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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104 – 랜덤창고이벤트>

     

    이벤트는 매 회차마다 마땅히 일어날 정규이벤트가 있는가하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발생하는 랜덤이벤트도 존재한다.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 이벤트>

    바다의 무법자, 해적들의 상식을 아시나요?

    주인 잃은 물건은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

    교정이 물바다가 되고 선배들의 창고가 물에 떠내려간 지금, 한 해적이 주인 잃은 창고물품들을 두고 투철한 직업의식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대의에 동참하거나 저지하세요!

     

    <랜덤파파> 이벤트나 <거다이맥스 식물> 이벤트 이후로 오랜만에 등장하는 랜덤이벤트다.

    떠내려가는 창고도 랜덤.

    창고 속 내용물도 랜덤.

    간혹 마수창고가 떠내려가서 창고 문을 열면 실험용으로 생포된 온갖 마수들이 뛰쳐나오기도 한다.

    허접한 캐릭터라면 개봉 즉시 사망할 수 있는 황당한 이벤트!

     

    ‘머, 그래봤자 별 거 아니지. 안에 소리가 나는지 귀만 잘 기울이면 부주의한 죽음은 당하지 않는걸!’

     

    창고내용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이 간다.

    식품창고면 희귀식재료를 잔뜩 얻을 수 있다.

    약재창고면 잘 보관했다가 팔기만 해도 선배들에게 포인트를 잔뜩 받을 수 있고, 장시간 보관 가능한 재료는 2학년이 되면 써먹을 수도 있다.

    무기창고면 냅다 녹여다가 새로운 무기로 만들어서 금속세탁을 할 수도 있고!

     

    “좋아요!”

    “갸하핫! 역시 키랑 다르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녀석이라니깐. 당장 시작하자.”

     

    지고쿠는 잠시 비를 피해 가까운 건물 지붕 밑에 들어가서는 빗물을 쓸어내고 도면을 꺼냈다.

    무려 아카데미 교정의 설계도가 나온 까닭에 고인물인 나조차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거 어디서 났어요?”

    “아? 직접 측량하고 그렸는데. 삼개월을 탈 배에도 뭐가 있는지 싹 뜯어내야 하는 마당에 삼년 넘게 다닐 아카데미면 더 잘 알아야 할 거 아냐?”

    “해적이 맞는 말을?!”

    “너 지금 내가 해적이라고 무시하냐?”

    “죄송해요. 솔직히 조금?”

    “갸하핫! 솔직해서 좋네. 총알구멍 뚫릴 뻔했다가 살아난 줄 알라고.”

     

    하긴 지고쿠도 세계제일의 교육시설 기프트 아카데미에 입학할 정도로 우수한 인재다.

    남자였을 때는 눈만 마주칠 때마다 서로 총질하고 나무를 던지며 싸워대느라 몰랐을 뿐, 지고쿠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자, 경사면과 배수로를 감안하면 창고는 이곳에서 이 방면으로 떠내려갔을 거야. 조사해야 할 곳은 내려가는 방면에 있는 여기 세 장소야.”

     

    솔직히 많이 놀랐다.

    지고쿠가 짚은 장소는 떠내려간 창고가 발견된다고 알려진 고인물 스팟 세 곳이었다.

    고인물의 경험으로 축적된 정보를 지고쿠는 물살과 물체의 유동성에 대한 파악만으로 즉석에서 완벽하게 특정지은 것이다.

    무질서한 트리거해피.

    잔혹한 해적.

    그 이면에는 의외로 스마트한 분석가가 있었다!

     

    ━━━

     

    [인물 <지고쿠>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합니다.]

     

    ━━━

    지고쿠의 이해도

    트리거해피(이해도 10) – 일단 총을 쓰면 즐겁다! 즐겁지 않으면 총을 쏜다! 아무튼 쏜다!

    잔혹한 해적(이해도 20) – 지고쿠는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는다.

    뜻밖의 인텔리(이해도 30) – 충동적으로 행동하되, 지식이나 학문을 멀리 하지 않는다.

    ━━━

     

    [인물 <지고쿠>의 호감도가 20을 넘었습니다.]

    [1차 특전 <보물찾기>를 이미 누리고 있습니다.]

    [지고쿠의 호감도 상승속도가 상승합니다.]

     

    [인물 <지고쿠>의 이해도가 25를 넘었습니다.]

    [인연기능 <교감 – 지고쿠>를 습득합니다.]

    [지고쿠의 감정변화에 민감해집니다.]

     

    “굉장해요!”

    “갸하핫! 칭찬은 나중에 얼마든지 들어줄 테니 가까운 곳부터 싹 털자고.”

     

    아카디아와 헤스티아에 이은 세 번째 호감도 특전 개방대상!

    어쩌다 보니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보다 주요인물들의 호감도와 이해도가 먼저 올랐지만 사실 이는 당연한 현상이었다.

    수천 회차를 플레이하면서 매번 중요하게 여긴 인물을 더 잘 알겠는가, 아니면 이번 회차에 어쩌다가 처음 알게 된 엑스트라들을 더 잘 알겠는가?

    당연히 수천 회차를 겪어본 이들을 더 잘 안다.

    랜덤요소로 한 사람의 주요인격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매번 변한다고는 해도 변화에도 어떤 요소가 더 잘 뜨고 겹쳐서 등장하냐는 경향성이 있다.

     

    “첫 번째 후보군은 여기다!”

     

    [동물사육시설]

     

    아카데미에서 자체적으로 사육하는 동물들을 모아둔 이곳에는 야생몬스터에 맞서 살아남고자 거대화나 진화를 일으킨 동물들을 보관하고 있다.

    개중에는 몬스터의 마석을 뜯어먹고 같이 마수화를 일으킨 동물도 있고, 그냥 순수한 동물 상태로도 몬스터 머리를 후려치고 다니는 강한 동물도 있다.

    아니면 그냥 맞고 다니고 뜯어 먹히고 다니는 연약한 동물들도 있고.

     

    “와. 자이언트 크랩녀석들이 다닥다닥 몰려있는데?”

    “동물 냄새를 맡았나봐요.”

     

    동물사육시설은 때 아닌 공성전이 한창이었다.

     

    “떨어져, 이 망할 게자식들아! 우리 토순이들은 털 끝 하나도 못 건드려!”

    “급성부패주문이 걸린 시체조각을 기화시켜 흡입한 토순이LX-10229호의 72시간 경과에 따른 질병발생의 사전징후 및 발생질병에 대한 조사가 끝나기 전에는 게 한 마리 들여보낼 수 없어!!”

    “들어오기만 해봐라! 다음 연구논문은 게새끼들의 등껍질에 기생식물을 심는 주제로 삼아주겠다!!”

     

    3학년 선배들의 악에 받친 외침과 벽에 붙은 게들을 떨쳐내고자 창을 내지르고 치사성 맹독앰풀을 집어던지는 생산학부 선배님들!

    괜히 검쓰고 마법 다루는 초인들이랑 나란히 생산학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분들이 나중에 졸업하면 비인가 실험 한다고 던전 만들고 국가에 걸려서 좌표 찍히고 구름처럼 몰려든 모험가들 수백 명을 쓸어버리고 유유히 사라지는 던전메이커가 되겠지.

    고인물인 나조차도 소름이 돋는 양반들이다.

     

    “갸하핫! 재밌어 보이는데.”

    “…저게요?”

    “우리도 참전할까?”

    “…여기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냥 가요. 저 강의시간 전까지만 돕는다고 말했잖아요.”

    “아. 그랬었지? 여긴 끝나고 나 혼자 놀러와야지.”

    “…….”

     

    진짜 광기다.

    어떻게 저 무시무시한 선배님들이 싸우는 곳에 놀러 갈 생각을 다 할 수가 있지?

     

    ‘저 정도로 미쳐야 해적이 되는구나.’

     

    어쩐지 산적왕보다는 항상 해적왕이 강하다 싶더라니, 진짜광기는 어쩔 수 없지.

    우리는 자이언트킹크랩들의 어그로가 끌리지 않게 적당히 거리를 둔 뒤, 창고가 떠내려갔다고 추정되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두 번째 후보군은 여기다!”

     

    [1학년 출입금지구역]

    [경고! 보호자를 동반하지 않은 1학년이 출입할 시, 생사를]

     

    집게발에 반쯤 접혀서 뚝 끊어진 경고문.

    이걸 보면 조금 사려주지 않을까 싶었던 지고쿠는 반만 남은 경고문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발로 표지판을 툭 밀었다.

    빙글 180도 돌아간 표지판의 글씨가 사라지자 지고쿠가 당당하게 앞장섰다.

     

    “자, 그럼 들어갈까?”

    “…조금만이에요.”

     

    …운 좋은 녀석.

    내가 진짜 너 함부로 돌아다니다가 개죽음 당할까봐 같이 가주는 줄 알아.

     

    “아, 참고로 사전조사에 따르면 여긴 강제노동시설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위험하진 않아.”

    “경고판이 있는데도요?”

    “진짜 위험하면 입구부터 지키는 사람이 있었겠지. 감시초소도 세워지고 교관도 근처에 돌아다니고. 안 그러냐?”

     

    딴에야 맞는 말이었다.

     

    위이이이잉!

     

    [비상! 비상! 시설 내 탈주자 발생!]

    [현재 B3-7 블록에서 탈주자 발견. 시설 내 간수는 모두 출동바람.]

    [다시 한 번 알린다. 시설 내 탈주자 발생!]

     

    “…….”

     

    시설 입구까지 비상경보가 들리기 전에는.

    지고쿠가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웁스.”

     

    웁스 이지랄.

    진짜 나든 애든 둘 중 하나만 남자였어도 머리통 한 대 쥐어박았다.

    남장여자인 주제에 성별보다 성격이 더 눈에 띄는 황당한 녀석은 세상천지에 얘밖에 없겠지.

     

    “마지막 시설로 가요.”

    “그러자고.”

     

    아카데미는 중앙 본관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위험한 시설이 나타난다.

    생산학부 선배님들의 <동물사육시설>도 그렇고, 아카데미에 끌려온 범죄자들을 수감하는 <강제노동시설>도 그렇고, 지금 찾아가는 세 번째 시설도 그렇다.

    순서상으로는 지금 나올 시설이 가장 위험하다.

    덤으로 뭐가 나오는지도 알고 있다.

     

    “쟈쟈쟌~. 창고가 떠내려왔을 확률이 가장 높은 마지막 시설이 바로 이곳이다!”

     

    드래곤이 드나들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수직으로 뻥 뚫린 지하대공동.

    나선으로 이어지는 계단 옆으로는 혹여나 드나드는 사람들이 추락하지 않도록 난간이 세워져있는데, 그 난간 중간에 창고가 걸려있었다.

     

    “당첨이네!”

    “진짜 저길 가려고요?”

    “뭐 어때? 가서 주인 없는 물건만 슬쩍 하는 건데.”

     

    겁대가리라고는 조금도 없는 생양아치 해적이 성큼성큼 앞장섰다.

     

    [A01 – 고블린던전(사용 중)]

    [A02 – 최하급마석채취던전(정비 중)]

    …….

    ….

    [A14 – 거미굴(입장 가능)]

     

    나선으로 내려가는 벽면마다 뚫린 구멍을 통해 출입할 수 있는 다양한 던전들.

    지하대공동의 정체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온갖 던전이 떡하니 깔린 <종합던전테마파크>였다.

    참고로 해당시설의 정식명칭은 지하대공동이 아니라 종합던전테마파크가 맞다.

     

    “휴. B구역까진 안 떠내려가서 다행이네요.”

    “거긴 뭐가 있는데?”

    “당일치기가 불가능한 던전? 출입기록이 남는 자동기록마법? 하여튼 안 좋아요.”

     

    지고쿠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넌 역시 훌륭한 해적이 될 자격이 있어. 실은 나 못지않게 보물을 찾는 모험을 떠나고 싶었던 거지? 그래서 아카데미 시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거야!”

    “딱히 그런 용도는 아닌데요…”

    “그럼 뭐 하러 정보를 모았는데?”

    “모았다기 보단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고 할까, 직업병 비슷한 거예요.”

    “그래그래. 다 이해해. 해적도 가끔 술김에 무심코 털고 싶은 장소를 눈여겨보기도 하고 그래.”

     

    하나도 공감이 안 가니까 억지로 공감대 형성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얼른 창고나 따고 나가자.

    창고 벽에 귀를 들이대는데 안에서 쿵쿵 소리와 키야악 소리가 들렸다.

     

    “…이거 열면 안 되겠는데요?”

     

    하필이면 마수창고가 떠내려 왔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교육에 진심인 교내시설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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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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