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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일이라는 것이 가끔 술술풀릴 때가 있다.

        ​

        운세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다거나, 가진 실력이 불운을 이겨 낼 만큼 충분하면 일이 풀리는 것이다.

        ​

        내 경우에는 이 둘이 폭발하듯 날뛰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

       일주일 동안 잡은 노예상인만 두팀.

        ​

        노예를 구출 해낸곳만 세곳이었다.

        ​

        “자네는 뭐든 간에 잘 풀리는군.”

        ​

        “….”

        ​

        “그렇지 않은가?”

        ​

        “…”

        ​

        클로셀 영감님이 물어도 나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

        이게 다 이유가 있다.

        ​

        “험험, 어쨌든 내 말이 틀린 건 없지 않았는가?”

        ​

        보통 감옥은 문이 잠겨 있다.

        ​

        새벽에 갔던 감옥은 특히나 복잡한 방법으로 잠겨 있었다.

        ​

        풀려면 풀기야 했겠지만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았다는 것.

        ​

        그때 영감님이 나섰다.

        ​

        뭐라 그랬더라?

        ​

        ‘무엇이든 열 수 있는 마법이 있네.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지.’

        ​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마법.

        ​

        돌연 우리 옆을 지나가던 사람들의 이야기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감옥입구가 통째로 폭발했다는군.”

        ​

        “완전히 무너진 모양일세.”

        ​

        찌릿 –

        ​

        저게 바로 영감님이 말한 마법의 정체다.

        ​

        “영감님, 그걸 통째로 날리면 어떡해요?”

        ​

        “별문제 없었지 않은가? 고도로 계산된 위력이었다네.”

        ​

        영감님의 말대로 다친 사람도 없었고, 들키지도 않았다.

        ​

        하지만.

        ​

        우르르 –

        ​

        “잠시 검문이 있겠다. 협조하도록!”

        ​

        온 마을에 병사들이 저러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

        “얼른 가세나. 신전이 없었다면 나도 그러지는 않았을 거라네.”

        ​

        다행히도 근처에 신전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

        안 그랬다면 아이들이 발각되는데 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았으리라.

        ​

        “도대체가 여기는 깔끔한 귀족이 없어.”

        ​

        이런 곳만 골라와서 그런 것일 테지만, 노예 상인들과 얽혀 있는 곳이 제법 많았다.

        ​

        죄다 도둑놈에, 강도에 아주….

        ​

        “저기도 한 명 더 있네.”

        ​

        평범한 척 위장했지만, 내 눈에는 정확하게 보였다.

        ​

        살짝 찢어진 눈매에 메기같은 입술.

        ​

        심지어 눈동자의 빛깔도 이상했다.

        ​

        저건 관상자체도 그렇거니와 살아온 삶때문에 인상마저도 이상하게 변한 케이스였다.

       

       저 꽁꽁숨긴 눈빛을 봐라.

        ​

        “….?”

        ​

        점점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도둑놈.

        ​

        태연한 척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해 있었지만, 그 목적지가 우리인 것은 분명했다.

        ​

        그것도 파라몬영감님.

        ​

        불쌍한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

        “영감님, 그놈 도둑놈이예요! 소매치기 조심…?”

        ​

        그런데 이게 웬걸.

        ​

        영감님이 태연하게 그놈의 손이 품 안으로 들어오는 걸 두고 보고 있었다.

        ​

        이런 거에 당해 줄 영감님이 아닐 텐데?

        ​

        “괜찮네. 정보원이네.”

        ​

        “….?”

        ​

        “자네 정말 정보원들을 잘찾아내는구만? 제국 내의 첩자들도 한번 봐주겠는가?”

        ​

        “….?”

        ​

        지나가던 정보원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억울하고, 씁쓸해하는 얼굴로.

        ​

        어쩌겠는가, 천직을 찾아도 너무 잘 찾는 바람에 도둑놈으로밖에 안 보이는 것을.

        ​

        “한번 읽어보시겠나? 자네도 알건 알아야 하지 않겠나?”

        ​

        “제가요?”

        ​

        “자넨 이제 영향력이 남다른 사람이라네.”

        ​

        영감님이 건네준 쪽지를 펼쳐보니, 막상 별다른 내용이 보이지는 않았다.

        ​

        – 큰 시장에서 고기하나, 집 앞에서 생선 여러 마리와 소금 조금.

        ​

        아마 들키지 않기 위해 위장한 암호인듯싶었다.

        ​

        파라몬 영감이 대충 설명을 시작했다.

        ​

        “큰 시장은 하르프 왕국의 수도일세, 고기는 노예 상인을 뜻하지.”

        ​

        “뒤에거는요?”

        ​

        “집 앞의 생선은 이곳 근처에 있는 바다일세. 소금은 오크를 의미하네. 자네가 알아봐달라기에 부탁했었네.”

        ​

        “생각보다 평범하네요.”

        ​

        보통 그런 걸 생각하지 않는가?

        ​

        무슨의미인지 알아보기 힘든 문장들.

        ​

        예를 들어, ‘달빛 아래 거꾸로 선 나무’ 같은 문장 말이다.

        ​

        “이렇게 해야 잡혀도 의심을 덜 받는다네. 자네가 생각하는 건 척 봐도 수상하지 않은가? 도둑 길드에서나 쓸법한 문장이네.”

        ​

        “아, 그러네요.”

        ​

        그건 그렇고, 새삼 제국의 힘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

        이미 하르프왕국의 수도에까지 첩자를 심어놓았다는 소리가 아닌가?

        ​

        영감들이 마음대로 뒤집고 다니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

        “바다 근처에 오크라…”

        ​

        느낌이 솔솔 올라왔다.

        ​

        “이곳에서 배를 타면 수도까지 갈 수 있네.”

        ​

        “좋네요.”

        ​

        “어떤가? 배를 타고 싶은가? 땅으로 걸어가도 멀지는 않으니 상관없네.”

        ​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

        재빠르게 방울을 꺼내려다가,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

        나에 대한 소문이 많이 퍼져서 자칫 오해를 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내가 하는 것이 워낙에 독특한 행동들이니, 누가 봐도 크리스라고 광고를 하는 꼴이 아닌가.

        ​

        “일단 신전으로 가시죠.”

        ​

        신전이라는 말에 루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

        쏘옥 –

        ​

        “빠! 신젼 가?”

        ​

        “응응, 일단 거기로 가야 할거 같아.”

        ​

        배시시-

        ​

        “알게쪄!”

        ​

        새벽에 아이들을 구출하고 신전에 들렀을 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루나는 신전에 있으면 힘이 넘친다.

        ​

       물 만난 고기처럼 말이다.

        ​

        놀랍게도 루나가 태어나고 신전에 가 본적이 처음이라 이제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

        “따지고 보면 신당도 신전 아닌가?”

        ​

        “신댱?”

        ​

        “우리 집이 신당이야.”

        ​

        “알고이쪄, 신젼에는 하얀빛이 많아! 신당은 움…다른 게 많아!”

        ​

        그동안 루나가 제법 자라서 이제는 어엿한 두세살배기의 몸을 가지게 되었다.

        ​

        아직도 내 정강이만큼 오는 크기였지만 말이다.

        ​

        천천히 걸어가니 신전앞을 지키고 있는 성기사들이 보였다.

        ​

        척 –

        ​

        “성녀님을 뵙…!”

        ​

        “쉿! 어디 소문낼일 있어요?”

        ​

        몇 번이나 강조했지만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

        하기야 눈앞에 성녀가 있는데 이들이 인사를 하지 않고 어떻게 참겠는가.

        ​

        당장 알루어드만 와도 이들은 긴장해야 될 사람들이었으니까.

        ​

        “찾아온 사람들은 없었죠?”

        ​

        “병사들이 찾아왔으나 돌아갔습니다.”

        ​

        “그럼…?”

        ​

        성기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아이들이 안전하다는 뜻이리라.

        ​

        “빠! 나 내려.”

        ​

        “응응.”

        ​

        아장 아장 –

        ​

        스윽?

        ​

        “아저찌!”

        ​

        “…헙! 마, 말씀하시옵소서.”

        ​

        “루나, 져기 가 볼래!”

        ​

        “명을 받드옵니다!”

        ​

        맨날 등에 업고 다니려다 보내려니 뭔가 마음이 허전했다.

        ​

        하지만 성녀를 신전안에서 잡아 둘수는 없는 노릇.

        ​

        이미 새벽에도 한번 풀어 준적이 있었으니 괜찮을 것이다.

        ​

        잘 부탁한다고 인사라도 하려고 했지만, 내 말이 들리기나 할까 싶었다.

        ​

        저 벅차오르는 얼굴, 감동에 젖은 눈동자.

        ​

        “광신도가 따로없네.”

        ​

        “허허, 성녀란 그런 존재라네. 전대의 성녀때도 비슷했지.”

        ​

        전대의 성녀.

        ​

        그러고 보니 자세한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

        대륙전쟁 때 큰 희생을 하고 사라졌다 했으니, 영감들은 만난 적이 많을 것이다.

        ​

        “어떤 사람이었나요?”

        ​

        따지자면 루나의 선배격 되는 사람이 아닌가.

        ​

        알아 둬서 나쁠 게 없었다.

        ​

        “말 그대로 성녀였다네. 모두가 생각하는 성녀다운 모습을 그대로 갖춘 사람이었지.”

        ​

        “흠…”

        ​

        “다음에 알루어드경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네.”

        ​

        뭔가 대화를 회피하는 듯한 기분이다.

        ​

        파라몬 영감님도, 클로셀 영감님도, 드잔트도 고개를 살짝 돌렸다.

        ​

        저런 반응을 보이는데 굳이 캐물을 이유가 있겠는가?

        ​

        나중에 교단 사람을 만나면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

        “일단 어디로 갈지부터 정해 보죠.”

        ​

        사람이 없는 곳.

        ​

        한적한 곳을 찾아온 나는 곧바로 방울을 꺼내 들었다.

        ​

        딸랑 –

        ​

        지도를 보며 바다를 상상하고.

        ​

        딸랑 –

        ​

        다시 걸어가는 모습을 떠올렸다.

        ​

        “흐음…바다로 가는 게 좋을 것 같긴 한데.”

        ​

        둘 다 상관은 없었다.

        ​

        어느 쪽으로 가도 문제가 될 만한 운수는 없었으니까.

        ​

        하지만 방울을 흔들 수록.

        ​

        딸랑 –

        ​

        “왜 자꾸 바다가 보이지?”

        ​

        “바다로 가야 하는 것인가?”

        ​

        “당장에 배는 안타요.”

        ​

        근시일 내에 배를 탈 일은 없다.

        ​

        그렇다고 말을 탈것 같지도 않았다.

        ​

        “아우, 여기로 오는 게 아니었는데.”

        ​

        옛날처럼 눈이 부셔서 잘 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

        신전 안에서 온통 번쩍거리는 빛이 나고 있으니까.

        ​

        루나의 빛은 편안하기만한데 말이다.

        ​

        딸랑 –

        ​

        딸랑 –

        ​

        “이동수가 꽉 끼어 있기는 한데….이게 오늘 아니면 내일이네요?”

        ​

        거기다 손님 비슷한 것이 하나 올 것 같다.

        ​

        요즘 들어 굉장히 답답한 것이 확 그냥 할머니에게 큰 공수를 부탁해 볼까 싶지만….

        ​

        큰일이 있었으면 벌써 일러 주고 갔을 것이다.

        ​

        내가 하는것이 얼추 맞는 길로 가고 있지 싶었다.

        ​

        “손님 만나고 이동할 것 같네요. 오늘은 쉬시죠?”

        ​

        ***

        ​

        교단에서 차려주는 어마어마한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었다.

        ​

        밤이 깊었으니, 손님이 내일쯤에나 올거라 생각하고 말이다.

        ​

        그런데 자는 새벽에 들이닥치다니.

        ​

        “…크리스?”

        ​

        옆에 누워 있던 세레나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

        “손님이 온 것 같아.”

        ​

        주변을 둘려보고는 의아하게 나를 보는 세레나.

        ​

        근처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

        밖에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을 테니까.

        ​

        “꿈자리가 뒤숭숭하다 했더니… 다른놈이 왔나보네.”

        ​

        루나를 안아드니 세레나가 포데기를 건네줬다.

        ​

        “고마워. 같이 갈 거야?”

        ​

        “네. 또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신전 밖으로 나오니 어둑어둑 한 새벽이었다.

       

       멀리서 보이는 나를 기다리는 손님.

       

       꼴을 보아하니 신전이라고 접근도 못하는 모양이다.

       

       “어휴…”

        ​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영혼이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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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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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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