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3

       성녀와 황태자의 결혼식 당일.

         

        출발 전에 나와 케일, 라데아는 공작저 앞으로 모였다.

         

        “임무는 공녀님 호위다.”

        “결혼식장인데 호위를?”

        “저희도 들어갈 수 있나요?”

        “들어갈 수 있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하는 케일과 라데아. 이걸 내가 설명해줘야 하나.

         

        “모옥의 암살 시도가 얼마 지나지 않았지? 그리고 그건 누군가의 의뢰라고 데카르트 공작가와 황실이 공표했어.”

         

        라데아는 “그렇죠.”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은 조용히 듣기만 했다.

         

        “안전을 위한다는 명목이니 호위 좀 많이 데리고 다녀도 트집 잡힐 건 없어. 타당한 이유가 있으니까.”

         

        케일이 “과연.”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임무는 단순한 호위인가?”

        “그래. 다른 건 내가 처리할 거다.”

        “다른 거?”

        “때가 되면 알려주지.”

        “…사람 궁금하게 만드는 건 여전하군.”

         

        그래야 재밌잖아.

         

        “아무튼, 나는 따로 할 일이 있으니 너희들이 공녀님의 호위를 맡아야 해. 만일 공녀님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개의치 말고 검을 뽑아라.”

         

        케일은 “알겠다.”라고 대답했지만, 라데아는 의문을 표했다.

         

        “황족이나 대귀족들이 모이는 곳인데 무기를 들고 갈 수가 있어요?”

        “우리는 대귀족의 호위잖나. 검증받은 사람들은 상관없다.”

        “그렇군요. 저는 맨손으로 호위해야 하는 줄 알고 이걸 어쩌나, 하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얘는 성인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도 모자라 북부 끝의 시골에서 온 애였지.

         

        “아무튼. 문제는 없는 거로 알고 있어라. 작전 브리핑은 끝이다.”

         

        사실 작전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알아서 잘 해주겠지.’

         

        내가 직접 호위하지 않는 이유. 나는 초월 마법사를 만나야 한다. 내게 새겨진 마법진도 그렇고, 동기화 때마다 들려오는 음성의 의미도 알아야 하고. 이 외에도 궁금한 게 많다.

         

       초월 마법사는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다들 출발 준비해라. 라데아, 말은 탈 줄 알겠지?”

        “아, 네. 스승님께 배웠어요.”

        “그래, 우리 마차를 중심으로 따라오면 된다. 자세한 건 케일이 알려줄 거야.”

         

        나는 그리 말하고 그대로 등을 돌렸다. 이제 프란체를 데리러 가야 한다.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프란체는 모두가 바삐 움직이는 로비에서 마지막으로 드레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공녀님, 출발하실 시간입니다.”

        “벌써? 헬레나, 빨리 확인해.”

        “네.”

         

        잠시 드레스의 형태를 가다듬고 준비를 마쳤다.

         

        “가자.”

         

        검은 레이스 장갑을 낀 프란체의 손을 잡고, 마차까지 이동해 탑승했다. 덜컹!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프란체는 창밖을 바라보며 픽 웃었다.

         

        “다행히 그 사람들이랑 같은 마차 안 타서 좋네. 만약 같은 곳에 탔어야 했으면 숨 막혀 죽었을 거야.”

         

        공작과 에덴, 라인은 같이 가고 프란체만 따로 이동하기로 했다. 거추장스럽게 기사들을 대동하지 않고 소드 마스터만 세 명을 곁에 두자는 판단이었다.

         

        ‘소드 마스터 둘에 초월자 하나면 기사 수백이 와도 의미가 없지.’

         

        이를 공작도 알았기에 허용해줬다. 그래서 이쪽 마차는 나와 케일, 라데아가 전부다.

         

        “그 지긋지긋한 사람들도 없고, 망할 연무장의 기사들도 없으니 좋네.”

         

        프란체는 붉은색 부채로 어깨를 탁탁 치며 말을 이었다.

         

        “제대로 된 기사도도 없는 것들이 앞가림 때문에 잘 보이려 하긴 하는데, 의미 없어.”

        “원래부터 영악한 자들이었습니다. 크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공작가에 처음 왔을 때도 느꼈지만, 기사 직위가 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양아치들이다. 심지어 그냥 기사도 아니고 공작가의 기사다.

         

        “데카르트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난 거 같아 마음이 편하구나. 이제 가문을 위해서라면 저 사람들이 나를 붙잡아야 하는 상황이 됐으니.”

         

        그렇다. 현재 프란체의 성과는 독보적. 당장 차기 후계자로 프란체가 뽑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간 후계자 교육을 받아온 에덴의 입지가 아직 견고하다.

         

        ‘이건 무너트리면 되니 뭐.’

         

        의기양양한 프란체를 보며 씩 웃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잖습니까. 곧 공작가도 공녀님께서 가지실 거니까요.”

         

        프란체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부채를 매만졌다.

         

        “그렇지. 가주가 되면 다 쫓아내 버리고 물갈이 하려고. 데카르트 공작가는 내 거니까.”

         

        그리 말하곤 스산한 웃음을 멈추지 않는다.

         

        “좋은 생각입니다.”

         

        앞으로 프란체의 이름에 따라올 것들이다.

         

        제국 최고의 사업가이자 대부호. 소드 마스터를 둘이나 거느리는 마탑주. 데카르트 공작가의 주인.

         

        이 정도까지 만들어줬으면 제국민 대학살, 황족 살인 반역죄라도 일으키지 않는 이상 무너질 일은 없을 거다.

         

        ‘설마 내가 나가고 감정이 폭발하는 바람에 이상한 일이 생기진 않겠지?’

         

        주변에 달래줄 카자르도 있고 이성적인 판단을 해줄 셀다스도 있다.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두자.

       

       이제 슬슬 계획을 말해야지.

         

        “공녀님.”

        “응?”

        “식장에서 저는 따로 움직이려 합니다.”

        “뭐? 혼자? 왜?”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프란체. 나는 설명을 이었다.

         

        “따로 알아볼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알아볼 거? 성녀랑 관계있니?”

        “있습니다. 자세한 건 확실해지면 알려드리겠습니다.”

         

        프란체는 딱히 캐묻지 않고 “그래, 그리 알고 있을게.”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위험한 일은 아니지?”

         

        위험한 일이라, 초월 마법사라 연관되는 일인지라 조심해야 하긴 하는데.

         

        “대륙제일검인 제가 위험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네. 그 누가 나의 진 바렌베르크를 위협할까.”

         

        그리 말하곤 픽 웃는 프란체. 나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그러니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축제를 즐겨주시길.”

        “알겠어. 적당히 다른 귀족들 피해 다니면서 최대한 즐기고 있을게.”

         

        얘기는 끝났고. 나머지는 초월 마법사와 만나는 것뿐인가.

         

        ‘소미레에 관해서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결국엔 초월 마법사가 협조적으로 나와야 가능하겠지만.

         

         

        * * *

         

         

        황도에 입성했다. 앞으로 조금만 가면 황궁까지 도착. 나는 들어가기 전에 물었다.

         

        “성녀와 황태자의 결혼식은 어떤 식으로 흘러갑니까?”

         

        내 질문에 프란체는 멍하니 눈을 끔뻑였다.

         

        “…결혼식 일정을 왜 몰라?”

         

        아, 요즘 너무 풀어졌군.

         

        “이번 결혼식은 이례적인 일이지 않습니까. 황태자와 성녀의 결혼식이지만, 성녀는 명백한 평민이니까요.”

         

       결혼식 일정도 히든 아이템 파밍하느라 이벤트를 제대로 확인 못했는데, 어떻게든 잘 넘어갔다.

         

        “아, 생각해 보니 그렇구나.”

         

        프란체는 고개를 주억이며 말을 이어갔다.

         

        “처음 황궁 대강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늦은 밤까지 파티를 이어갈 거야. 그리고 이튿날에 황도를 따라 행진하지.”

         

        음, 꽤 정석적이네.

         

        “이렇게 보니 성녀가 평민이라 해도 일반적인 황족의 결혼식과 큰 차이는 없네. 직위가 직위인 만큼 대우를 해주는 거겠지.”

         

        마법이 희귀한 세상에 더욱 희귀한 신성 마법 사용자. 거기에 마력 출력의 제한도 없어 잘린 신체도 재생이 가능한 말도 안 되는 능력.

         

        권위가 하늘을 찔러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면 파티가 끝나기 전까지는 합류하겠습니다.”

        “그래, 그러렴. 케일과 레데아도 있으니 큰일은 없을 거야.”

         

        싱긋 웃고는 나를 바라보는 프란체. 나는 옅은 미소를 보여주곤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초월 마법사…….’

         

        그 할멈과 다시 만나면 뭔가를 알 수 있을 거다. 이 답답함을 부디 끝내줬으면 좋겠군.

         

        그때. 마차가 멈췄다.

         

        “도착했구나.”

        “제가 먼저 내리겠습니다.”

         

        문을 열고 내려와 프란체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렇게 다시 오게 된 황궁.

         

        결혼식 때문인지 제국의 이름 있는 귀족들은 전부 모인 듯하다.

         

        “빼곡하네요.”

        “황족의 결혼식이니까.”

         

        황궁의 대강당은 소미레로 게임을 플레이하던 시절 본 적이 있다. 여기에 있는 모든 귀족이 들어가도 공간이 한참 남을 거다.

         

        뒤따라오던 케일과 라데아도 말에서 내렸다.

         

        “와, 황궁은 처음 오는데 바로 앞에서 보니까 진짜 크네요.”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곳곳에 보석까지 박혀있군.”

         

        입을 떡 벌리고 고개를 쉴 틈 없이 돌리며 구경하는 라데아와 왠지 불만이 가득해 보이는 케일.

         

        “됐고, 내가 말한 임무나 진행해라.”

        “알고 있다.”

        “음식 같은 거 먹어도 되나요?”

        “그건 공녀님한테 허락받아.”

         

        나는 프란체에게 말했다.

         

        “그럼 여기서부터 헤어지겠습니다.”

        “벌써? 아직 입장도 하지 않았는데?”

        “찾을 사람이 있어서요.”

        “그러니…?”

         

        다소 시무룩해진 프란체. 나와 같이 입장하지 못해서 아쉬운 건가.

         

        “아까도 말했듯이 밤에 열리는 파티에는 꼭 갈게요. 먼저 느긋하게 즐겨주시길.”

         

        약속까지 하니 그제야 프란체는 싱긋 웃었다.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다녀오세요.”

        “일은 제대로 하고 있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를 옮겼다. 케일과 라데아가 있으니 뜬금없이 운석이 떨어지고 드래곤이 쳐들어와도 프란체는 살 수 있을 거다.

         

        ‘초월 마법사를 찾아야 해.’

         

        우선 완전히 기척을 죽였다. 아무도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는 걸 보니 성공. 발소리 또한 나지 않는다.

         

        ‘이거, 암살 임무도 어쌔신보다 내가 더 잘하겠는데.’

         

        뭐, 감상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마력을 찾아야지.’

         

        초월 마법사는 강한 마력의 파장을 띄고 있을 거다. 눈에 오러를 담아 세세한 마력까지 전부 확인해서 그 할멈을 찾겠다.

         

        드드드득.

         

        관자놀이에 핏줄이 울퉁불퉁하게 올라왔다. 가지각색으로 흐르는 마력의 파장. 귀족들이 입은 드레스와 정장의 재질. 허공을 떠다니는 먼지.

         

        ‘여기서 초월 마법사의 파장이 뭘까.’

         

        가지각색을 가진 수많은 마력의 줄기. 이 중에서도 커다랗고 특이한 마력의 줄기를 찾아야 한다.

         

        ‘일단 이거는 누가 봐도 궁정 마법사단장이고.’

         

        녹색의 방대한 마력 줄기는 넘겼다. 초월 마법사라면 한 가지 색으로 고정되지 않을 테니.

         

        “흐음…….”

         

        치안을 확실히 해야 하는 황족의 결혼식이라 그런지 마력의 줄기가 너무 많다.

         

        ‘머리가 아프네.’

         

        마치 눈앞을 색연필로 보이지 않도록 칠해놓은 것 같다.

         

        눈알이 빠질 것 같은 고통과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걸 애써 참으며 마력의 줄기를 탐색했다.

         

        그리고.

         

        ‘이거군.’

         

        이곳에 있는 모든 마력의 색을 가지고 있으면서 방대한 파장을 띄는 줄기.

         

        초월 마법사의 마력이다.

         

        ‘꽤 높은 곳에 있군.’

         

        장소는 황궁 외곽에 위치한 거대한 탑.

         

        보수는 언제 한 건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낡고 허름하다. 당장 부서지지 않은 게 용할 정도.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귀족 사이를 지나 탑으로 향했다.

         

        “잠겨있진 않군.”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갔다. 원형으로 이루어진 계단. 사이사이에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배치되어 있다.

         

        분위기는 마치 누군가의 공상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

         

        ‘마력으로 장난을 쳐뒀군.’

         

        아쉽게도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다.

         

        저벅. 걸음을 내디뎌 계단을 올랐다. 방 곳곳을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초월 마법사의 마력 줄기는 최정상으로 이어져 있었으니.

         

        “후우.”

         

        탑의 높이가 워낙 높은지라 올라가는 것도 일이었다. 오러를 사용해 뛰는 것도 생각은 해봤다마는.

         

        ‘그러면 왠지 계단이 부서질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허름한 탑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 정상에 도착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여러 마도구가 즐비한 테이블과 깨끗하게 정리된 침구가 보였다.

         

        다만, 초월 마법사는 보이지 않았다.

         

        ‘마력은 여기에 머물고 있어.’

         

        쓸데없이 숨어있기나 하고. 나는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

         

        “초월 마법사! 숨지 말고 나와!”

         

        사아악-

         

        별안간 층 전체가 스산해졌다. 마치 공간이 잘려나간 것처럼 햇볕이 들어오던 창문은 어둠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킬킬킬, 나를 찾았남?”

         

       초월 마법사가 등장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다음화 보기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