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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찌직. 찌이익.

       

       

       몸이 커지는 탓에 남자가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진다.

       

       이 시대 치고는 제법 고급인 가죽옷이었는데, 저렇게 손쉽게 찢어지다니. 흐음….

       

       남자의 키는 어느덧 3미터를 넘어가고 있었다. 인간이라고 하기보다는 짐승이나 몬스터에 가까운 형상이로구만.

       

       거기에 온몸에는 새까만 털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고릴라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가는건가. 흐음.

       

       

       “후우. 후우우…. 이 힘. 이 마력. 아직 전부 다 소화하지 못했는데도 이정도라니. 큭. 몬스터들이 왜 강한지 알 것 같군요. 이런 힘을 품고 있으니 강할 수 밖에…!”

       

       

       남자는 점점 인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뿔과 꼬리가 자라나고, 이빨이 크게 솟아난다.

       

       그렇게 모습이 변하는 것이 끝난 남자는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크, 크으. 쿠워어어어어어어!!!”

       

       

       짐승처럼 포효를 내지르는 남자. 그 소리만으로 벽이 금이 가고, 마석이 담긴 상자들이 박살이 난다.

       

       

       “크. 크흐으. 좋아. 좋다고. 이걸 온전히 내 것으로 한다면 신이 될 수 있겠지! 좋아! 바벨이다! 바벨이 나의 이름이 될 것이다! 신에 다다를 높은 탑을 쌓아 하늘에 닿고, 신과 같은 힘을 거머쥔 나는 마법의 신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마법사들을 내쫓은 인간들에게 천벌을 내릴 것이다!”

       

       

       이미 인간을 반쯤 그만둔 탓에 지성을 잃은 것인지, 터무니 없는 소리를 흘려대는 남자.

       

       불쌍한지고. 이미 글러먹은 모습이로구만.

       

       

       “후우. 후우우…. 내가 신이 된다면, 그때는 나의 반려로 너를 데려가주지. 너 역시 새로운 신이 되는 것이다. 높은 곳에서 거만하게 내려보기만 하고 도와주지 않는 생명의 여신을 뛰어넘은, 신들의 여왕이 되는 영광을 네게 주마!”

       

       

       흐음. 흐으음….

       

       그럼 역시 죽일 수 밖에 없겠네.

       

       

       “너 역시 새로운 신이 되는 것이다! 너와 내가! 새로운 신들이 되어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다!”

       

       “더는 들어줄 수 없는 개소리로구만.”

       

       

       나는 그저 미간을 구겼다.

       

       

       “어째서지? 새로운 신이 될 힘이다! 영광스럽게 받아들이지는 못할 망정 어찌 그렇게 부정하는거지?!”

       

       “그야 네 눈 앞에 있는 존재가 무엇인지 파악하지도 못하는 어리석은 놈인데, 잘도 신이 되겠다 싶어서 말이지.”

       

       “뭐…?”

       

       

       나는 싱긋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 옹잇구멍을 잘 뜨고 보거라. 네 눈 앞에 있는 존재가 무엇인지.”

       

       “뭐라고?”

       

       

       나는 감추고 있던 힘을 조금씩 풀어냈다. 이 육체 안에 있는 힘. 마력. 존재감. 생명의 신으로서 모여든 신앙심마저.

       

       그저 풀어놓았을 뿐인데, 탑의 꼭대기가 부숴져서 터져나가고, 방을 가득 채운 마석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크, 크아아아악!!”

       

       “왜 그러지? 비틀거리고 있지않나.”

       

       

       나는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네가 되고 싶어하던 신이 눈 앞에 있다. 자, 눈 크게 뜨고 잘 보도록. 이것이 네가 되고싶어하던 신이다.”

       

       “크으으…. 크아아아!!”

       

       

       남자였던 존재는 버티지 못했는지 바닥에 짓눌려 바닥과 일체화가 되어간다.

       

       고작 이것도 버티지 못하면서 신이 되고자 했던건가? 어리석구나. 어리석어.

       

       

       쿠우웅!

       

       

       바닥이 갈라지고 무너지기 시작한다. 음. 탑을 좀 허술하게 지은건가? 고작 이걸로 무너지다니.

       

       뭐, 어차피 무너뜨릴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이 탑에 있는 인간들에게는 죄가 없을테니까.

       

       

       「바벨의 탑에 있는 인간들이여. 당장 이 탑을 떠나거라.」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힘을 얹어서 퍼트렸다.

       

       이 탑은 물론이고, 바벨에 있는 인간들에게 모두 전해질 정도의 목소리를.

       

       아, 용사도 들어버리겠네. 흠…. 뭐, 딱히 상관 없나.

       

       용사도…. 자신이 무엇을 상대하고 있는지 직접 마주해야 할지도 모르고 말이야.

       

       

       「이 탑의 꼭대기에 있는 어리석은 자는 신이 되고자, 신에 닿고자 하였으니. 그리하여 신의 것을 탐하고 훔쳐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 하였으니.」

       

       

       바닥이 무너진다. 아래층으로 무너지고, 그 아래층 역시 갈라진다.

       

       탑을 지지하는 기둥이 하나씩 금이 가고, 부서져내리기 시작한다.

       

       굉음이 조금씩 커져나간다.

       

       

       「그 말로는. 처참한 멸망 뿐이리라.」

       

       

       탑에 있는 마법사들이 황급히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개미떼마냥 흩어지는 모습이구나.

       

       가여운 인간들 같으니라고.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불쌍한 이들 같으니라고.

       

       덕분에. 조금은 지긋지긋해지는 느낌이구만.

       

       

       “크아아! 끄아아악!!!”

       

       

       바닥과 함께 무너지던 남자의 육체가 변한다. 날개뼈에서 무언가 솟아난다.

       

       팔? 아니, 앞쪽에 발톱이 붙어있긴 하지만, 팔이 아니다.

       

       크게 펼쳐진 형상은 날개. 박쥐의 날개를 닮은 물건이었다.

       

       

       “크. 크으으! 두고보자! 두고보자!!! 저주받으리라! 신이여!!! 저주받으라!!! 신이여!!!!!”

       

       

       어리석구나.

       

       어리석고 또 어리석구나.

       

       누가 누구를 저주하고 있는건가. 어둠에 물들어 아무것도 판단하지 못하게 된 것인가.

       

       그렇기에, 더는 두고 볼 수 없었으니.

       

       

       나는 슬며시 주먹을 쥐고서,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앙!

       

       

       거대한 빛줄기가 날개를 펼쳐 도망가려는 남자를 물리적으로 후려쳤다.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빛줄기는 탑을 찍어내려 무너트리기 시작한다.

       

       압도적인 힘에 짓눌려, 높게 솟아오른 탑은 무너져내린다.

       

       신이 되고자 했던 이의 헛된 꿈 역시. 무너져내린다.

       

       모든 것이 폐허로 변하리라.

       

       그리고 이 일은. 신의 분노로서 전해지리라.

       

       

       그렇게, 바벨의 탑은 무너졌다.

       

       

       – – – – – – – – – – – – – – – – – – – –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사람이 모두 도망간 탑의 잔해. 그곳에 용사가 찾아왔다.

       

       

       “아, 왔느냐.”

       

       “왔느냐. 가 아니라구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 높은 탑이 이렇게 박살이 날 수 있는건데요.”

       

       “그냥 뭐, 어리석은 인간이 헛된 꿈을 꾸다가 신의 것을 탐낸 결과라고 할까.”

       

       

       나의 말에 용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어갔다.

       

       

       “그러면 저건 뭔가요? 저건…. 몬스터? 하지만 인간형인데요?”

       

       “말하지 않았느냐. 어리석은 인간이 헛된 꿈을 꾸다가 신의 것을 탐내었다고.”

       

       

       내 말에 상황을 조금 이해한 용사는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인간…? 저게요?”

       

       “음. 인간이지.”

       

       

       정확하게는 인간이었던 것이지만.

       

       

       “인간이 어떻게 몬스터처럼 변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이때까지 인간이 저렇게 변한 것을 본 적은 없는데 말이지.

       

       몬스터들은 대부분 인간형이 아닌 존재들. 그 원인은 아마도…. 인간이 가진 의지와 인격이 어둠의 조각을 밀어내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런 어둠의 조각을 의도적으로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 하다니.

       

       잠깐. 이 놈이 이렇게 할 수 있었다면….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수 있으려나?

       

       예를 들어 엘프나 드워프…. 리자드맨? 아니, 걔들은 애초에 다룰 수 있는 마력이 적으니까 무리겠군.

       

       아무튼…. 이번과 같은 일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음.

       

       좀 신경을 써두어야겠지.

       

       

       “크어어….”

       

       “심지어 아직도 살아있네요.”

       

       “그러게나 말이다. 죽일 생각으로 후려갈겼는데.”

       

       

       탑의 잔해가 쌓일 정도로 후려갈겼음에도 남자는 아직도 살아있었다.

       

       아마도, 몸에 흡수한 어둠의 조각들이 그를 죽지 않게 유지하고 있는 모양이리라.

       

       

       “그래서 말인데. 저 놈을 검으로 찔러보겠느냐?”

       

       “네? 저걸요?”

       

       “그래. 어둠의 조각을 한껏 모아놓았으니, 이득을 보지 않으면 안되겠지.”

       

       

       원래라면 어둠의 조각을 모아서 납품받으려 했었지만. 이렇게 한몸으로 모아주니 어쩔 수 없지 않겠나.

       

       

       “크아아악!!!”

       

       “오, 일어났다.”

       

       “아니, 일어났다. 가 아니잖아요! 왜 그리 태평한건가요!”

       

       “그야. 우리의 용사님이 여기 있으니 아무런 걱정이 없지 않겠느냐.”

       

       

       나는 싱긋 웃어보았고, 용사는 그런 나를 보며 기가 찬다는 표정이 되어갔다.

       

       

       “아니, 이걸 갑자기 저에게 떠넘긴다고요?”

       

       

       상처투성이의 검은 남자가 일어나더니 나를 향해 달려든다. 그러나 그 돌진은 용사의 검에 의해 튕겨진다.

       

       

       “벨 생각으로 휘둘렀는데? 이걸 버텨?!”

       

       “크아아!!!”

       

       “이미 지성은 모두 증발해버린 모양이구나. 대량의 어둠의 조각에 잠식되면 저렇게 되어버리는군.”

       

       “태연하게 감상할때가 아니잖아요!!”

       

       

       우는 소리를 내뱉는 용사. 에잉. 쯧쯔. 나름 경험을 많이 쌓았을 놈이 왜 그렇게 죽는 소리를 내는건지.

       

       

       “몬스터하고 딱히 다를바 없지 않느냐. 그냥 형태가 인간형일 뿐이고.”

       

       “하지만 인간이잖아요! 원래는!”

       

       “그게 뭐 어떻다고 그러느냐. 어리석은 선택으로 인간을 그만두었으니. 음…. 인간이 아니게 되었으니 다른 것으로 불러야겠구나.”

       

       “다른 것…?”

       

       

       나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저 존재는 앞으로 마족이라 불러야겠구나.”

       

       “마족이라니….”

       

       “본래는 지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어둠에 잠식되어 타락한 존재가 되었으니. 마족이라 부르기에 적합하겠지.”

       

       “크아아악!!!”

       

       

       시끄럽구만.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고, 검의 형상을 이룬 마력이 남자의 사지와 날개를 꿰뚫고서 땅바닥에 고정시킨다.

       

       마치 박제되는 벌레처럼. 땅바닥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검은 남자.

       

       음. 이런 케이스는 처음이니까. 상세하게 조사를 해봐야겠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납품하라고 계약한 업자가 모조리 먹고 있었으니, 배를 갈라야겠지요.

    크아악! 늦었다!

    졸음이 쏟아져서 저녁에 일찍 잤더니, 13시간을 잤군요. 세상에. 내 폰겜 숙제!!! 끄앙!!!

    확인해보니까 새벽에 잠깐 깨어서 숙제는 하고 다시 잔 것 같은데. 왜 기억에 없지…?

    뭐지… 이거…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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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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