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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얼굴을 쓸어내리던 도윤은 비틀거리며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아무리 개같은 문주라지만 일단은 문파를 이끄는 장이다.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보고할 필요가 있었다.

       

       [야.]

       [벌써 만나고 왔어? 어떻게 됐는데.]

       [처발렸다. 뭐 그딴 괴물이 다 있냐.]

       [역시 혼자선 안 되나.]

       

       진짜 질 걸 알고도 혼자 보낸 거냐? 상대의 전력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서?

       

       미친 새끼 아냐. 누구는 지금 트라우마 생겨서 손이 벌벌 떨리는 데.

       

       하는 말이 뭐 씨발 역시 안 되나? 빡치네 진짜. 오랜만에 이 새끼 집에 찾아가서 조져줄까.

       

       [수고했어. 이거라도 먹으면서 마음 풀어.]

       [HCB 치킨 기프티콘]

       

       도윤의 분노는 문주가 보내 준 기프티콘을 본 순간 순식간에 가라앉아 버렸다. 치킨 정도면 고생한 의미가 있지.

       

       [그래서 상대해 보니까 어때? 몇 명이면 이길 수 있을 거 같아?]

       [그거랑 싸우게?]

       

       이미 도윤의 마음속에서 화령이라는 존재는 사람보다는 재앙이라 인식되고 있었다.

       

       [그 사람 화산으로 오고 있잖아. 안 싸울 순 없을 걸?]

       [화령 화산으로 오는 중이었어?]

       [방송 안 봤구나? 그 사람 혈교를 막으라는 히든 퀘스트 받고 오는 중이야.]

       

       지금 도윤이 속한 혈사파는 화산에서 혈교를 도와 일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그들이 돕고 있는 혈교주는 인간적으로 마음에 드는 NPC는 아니었지만 거래엔 확실한 녀석이었다.

       

       이번 일만 끝마치면 지금보다 더 빠르게 내공을 늘릴 수 있게 해준다 했기에 혈사파는 혈교주에게 협력하고 있었다.

       

       [좆됐네.]

       

       화령을 또 상대해야 한다고? 그 괴물을? 어떻게?

       

       [그러니까 말해봐. 몇 명이나 붙어야 할 거 같아?]

       [몇 명이 문제가 아닐 것 같은데. 혈교주 같은 괴물이 직접 안 나서면 상대도 안 될 걸.]

       [그 정도냐?]

       [궁금하면 한 번 상대하러 가보던가.]

       [싫어. 발릴 게 뻔한데 왜 가.]

       

       지는 남한테 처맞기 싫어하면서 남은 기꺼이 처맞으러 보낸다니.

       

       치킨을 보내준 것만 아니었더라면 욕을 한 바가지 보냈을 텐데.

       

       [오늘 할 일 없잖아. 다시 들어와서 화산 쪽으로 와.]

       [화령 그 사람 어떻게 막게.]

       [혈교주한테 이야기 해봐야지. 비대칭전력은 비대칭전력으로 해결해야 하잖아.]

       

       

       *

       

       길을 걷다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면 가파른 산의 모습이 보였다.

       

       이 곳에 방문하는 것은 내 복수를 위해 화산파를 뭉개러 온 이후로 처음이구나.

       

       사실 방문할 틈 자체가 없었지.

       

       복수를 끝마치고서 천마신교에 틀어박혀 있을 적에 화산파가 자신들이 머무르던 산과 함께 사라져 버렸으니.

       

       후일 이야기 듣기로 혈교가 화산에서 무슨 실험을 벌인 여파 때문이라 들었다마는 도대체 혈교는 이 곳에서 무슨 일을 벌였던 것일까.

       

       멀리 보이는 산에는 게임 속의 내가 남겼던 흔적이 여럿 보였다.

       

       산 이곳저곳에 부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공터라던가. 날아가 버린 산의 윗부분이라던가. 아직도 재건중인 화산의 건물이라던가 하는 부분들이 말이다.

       

       내 목에 걸친 채 화산을 바라보던 바루는 반파된 화산의 모습을 보며 의문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화산에 이미 재앙이 왔다가 간 것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혈교가 일을 터트렸다면 이 곳에 산 자체가 없어야 했으니까. 저것은 어디까지나 과거 본인이 저지른 패악질의 흔적에 불과했다.

       

       “그럼 저 흔적들은 무엇인가.”

       

       – 그러게. 화산 왜 저래?

       – 한 번 터지기라도 했음?

       – 천마한테 박살난 흔적임.

       – 와. 화룡무인 천마도 겁나게 강한가 보네.

       

       바루건 시청자들이건 화산의 풍경을 보고서 경악했지만 내가 보기엔 달랐다. 이 정도면 많이 재건이 된 것이다.

       

       내가 화산을 뭉갠 것은 복수에 나서고 얼마 되지 않았을 시점인지라 손속이 사나웠다.

       

       화산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건물을 무너트리고, 문파에 속한 인원들을 학살하고, 저들이 신성시하던 비급이나 귀물 같은 것도 모두 다 태워버렸지.

       

       장로 나부랭이 몇을 살려 화산의 명줄을 완전히 끊지 않은 것도 자비 때문은 아니었다.

       

       문파가 망하는 걸 자신들의 눈으로 보고 고통 받다 죽으라는 의미였었지.

       

       실제로 내가 무림에서 복수를 끝마칠 때까지 화산은 과거의 위용 중 일부조차 회복하지 못했다.

       

       화산의 멸문은 혈교가 끼어든 탓이라 여겨지지만 내 보기엔 혈교가 끼어들지 않았더라도 화산은 무너져 사라졌을 것이다.

       

       허나 게임 속의 화산은 달랐다. 이 놈들은 꾸역꾸역 버텨 문파의 위용을 다시 되찾으려 하고 있었다.

       

       놀라운 일이구나.

       

       화산 근처에 도달했을 무렵에 하린이 소개해 준 화산의 유저에게 문자를 보냈다.

       

       [계단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답장이 돌아왔다.

       

       남자는 자신이 답장한 것처럼 화산의 길고도 긴 계단 앞에 서 있었다.

       

       그는 말끔하게 머리를 민 것이 화산보다는 소림에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화령님. 박연이라고 합니다.”

       

       “하린에게 이야기를 들었나?”

       

       “그것도 있지만 요즘 무협게임을 하는 중에 화령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워낙 하신 일이 많아서 말입니다.”

       

       자연스레 하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박연은 그게 달갑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성격이 부드럽구나. 보통 화산에 속한 이들은 괴팍한 성미를 지닌 게 보통이거늘.

       

       “화산에 관한 퀘스트를 받으셨다지요?”

       “그래. 화산에서 매화가 피어오르는 걸 막으라더군.”

       “기이한 문장이군요. 화룡무인의 세상엔 매화검법이 존재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매화검법? 그것은 무슨 검술인가?

       

       무림을 돌아다니며 어지간한 무공은 다 들어본 본인이다만 매화검이라는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의문을 표하자 박연이 웃음을 터트렸다.

       

       “화령님이라고 해서 무협의 모든 걸 알지는 못하시는군요.”

       

       박연이 말을 하길 매화검이란 무협지에서 나온 화산의 검술 중 하나라 했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화룡무인에선 등장하지 않았지만 다른 무협지에서는 화산하면 매화검법이 나오는 게 보통이라는 그의 설명에 궁금증이 샘솟았다.

       

       “매화검법은 어떤 검술인가?”

       “흔히 이야기되기론 쾌와 변과 환을 한데 모은 절기로써 검을 움직일 때마다 매화향이 느껴지는 게 특징인 검입니다.”

       

       대충 무슨 모양새인지 추측은 간다만 한 번 눈으로 견식을 하고 싶구나.

       

       매화향이라. 상대할 맛이 날지 안 날지는 모르겠다만 재미는 있을 것 같잖은가.

       

       “지금은 무공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않은가?”

       

       내가 한 마디를 더 꺼내려던 순간 바루가 불만을 표했다.

       

       재앙을 막기 위해 이 곳에 온 그녀로써는 내가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여유를 가지랄 때는 언제고.”

       “되었네. 내 직접 질문을 하지.”

       

       바루는 내 옆으로 폴짝 뛰어내리더니 자연스레 인간으로 모습을 달리했다.

       

       자신이 신령이라는 걸 숨길 생각도 없는가 보구나.

       

       “이보게.”

       “아. 넵.”

       “화산이 왜 반파가 되어 있는지 들을 수 있겠나?”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만 바루는 신령이다.

       

       나름대로 강대한 기운을 지니고 있는지라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사람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

       

       나야 아무렇지 않게 대응을 할 수 있지만 평범한 게임 유저인 박연의 입장에선 그렇지 않을 것이다. 눈이 떨리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바루의 머리를 한 대 쥐어 박아 주었다.

       

       “무얼 하는 짓이냐!”

       “내가 묻고 싶구나. 협력해주는 이를 압박해서 어쩌자는 게야.”

       “그렇지만 신령이라면 위엄을 보여야.”

       “한 대 더 맞고 싶으냐?”

       

       내가 손을 들어 보이자 바루가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쭈그러든 바루가 불쌍해 보였는지 박연이 두 손을 내저었다.

       

       역시 화산의 사람치고는 너무 착하구나. 그대는 다른 문파가 더 어울리지 않겠느냐.

       

       “화산파가 왜 반파되었는지를 물으셨죠.”

       “그랬다.”

       “바루님은 외부에서 온 사람이 아니니 정파와 천마신교간의 대전이 있었음을 아실 겁니다.”

       “그래. 안다. 당시 대륙에 살았던 자라면 모를 수가 없지.”

       

       그럴 것이다. 당시의 내가 워낙 화려하게 일을 벌였으니까. 무림에 살았던 이라면 누구나 이야기 정도는 한 번 들어봤겠지.

       

       “당시 가장 먼저 천마를 상대했던 곳이 바로 이 화산입니다.

       본보기로 삼아진 곳이기에 그 어떤 곳보다도 처참히 박살났고, 사실상 멸문을 당하기 직전까지 몰렸죠.

       그나마 지금은 몇 년 동안 재건해서 이 정도인 겁니다. 예전엔 문파라 할 수도 없었죠.”

       

       가만 이야기를 듣던 바루는 박연의 말이 끝나자 그의 눈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물어선 안 될 것을 물어보았다고 여기는 듯 했다.

       

       “내가 눈치가 없었구나. 화산의 일원으로써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을 터인데.”

       “아뇨. 저는 그 일이 끝난 후 화산에 들어온 사람이라서요. 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지금 화산을 채운 것은 박연과 같은 유저들 일 것이다.

       

       본 역사에선 서서히 멸망해가던 화산이 이토록 융성해진 것을 보면 분명했다.

       

       하기야 어쨌든 화산파는 정파의 6대 중 하나를 차지했던 곳이다. 이 곳의 사정을 모르는 현대인들이 몰려들었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내 화산파에 몇 명의 생존자를 남겨 두었으니 사람만 있다면 재건을 하는 것도 가능했겠지.

       

       “묻고 싶은 게 많으시겠지만 일단 올라가며 이야기를 하시죠. 아시겠지만 화산의 계단은 높거든요. 이야길 나눌 시간은 차고 넘칠 겁니다.”

       

       화산의 계단이 지닌 악명은 유명하다.

       

       오죽하면 저 계단을 끝까지 올라 화산에 도착하는 것이 문파에 입단하기 위한 조건이라는 소문이 돌았겠는가.

       

       가파른 계단의 모습을 확인한 비루는 멍하니 저 높은 곳에 있는 계단의 끝을 보더니 쫄래쫄래 내 옆으로 와 두 팔을 위로 들었다.

       

       “들고 가 달라는 게야?”

       “그렇다!”

       

       언제는 업히기 싫다 발악을 하더니.

       

       업힌 채 돌아다니다 보니 그게 편하다는 걸 알게 되었느냐.

       

       “평소 산에 살았는데 이 정도도 올라가지 못하느냐?”

       “내가 내 발로 산을 돌아다녔을 거라 생각하느냐?”

       

       하기야 순간이동처럼 편리한 기술이 있는데 굳이 산을 걸어 다닐 이유는 없겠지.

       

       그렇지만 그게 자랑스레 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지 않으냐?

       

       한숨을 내쉬며 바루를 들어 어깨 위에 앉혔다.

       

       “어차피 신령인 것을 다 들켰으니 그냥 여우의 모습으로 변해 업히면 안 되겠느냐?”

       “그럼 위엄이 없지 않으냐.”

       “이미 그대가 생각하는 위엄은 박살난 지 오래다.”

       “그래도 싫다!”

       

       박연은 투닥대는 나와 바루의 모습을 보고 웃다가 눈을 마주치고는 다급히 얼굴을 돌렸다.

       

       어째 계속 휘말리는 듯한 느낌이구나.

       

       “박연아. 지금 화산의 분위기는 어떠하더냐.”

       “평소랑 비슷합니다. 다들 무공을 수련하느라 정신이 없죠. 장로님도 저희를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으시고요.”

       

       장로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소리는.

       

       “이치에 관해 배운다는 것이냐?”

       

       장로라는 지위는 단순히 힘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에 대한 실력은 물론이오 문파에 대한 긴 헌신을 인정받아야 얻을 수 있는 게 장로의 지위다.

       

       그러니 높은 확률로 화산의 장로는 유저가 아닌 내가 살려 둔 화산파의 일원일 것이고, 화산의 근본을 아는 자라면 응당 무의 이치에 관해 가르치겠지.

       

       “무의 이치를 따라야 한다는 거 말씀이시죠? 화령님이 방송으로 교육을 해주셨죠. 저도 감명깊게 봤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 자는 이치에 관한 걸 내게 처음 들었다는 듯이 반응을 하는 것일까.

       

       설마.

       

       “화산에서 이치에 대한 걸 알려주지 않으냐?”

       “네.”

       “대체 왜?!”

       “이야기하자면 조금 길어집니다만 요약하자면 천마 때문입니다.”

       

       천마라 함은 이 게임 속의 나를 말하는 것이야?

       

       나 때문에 이치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그게 무슨 소리더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도 모르는 자기가 벌인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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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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