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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한창 싸우던 크루들이 재빨리 콕핏에 도착한다.

       

        “상황은?!”

       

        “골드쉽! 현재 드라이브 재킹에 걸려든 상태입니다!”

       

        상황을 확인한 에이미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드라이브 재킹이란 ‘워프 드라이브’중인 우주선을 강제로 웜홀에서 3차원 우주로 끌어오는 기술이다.

        웜홀을 통해 이동 중인 우주선은 사실상 건드릴 수가 없으니, 자신들이 있는 현재 우주로 끌어낸다는 개념이랄까?

        이 과정에서 워프 드라이브 장치에 과부하가 걸리기에, 이것에 한 번 걸리면 당분간은 워프 드라이브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렇기에 보통 드라이브 재킹 기술을 사용하는 곳은 정해져 있다.

        우주의 범죄자들을 검문하기 위한 군대.

        혹은 워프 드라이브 중인 먹잇감들을 낚으려는 우주 해적.

       

        “적은?”

       

        = 감지 결과, 소형선 8척, 중형선 3척, 대형 함선 1척입니다!

       

        “뭐?! 절대로 해적들이 운용할 전력이 아니잖아!”

       

        필립의 보고에 아놀드가 버럭 소리 질렀다.

        왜냐하면 그의 말대로, 저 구성은 우주 해적으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주 해적이라는 이들은 빠르게 목표를 처리하고, 빠르게 튀는 것을 주요 전법으로 삼는 이들이다.

        왜냐하면 성계를 순찰하는 성계군의 무장은 민간인이나 우주 해적들이 구비할 수 있는 무장보다 한 차원 높은 것들이고, 당연히 아무리 해적들이 무장을 증설한다고 하더라도 군대를 당해낼 수는 없다.

        무엇보다 해적들은 기본적으로 소수로 다니는 이들이고, 그런 이들이 다수로 돌아다니는 군대에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에 해적들은 군대와 싸우는 것 자체를 상정하지 않고, 그렇기에 군대에서 눈치채기 전에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도망치는 것을 주요 전법으로 한다.

        그리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에는 크기가 큰 중형선 이상의 함선보다는 소형선이 적합하다.

        당연히 지금 우리를 드라이브 재킹한 이들과 같은 구성은 나올 수가 없다.

       

        “설마 성계군인가?”

       

        “하지만 성계군이 갑자기 왜?

       

        = 이 근처에서 지명수배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크루 모두가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우주 해적이 아니라 군대에서 드라이브 재킹을 하는 경우는 보통 수상한 우주선을 불시 검문할 때나, 혹은 도망치는 지명수배범의 우주선을 붙잡기 위해서다.

        당연히 이 우주선은 지명수배가 되지도, 수상하지도 않으니 이상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할까 캡틴?”

       

        아놀드의 질문에, 레이지는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전원 전투 준비!”

       

        “에?”

       

        “네?”

       

        “????”

       

        = ……진심이십니까?

       

        레이지의 지시에 모두가 얼이 빠졌다.

        하지만 레이지는 어깨를 으쓱이며 조종간을 잡았다.

       

        “괜찮아. 상정한 사태야.”

       

        한쪽 눈에 시퍼런 멍이 든 상태의 레이지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멍이 들지만 않았어도 멋있어 보였을 텐데…… 쯧쯧쯧…….

       

        잠시 당황한 크루들이었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들의 위치로 향한다.

        왜냐하면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웨폰 시스템 온라인! 1~4번 발사관에 디코이 장전!”

       

        “라져!”

       

        레이지의 지시에 아놀드가 재빨리 무기 시스템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제인! 워프 드라이브를 우리 쪽에서 해제한다! 준비해!”

       

        “오케이!”

       

        드라이브 재킹 상태에 걸렸다는 소리는, 이 우주선(내 본체)가 웜홀 밖으로 튀어나오는 타이밍을 저들이 예측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렇기에 우리가 스스로 워프 드라이브 상태를 해제함으로써, 저들이 예측한 출현 타이밍을 어그러뜨리는 것이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디코이들을 전부 뿌린다! 디코이의 조종은 필립! 너에게 맡긴다!”

       

        = 알겠습니다.

       

        “라나!”

       

        “왜 그러느냐?”

       

        레이지가 나를 바라본다.

        나는 과자를 우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님은…… 괜찮지?”

       

        “그래.”

       

        현재 간단한 마법을 사용해서, 손님이 있는 방의 중력을 고정했다.

        밖에서 아무리 뒤집고, 회전하고, 급가속, 급정지 하더라도, 방 안에서 자고 있을 잠자는 공주님이 깨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비록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깨달은 레이지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좋아! 간다!”

       

        쿠우우우우웅!

       

        거친 진동과 함께 우주선이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왔다.

       

        “1~4번 발사관 전개! 디코이 사출!”

       

        푸슈~!

       

        비록 우주 공간이기에 소리가 들려오지는 않았지만, 우주선을 통해 울려 퍼지는 진동으로 디코이들이 발사된 것을 알아챈다.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 미사일들이 터지며, 그 안에서 내 본체…… 아니, 내 본체가 변장하는 우주선. 그러니까 어느새 ‘골드쉽’이라는 이름이 붙어 버린 우주선의 형태가 된다.

       

        = 디코이 1~4번 정상 작동 중. 무장 상태 정상!

       

        “진짜 말도 안 되는 장비라니까. 공격도 가능한 디코이라니…….”

       

        아놀드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저 디코이는 다른 차원의 기술이 들어간 내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쪽 차원도 이곳과 마찬가지로 ‘우주 진출에 성공한 차원’이었는데, 이쪽과는 기술의 근원이 조금 달랐었다.

       

        “적 기체 접근! 공격합니다!”

       

        오퍼레이터인 에이미의 보고와 동시에, 전방 모니터 위로 적 기체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들의 소형 우주선의 기체 모델명은 ‘스트라이커 05-A’.

        중형 우주선의 이름은 ‘스테이어 V2’.

        대형 우주선의 이름은 ‘빅맘 벙커 03-001’.

       

        “전부 제국군 전용 모델들이잖아?!”

       

        제인의 비명과 함께 적들이 레이저를 쏘기 시작했다.

        그것을 피해내며 레이지가 물었다.

       

        “통신은?”

       

        “블록 당했어요!”

       

        저쪽에서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었다는 소리다.

        보통 군대에서 드라이브 재킹을 건 후에 통신을 통해서 신원 확인을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저렇게 통신도 차단하고 선공을 가하는 일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리고 그 말은, 상대가 떳떳하지 못한 이유로 우리를 공격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어떻게 하지 캡틴?!”

       

        아놀드가 당황스럽다는 얼굴로 레이지에게 물었다.

        다른 크루들도 레이지의 지시를 받겠다는 듯, 그만을 바라보았다.

       

        상황이 어찌 되었든, 낮은 용병의 신분으로 군대를 공격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만약 여기서 군대를 공격했을 때, 이 일을 빌미로 제국에서 지명수배를 당하는 것 역시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놀드를 비롯한 크루들이 불안한 얼굴로 레이지를 바라보는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호위 대상의 정체를 대충 알고 있는 레이지는 당연히 이런 상황도 상정해 두었고, 이미 리벨롭 백작에게 언질을 받아둔 상태였다.

        만약을 대비해서 함께 보냈던 도청 벌레로 들은 바로는…… 뭐랬더라? ‘황녀 전하가 타고 계신 함선을 공격하는 것은, 그것이 누구든 역적이다!’라고 했던가?

       

        “저쪽에서 선공을 했으니, 우리도 더 이상 거리낄 것이 없지.”

       

        저쪽의 선공으로 증거는 확보했다.

        이제 남은 것은 선공해 온 정체불명의 적들을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 줄 차례!

       

        “자! 가자! 배틀-!”

       

        “””-스타트!!”””

       

        언제 나와 같이 다 함께 외치는 함성과 함께, 우리는 전투에 들어갔다.

       

       

        *            *            *

       

       

        – 와! 무슨 애니메이션 보는 기분이네.

        – ㅇㅇ

        – ㅇㅇㅇㅇ

        – 배틀 스타트! 캬~!

        – 낭만 지리네!

        –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채팅창을 바라보다 잠시 고민했다.

        이제부터는 우주선들의 싸움인 우주 전을 설명해야 하는데, 내 말솜씨로 그것을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 손에서 금속을 조금 뽑아냈다.

       

        – ?

        – ??

        – ??

        – ???

        – ?

        – 뭐 하세요?

        – ??

        – ??

       

        시청자들이 궁금해하지만, 말로 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손에서 뽑아낸 금속을 나의 지배력으로 조작한다.

        그러자 금속들이 몇몇 조각으로 나뉘더니, 내 기억 속에 있던 우주선들의 모습으로 변경된다.

       

        – 오?!

        – 오오오!!

        – 와아아아아

        – 아ㅏㅏㅏㅏㅏㅏ

        – 와씨!

       

        그제야 내가 무엇을 하는지 깨달은 시청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겨우 이 정도에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조금 의아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떻게 싸웠는지 이것으로 보여 주면서 이야기해 주마.”

       

        – 감사! 압도적 감사!

        – 와씨! 이게 떽뜨지!! – 매니저에 의해 삭제되었습니다.

        – 헉?!

        – 모두 엎드려!

        – ㄹㅇㅋㅋ만 치라곸ㅋㅋㅋ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검열빔 뜬다!

        – ㅋㅋㅋㅋㅋㅋ

       

        약간의 소란이 있었지만,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            *            *

       

       

        부웅!

       

        강력한 중력이 느껴짐과 동시에 골드쉽이 급가속을 한다.

        동시에 전방에서 날아온 레이저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내며 적 소형선의 근처까지 달라붙는다.

       

        “척력 캐논! 장전!”

       

        “에너지 풀 충전!”

       

        “파이어!”

       

        퍼엉!

       

        우주선끼리 근접했을 때 사용되는 척력 무기가 강력한 척력을 발생시킨다.

        동시에 눈앞에 있던 우주선의 일부가 뜯겨 나가며 튕겨 나간다.

       

        “적으로부터 열 추적 미사일의 발사를 확인!”

       

        “플레어 사출!”

       

        “오케이!”

       

        골드쉽에서 사출된 플레어에 의해 적 미사일들이 교란된다.

        그 틈을 찔러 급가속한 골드쉽이 적들의 배후를 잡고, 이어서 레이지가 발사 버튼을 누른다.

       

        비이잉!!

       

        레이저가 적들의 우주선에 적중하고, 순식간에 적 우주선의 실드를 깎아내린다.

        이 골드쉽…… 그러니까 내 본체가 위장하는 우주선에 장착된 무장은 여러 차원들을 돌아다니며 얻은 무기들 중 엄선된 것들이다.

        물론 너무 위험한 것은 봉인해 뒀지만, 일반적인 레이저 무기라고 하더라도 이 차원의 것들보다 훨씬 더 앞선 것들뿐이다.

       

        “히햐! 실드가 다 떨어지니 긴장되지 요놈들아!”

       

        실드가 파괴되어 맨몸이 된 적 우주선이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보며 조롱하는 아놀드를 향해, 레이지의 지시가 떨어진다.

       

        “1, 2번 발사관에 유도 미사일 장전!”

       

        “알겠습니다!”

       

        기이잉!

       

        이쪽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열원 추적 미사일’이 장전되고, 이어서 발사된다.

        그리고 실드를 잃어버린 적들의 우주선에 적중하려던 그때!

       

        번쩍!

       

        “큭?!”

       

        “꺅!”

       

        “으악!”

       

        갑작스러운 대규모 빔 공격에 우주선이 흔들린다.

        가까스로 우주선의 균형을 회복시킨 레이지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보스께서 움직이시는 건가?”

       

        우주선의 메인 모니터 위로, 지금껏 침묵하고 있던 적의 중형 우주선과 대형 우주선이 움직이는 모습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우주전은 생각보다 쓰기 힘드네요.

    그래도 재미있게 보셨으면 합니다.

    투표 결과 ‘연참’이 압도적으로 많았기에, 오늘은 연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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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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