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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정신을 차렸을 때, 키엘은 가장 먼저 올리비아부터 찾았다. 올리비아는 깊은 구덩이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이따금 구덩이 안에서 파쇄음이 들려오기는 했지만, 키엘의 관심사는 그곳을 향해있지 않았다.

         

       올리비아는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키엘을 보며 눈가를 찡그렸다.

         

       “너 혹시 내가 북부에 있다고 다른 사람한테 말한 적 있어?”

        “……그게 무슨 말이지?”

         

       올리비아는 혀를 찼다. 방금 키엘의 반응으로 확실해졌다. 그 주술사 놈은 정말로 점을 쳐서 자신의 위치를 알아낸 것이다.

         

       밤까마귀가 불었을 가능성도 생각해봤지만, 그럴 가능성은 너무나도 희박했다. 1황자가 2황자를 쳐내고 황위 계승을 굳힌 이후라면 모를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관계를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1황자파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을텐데, 이런 기회를 놈들이 놓칠 리 없었다.

         

       ‘북부에 갈 이유가 하나 늘었네.’

         

       멜리나도 만날 겸, 밤까마귀들에게 제국에 대한 정보를 뜯어내야 했다.

         

       “……날 의심하는 건가?”

        “아니, 이제는 안 해.”

       “…….”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지 마. 너도 내 입장 돼 보라고. 당연히 칼로 찌르려고 했던 놈부터 의심하지. 안 그래?”

         

       키엘은 입을 다물었다. 정론이었기 때문이다.

         

       둘의 대화가 멈췄다. 무왕이 땅을 파고 들어가는 소리만 울리는 가운데, 올리비아가 턱을 괸 채로 키엘을 올려다보았다.

         

       “그럼 너도……그 뭐냐. 회귀한거야?”

       “…….”

         

       키엘은 올 것이 왔다는 얼굴을 했다.

         

       “……맞다.”

       “그러면 너도 내 손에 죽었겠네……젠장. 도대체 나란 년은 전생에 뭔 짓을 하고 다닌거야?”

       “……너는.”

       

       키엘은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올리비아는 무슨 심정일까.

         

       막았어야 했다.

       그녀가 ‘올리비아’에게 양보하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회귀하는 일도, 그녀에게 분노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키엘의 얼굴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올리비아가 됐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보라는 듯 구덩이 속을 가리켰다.

         

       “무왕, 저 인간도 전생의 나한테 죽었다고 했어.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지. 날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죽일 것처럼 싫어하지도 않아.”

         

       올리비아의 손가락이 이번에는 에스티에게로 향했다.

         

       “에스티도 내 손에 죽었었다고 했어. 하지만 오히려 그 사실에 고마워 하더라고. 질렸던 삶을 끝내줘서 고맙다나 뭐라나. 특이하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키엘은 피를 토하듯이 말했다.

         

       ‘나도 안단 말이다.’

         

       키엘은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편협하고, 이기적인 심성 탓에, 올리비아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싫었다.

       자신도 저들처럼 넓은 아량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근데.”

         

       올리비아의 주먹이 키엘의 가슴팍을 가볍게 두드렸다. 키엘은 움찔했지만, 그뿐이었다.

         

       “나도 너랑 똑같은 상황이었으면, 너처럼 했을거야. 너무 자책하지 마. 솔직히, 나는 네가 공격을 참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

         

       올리비아는 키엘의 눈을 보며 말했다.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키엘.”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해주자, 키엘이 가시에 찔린 사람처럼 멈칫했다.

         

       “질문 하나만 해도 돼?”

       “……말해라.”

         

       키엘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왕에게 감사했다. 그와의 대련으로 기력이 모두 털린 탓에, 올리비아를 직접적으로 해코지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언정, 그를 실행에 옮길만한 힘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귀 전에, 나랑 무슨 사이였어?”

         

       툭 던지듯 뱉은 말에, 키엘이 그대로 굳었다.

         

       그는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겨우 글자를 뱉어냈다.

       

        “유일한……친구였다.”

        “생각보다 친구가 없었나 보구나. 나란 인간은.”

         

       키엘이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네가 아니라, 내 유일한 친구였다. 너는……나를 제외하고도 친구가 많았다.”

         

       키엘은 작지만, 꿋꿋하게 말을 이어갔다.

         

       “너는 좋은 사람이었다. 항상 밝고, 자기 주관이 확고했지. 타인을 먼저 생각하면서도,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내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네가, 친구가 나밖에 없지는 않았을 거다. 황녀와도, 금탑주와도, 심지어는 처음 만난 사람과도…….”

       “그 정도면 됐어.”

         

       키엘은 입을 다물었다.

         

       감싸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건……”

       “괜찮아. 나는 그래놓고도 너를 배신했다는 말이잖아. 참나. 나란 년도 정상은 아니었네.”

         

       올리비아의 자조적인 말에 키엘이 씁쓸한 얼굴을 했다.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나를 죽인 것도, 나를 배신한 것도, 네가 아니다.’

         

       이걸 말하고 싶었다.

         

       ‘……너는, 아무 잘못도 없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면 죄 없는 그녀를 공격했던 이유를 설명해야만 하기에.

         

       키엘은 두려웠다. 자신의 추함을 올리비아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올리비아가 경멸 어린 시선을 지을까 두려웠다. 자신을 밀어낼까 두려웠다. 그녀가 그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그 두려움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 올리비아는 더 묻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다시 깊은 구덩이로 향했다.

         

       ‘……흠.’

         

       올리비아는 내심 웃었다. 방금 대화로 확신했다.

         

       ‘키엘은 끝났네. 이미 내 쪽으로 넘어왔어.’

         

       이제 필요한 것은 시간 뿐. 단서에서 획득한 호감도가 현실에 적용되는 그 때, 키엘은 완전히 이쪽 편으로 넘어올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계속해야 되는거냐!”

         

       무왕의 목소리가 구덩이 깊은 곳에서부터 메아리처럼 솟구쳐왔다. 다음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무왕이 순식간에 벽을 타고 올라왔다.

         

       그는 짜증이 난 듯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벌써 세 시간이다. 세 시간!”

         

       올리비아는 고개를 내밀어 구덩이의 깊이를 가늠했다.

         

       ‘……흠. 저 정도면 얼추 될 것 같은데.’

         

       “잠시만 여기 있어봐.”

         

       올리비아는 구덩이 속으로 뛰어내렸다.

         

       부유 마법을 써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지면까지 닿는 데까지 한 세월이 걸렸다.

       그 엄청난 깊이에 올리비아가 혀를 내저었다.

         

       ‘……대단하긴 하네. 세 시간만에 무슨 이만큼씩이나 파냐.’

         

       정말 무식할 정도의 힘이다.

         

       올리비아는 지면에 손을 대고 마나를 퍼뜨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빈 공동(空洞)이 느껴졌다. 그것 뿐이었다면 그냥 동굴이라고 생각하고 넘겼겠지만, 자연적으로는 생길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이 올리비아의 이목을 끌었다.

         

       올리비아가 얕게 미소지었다.

         

       ‘찾았다.’

         

       위치를 찾았으니 본격적으로 마나를 이끌어냈다. 대지가 얕게 요동치며 올리비아의 양 손에 폭발하는 듯한 마나가 몰려들었다.

         

       꽈아아앙!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오호라.”

         

       먼지가 차마 걷히기도 전이었다. 어느새 지면에 착지한 무왕이 놀랍다는 얼굴로 공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이런 장소가 있었을 줄이야. 그것도 본좌의 거점 아래에.”

       

       어둠으로 덮인 공동의 입구는, 오싹한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가히 마경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농도였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키엘이 구덩이 속으로 내려왔다. 그도 불길한 기운을 느꼈는지, 미간은 과할 정도로 찡그렸다.

         

       “여긴…….”

       “검성 놈아. 에스티는 어디다 팔아먹고 혼자만 내려왔느냐.”

       “……데려오려 했다만, 귀찮다기에 어쩔 수 없었다.”

         

       과연 에스티다웠다.

       아쉽다는 듯 혀를 차는 것도 잠시, 무왕의 관심사는 금세 마경 입구로 향했다.

         

       “저 안에 드래곤이 있다는 건 확실하냐? 본좌가 드래곤을 만나본 적은 없다만, 아무리 봐도 드래곤 놈들이 저런 기운을 풍길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악룡인가?”

       “비슷해.”

       “악룡이라……본좌의 사냥감이 될 자격이 충분하군.”

         

       무왕이 껄껄 웃으면서 공동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어찌나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지, 그의 발소리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저대로 내버려둬도 되나?”

       “음, 아마?”

         

       키엘이 의심쩍다는 얼굴을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에게는 무왕을 걱정할 자격이 없었다.

       하수가 어찌 고수를 걱정하겠는가.

         

       올리비아는 공동 너머로 발자국을 내딛었다.

         

       [금의 마경, 황금룡의 레어]

         

       그런 올리비아의 눈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맞게 왔네.’

         

       “따라와.”

       

       마경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올리비아는 아무래도 좋았다.

         

       키엘이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자신에게 덤벼든다면, 훗날 그가 가질 죄책의 크기가 더욱 커질 것이기에 이득이오, 그렇지 않다면 마경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들로 그를 성장시킬 수 있기에 이 또한 이득이었다.

         

       올리비아는 마법으로 공동 내부를 밝혔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곳곳에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시체가 널려 있었다.

         

       무왕의 소행이었다.

         

       키엘이 핏자국에 가까이 다가가자, 올리비아가 말했다.

         

       “드워프야.”

        “……드워프?”

       “네가 아는 드워프랑은 많이 다를테지만. 용의 저주를 받은 탓에, 이지를 전부 잃은 상태거든. 사실 상 몬스터나 다름 없어.”

       “……마경들은 다 이런 식이군.”

       “음?”

         

       키엘이 올리비아를 응시했다.

         

       “전생에 너와 함께 목의 마경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 있는 엘프들도, 전부 이러했지.”

         

       아마 에우란을 말하는 것일거다.

         

       키엘이 대검을 치켜들며 말했다.

         

       “그럼 이 곳의 보스는 드워프들의 족장인가?”

       “아니.”

         

       올리비아가 말문을 떼려는 순간, 광폭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영혼을 긁어내는 듯한, 흉포한 피어.

         

       키엘이 마른침을 삼켰다. 

         

       “……드래곤이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분뇨조절장애님! 500코인 후원감사드립니다!!!!!!!!!!

    벌써, 벌써 이게 몇 번째 후원이십니까 독자님…..불초 작가,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츄르릅, 아니. 흑흑흑……

    500코인. 500코인으로 무엇을 할까요.
    이모티콘을 수백개를 살 수 있고, 안심돈까스를 4개 반이나 먹을 수 있는 거액….

    빙의…이젠 정말 빙의뿐이야.

    혹시나 불편하실까봐, 불초 작가가 분뇨조절장애님의 집 앞으로 낭낭한 환생트럭 한 대 보내놓겠습니다.

    부디 신호등 건너에서 하얀 트럭이 달려온다면, 본 작가가 의뢰한 것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혹시 환생트럭이 진부하시다면 다른 것으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여신이라던지, 책빙의라던지, 겜빙의라던지 말입니다.

    직업은 돈 많은 대부호로 해드리겠습니다. sss급 용병 사백 오십만 명 정도는 어렵지 않게 고용하실 수 있으실겁니다.

    다만, 패널티로 닉값을 하게 되실수도 있으니, 신중히 선택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500코인 후원 매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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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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