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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헤센 백작령의 공장은 무난하게 진행중이었다.

       공장은 지어졌고, 이제 아르델의 다크엘프들은 투입을 앞둔 상황.

       아직 근무표가 나오지 않았다.

       단 하나의 스텝을 남겨놓고, 그들 대부분은 숙소에서 시간을 죽이는 중이었다.

         

       마법을 연구하거나.

       마나 회로를 단련하거나.

       책을 읽거나. 괜히 청소를 하거나.

       밖에서 잡아온 사슴벌레들끼리 싸움을 붙이거나….

         

       그렇게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근무 투입을 기다렸다.

         

       “우리 언제 근무 들어간다고 했지?”

       “몰라.”

       “아~ 근무하고 싶다.”

         

       근무를 뛰면 돈이라도 두둑이 받지만, 이러고 있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물론 돈이 들어오긴 했다.

       하지만 쥐꼬리만 한 대기 수당으로 입에 풀칠하려고 다른 나라까지 온 건 아니었다.

       억지로 끌려온 거긴 해도… 그렇다 해서 일 하는 게 싫은 건 아닌데….

       아르델에서 일하는 거에 비하면 많은 돈이고 좋은 조건이라서 일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없는 여기에서 죽치고 있으려니 좀이 쑤시는데….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숙소를 가득 채우는 와중.

       벌컥. 문이 열렸다.

         

       “왔다!”

       “뭐?!”

       “드디어냐고!”

       “5년만 일하면 아르델에선 30년은 족히 먹고 살 수 있다니. 천국이잖냐.”

         

       검은 피부 근육질의 다크 엘프 남성이 손에 종이를 들고 흔들었다.

       찬란한 근무표에 모두 정신을 빼앗겼다.

         

       “맙소사.”

       “정말 근무표야….”

       “아르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온 대륙에서 혼자 뒤떨어진 아르델과 기본적으로 경제의 규모 차이가 심하니, 버는 돈도 차원이 다르다!

       급하게 근무표를 확인한 남성이 소리쳤다.

         

       “맙소사 일일 근무 12시간이야.”

       “뭐?! 12시간?!”

       “이 돈에 12시간 밖에 아니라니!”

       “심지어 12시간이면 느긋한데?’

       “12시간이면 뭐… 근무 축에도 못 끼지.”

       “그렇지.”

         

       시간에 무딘 엘프들이라 장시간 근무에도 강하다!

       수십 년의 세월은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엘프들에게 하루 12시간?

       12시간 정도는 매우 가벼웠다.

       시간을 견디는 건 엘프들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그리고 일 한 만큼 돈을 더 준다니 마다할 이유도 없다!

       그냥 몇 번 딴 생각좀 하다보면 끝나는 것 아닌가.

       아니면 지루할 때마다 마법으로 작업을 해도 된다.

       그림자 마법을 이용하면 손쉽게 조작할 수 있으니까.

       그들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깔짝 일하고 이만 한 돈을 받는다고…?”

       “말도 안 되는 조건이야….”

       “역시 왕국이 잘 살긴 해….”

         

       다크엘프들이 시간표를 보면서 감탄하고 있었지만.

       누군가가 근무표의 허점을 꿰뚫었다.

         

       “낮에 풀타임 근무인데?”

       “뭐? 씨발 낮?!”

       “시발. 낮엔 햇빛이 들어오잖아.”

       “이럼 누가 낮 근무를 들어가?’

       “당연히 나이 적은─”

       “무슨 소리 당연히 나이 많은 사람이 솔선수범을 보여야지.”

       “마법 실력으로 대결해?”

       “바지 벗을까???”

       “어어… 벗지마라….”

         

       누군가는 낮 근무를 풀타임으로 뛰어야 한다.

       평생을 지하와 어둠 속에서 살아온 다크엘프들에게 햇빛이란 뜨겁고 고통스러운 것.

       인공적인 빛이 아닌, 진짜 빛 아래에서 일을 한다니.

       종족에 각인된 본능이 거부 반응을 보였다.

         

       “교대 근무로 할 건가?”

       “그럼… 일주일 단위로 낮 근무를 들어가게 되는군.”

       “교대 근무. 좋지. 좋지만… 굳이 그래야 하나?’

       “누군가가 이 고통을 떠안으면 누군가는 편해지는데.”

         

       다크엘프들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나만 아니면 되는 거 아닌가?

       지금 이 자리에서 누군가는 어둠에서 쫓겨난다.

       다크엘프들의 보금자리에서 떠나게 된다.

       그 사실을 눈치 챈 이들은 서로를 견제했다.

         

       “어쩔 수 없지….”

         

       흉흉한 분위기 속.

       다크엘프 사내는 자신이 애지중지 키우던 사슴벌레. 킹코브라와 유니콘을 꺼냈다.

         

       “나는 킹코브라가 이긴다에 걸겠어.”

       “나는 유니콘을 믿어!!!!!!”

       “지는 놈은 햇빛 아래로.”

       “제발 이겨다오 킹코브라!!!!”

       “내가 이럴 줄 알고 어제 유니콘에게 꿀을 먹였지.”

       “뭐?! 이 새끼가 천연 도핑을?”

       “유니콘 너가 이기면 오늘은 다시 벌꿀 특식이야!”

         

       다크엘프들의 근무 시간이 결정되었다.

         

         

         

       ***

         

         

         

       ‘잘 굴러가고 있네요.’

         

       올라온 보고서를 읽던 베아트리스가 서류를 살며시 내려놓았다.

       더 읽을 필요도 없었다.

       공장은 완성됐고 다크 엘프들은 큰 불만 없이 근무표를 조정했다.

       시간 흐름에 강한 엘프들이라 그런 걸까.

       2교대 근무라는 끔찍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

       이 정도면 더 이상 문제될 게 없겠지.

       베아트리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네요….’

         

       그녀는 이번 일에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한 편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불안 요소가 너무나도 많았다.

         

       왕국 혼자서 견디기엔 여유가 없다보니 기간이 늘어지는 건 피해야 하고.

       무엇을 만들어내는지 다른 나라가 알아채고 접근하는 것도 막아내야 했고.

       테르인의 돌발행동이나 제국의 불가침 약속 백지화, 돌프의 일탈, 헤센 백작의 폭주 등등.

         

       그녀가 생각하기에 일어날 법한 이상한 일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거나, 잘 넘겼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각오했지만….’

         

       실패 없이 깔끔하게 일이 진행되다니.

       첫술에 배부를 거라 생각하지 않은 베아트리스에겐 예상을 상회하는 결과였다.

         

       ‘전부… 돌프 경이 잘 해낸 덕이네요.’

         

       그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베아트리스의 눈으로 파악한 돌프라는 인재는 실제로 그만한 실적을 냈다.

       그에게 두둑한 포상을 내릴 정도로 잘 해주었다.

         

       그의 능력대로라면 아마 쭉 잘 해내지 않을까.

       만약 이대로… 쭉 막힘없이 진행돼서 흐름을 잡는다면.

       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그만큼 체급이 커진다면 말이죠.’

         

       아직 남아있는 고민과 문제점들이 산재해있지만.

       이건 꾸준히 해결책을 생각해보면 되겠지.

         

       일을 끝낸 베아트리스는 서류를 정리하고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쪽엔 주딱이 있었다.

       장소가 바뀌었어도 그는 평소처럼 집무실에 놀러왔다.

         

       오히려 없으면 섭섭하지 않았을까.

       그는 평소처럼 소파에 누워 갤러리 관리에 열심히인 모습이었다.

       그를 호위하는 용사도 마찬가지로 조용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그 둘을 베아트리스가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어떻게 저렇게 태연한 걸까요.’

         

       특히. 주딱. 그가 저럴 수 있는 게 신기했다.

       돌프와 만나게 된 것도 주딱.

       아르델과 테르인으로 헤센 백작령이 이득을 본 것도.

       그리고 피로와 부담으로 몰린 돌프를 해결한 것도.

       이 모든 일에 있어서 큰일을 해준 건 주딱.

       판을 짜는 것부터 해결까지.

       이번 일에 있어서 가장 큰 상을 받아야하는 사람은 주딱이었는데.

         

       그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한지 모르는 마냥.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이 평소와 같이 행동하고 있었다.

         

       ‘이번 일에 최고로 잘해준 주딱에게 뭔가 해주고 싶어요….’

         

       베아트리스가 어떤 포상을 내릴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미 다른 인물들에게 내릴 포상은 정해놨다.

       돌프 경에게 물질적인 포상과 유일한 지위. 그리고 귀족 작위를 수여.

       언제나 몸이 근질근질한 헤센 백작에겐 꾸준한 관심을.

       호위 임무를 잘하고 있는 용사에게는 포상과 자유로운 휴가를.

         

       그리고….

       이 모든 일에 꾸준히 잘 해준 주딱에게는 어떤 상을?

       그녀의 고민이 깊어졌다.

         

       귀족 작위? 그런 걸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저번에도 중요한 직책을 하나 줬을 땐 나쁘지 않은데. 좋아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억지로. 변명을 위해서 준 자리여서인걸까.

       귀족 작위를 주면 좋아할까…? 대륙 전체를 뒤흐드는 사람인데.

         

       ‘어렵네요….’

         

       물질적으로 초연하다 해야하나.

       관심이 없다는 건 이미 그녀도 아는 사실.

       그렇다면 할 일은 정해져있었다.

       베아트리스 주딱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주딱.”

       “네?”

       “고마워요. 이번에 번거로운 일을 잘 처리해줘서.”

         

       일단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자 주딱이 가볍게 웃었다.

         

       “에이 별 것도 아닌 걸로요.”

         

       그런 그를 보며.

       베아트리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째서….’

         

       항상 이렇게 잘 해주는 건가요.

       바라는 것도 없으니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항상 주기만 하고….

       주딱에게는 항상 가슴이 답답해져서.

       이 마음을 해소할 방법이 없는 걸요.

       베아트리스의 중얼거림이 안타까움을 맺었다.

         

       ‘해줄 수 있는 건….’

         

       고마움을 전하고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

       평소에 발 마사지나 어깨를 주물러줬으니.

       그걸로 보답한다면 어떨까.

       주딱의 손은 항상 바쁘니까 피곤하지 않을까?

       베아트리스가 주딱에게 해줄 수 있는 걸 발견했다.

         

       “주딱… 매일 그렇게 갤러리를 관리하다보면 손이 피곤하진 않나요?”

       “음.”

       “피곤하겠죠?”

       “그런 거 같기도 하네요. 매일 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그런 거고.”

         

       주딱이 스트레칭 겸 손목을 돌리자.

       뚜둑. 뚜둑.

       힘줄이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손목이 곱창 났다는 걸 의미하는 건강 적신호!

       이건 오히려 기회다.

       베아트리스는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손을 뻗었다.

         

       “주딱 손을 내밀어보겠어요?”

       “손이요?”

         

       주딱의 내민 손에.

       베아트리스의 손가락이 먼저 닿았다.

         

       움찔.

       간질거리는 느낌에 순간 당황했지만.

       그녀는 양손의 새끼와 약지 사이로.

       주딱의 새끼와 엄지를 안쪽에서 바깥으로 단단히 붙잡았다.

       완전히 맞물리게 잘 집어넣고 벌리고….

         

       엄지손가락으로 주딱의 손바닥을 꾹꾹 눌렀다.

       평소에 얼마나 손을 많이 사용하면 손바닥 근육이 단단하게 뭉치는 건지.

         

       “여기 많이 뭉쳤네요? 딱딱해요….”

       “그 정돈가.”

       “그 정도네요.”

         

       베아트리스는 손을 마사지해주면서 주딱을 올려다보았다.

       손바닥이 시원한지 완전히 긴장이 풀린 표정이었다.

         

       “이쪽은 끝났으니까… 반대쪽도요.”

       “시원하네요. 근데 이래도 괜찮아요?”

       “무슨 의미인가요?”

       “여왕님과 외간남자가 손을 잡다니.”

         

       진지함이라고는 없는 장난기 가득한 말. 장난을 치는 표정이었다.

       아무리 봐도 주딱이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지만….

       베아트리스는 시선을 피하면서 작게 답했다.

         

       “괜찮아요. 그런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완전히 외간 남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 걸요.

       그 말은 속으로 삼켰다.

         

       손 마사지를 끝나고. 베아트리스의 손이 멈췄다.

       그리고 잠시… 멍하니 주딱의 손을 조물조물 만지다가.

       중지 굵기를 재는 것처럼 마디를 꾹꾹 눌러보기도 하고. 검지로 살살 문지르고….

       자신도 모르게 주딱의 손을 간지럽혔다.

         

       “여왕님?”

       “…아. 미안해요 다른 생각을 하다가.”

         

       그녀는 슬그머니 손을 빼고 몸을 돌렸다.

       방금 전에 들었던 말 때문에. 망상에 푹 빠져있었다고 하면…. 부끄러우니까.

         

       “무슨 생각을 하셨길래.”

       “이, 이번 제품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래요?”

       “그래서 돌프경을 만나볼까 해요. 그 다음엔 공장도 가보고.”

       “아. 돌프 아저씨 만나러 가는구나. 그럼 저도 할 일 없는데. 같이 갈게요. 용사님은요? 대련 가시나?”

       “헤센 경과 대련보다는 호위에 참여하겠습니다.

         

       둘이 일어나자, 용사도 같이 뒤따랐다.

         

         

       ***

         

         

       주딱 일행은 공장으로 가서, 돌프를 찾았다.

       총책임자이자, 실무에서 가장 믿음직한 전문가이니까.

         

       “돌프 아저씨…?”

         

       주딱을 맞이한 건 평소보다 홀쭉해진 돌프였다.

         

       “아니 뭐에요.”

       “…고생해서 살이 빠졌다네.”

         

       이번 일이 얼마나 힘들었길래 요양 중인 거지.

       그는 컵에 있는 걸쭉한 주황색 액체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건 뭐에요?”

       “맛있어 보인다는 표정이군 한 잔 하겠나?”

       “아뇨 그건 절대 아닌데. 아무튼 그거 뭔데요.”

       “에이미 양이 내게 준 영양 주스라네… 이것저것 갈아서 만들었는데 좋다네.”

       “좋아요?”

       “그건 모르겠지만 괜찮다네.”

         

       그거 괜찮은 거 맞냐고.

       이상한 맛인 건지. 사람이 아파서 미각이 맛이 간 건지. 아니면 돌피 아저씨라 그런 건지.

       확실한 건 미묘하게 점성이 존재하는 주스가 맛있어보이진 않다.

         

       “그래서 왜… 여왕님까지….”

       “점검 차 온 거죠.”

       “벌써 속이 쓰리군….”

       “어차피 잘 되고 있을 텐데. 그래서 어떻게 되고 있어요?”

       “곧 첫 제품이 나온다네.”

         

       돌프 아저씨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공장의 마지막 과정을 끝내고 제품이 하나 탄생했다.

         

       “오….”

         

       완성된 부품을 조립하고 배터리에 마나석으로 채우기까지.

       모든 과정이 완료된 첫 제품이었다.

       주딱은 갤러리 스마트폰을 바로 숙달된 조교. 베아트리스에게 건넸다.

         

       “여왕님 어때요?”

       “…확실히 제 것과 다를 바가 없네요.”

         

       능숙하게 조작하던 베아트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퀄리티라는 뜻이지만….

       돌프와 베아트리스는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다음 목표는… 지속성이겠네요.”

       “예. 배터리를 꾸준히 사용할 수 있으나… 지금은 단가가 비싸니 문제가 될 겁니다.”

         

       돌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처음부터 제기되던 문제점이다.

       그러나 일단은 제품 테스트가 우선이다.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도전해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배터리 충전을 위한 기구를 설치하면….”

       “아마 영지 하나 커버하기도 힘들 겁니다. 돈도 많이 들 거고요.”

       “하아.”

         

       다만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걸 어디서 해결할 방법이 나타나지 않을까?!

       베아트리스와 돌프가 고민하고 있을 때….

       라인에서 일을 돌리던 다크 엘프 사내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이 공장의 책임자와 얘기하고 싶습니다.”

       “책임자?”

         

       주딱이 돌프를 쳐다보고.

       돌프는 주딱을. 베아트리스와 용사도 주딱을 쳐다보았다.

         

       “그대가 책임자입니까?”

         

       시발. 왜 나야.

         

       “예. 맞긴 합니다만.”

       “저는 이번에 파견 온 이들의 팀장인 라일리라고 합니다.”

         

       그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무슨 일 있어요?”

       “한 가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어떤…?”

       “이 마나를 저장하는 배터리가 되게 효율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만….”

       “….”

         

       아 이거. 말꼬리가 늘어지는 걸 보아하니,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음흉한 속내가 피부로 느껴졌다.

         

       “제가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대신….”

       “맨 입은 아니다?”

       “역시 얘기가 빠르시군요!”

         

       사내가 웃으며 손을 활짝 펼쳤다.

       손가락 5개. 50금화는 아닐 것 같고. 5000금화는 너무 큰 금액이다.

       그럼 500금화?

       그 정도면 충분히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이긴 한데.

       주딱이 슬쩍 베아트리스를 보자. 그녀의 고개가 살짝 위아래로 움직였다.

       승낙.

         

       “오케이. 그 정도는 되죠.”

       “그렇군요….”

         

       흔쾌히 대답했으나.

       사내의 눈빛에 노골적인 욕망이 아른거렸다.

         

       “아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조금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에이. 없던 일로 해도 되겠습니까?”

       “….”

         

       얘는 너무 악질적으로 돈을 뽑아먹으려는데?

       잠시 침묵이 오가고.

       주딱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배터리 문제를 해결해준다는데. 그깟 돈이 문제인가.

       그의 대답에 사내도 활짝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선금을 받으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발련아.’

         

       아니 지금 해결책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야?

       사내는 정말로 알려줄 생각이 없는 건지. 기다리겠다는 말만 하고서 자리를 떠나버렸다.

         

       “괘씸한데요?”

       “괘씸하긴 하네요.”

       “괘씸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좀.”

         

       괘씸함 만장일치.

       주딱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안 되겠다. 넌 손해 좀 보자.”

         

       주딱은 조용히 갤러리 채팅을 켰다.

         

       【갤러리 관리자 채탱】

       ─주딱) 야 세렌디아

       ─주딱) 야

       ─주딱) 야 텐련아

       ─세렌디아) 뭐 ㅅㅂ

         

       ─주딱) 야 얘들 관리 안 하냐?

       ─세렌디아) ?

       ─주딱) 니가 보낸 애들 개 빠졌잖아 ㅅㅂ

       ─주딱) ㅅㅂ 우리가 만만해?

       ─세렌디아) 뭐?

       ─세렌디아) 미쳤나보네

       ─세렌디아) ㄱㄷ

         

       얼마 지나지 않아.

         

       “크아아아아아악!!!!”

         

       멀리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Becoming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 Board

I Became The Top Moderator Of The Otherworldly Gallery 이세계 갤러리 주딱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I was minding the board 24/7 when I got dragged into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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