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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 ***

         

       만취한 혁기린이 날뛴 탓에 어수선하고 더러워진 만찬장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사마염은 그 자리에서 홀로 앉아 고고하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잠깐 사이에 얼굴에 감돌던 붉은 기운은 말끔히 사라진 모습. 몸에서 술 냄새가 풍기지 않았더라면 방금 전까지 거하게 마시던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돈된 기세였다.

       

       이게 사천태수의 품격일까.

       

       내가 사마염의 맞은편에 안자 사마염은 나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평범한 술을 차게 식힌 것입니다. 뭐 반주인 셈 치지요.”

       

       나와 사마염은 술을 한 잔씩 마셨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액체가 식도를 타고 흐르자 전신이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 들며 이성이 명료해졌다.

       

       “사천에 적을 두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7년이 넘었지요.”

       

       “외람되지만 낭인분의 뒷조사를 좀 해보았습니다. 누구 솜씨인지는 몰라도 정보 은폐를 잘 해둔 탓에 황금가 정문에서 일어난 일과 어제의 일밖에 건지지 못했지만요.”

       

       사마염은 정말로 내 행보에 유쾌함을 느낀 것인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행보가 참으로 특이하고 놀라웠지만 결국은 협객다운 사람이다~ 싶었습니다.”

       

       “…딱히 협행이라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제 이득을 따라 움직였을 뿐이지요.”

       

       “하하하하. 과연 그렇군요.”

       

       사마염과 대화하면 대화할수록 뭔가 말리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손오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랄까. 무엇보다 사마염이 전해 준 정보 때문에 아직도 머릿속은 혼란 상태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듣자마자 든 생각은 부정보다는 긍정이었다.

       

       여가산장의 혈사가 일어날 시기는 사천성의 무림문파들이 치열하게 충돌하던 시기. 사천성이야말로 악행에 손을 대서라도 위로 올라가고 싶은 야심가들이 활동하기 좋은 무대였다.

       

       혈사의 범인이 황금선 하나가 아니라 두셋이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겠지.

       

       개명부는 낭인을 고용해서 탕수문을 박살내고 자장문까지 처리하려고 했던 암수를 한 작자였다. 여가산장의 혈사에 동참할 법한 인성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이름 없는 무명소졸이었던 개명부가 무슨 수로 그런 빵빵한 낭인 인맥과 고용비를 감당했을까. 여가산장을 털어서 번 돈이라면 다 설명이 된다.

       

       뭐 성락루주 유시경은 애초에 음지의 인물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세를 확장하지 않았을까. 황금선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결국 여가산장의 혈사를 일으킨 자들이 혼란한 틈을 타 사천성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승승장구했다고 볼 수 있었다.

       

       “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모르겠습니다.”

       

       안그래도 복잡한 심사에 말리는 기분까지 드는 참이라 그다지 진지하게 대답하고 싶지 않았기애 대충 모른다고 했다.

       

       “이 관에 몸 담고 있으면 무림과 충돌할 일이 꽤나 많습니다. 그때마다 그들은 협(俠)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는 하지요.”

       

       “관리로서 입에 담을 말은 아니나 사석이니 말을 편히 하지요. 저는 그 협이라는 것에 시원 함을 느낄 때가 적잖이 있습니다.”

       

       사마염의 말은 의외였다.

       

       “법(法)이라는 것은 사람의 도리를 모두 담아내지 못합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존재는 없으니 황국은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큰 것을 막을 것이냐. 작을 것을 막을 것이냐. 그 선택은 큰 것이지요. 작은 틀은 쉬이 세울 수 있으나 큰 틀은 어렵게 세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잣거리에서 몰매를 맞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끼어들이 구하는 것이 협입니다. 그러나 그게 정의(定義)일까요? 몰매를 맞고 있는 자는 그 사람들에게 맞아도 싼 짓을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리 몰매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사정을 몰라도 ‘사람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을 품게 되고 몰매를 맞던 사람을 구하게 되면 박수를 치게 됩니다.”

       

       사마염을 잔을 내려놓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협이란 그런 것입니다. 딱히 절대적인 잣대가 있는 것도 아니며 실상을 까발려 보면 그저 충동의 발현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일을 수습하기는커녕 벌이기 일쑤지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협에 열광합니다. 어째서인지 아십니까?”

       

       “…모르겠습니다.”

       

       “시원하기 때문이지요. 마지 이 차가운 술처럼 말입니다.”

       

       사마염이 단번에 잔을 비웠다.

       

       “내면에 있는 울화(鬱火)를 시원하게 해소해주기에 사람들은 협객의 존재에 열광합니다. 나를 때리고 내 돈을 빼앗아가던 악당을 내 눈앞에서 징치해주니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내 행보가 시원시원했기에 그렇기에 내가 협객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조찬에 낭인분께서는 제 말을 듣고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워 보이시더군요.”

       

       “…뭐 그랬습니다.”

       

       “만찬에는 별다른 말도 없으셨지요. 옥룡신협 대협이 푸는 구파일방의 이야기는 제법 분기가 치밀어 오를 이야기이지 않았습니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 나는 사마염을 바라보았다. 사마염은 나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왜 화를 내지 않으시는지요?”

       

       그 말은 나를 두드리는 말이었다.

       

       “저는 궁금합니다. 협기로 가득차셨던 분이 어째서 그 울화를 속으로 감추기만 하는지 말입니다.”

       

       내가….그랬다고?

       

       잔을 쥔 손을 내려다보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술을 담은 잔에 내 얼굴이 비추었고 그 얼굴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언짢음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왜 이런 표정을 짓고 있을까.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일류의 오르기 전의 나는 차라리 거침이 없었다. 쥔 것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일류에 오르고 나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좀 조건이 어렵긴 하지만 절정에 오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생겼으니까.

       

       나는 절정을 넘어서 초절정이 되고 싶었고 초절정을 넘어서 쭉쭉 나아가고 싶었다. 세상을 호령하는 고수가 되는 것이야말로 [무림천하]를 플레이하는 목표 그 자체였다.

       

       수중동굴에서 빠져 나와 상황을 파악하고 혁기린과 동행하고 사천낭인들과 함께 개명부와 충돌했다. 그때까지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사건에 휘말려 들기만 했다.

         

       이런 저런 활동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 솔직해지자. 난 그냥 내가 무공을 잘 단련할 수 있는 환경에서 아무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무공이나 연마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혁기린이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혁기린의 의뢰를 받았고.

         

       유사연의 계획에 아무런 살도 붙이지 않고 그대로 따랐다.

         

       누군가 해결해주겠거니.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개명부와의 충돌 이후 황금선과 개명부 유지경이 이 사천성을 쥐락펴락 했다는 사실에 막막함과 불쾌감을 느꼈지만 참았다. 왜? 상대가 너무 거대했으니까. 내 무공 수련에 방해가 되니까. 이대로 저런 이들과 싸우다 죽으면 나는 그냥 절정도 못된 일류 무사 호천안으로 끝나버리고 마니까.

         

       혁기린이 구파일방의 부도덕함을 성토할 때도 참았다. 나는 이미 상대의 거대함에 막막함을 느끼고 나서고 싶지 않았으니까.

         

       여일예가 눈물을 흘릴 때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나서기보다는 그저 여일예를 이용해 지금의 상황을 타파할 궁리만 하고 있었으니까.

       

       “사람의 속에는 각양각색의 울화가 쌓입니다. 뭐 당연한 일이지요. 그것을 참을 수도 풀어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술을 마셨다.

       

       이게 내가 원하던 [무림천하]에서의 삶일까. 남의 일이라 외면하고 오직 자신의 수련만을 추구하는 것이 내가 무협지를 보며 내 머릿속에서 그리던 무인인가.

       

       차가운 술이 식도를 타고 넘어갔음에도 내 속은 시원해지지 않았다. 사마염은 아무 말 없이 잔에 술을 채웠다.

       

       경지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방법이 주는 희망. 그리고 절정 고수 그 이상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나를 비겁하고 어리석게 만들었다.

         

       근데 그게 뭐가 나쁜 일인가. 어차피 사람은 본인의 일만 신경 쓰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일 저런 일 다 기웃거리다보면 내 목숨을 어떻게 챙기고 수련은 언제 하고 경지는 언제 올리겠어.

       

       유사연이야 좀 안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뿌려둔 씨앗이 결실을 거둘지도 모를 일이고 사천낭인들은 정말 별 일 없다. 그냥 각자 제 고향에 돌아가서 박봉을 받으며 낭인으로 살아가면된다. 그래 정삼이랑 여진상은 그 실력에 그 돈 버는게 말이 되냐? 걔들은 시골에 가서 동전이나 받으면서 일 해야 돼.

       

       다시 술잔을 비웠다.

       

       뭐 사천성 사람들이랑 문파도 그래. 산적 없는 동네는 천하에 이 사천성 하나뿐이었다. 그걸 지금까지 누렸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혁기린도 인생의 교훈을 얻을 때가 됐다. 귀엽고 순수하다고 인생 끝나? 구파일방은 문파지 협객집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이 풍진강호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일예도…

       

       시발.

       

       다시 술잔을 비웠다.

       

       “씨이팔.”

       

       술잔을 던지고 주전자를 낚아채 그 주둥이를 물었다. 목젖이 꿀렁일 때마다 얼음장같은 술이 식도로 넘어갔다.

       

       “그만 해요.”

       

       언제 운기를 끝마친 것일까. 흑묘가 내 손에서 주전자를 빼앗아 갔다.

       

       “…선배. 나는 말이에요. 평생을 방관하며 살아왔어요.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저는 그저 어둠에서 조용히 그 모든 일을 관찰하고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방관했어요.”

       

       그래. 그게 정보상의 삶이지. 아무 일에도 끼어들지 않는 관찰자.

       

       “그렇게 살아왔는데…요새 혁기린만 보면 마음이 싱숭생숭하네요. 고양이만큼 귀여운 사람을 처음 만나서 그런 걸까요? 저는 조금…혁기린을 돕고 싶어졌어요.”

       

       흑묘는 고개를 숙였다.

       

       “평생을 방관자로 살았으니 형귀산에서 여일예의 원수에 대해서 알아도 선배에게 전하지 않았어요. 선배가 알면 뛰쳐나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결국 내 사정을 알고 나를 용서하고 받아준 것처럼 또 타인의 사정을 알면 위험한 일에 몸을 던질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생각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서…이제 와서 혁기린을 도와 주고 싶다고 말해서 미안해요.”

       

       “그래.”

       

       사천은 이 호천안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이류의 초입부터 의뢰도 하고 능력치도 올리고 무공도 수련 하며 이류의 끝자락에 올랐다. 수련하라는 낭인들의 잔소리와 유사연의 구박을 들으며 도박장에 나갔고 여일예와 마주쳤다. 그렇게 깨달음을 풀고 흑묘가 나타다고 당도경과 얽히고 당가와 인연이 이어지고 독의 어르신도 만나고…

       

       지금에 도달했다.

       

       “하자.”

       

       아니 그냥 다 필요 없었다. 인간쓰레기들이 득세하는 꼴이 보기가 싫다. 유사연도 저 오랜 시간 개고생했는데 원수는 갚아야지. 낭인놈들도 미운정이라도 들었는지 쓰러져서 피흘리는거 보니까 꼴받더라. 혁기린이 뭔 죄라고 저 착한 아이가 속상해서 말술을 불어야 하냐고. 사천성 인간들도 시들시들하니까 사천에 사는 거 같지가 않다. 그리고 사천에는 산적이 없어야 사천이고.

       

       그냥 답답했고. 그냥 화가 났다.

       

       그래 사마염 말이 맞았다.

       

       나는 중증의 사이다패스 환자였고.

       

       그냥 사이다가 마려웠다.

       

       이몸 호천안. 팔이 없거나 다리가 없고, 뇌에 시한폭탄이 돈다던가 몸에 절맥이 있는 캐릭터를 플레이해도 결코 내 뜻을 굽히는 일 없이 그 끝에 도달했다.

       

       그러니까 나답게 싹 다 시원하게 쓸어버리고 목속성 영약도 되찾고.

       

       속 편하게 수련하면서 경지를 올리겠다.

       

       나는 사마염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부추겨 놓고 모른 척 하지 않으리라 믿겠습니다.”

       

       “법의 힘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여기던 차였습니다.”

       

       사마염은 빙그레 웃으며 포권했다.

       

       “이제야 협이 채워졌군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협객이란 중증의 사이다패스 환자다!

    *여러분의 댓글 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진…않고 있습니다.

    일단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소설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당연히 작가 탓입니다.

    너무 전개에 급급해 재미도 놓치고 이런 저런 실수를 저질렀다고밖에 할 수 없겠네요.

    중복된 내용이 너무 많았던 점도 있고 너무 작위적이었던 부분도 있고…독자분들 여러 지적은 다 맞는 말씀입니다.

    산적이 등장한 파트부터는 수정을 해야겠네요. 리메이크라고 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물론 연재는 계속 진행됩니다. 일시적으로 연중을 때리고 내용을 수정하지는 않겠습니다. 그건 어느 독자분도 바라지 않는 일일 테니까요.

    연재는 언제나와 같이 1일 1편으로 진행되고 틈틈히 수정분을 쌓아다가 한번에 갈아 엎을 생각입니다.

    물론 수정은 이 에피소드가 마무리 된 다음에나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대충 3월 부터 이루어진 연재에 계속 현생을 미루어 두고 있었는데 7월에 들어 현생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쏟다보니 결국에는 길을 잃어버린 모양입니다.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니 그저 지켜봐주시기라도 해주셨으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혁기린쟝의 나이 표기 오류가 있었네요 이립을 넘어 -> 약관을 넘어로 변경되었습니다.

    * 22/08/11일 86~104화 리메이크가 적용되었습니다.

    ep.89~104화 사이를 읽던 독자님들은 내용 수정 공지를 참고하시어 수정 내용을 파악하시거나 89화부터의 재독을 권장드립니다.

    댓글과 본문의 내용이 상이할 수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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