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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

       

       

       이게 맞나?

       

       새로 구매한 침대 한쪽에 누워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으로 꾹 눌렀다.

       

       기분 좋은 촉감이 손을 타고 느껴졌지만, 심장은 여전히 세차게 두근거리고만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기분.

       

       옆에서 시우가 자고 있지 않았다면 이불을 차고 있었겠지.

       

       ···자는 거 맞지?

       

       슬쩍 고개를 돌려 시우를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처음 동거를 시작했을 때 누웠던 침대. 그곳에 시우가 곤히 잠들어있었다.

       

       

       “후우···.”

       

       

       한숨을 내쉬자 가슴에 몰린 열기가 조금이나마 뱉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일까.

       

       곧장 차오르는 묘한 감각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들켰을까? 들키지 않았을까?

       

       시우와 떨어져 있던 십 오분.

       

       그때 얼떨결에 챙긴 시우의 옷.

       

       그 옷이 아직도 내 품에 있었다.

       

       

       “이걸 어쩌지···.”

       

       

       꼼지락거리며 시우의 시선을 피해 숨겨둔 물건을 꺼내 보았다.

       

       시우의 옷이다. 평소에 집에서 자주 입는 티셔츠.

       

       혼자 수련할 때 입는 옷이다. 매일같이 빨아야 하기 때문일까? 비슷한 옷이 잔뜩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금방 더러워지거나 찢어지기에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사놓고 모자랄 때마다 추가로 사 오는 모양이던데.

       

       

       “···.”

       

       

       무심결에 챙겨온 티셔츠를 꺼내 바라보았다.

       

       시우가 자는 지금, 다시 돌려놓는다면 괜찮지 않을까.

       

       아무리 직감이 있다고는 해도 사소한 것까지 알아차리지는 못했을 거다.

       

       내가 옷을 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진작에 이야기했겠지.

       

       오늘 하루, 시우에게는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실수로 쏟았다고 말했을 때도 괜찮다며 웃어 보이기만 할 뿐. 내용물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알아차리지 못한 게 아닐까?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시우가 평소처럼 행동할 리가 없잖아.

       

       응. 돌려놓으면 괜찮겠지.

       

       시우의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일어났다.

       

       과연 시우의 직감이 나를 눈치챌까? 아니면 그냥 넘어갈까?

       

       제발 눈치채지 못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살며시 침대에서 일어났다.

       

       

       “으음···.”

       

       “···!”

       

       

       잠결에 뒤척거리는 시우의 모습에 깜짝 놀라 그대로 굳어있기를 잠시.

       

       다시금 몸을 뒤척이는 시우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는 거구나. 깜짝 놀랐네.

       

       괜히 심통이 나서 시우가 얄미워졌다.

       

       내가 뭐 훔치려는 것도 아니고.

       

       다시 돌려주러 가는 건데 이렇게까지 놀라야 해?

       

       아직도 잠을 자는 시우를 뒤로한 채로, 나는 다시 한번 거실로 나섰다.

       

       

       “후우···. 다행이다.”

       

       

       문을 닫으면 그 소리에 시우가 깰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을 닫지도 않고 세탁실로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어디 보자, 분명 여기에···.”

       

       

       거실로 돌아오고 난 후에, 시우가 나중에 자신이 하겠다며 바구니를 가져갔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늦은 밤중에 세탁기가 얕은 소음을 내며 조용히 돌아가고 있었다.

       

       예전 세상이랑 비교해보면 이런 사소한 점에서 이상하게 발전되어있단 말이지.

       

       마나 때문인가? 잘 모르겠네.

       

       아니, 지금은 세탁기의 성능에 감탄할 때가 아니야.

       

       어서 빨리 이걸 돌려놓아야 해.

       

       아직 세탁 중이니까 같이 넣어두면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세탁기에 손에 든 옷을 집어넣으려던 순간.

       

       문득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오늘, 십 오분이나 떨어져 있었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

       

       내가 얼떨결에 옷을 가져간 이유도 바로 그거였던가.

       

       혹시, 정말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시우의 옷을 가져간다면. 만약 그렇다면 조금 떨어져 있어도 괜찮아질까 싶어서.

       

       그래서 시우의 옷을 가져갈까 생각하다가 무심코 챙겨버렸다.

       

       들킬 뻔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숨겨버리고 말았던가?

       

       마치 부모님에게 그렇고 그런 동영상을 보고 있는 걸 숨기는 것처럼 빠르게.

       

       나도 내가 그렇게 빠르게 반응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순식간에 옷의 실을 시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얇게 뽑아서, 최대한 돌돌 말아둔 뒤에 등에 딱 붙였더니 모르더라.

       

       등을 보이면 들켜버리니 조금 행동이 어색하기는 했지만.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시우의 옷. 과연 이게 정말로 내가 생각했던 효과가 있을까.

       

       

       “기왕 이렇게 된 거, 시험해볼까···.”

       

       

       시우도 자고 있으니까.

       

       만약 호흡이 가빠진다 한들 금방 방으로 돌아가면 괜찮을 터.

       

       그렇게 생각한 나는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자그맣게 백색소음을 내뱉는 세탁기 소리를 배경 삼아, 실을 조금 뽑아내 실뜨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 지 어언 이십 분.

       

       나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시우의 옷을 만져보았다.

       

       

       “···어째서.”

       

       

       이게 왜 진짜로 되는 거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로 시우의 옷을 만지작거리자 손의 떨림이 조금 가셨다.

       

       

       “아니, 이게 이럴 리가 없는데···.”

       

       

       그냥 혹시나 모른다고 생각했던 건데.

       

       정말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생각만 했던 게 사실이 되자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정말로 되는구나. 시우가 주변에 없어도 오래 버틸 수 있구나.

       

       수많은 감정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제 시우에게 도움을 받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도감.

       

       최근 짊어지고 있는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다는 기쁨.

       

       시우의 옷을 끌어안아 보았다.

       

       온기가 내 몸을 끌어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걸까.

       

       세탁이 끝났다는 노랫소리가 세탁기에서 얕게 흘러나왔다.

       

       

       “···아.”

       

       

       홀린 듯이 세탁기에서 옷을 아무거나 대충 집어 들어보았다.

       

       

       “차가워···.”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건조까지 모두 끝난 상태라서 따뜻해야 할 텐데.

       

       따뜻하기는커녕, 밤바람이 차갑게만 느껴졌다.

       

       옷을 다시 세탁기에 집어넣고, 손에 들고 있는 옷을 다시 한번 끌어안아 보았다.

       

       여전히 따뜻했다.

       

       

       “···어쩔 수 없네.”

       

       

       그래.

       

       어쩔 수 없다.

       

       시우에게 이걸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네 옷이 필요하다고 말해도, 시우라면 의심하지 않고 무언가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빌려주겠지.

       

       반대로 말하자면, 아무리 필요하다고 해도 세탁하지 않은 옷을 줄 리가 없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어쩔 수 없어.

       

       손에 들린 옷을 바라보고, 시계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시간은 어느새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있었다.

       

       시우의 옷을 꽉 끌어안았다.

       

       내 몸보다 커다란 셔츠.

       

       커다란 옷이, 마치 나를 감싸 안아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시우의 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운 내 손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

       

       

       

       “···.”

       

       

       아르테가 침대에 다시 돌아오고, 이내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잠들었구나.

       

       보지 않아도 잠들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시우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었으니까.

       

       시계를 바라보니 시간은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아르테가 깨지 않게끔, 살금살금 거실로 나온 시우는 아르테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여전히 잠들어있었다.

       

       

       “이상하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르테가 저렇게 멀쩡히 돌아다닐까.

       

       한 시간이 넘도록 어디서 무엇을 한 걸까.

       

       시우는 오늘 아르테가 보여준 모습을 떠올렸다.

       

       내게 최근 무엇을 하냐고 물어본 직후부터 무언가 수상했다.

       

       

       “들키지는 않은 것 같고.”

       

       

       갑자기 여자냐고 물어봤을 때는 혹시 들켰나 싶어 나도 모르게 눈을 피해버렸다.

       

       아멜리아가 말하길, 이런 건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때 받는 게 효과가 좋다고 하던데.

       

       아르테의 정보력은 꽤 좋은 편이니까.

       

       그래도 그녀가 불안해하며 증상이 심해지는 것보다는 괜찮을 것 같아서 말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말하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빨래를 하러 간다고 나간 이후.

       

       그때부터 아르테의 모습이 약간 이상해졌다.

       

       

       “뭔가 숨기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시우는 평소에 아르테의 위험을 직감으로 눈치채고는 했다.

       

       십 분이 지나면 귀신같이 아르테를 찾는 것도 직감이 아르테가 위험하다고 말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금방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문득 시간을 봤을 때, 십 분이 훌쩍 지나있는 걸 발견하기 전까지.

       

       

       “왜 눈치채지 못했지···?”

       

       

       위험하다는 걸 감지하는 직감에게 너무 의존한 걸까.

       

       그렇게 자조하며 다급히 아르테에게 달려간 시우는, 그녀가 멀쩡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 깨달았다. 직감은 아르테가 괜찮다고 생각해서 작동하지 않은 거라고.

       

       

       “···흐음.”

       

       

       시우는 깨달았다. 분명 아르테의 상태가 갑자기 좋아진 건 오늘 보여준 모습과 관계가 있을 거라고.

       

       갑자기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던 게 분명히 연관이 있을 거라고.

       

       아르테가 계속 머물러있던 세탁실로 향했다.

       

       이곳에서 거의 한 시간가량을 머물러있던데, 도대체 뭘 하고 싶었던 걸까.

       

       시우는 세탁실을 한참 둘러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이상한 점은 눈에 띄지 않고, 직감도 반응하지 않았다.

       

       분명 이곳에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문득 시우의 눈에 세탁이 완료된 세탁기가 보였다.

       

       누군가가 만진 흔적이 있었다.

       

       이 집에 사는 건 나를 제외하고는 한 명밖에 없으니, 아르테가 만진 거겠지.

       

       이곳에서 도대체 뭘 한 걸까.

       

       시우는 한참 동안 세탁기의 주위를 둘러보다가, 세탁기 내부의 옷들까지 모두 확인하고는 중얼거렸다.

       

       

       “···왜 옷이 하나 없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소제목을 보고 야한걸 생각한 사람들이 있을텐데

    반성하세요 이 음란마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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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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