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3

       ‘예, 예린 님…! 패, 팬이에요…!’

         

       ‘아…, 그게…, 아, 아, 악수를 하려….’

         

       ‘괘, 괜찮으세요…?’

         

       ‘허, 허벅지에 지금 피 나고 있어요…. 더, 덧나면 안 되는데….’

         

       ‘제, 제가 직접 지혈해드릴게요. ……손으로.’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요.’

         

       ‘네가 먼저 나 꼬셨잖아.’

         

       ‘가만히 있으라니까?’

         

       번쩍.

         

       “……흣.”

         

       짧은 침음과 함께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정말 개 같은 악몽이었다.

         

       ‘하아…, 별 미친 진짜….’

         

       아무래도 어제 일 때문에 많이 놀라긴 했나보다.

         

       원래 나는 꿈 같은 거 잘 안 꾸는데…, 이렇게 생생한 악몽이라니….

         

       “후우….”

         

       심한 갈증과 함께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방은 아직 많이 어두웠고 시계를 보니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었다.

         

       이에 나는 잠시 일어나 부엌에서 물을 떠다 마시려 했지만….

         

       꽉.

         

       “우음…….”

         

       “흠냐…….”

         

       “아.”

         

       내 팔 양쪽을 강하게 안고 있는 내 부모 때문에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 오랜만에 같이 잤었지….’

         

       어젯밤 아빠 엄마와 같이 잔 이유는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눈을 감으면 자꾸 어제 남궁수호의 모습이 떠올라서.

         

       혼자 자면 아무래도 밤잠을 설칠 것 같아서 같이 자자고 했는데…, 아빠 엄마랑 같이 자도 밤잠을 설친 건 마찬가지였다.

         

       나는 표정을 찡그리며 어젯밤 자기 전 모습을 떠올렸다.

         

       ‘예린아 아빠가 팔베개 해 줄까? 어렸을 때는 아빠가 팔베개 해주는 거 엄청 좋아했잖아.’

         

       ‘여보…! 예린이 배 봐요! 복근 생겼어요, 복근!’

         

       ‘예…? 정말요? 어디 봐요. 와 진짜네?’

         

       ‘…제발 얼른 좀 자요. 나 피곤해요.’

         

       밤새 날 사이에 끼워 두고 어찌나 내 몸을 짓주무르고 만지작대던지….

         

       원래 어렸을 때부터 아빠 엄마는 나를 강아지, 고양이 만지듯 쓰다듬는 걸 좋아했다.

         

       그리고 어제는 그동안 쓰다듬지 못한 것을 한 번에 충당하기라도 하듯 나를 마치 슬라임 만지듯 만져댔다.

         

       물론 그 덕분에…, 남궁수호 생각은 조금 덜 났지만 말이다.

         

       “…….”

         

       나는 내 양쪽의 부모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스륵.

         

       …두 사람의 앞머리를 쓸고 맨얼굴을 보았다.

         

       누가 봐도 내 부모라는 걸 증명하듯…, 내 얼굴을 판박이처럼 닮은 두 사람.

         

       나는 그런 두 사람의 얼굴을 골똘히 보다가…, 오랜만에 두 사람의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다른 어떤 것들보다 특성 부분이 눈에 띈다.

         

       원래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성이 비어 있다.

         

       나 역시 천마(天魔) 특성을 얻기 전까지는 아무런 특성도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의 상태창을 열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부모의 상태창부터 열어 보았다.

         

       그리고….

         

       나는 우리 부모가 남들은 하나도 없는 특성을 무려 3개나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지금까지 본 사람들 중 가장 많은 특성 보유였다.

         

       심지어 우리 아빠 엄마는 갖고 있는 특성이 동일하게 겹쳤다.

         

       나는 오랜만에 아빠 엄마의 상태창을 열어 첫 번째 특성부터 천천히 읽어 보았다.

         

       우선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특성 : 철부지 – 당신은 절대 철이 들지 못합니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당신은 5살의 꼬마아이 그대로 살아갈 테니 평생 그 동심을 즐기십시오!]

         

       …바로 철부지.

         

       정말 철딱서니 없는 우리 아빠 엄마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특성이었다.

         

       ‘…내가 볼 땐 이게 유진이 안하무인 특성보다 더 최악인 것 같아.’

         

       평생 철이 들지 못하다니…, 어떻게 보면 당사자는 좋을 수 있겠지만 같이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말 이보다 최악일 수 없었다.

         

       나는 첫 번째 특성부터 한숨이 나오는 걸 느끼며 다음 특성으로 넘어갔다.

         

       [특성 : 영혼의 콤비 – 당신의 영혼의 반쪽을 찾으십시오! 두 사람이 서로 만나기만 하면 혼자 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시너지가 발휘됩니다! 물론 그게 좋은 방향인지 나쁜 방향인지는 당신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푸핫.”

         

       나는 두 번째 특성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것도 정말 우리 아빠 엄마다운 특성이랄까.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우리 아빠 엄마처럼 금슬 좋은 부부를 본 적이 없으니까.

         

       우리 아빠 엄마는 서로를 정말 끔찍이도 사랑한다.

         

       언제나 서로를 배려하고…, 심지어 아직까지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기도한다.

         

       게다가 무슨 뇌라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언제나 한마음 한뜻이고 취향 취미 같은 것도 상당히 겹친다.

         

       그야말로 영혼의 콤비.

         

       물론 안 좋은 쪽으로의 영혼의 콤비긴 했지만 아무튼 아빠 엄마와 잘 어울리는 특성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특성.

         

       “…….”

         

       나는 마지막 특성을 싸한 눈으로 천천히 읽어 내리다가….

         

       [특성 : 등에 – 당신은 절대 당신 혼자만의 힘으로 살 수 없습니다. 당신은 오로지 피를 빨기 위해 태어났으니 당신의 행동에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습니다! 당신의 이오를 찾으십시오! 그리고 죽을 때까지….]

         

       파앗.

         

       …그대로 상태창을 끄고 시선을 다른 곳에 돌렸다.

         

       별로 유쾌한 부분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

         

       이래서 내가 부모의 상태창을 보는 걸 싫어한다.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알게 되는 느낌이…, 너무나도 불쾌했다.

         

       “……후우.”

         

       그렇게 내가 답답한 심정을 떨쳐 내려 한숨을 쉰 그때였다.

         

       “우응…, 음? …예린아?”

         

       “……예린아, 벌써 일어났어?”

         

       누가 영혼의 콤비 아니랄까봐 우리 아빠 엄마는 동시에 잠을 깨어 났다.

         

       “왜 더 안 자고. 아직 아침 되려면 먼 것 같은데.”

         

       “아이구…, 우리 예린이 식은땀 흘린 것 봐…. 혹시 안 좋은 꿈이라도 꾼 거야?”

         

       나는 나를 걱정스레 바라보는 두 쌍의 눈동자에게 희미한 미소와 함께 물었다.

         

       “…아빠 엄마는 저를 사랑해요?”

         

       “…어?”

         

       “…그야.”

         

       내 갑작스러운 질문에 아빠 엄마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마치 합창을 하듯 동시에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리 말하는 부모의 눈동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섞여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즉답을 하고는 나를 더욱 강하게 안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 애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칭얼거릴까아….”

         

       “당연한 걸 물어보는 거 보니까 아직 잠이 덜 깼나 보네…. 예린아, 엄마 품에서 더 자.”

         

       “…….”

         

       혹시 이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닐까? 나를 딸로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닐까?

         

       그것은 내가 어렸을 적 가졌던 의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하게 안다.

         

       내 부모는…, 나를 사랑한다.

         

       나를 소중하게도 생각한다.

         

       다만…, 그 안에는 그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그들의 역겨운 본능이 숨겨져 있을 뿐이었다.

         

       “하아…….”

         

       나는 한숨을 한 번 더 쉬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래도 이렇게 두 사람 품 안에 있으면 아무 생각도 안 할 수 있어서 좋긴 하다.

         

       따뜻…, 하기도하고 편안…, 하기도하고.

         

       전생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이 따뜻한 족쇄는 어마어마한 중독성과 함께 내가 현실을 도피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에 나는 나를 꼬옥 안는 두 사람의 손길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피를 빨 거면 빨라고.

         

       이렇게 매일 나를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 준다면….

         

       나는 기꺼이 내 피를 빨릴 생각이 있었다.

         

       ‘대신 선은 넘지 말고….’

         

       그 선이라는 게 어디 있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부모가 그 선을 한 번 더 넘으면 나도 이제는 더 이상 참지 않으리라.

         

       그때 나는 내 상태창에서 새로 생긴 특성이 떠올랐다.

         

       [특성 : 천마(天魔) , ??(잠김)]

         

       나는 왠지 저 잠긴 특성이 열릴 때 지금 나와 부모의 관계도 깨질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에…, 나는 그냥 저 특성이 평생 잠긴 채 유지되기를 빌었다.

         

       나는 만족하고 있으니…, 그냥 지금 이 상태로 평생 가길….

         

         

         

         

       **

         

         

         

       다음 날 아침.

         

       일어나보니 내 양옆에 아빠 엄마는 없었다.

         

       아무래도 일을 나간 듯싶었다.

         

       그리고 나는 등교를 하는 대신 강형만이 제안한 대로 삔 발목을 보러 병원으로 갔다.

         

       강형만은 일이 너무나도 바빴기에 늘 그랬던 것처럼 상구 오빠가 날 픽업해서 병원에 데려가 주었다.

         

       작은 곳이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상당히 실력 좋은 곳이란다.

         

       “어디 보자….”

         

       이제 막 중년과 노년의 경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 의사가 내 발목을 이리저리 보고 엑스레이까지 한 번 찍어 보고는 혀를 차며 말했다.

         

       “부러진 건 아닌데…, 인대가 좀 늘었네요. 아이고, 많이 아프셨겠어요.”

         

       “아….”

         

       “일단 붕대를 좀 감아드릴게요. 최소 일주일 동안은 격렬한 움직임 피하시고 최대한 조심하셔야 합니다.”

         

       “……!”

         

       의사의 말에 나는 당황하며 말했다.

         

       “저…, 제가 사실은 본업 때문에 춤을 춰야 하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예? 무슨 일을 하시길래 춤을…, 어? 그러고 보니…!”

         

       의사는 그제서야 나를 알아보겠다는 듯 소리쳤다.

         

       “그 케이블에서 뭐시냐…, 어쨌든 그 아이돌 오디션 프로 나오는 분 아니세요?”

         

       “아…, 네. 맞습니다.”

         

       “와하하! 영광입니다! 나가실 때 싸인도 한 장만 부탁드릴게요! 저희 막내 딸이 고3인데 환자분 엄청 좋아해요! 맨날 공부 안 하고 환자분 영상만 찾아보고.”

         

       “아…, 그 죄송….”

         

       “하핫, 농담이었습니다! 아…, 그런데 그거보다….”

         

       의사가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오디션 프로 안 끝나셨죠. 그래서 꼭 춤을 춰야 하는 거고….”

         

       “네…, 맞아요. 제 입장에서는 엄청 중요한 일이라….”

         

       “흐음….”

         

       그리고는 이내 턱을 괸 채 말을 이었다.

         

       “사실 뼈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그냥 인대만 늘어난 거라…, 그냥 평상시처럼 활동하셔도 큰 문제는 없긴 합니다.”

         

       “아, 그러면….”

         

       “대신 원래 일주일이면 끝났을 회복시간이 더 늘어나게 되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발목을 움직이실 때마다 상당히 아프실 거예요.”

         

       “아픈 건…, 괜찮습니다.”

         

       아픈 건 단순히 참으면 그만이니까.

         

       “지금도 많이 아프실텐데…, 젊은 분이 참 독하시네요….”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의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혀를 한 번 차고는 뒤에서 붕대를 꺼냈다.

         

       “그러면 일단 그렇게 하는 걸로 하시죠. 대신 제가 붕대를 감는 법을 가르쳐 드릴 테니 춤을 추지 않는 동안은 꼭 붕대를 압박해서 감고 계세요.”

         

       “네, 꼭 그럴게요.”

         

       “발목을 여기 올려놓으시겠어요?”

         

       “넵.”

         

       의사의 말에 나는 신발과 양말을 벗은 발을 그의 앞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그때였다.

         

       톡.

         

       “……!”

         

       붕대를 감으려는 의사의 손이 내 발목과 닿는 순간….

         

       ‘허, 허벅지에 지금 피 나고 있어요…. 더, 덧나면 안 되는데….’

         

       ‘제, 제가 직접 지혈해드릴게요. ……손으로.’

         

       흠칫.

         

       “혹시 많이 아프세요? 살짝 닿았는데도 엄청 떠시네….”

         

       “아….”

         

       나는 나도 모르게 크게 흠칫하며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빚갚돌의 태그를 ‘약피폐’에서 ‘피폐’로 변경하였습니다.

    작품을 들어가기 앞서 저는 약피폐와 피폐 중 이 작품이 어느 범주에 속하나 많이 고민하며 주변 다른 작품들의 경우를 많이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약피폐와 피폐의 경계가 상당히 애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약피폐 태그를 골랐고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전작도 약피폐인데 전작과 지금 작품의 피폐 농도가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는 걸 느꼈습니다.

    죄송합니다.

    독자님들을 속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