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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3


    화들짝 놀라 노아와 시선을 마주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품에 안겼다.
    ​
    ​
    “어..? 어어..?”
    ​
    ​
    리안은 고장난 기계처럼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노아는 리안의 몸을 숨막히게 껴안은 채 숨을 헐떡거렸다.
    ​
    ​
    쿵! 쿵! 쿵!
    ​
    ​
    노아의 심장이 터질 듯이 거칠게 뛰었다. 막혀있던 숨통이 그제야 트인 것 같았다. 
    ​
    ​
    “노,노,노아..?”
    ​
    ​
    숙맥 상태인 리안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말을 떨어대며 노아를 불렀다. 리안의 손이 노아를 껴안지 못하고 허공을 헤맸다. 움찔거리는 손끝이 슬그머니 그녀의 등 뒤로 향하려는 순간, 거칠게 노아가 떨어졌다.
    ​
    ​
    다시 어깨를 틀어쥔 노아는 리안의 얼굴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
    ​
    혼자서 울기라도 했는지 불긋해진 눈가와 입가에 흘러내리는 핏물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
    ​
    ‘너는 항상 이렇게…’
    ​
    ​
    아무도 모르게 고통을 삼켰을 리안의 모습을 떠올리자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울컥한 마음이 터져 나왔다.
    ​
    ​
    “그만! 제발 이제 그만해! 언제까지… 넌 희생만 할 생각이야?”
   “아니…그..”
   “널 지키기 위해 강해진 난..나는 뭐가 돼?”
    ​
    ​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노아의 표정에, 리안은 다급히 노아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
    ​
    ‘뭐지? 내, 내가 뭘 실수했지?’
    ​
    ​
    노아와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리안은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린 끝에 노아가 화내는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
    ​
    ‘아! 피 때문에 그렇구나!’
    ​
    ​
    순간 ‘바닥이 더러워져서 화가 났나?’라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들었지만 빠르게 머릿속에서 지웠다. ‘널 지킨다.’라는 말이나 ‘희생’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
    ​
    “아! 그, 내가 피를 흘려서 걱정했구나!”
    ​
    ​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된 정답에 도달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의 대처였다.
    ​
    ​
    “이렇게 보여도 별거 아니야. 이건 그냥 모서리에…”
    “이렇게 피를 토해놓고 별거 아니라고?”
    ​
    ​
    리안의 말에 노아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뜩였다. 그녀의 시선이 핏물로 흥건하게 젖은 바닥을 향했다.
    ​
    ​
    리안은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며 생각했다.
    ​
    ​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
    ​
    자세한 사정을 설명하려면 리안이 개그 세계에서 넘어왔다는 것부터 설명해야 할 터였다.
    ​
    ​
    설명해야 하는 내용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떠나서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밝혔을 때 노아가 받아들여 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
    ​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다른 것을 배척하게 된다. 아무리 노아나 다른 아이들이 리안을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여 준다고 해도 어느 순간부터는 거리감이 생기는 게 당연할 터다.
    ​
    ​
    최악의 경우 불쾌감을 느끼고 멀어지려 할지도 모른다. 
    ​
    ​
    리안은 머리를 팽팽 돌려 그럴듯한 말을 떠올렸다.
    ​
    ​
    “으음..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내 몸이 쉽게 상처가 회복된다거나 통증이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덜하다고 말해 준 적이 있었잖아. 이것도 그거랑 같은 거야.”
    “….!”
    ​
    ​
    노아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리안은 제 변명이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
    ​
    “우리가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침이 나오는 것처럼 나도 그.. 비슷한 거랄까?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 없어! 갑작스럽게 죽거나 하진 않…아..”
    ​
    ​
    리안의 말이 뒤로 갈수록 흐려졌다. 만약 ‘그 장면’을 다시 마주하게 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알 리 없는 노아에겐 ‘사실 죽을 수도 있지만 비밀로 하고 싶다.’라는 뜻으로 비쳤다.
    ​
    ​
    노아가 헛숨을 삼킨 채 말을 고르는 사이, 리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
    ​
    “노아…그,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
    ​
   자신도 모르게 아래쪽으로 향하려는 시선을 억지로 저지하느라 리안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흘긋 바라본 가슴은 전과 똑같이 평평할 뿐이었다.
    ​
    ​
    “혹시 너.. 그,음…여자야?”
    “아.”
    ​
    ​
    리안을 향한 온갖 걱정으로 혼란 상태인 노아의 머릿속에 비밀을 들켰다는 사실까지 들어차자 뇌가 정지하듯 하얗게 질려버렸다.
    ​
    ​
    “내가 착각한거였..을까?”
    “…”
    ​
    ​
    리안의 질문에 노아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쏟아져 나왔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넘기는 방법과 사실대로 말하는 방법.
    ​
    ​
    두 가지의 길 앞에서 노아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
    ​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야.’
    ​
    ​
    지금 중요한 건 리안의 건강 상태였지 제 성별 따위가 아니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밝혀야 하는 사실이었기에 노아는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끄덕거렸다.
    ​
    ​
    그러자..
    ​
    ​
    “그,그러엄…커흑..”
    “….! 리안!”
    ​
    ​
    자신이 봤던 것이 실물(?)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리안이 입과 코에서 피를 뿜어내며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
    ​
    리안이 기절하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욕망에 눈이 먼 미니 리안들이 탈출하여 “아이는 몇 명이 좋아?”라는 흑역사 발언을 할 뻔 했지만, 탈출기를 사용한 덕분에 흑역사를 막을 수 있었다.
    ​
    ​
    “안..돼..”
    ​
    ​
    노아는 넋이 나간 얼굴로 제 품에 폭하고 쓰러진 리안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이 사시나무 떠는 것처럼 덜덜 떨렸다.
    ​
    ​
    벌떡!
    ​
    ​
    노아는 리안을 번쩍 안아 든 채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
    ​
    각성한 몸은 엄청난 속도로 복도를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의무실’이라고 적힌 장소였다.
    ​
    ​
    본관을 이 잡듯이 뒤지며 리안을 찾고 있는 사람 중 그 누가 리안을 발견해도 곧바로 뮤칸에게 데려올 수 있도록, 뮤칸이 의무실에서 대기 중이었다.
    ​
    ​
    콰앙!
    ​
    ​
    노아는 급한 마음에 문을 반쯤 부수듯이 열고 들어갔다. 나무 의자에 앉아 소처럼 풀 같은 걸 질겅질겅 씹고 있던 뮤칸의 시선이 노아를 향했다.
    ​
    ​
    “뮤,뮤칸…! 리안이!”
    ​
    ​
    노아는 숫제 눈물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뮤칸은 곧바로 벌떡 일어나 침대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
    ​
    “저기 눕혀주세요.”
    ​
    ​
    뮤칸의 말에 노아는 허겁지겁 리안을 침대로 데려갔다. 뮤칸은 다크서클이 내려온 눈가를 꾹꾹 누르며, 잘 깨지는 물건을 내려놓듯 조심스럽게 리안을 눕히는 노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
    ​
    ‘애인이라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가 보네.’
    ​
    ​
    보스에게 애인이 있든 말든 뮤칸에게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기에 무표정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는 리안에게 다가갔다.
    ​
    ​
    ‘입가에 피가 말라붙은 거 보니 장기에 문제가 생긴 것 같네. 그리고 …음?’
    ​
    ​
    가볍게 리안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뮤칸이 어떠한 것을 발견하곤 미간을 구겨버렸다. 그런 뮤칸의 표정에 옆에서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서 있던 노아가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
    ​
    “상태는 어떤가? 심각한… 상태인가?”
    “심각한 걸 떠나서 이건, 하아아아..”
    ​
    ​
    뮤칸은 정말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리안을 내려다보았다. 노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녀를 재촉했다.
    ​
    ​
    “뭐지? 뭔가 심각한 문제라도 있는 건가?”
    “여기.”
    ​
    ​
    보스의 재촉에 뮤칸은 탐탁지 않다는 티를 내며 리안의 이마를 가리켰다. 몇 번이고 벽에 박은 탓에 살짝 부어있었다. 노아는 그제야 이마의 상처를 눈치챘다.
    ​
    ​
    뮤칸은 거의 다 씹어 손가락 길이보다 짧아진 풀을 질겅거리며 말을 이었다.
    ​
    ​
    “이거 본인이 직접 남긴 상처에요.”
    “뭐…?”
    “간단히 말해 자해를 했다는 말이죠.”
    ​
    ​
    ​
    뮤칸의 태연한 말에 노아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상상도 하지 못한 말에 머릿속이 재차 하얗게 질린 것이다.
    ​
    ​
    뮤칸은 입을 다물어버린 보스를 방치한 채 리안의 상태를 더 긴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표정이 괴상하게 변했다.
    ​
    ​
    ‘이게 뭐지?’
    ​
    ​
    뮤칸, 그녀가 잔혹한 카르디샨의 땅에서 치료사로 대우받으며 살 수 있었던 건 특별한 눈 덕분이었다.
    ​
    ​
    의학적 지식이 부족해도 상대를 자세히 살펴보며 어떤 식으로 처치를 해야 한다는 ‘직감’을 느낄 수 있었다.
    ​
    ​
    정확한 치료 방식을 떠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같은 증상이더라도 이건 수술해야 해결이 된다거나, 열을 내리는 약초를 먹으면 치료될 확률이 높을 거라는 느낌이 온다.
    ​
    ​
    다만 정확히 어떤 수술이 필요하고, 약초를 얼마나 오래 먹어야 하는지 따위의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
    ​
    간략한 정보라도 정보는 정보.
    ​
    ​
    제대로 된 지식을 배우기 위해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카르디샨에서 그녀의 능력은 사기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었다.
    ​
    ​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
    ​
    뮤칸은 리안의 몸을 바라볼 때마다 느껴지는 직감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몸 어딘가가 간지러운데 정확히 어디가 간지러운지 알 수 없는 상태와 비슷했다.
    ​
    ​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쫑알거리는 장기들의 기묘한 움직임과 읽어낼 수 없는 머릿속,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알 수 없는 상처의 메커니즘이 정보가 되어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
    ​
    그런 괴상한 정보를 그녀가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
    ​
    ‘이런 경우를 딱 한 번 본적이 있었지.’
    ​
    ​
    그녀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은 끝에, 리안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던 존재를 떠올렸다. 뮤칸의 무심한 얼굴로 노아에게 물었다.
    ​
    ​
    “이 사람… 혹시 키메라입니까?”
    ​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합리적 의심.

조만간 새로운 챕터로 넘어갈 것 같습니다!

카레가 먹고 싶네요..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화들짝 놀라 노아와 시선을 마주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품에 안겼다.

“어..? 어어..?”

리안은 고장난 기계처럼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노아는 리안의 몸을 숨막히게 껴안은 채 숨을 헐떡거렸다.

쿵! 쿵! 쿵!

노아의 심장이 터질 듯이 거칠게 뛰었다. 막혀있던 숨통이 그제야 트인 것 같았다.

“노,노,노아..?”

숙맥 상태인 리안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말을 떨어대며 노아를 불렀다. 리안의 손이 노아를 껴안지 못하고 허공을 헤맸다. 움찔거리는 손끝이 슬그머니 그녀의 등 뒤로 향하려는 순간, 거칠게 노아가 떨어졌다.

다시 어깨를 틀어쥔 노아는 리안의 얼굴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혼자서 울기라도 했는지 불긋해진 눈가와 입가에 흘러내리는 핏물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너는 항상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고통을 삼켰을 리안의 모습을 떠올리자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울컥한 마음이 터져 나왔다.

“그만! 제발 이제 그만해! 언제까지… 넌 희생만 할 생각이야?”

“아니…그..”

“널 지키기 위해 강해진 난..나는 뭐가 돼?”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노아의 표정에, 리안은 다급히 노아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뭐지? 내, 내가 뭘 실수했지?’

노아와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리안은 최선을 다해 머리를 굴린 끝에 노아가 화내는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 피 때문에 그렇구나!’

순간 ‘바닥이 더러워져서 화가 났나?’라는 생각이 반사적으로 들었지만 빠르게 머릿속에서 지웠다. ‘널 지킨다.’라는 말이나 ‘희생’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그, 내가 피를 흘려서 걱정했구나!”

다행히 이번에는 제대로 된 정답에 도달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의 대처였다.

“이렇게 보여도 별거 아니야. 이건 그냥 모서리에…”

“이렇게 피를 토해놓고 별거 아니라고?”

리안의 말에 노아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뜩였다. 그녀의 시선이 핏물로 흥건하게 젖은 바닥을 향했다.

리안은 눈동자를 도르륵 굴리며 생각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자세한 사정을 설명하려면 리안이 개그 세계에서 넘어왔다는 것부터 설명해야 할 터였다.

설명해야 하는 내용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떠나서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밝혔을 때 노아가 받아들여 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다른 것을 배척하게 된다. 아무리 노아나 다른 아이들이 리안을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여 준다고 해도 어느 순간부터는 거리감이 생기는 게 당연할 터다.

최악의 경우 불쾌감을 느끼고 멀어지려 할지도 모른다.

리안은 머리를 팽팽 돌려 그럴듯한 말을 떠올렸다.

“으음..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내 몸이 쉽게 상처가 회복된다거나 통증이 평범한 사람보다 훨씬 덜하다고 말해 준 적이 있었잖아. 이것도 그거랑 같은 거야.”

“….!”

노아의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리안은 제 변명이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침이 나오는 것처럼 나도 그.. 비슷한 거랄까?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 없어! 갑작스럽게 죽거나 하진 않…아..”

리안의 말이 뒤로 갈수록 흐려졌다. 만약 ‘그 장면’을 다시 마주하게 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알 리 없는 노아에겐 ‘사실 죽을 수도 있지만 비밀로 하고 싶다.’라는 뜻으로 비쳤다.

노아가 헛숨을 삼킨 채 말을 고르는 사이, 리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노아…그,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자신도 모르게 아래쪽으로 향하려는 시선을 억지로 저지하느라 리안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흘긋 바라본 가슴은 전과 똑같이 평평할 뿐이었다.

“혹시 너.. 그,음…여자야?”

“아.”

리안을 향한 온갖 걱정으로 혼란 상태인 노아의 머릿속에 비밀을 들켰다는 사실까지 들어차자 뇌가 정지하듯 하얗게 질려버렸다.

“내가 착각한거였..을까?”

“…”

리안의 질문에 노아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쏟아져 나왔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넘기는 방법과 사실대로 말하는 방법.

두 가지의 길 앞에서 노아는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야.’

지금 중요한 건 리안의 건강 상태였지 제 성별 따위가 아니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밝혀야 하는 사실이었기에 노아는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끄덕거렸다.

그러자..

“그,그러엄…커흑..”

“….! 리안!”

자신이 봤던 것이 실물(?)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리안이 입과 코에서 피를 뿜어내며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리안이 기절하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욕망에 눈이 먼 미니 리안들이 탈출하여 “아이는 몇 명이 좋아?”라는 흑역사 발언을 할 뻔 했지만, 탈출기를 사용한 덕분에 흑역사를 막을 수 있었다.

“안..돼..”

노아는 넋이 나간 얼굴로 제 품에 폭하고 쓰러진 리안을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이 사시나무 떠는 것처럼 덜덜 떨렸다.

벌떡!

노아는 리안을 번쩍 안아 든 채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각성한 몸은 엄청난 속도로 복도를 스쳐 지나갔다. 그녀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의무실’이라고 적힌 장소였다.

본관을 이 잡듯이 뒤지며 리안을 찾고 있는 사람 중 그 누가 리안을 발견해도 곧바로 뮤칸에게 데려올 수 있도록, 뮤칸이 의무실에서 대기 중이었다.

콰앙!

노아는 급한 마음에 문을 반쯤 부수듯이 열고 들어갔다. 나무 의자에 앉아 소처럼 풀 같은 걸 질겅질겅 씹고 있던 뮤칸의 시선이 노아를 향했다.

“뮤,뮤칸…! 리안이!”

노아는 숫제 눈물이라도 터뜨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뮤칸은 곧바로 벌떡 일어나 침대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눕혀주세요.”

뮤칸의 말에 노아는 허겁지겁 리안을 침대로 데려갔다. 뮤칸은 다크서클이 내려온 눈가를 꾹꾹 누르며, 잘 깨지는 물건을 내려놓듯 조심스럽게 리안을 눕히는 노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애인이라는 말이 있던데 사실인가 보네.’

보스에게 애인이 있든 말든 뮤칸에게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기에 무표정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는 리안에게 다가갔다.

‘입가에 피가 말라붙은 거 보니 장기에 문제가 생긴 것 같네. 그리고 …음?’

가볍게 리안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뮤칸이 어떠한 것을 발견하곤 미간을 구겨버렸다. 그런 뮤칸의 표정에 옆에서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서 있던 노아가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상태는 어떤가? 심각한… 상태인가?”

“심각한 걸 떠나서 이건, 하아아아..”

뮤칸은 정말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리안을 내려다보았다. 노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녀를 재촉했다.

“뭐지? 뭔가 심각한 문제라도 있는 건가?”

“여기.”

보스의 재촉에 뮤칸은 탐탁지 않다는 티를 내며 리안의 이마를 가리켰다. 몇 번이고 벽에 박은 탓에 살짝 부어있었다. 노아는 그제야 이마의 상처를 눈치챘다.

뮤칸은 거의 다 씹어 손가락 길이보다 짧아진 풀을 질겅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거 본인이 직접 남긴 상처에요.”

“뭐…?”

“간단히 말해 자해를 했다는 말이죠.”

뮤칸의 태연한 말에 노아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상상도 하지 못한 말에 머릿속이 재차 하얗게 질린 것이다.

뮤칸은 입을 다물어버린 보스를 방치한 채 리안의 상태를 더 긴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표정이 괴상하게 변했다.

‘이게 뭐지?’

뮤칸, 그녀가 잔혹한 카르디샨의 땅에서 치료사로 대우받으며 살 수 있었던 건 특별한 눈 덕분이었다.

의학적 지식이 부족해도 상대를 자세히 살펴보며 어떤 식으로 처치를 해야 한다는 ‘직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정확한 치료 방식을 떠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같은 증상이더라도 이건 수술해야 해결이 된다거나, 열을 내리는 약초를 먹으면 치료될 확률이 높을 거라는 느낌이 온다.

다만 정확히 어떤 수술이 필요하고, 약초를 얼마나 오래 먹어야 하는지 따위의 자세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간략한 정보라도 정보는 정보.

제대로 된 지식을 배우기 위해선 목숨을 걸어야 하는 카르디샨에서 그녀의 능력은 사기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

뮤칸은 리안의 몸을 바라볼 때마다 느껴지는 직감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몸 어딘가가 간지러운데 정확히 어디가 간지러운지 알 수 없는 상태와 비슷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쫑알거리는 장기들의 기묘한 움직임과 읽어낼 수 없는 머릿속,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알 수 없는 상처의 메커니즘이 정보가 되어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괴상한 정보를 그녀가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이런 경우를 딱 한 번 본적이 있었지.’

그녀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은 끝에, 리안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던 존재를 떠올렸다. 뮤칸의 무심한 얼굴로 노아에게 물었다.

“이 사람… 혹시 키메라입니까?”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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