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4

    세상은 언제나 반복되는 것이있다.

    낮이 되면 태양이 뜨고, 밤이되면 달이 뜨는 것처럼, 당연하게도 반복되는 것.

     

    그리고 지금 또 다른 예시를 들자면, 아침이 되면 마치 세계수의 가지 위에 앉아 울어대는 각양각색의 조류들이 그 반복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그런 소리를 들으면 죽을것 같다며 투덜대는 미리암의 앓는 소리가 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을 짜내듯이 강하게 기지개를 켜면서 중얼거렸다.

    “드디어 좀 정상적으로 돌아왔네요.”

    “그래, 이제야.”

    도시의 마력공급이 드디어 안정권에 올랐다.

    며칠 전, 갑자기 세계수의 마력생산능력이 현저히 감소하는 원인 불명의 현상이 있었다.

    그탓에 연구소의 인원들이 며칠밤을 새가며 원인을 밝혀내고자 했지만……. 원인을 밝혀내진 못하고 겨우 세계수의 마력공급을 안정화 시키는게 전부였다.

    수십명씩 교대로 마법을 퍼부어가면서 말이다.

    꽤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원인을 모르니 일단 사태라도 수습해야하지 않겠는가.

    “일주일동안 눈 떠있을 때는 온종일 영창을 했더니 입이 바싹바싹 마르는 것 같아요…….”

    미리암의 불만스런 투정에 제라드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아직도 말이 많은 걸 보니 영창을 덜 했나봐.”

    “봐주세요…….”

    미리암의 우는 소리를 뒤로하고, 제라드는 구매한 마력초 말린 차를 담은 머그컵을 미리암에 근처에 놔주고, 자신도 하나를 따라서 창문 근처에 서서 맛과 온기와 향을 음미한다.

    “고마워요, 선배.”

    “뭘.”

    그냥 고개만 끄덕여도 될 텐데, 굳이 말을 하는 건 역시 말을 덜해서 그런걸까.

    대답하기도 슬슬 귀찮으니 단답으로 답하고 입을 다무니 이젠 정말로 새소리와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다른 마법사들도 모두 영창에 지쳐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 중이니까, 거의 수면실을 방불케하는 조용함이었다.

    실제로 자고 있는 마법사도 많으니까 수면실이라고 불러도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지만.

    피곤해서 그런가, 쓸데없는 생각이 참 많아졌다고 느끼며 제라드는 다시 머그컵을 입가로 가져갔다.

    후룹.

    따끈하고 쌉싸름하여 제법 괜찮은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한방에 피로가 싹 날아갈 정도는 결코 되지 않았다.

    ‘이럴거라면 담배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제라드는 스스로 다짐한 금연의 의지를 겨우 한달도 안 되어서 철회할 수는 없었다.

    그동안 금연하겠다고 주변에 설레발을 얼마나 쳐댔던가.

    만약 참지 못하고 담배에 불을 올리면 동료들이 분명 놀려댈게 뻔하다.

    게다가, 저 미리암은 금연하겠다니까 아주 좋아하면서 이렇게 마력초 티백까지 선물로 주었는데, 조금 더 참아봐야지.

    제라드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때일수록, 루크가 달여왔던 그 신통한 차가 떠오른다.

    대체 차를 뭘 어떻게 만들었길래 그런 효과가 나타날 수 있었던걸까.

    분명 듣기로는 별 재료가 들어가지도 않았었는데.

    후룹.

    ‘지금쯤 루크는 뭘 하고 있으려나.’

    ——

    둥근 마력의 형체가 유유자적 창문을 툭툭 쳤다.

    정령은 형체가 없고 어디에나 드나들 수 있으니 딱히 창문을 열지 않아도 들어올 수는 있지만, 구태여 물체를 통과하는 것을 즐기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냥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힘들기도 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하게 예시를 들자면, 사람들이 울타리를 뛰어넘지 않는 이유가 울타리를 뛰어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닌 것과 같다.

    힘을 들여서 뛰어넘을 수야 있지만, 힘들고 눈치 보이는 일이니까 일부러 하지는 않는 행위. 

    사실 정령에게 무언가를 통과해 지나간다는 것은 딱 그 정도의 감성인 것이다.

    루크는 창문을 열어주면서 파이를 들여주었다.

    그러니 파이가 방으로 들어오며 아침의 공기도 함께 들어와 루크의 머리카락을 어지럽혔기에, 루크는 손으로 머릿결을 다듬으며 말했다.

    “요즘 외출이 잦은 모양이구나. 또 세계수인가?”

    파이는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살짝 삐진 듯한 모습을 취했다.

    그러니까,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턱을 들어올리며 상대에게서 시선을 피하는 모습을 말이다.

    파이가 왜 그러느냐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요 며칠간 계속 다이튼이 만든 맛있는 요리를 먹었다 보니까 음식을 먹는 데에서 질투를 한 것이리라.

    마치, ‘두고봐, 나도 금방 몸을 찾을 테니까.’ 라며 칭얼거리는 파이의 말을 루크는 웃어넘겼다.

    “그래, 기대하고 있지.”

    그리고 루크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파이는 생각보다 강력한 정령일지도 모르겠군, 하는 생각이었다.

    하긴, 숲 전체의 마나를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마나 제어력은 보통의 정령이 보여줄 수 없는 수준의 능력이기는 하다.

    그러나, 정령이 물질계에 현신하는 일은 사실 루크의 시대에서도 꽤 신화적인 일이었다.

    어쩌면, 파이는 세상의 근간을 이뤘다는 고대정령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설레발일수도 있지만.

    ‘조금 가슴이 뛰는군.’

    루크는 약간이지만 흥분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후후, 하고 웃었다.

    고대 정령에 대한 정보는 정령이 비교적 흔하던 5000년 전의 시대에도 거의 전해지는 것이 없었으니까.

    루크는 다시 컴퓨터로 눈길을 돌리고 수정구를 조작했다.

    루크가 최근 빠져있는 작업이다.

    슈퍼 매직리그의 불필요한 연산을 줄이고 마력식과 논리회로를 최적화해, 자신의 컴퓨터에서도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

    물리적인 마도기기 그 자체를 건드릴 수 없으니, 당장 루크가 할 수 있는 작업은 게임 그 자체의 논리회로를 뜯어고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본래 기기의 연산력이 부족하다면 연산할 양을 줄이면 해결되는 법!

    루크는 이 작업에 착수한지 이제 딱 일주일이 되었고, 작업은 순조로워서 지금까지 15%의 연산률 상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

    목표는 30%, 이제 딱 절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속도라면 확실히 도달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순조롭군.”

    루크는 기분좋게 웃으며 컵을 들어올렸다.

    컵에 담긴 것은 충분히 희석된 피로회복의 영약.

    이 시각, 제라드가 그토록 찾고 있는 물건이었다.

    딱히 피곤하지 않을 때 마셔도 괜찮은 차다.

    과도하게 마시지만 않으면, 단순히 머릿속이 맑아지는 정도의 효과를 내는 것도 가능하니까.

    효과가 미약한만큼 부작용도 없다.

    “흐음…….”

    그러나 역시 5000년의 세월이 흐른 탓인가, 솔직히 쉽지는 않다.

    ‘고대문자를 번역하는 작업을 하는 것 같군.’

    루크에게 마계 또는 고대신화시대의 문자를 해독하는 일이나 5000년 후의 새롭게 만들어진 마법언어를 해독하고 수정하는 작업의 난이도는 어느 한쪽이라고 다르지 않지만, 그 작업의 흥미도는 역시 이쪽이 훨씬 떨어지는 편이다.

    새로운 것을 알아낸다는 설렘이 없는, 단순한 개선작업이니까.

    그럼에도 루크가 여전히 거기에 매달리는 이유는, 단순한 유희였다.

    그 외에 마땅히 할 만한 게 없다는 것도 있고.

    그렇게 다시 작업에 열중하기 시작하니, 디아나가 눈가를 비비며 침실에서 걸어나왔다.

    “언니. 또 컴퓨터 하고있어……?”

    이런, 디아나가 일어난 모양이로군. 

    작업은 이제 그만 하도록 할까. 

    급한 것도 아니고, 그냥 재미로 하는 중이니까.

    “디아나,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모양이로구나.  무슨 일이 있느냐?”

    “그냥, 언니랑 같이 놀려고……. 하아아암.”

    “저런, 일단 그 얼굴에 묻은 피곤부터 벗겨내야겠군.”

    ——

    찰칵, 현관문을 여는 소리는 언제나보다 경쾌하다.

    ‘그것은 칼퇴근을 했기 때문이지.’

    집에 가서 루크 밥 줘야 한다고 하니 당직을 빼줬다.

    이 부분은 예르나가 미리 얘기를 해준 것이다.

    그 덕분에 디아나도 시설에 밤새 맡기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그리고 뭣보다 좋은 것은,

    “다녀왔다.”

    “잘 다녀왔는가.”

    “잘 갔다왔어?”

    잘 갔다 왔냐고 묻는 목소리가 두개라는 점일까.

    루크는 디아나와 잘 놀아주고 있었는지, 테이블에 앉아서 동화책을 들고 있었고, 디아나는 그 옆에 딱 붙어있었다.

    그러고보니 저 동화책도, 디아나를 위해 학교도서관에서 빌려왔던 책이다.

    “디아나. 오늘은 루크랑 뭐하고 놀았어?”

    “응! 그림 그리고, 언니가 연주하는 거 듣고, 같이 정령소녀 놀이하고…….”

    “정령소녀놀이? 네가 그런 걸 했어?”

    “……조용.”

    루크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검지손가락을 입에 댔다.

    뭐가 그리 부끄러울까, 여자아이 둘이서 정령소녀 놀이하는 게 뭐 그리 이상한 일이라고.

    아무튼 아이들끼리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을 보면 역시 기분이 좋다.

    “배고프지? 일단 밥부터 먹자.”

    “하하. 그 말을 기대하고 있었다네.”

    루크는 다이튼에게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보냈다.

    다이튼과 지내면 최소한 음식의 맛에 관한 걱정은 완전히 덜어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다이튼은 오늘은 딱히 요리를 하고 싶은 날이 아니었다.

    “오늘은 그냥 뭐 시켜먹을 건데. 치킨 괜찮지?”

    다이튼은 살면서 치킨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엘프들 빼고는 본 적이 없었다.

    치킨이라면 루크도 분명 좋아하겠지.

    하지만 루크의 반응은 냉담했다.

    “치킨……?”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얘가 모르는 음식이 어디 한둘이어야지.

    다이튼의 말에 온전히 신난 것은 디아나였다.

    “와! 치킨 먹자, 치킨!”

    ——-

    “배달이요.”

    “벌써 치킨 왔나 보다.”

    “거 참, 세상 많이 좋아졌군.”

    루크는 살짝 감탄했다.

    전화로 주문만 하면 음식을 집 앞으로 직접 가져다준다니.

    뭐, 과거에도 하인을 시키면 못할 일은 없었지만. 이렇게 보편적인 서비스는 아니었다.

    게다가 굉장히 빠르지 않은가? 거의 전화한지 40분만에 도착해버렸다.

    다이튼은 현관으로 걸어가 배달원에게 돈을 건네다가 문득 그와 눈을 마주치고는 ‘어!’ 하는 소리를 냈다.

    “야 너, 테너 아니냐? 어쩐지 오늘 치킨이 먹고 싶더라니, 진짜 오랜만에 본다!”

    “음, 아. 설마 다이튼 형? 되게 오랜만이네요!”

    “이야, 진짜 반갑다. 어릴 적 시설에서 보고, 얼마만이지? 3년? 2년?”

    “형이 성인 되시고 시설에서 나갔으니까 3년 되었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예상치못한 만남에 반가운 다이튼의 대화가 길어지자, 루크가 향기로운 냄새에 참지 못하고 다가와 물었다.

    “서로 아는 사이인가?”

    “아, 어릴 때 같은 시설에서 자란 녀석이거든. 아, 여기. 치킨은 가져가. 나는 잠깐 얘랑 대화 좀 나눌까 싶다.”

    “뭐, 그러지.”

    루크가 다이튼이 건네는 치킨을 받아 들자, 배달부도 루크와 눈을 마주쳤다.

    “……어?”

    배달부는 순간 얼어붙었다.

    백금발의 머리카락, 청록색과 금색의 오드아이, 고양이귀와 뿔이 동시에 달린 여자아이가 세상에 흔한게 아니라면,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여자아이는…….

    자신의 다리를 부러트린 그 꼬마였다.

    “……? 우리, 어디서 봤던가? 낯이 익어 보이는구나.”

    루크의 의문스럽다는 표정에 배달부, 테너는 소름이 돋아버렸다.

    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해버리고 만다.

    “……착각일겁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건 진짜 우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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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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