼 거라고 언플하기를 했냐

       

        손 사진 올리면서 여자인 거 밝히고 추종자 모으기를 했냐

       

        그래놓고 갤 관리는 팽해둔 채로 전야제 나가기를 했냐

       

        심지어 상대가 남친도 아니고 교국에서 온 외부인이기를 했냐

       

        아무리 생각해도 프리나나님은 결백하신듯?

       

        — 오우 쉣

        — 이게 다 사실인가요?

        — 스크롤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네

        — 너 꿀벌단이지

        — 원나잇…… 흠, 이건 비처녀네요 사형

        — 해주학파 수준 ㅋㅋㅋㅋ

         ㄴ 바닥인줄 알았는데 지하실이 있었구요 ㅋㅋㅋ

        ====

       

        갤러리에서는 당장이라도 그녀를 십자가에 매달아 화형시키자는 여론이 들끓는 중.

        그 열기는 전야제의 화톳불만큼이나 뜨거워 자칫 잘못 하다가는 불길 속으로 빠져버릴지도 모르는 수준이었다.

        지금도 삼삼오오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중 일부는 기이한 각도로 안구를 틀어 우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아직 떠나지 않은 마녀들의 눈과 귀가 지켜보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른 세수를 끝낸 입으로부터 한숨이 비어져 나왔다.

       

        “수업시간에 뒷자리에서 상상했던 건 흑마법사들이 쳐들어오는 걸 무찌르는 거지 교국에게 마녀사냥 당하는 모습이 아니었는데…….”

        “…….”

        “이젠 좀 지쳤어. 되는 것도 없고, 여기저기서 미움만 받고. 애초에 내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던 거지.”

       

        탈갤할까-.

        조용히 읊조리는 그녀의 눈은 악의의 층에서 마주쳤던 아녜스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타오르는 불길을 향해 한 걸음씩 가까워지는 프리나를 위로할 방법을 고민했다.

        마음 같아서는 사감실에 있는 얼음 정수기(교체 예정)를 빌려주며 힘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별로 좋은 방법 같지는 않았다.

        다행히 이럴 때를 대비해 학파 규칙이란 게 있었다.

        나는 안전을 위해 쳐둔 펜스 너머를 치우려는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항상 제가 곁에 있을 테니까.”

        “응?”

       

        ‘선배가 힘들어 할 때는 손을 잡고 달콤한 말을 속삭여줄 것.’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신입 해주술사에겐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었다.

       

        “아, 뭐, 그래, 응.”

       

        순간 불꽃이 하늘로 치솟으며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시선이 일제히 사라졌다.

        그것과 별개로 프리나는 불편한 기색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생각해보니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

        얼굴도 모르는 한낯 갤러리 관리자에게 듣는다고 설득당할만한 말은 아니겠지.

       

        “알겠으니 이것 좀 놓지? 어차피 대충 쓰다 버릴 부품이었으면서 위로 따위는…… 으음? 으으으응?”

       

        헌데 자신을 붙잡은 오른손을 떼어내려던 프리나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소매 안에서 꺼낸 제 손과 유심히 비교했다.

       

        “으에에에엑——!?”

       

        그러더니 갑자기 입을 쩍 벌리며 펜스 뒤로 넘어가 버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연재가 고르지 못해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지 못한 일이 있는데, 점점 심해져서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네요.
    구구절절하게 늘어놓는 것보다는 연재주기와 내용을 안정화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후원해주신 분들도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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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

[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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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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