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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마석 친구는 폭발물로 쓰라고 있는 게 아니예요!”

         

       파스텔은 검은 마석을 들었다. 손가락이 매끄러운 표면을 문질렀다.

         

       “이 고운 피부를 보세요! 태생적으로 고귀하게 자란 친구라니까요! 험한 일을 하기엔 너무 보드라워요!”

       『그건 갈아서 매끄럽게 가공된 거다.』

       “으아아! 비정한 현실……!”

         

       사실 고귀한 태생은 없었던 거야.

         

       파스텔은 손을 덜덜 떨며 마석을 내려봤다.

         

       영롱한 검은빛.

         

       흑요석처럼 생겼고 솔직히 외견에 엄청난 차이는 못 느끼겠다. 흑요석을 발견하면 멋모르고 주워 입에 넣다가 으아아! 내 이빨! 악마님! 악마님! 하며 돌아다닐 거 같은 비주얼.

         

       하지만 그래서 예쁜 친구야.

         

       “근데 넌 폭발물이 됐구나아!”

         

       몸이 벌벌 떨리는 건 비싼 가격에 정신이 아득해져서가 절대 아니다. 친구를 폭발시켜야 하는 비정한 현실에 절망한 인기인의 좌절이었다.

         

       “내 돈……!”

         

       앞으로 싸울 때마다 황금값을 써야 한다는 미래가!

         

       으아아!

         

       『유용하고 간편하군. 비용이 문제긴 하다만 원거리 화력을 자본으로 충당할 수 있는 건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일이지.』

         

       허억.

         

       “악마님! 어떻게 제 친구에게 그런 비정한 얘기를 하실 수 있어요!”

         

       그리고! 그리고!

         

       “저 돈 없단 말이에요!”

         

       파스텔은 살짝 울상으로 마석을 입에 넣었다. 검은 보석이 으스러지며 씹혔다.

         

       “오기 전에 크래프트 상단의 재무 상황을 살펴봤잖아요. 지금 파산 직전이에요!”

         

       아카데미 쿠데타 이후 현재까지 계속 사병을 운용 중이라 슬슬 비용이 감당이 안 된다.

         

       원래라면 테러가 정리된 뒤 본래 고용 목적대로 빠르게 밀무역에 동원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기사단이 이상한 짓을 하는 바람에 사병이 돈도 못 벌고 여태 묶여버렸다.

         

       “크래프트 상단은 죄다 빚더미라구요.”

         

       당장 여기 성지로 침입하기 전에도 그레이스 상단주가 급하게 찾아왔었다.

         

       -각하, 이젠 정말 무리랍니다. 병력을 빼야 해요.

       -쪼금만! 쪼금만 버텨줘요!

         

       이러다 파산하기 전에 이젠 정말 사병을 빼 돈을 벌어오게 해야 해. 그러려고 고용했던 거니까.

         

       “마석 친구우. 식구가 너까지 생기면 너무너무 곤란해.”

         

       다 먹은 파스텔은 간식 주머니에서 새 마석을 꺼내 입에 넣었다. 단맛이 번졌다. 표정이 살짝 풀렸다.

         

       맛있당.

         

       허억.

         

       이 상황에 맛있으면 안 되는데!

         

       양볼을 눌렀다.

         

       “호레이스 교수님 아니 선배님과 상의를 해봐야겠어요. 교단의 현물 자산을 아카데미로 회수했으니 신용 돌려막기를 해서…….”

         

       으에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분명 돌아가면 연애부터 해보려 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걸까?!”

       『그 나이엔 굳이 연애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

         

       악마가 다소 흡족해했다.

         

       『그 나이에 일하는 것도 좋진 않지만 말이다. 이건 상황상 불가피하니.』

         

       그럴 수가.

         

       통금 시간 관리하는 보호자 같은 소리를.

         

       반항 정신이 무럭무럭.

         

       주먹을 쥐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고 말 거예요!”

         

         

         

       #

         

         

         

       아카데미로 돌아갔다.

         

       성지에 남아 교단이 무슨 짓을 한 건가 조사할 필요가 있었지만 어차피 비전문 영역이라 전문가 집단에 맡겨두고 나왔다.

         

       사실 성지 구경을 하고 싶긴 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 공간에 가정사 엮인 안 좋은 추억이 생긴 바람에 그냥 포기했다.

         

       아빠 나빠.

         

       완전 나빠.

         

       허억, 리듬감 봐.

         

       글자 수도 똑같네!

         

       완전 찰떡궁합!

         

       다만 돌아가는 길에 문제점 하나를 발견했다.

         

       마석 나이프를 잃어버렸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풀밭에 떨어진 나이프는 금세 찾았다.

         

       호르몬 친구가 죽인 준기사급과 교단원들의 시체를 눈감고 콕콕 찔러 존재의 격을 냠냠하기도 했다. 지금 내면세계에 지구 친구를 못 만드는 건 격이 부족해서가 아니지만.

         

       돌아오는 비공정 선실에서 악마가 마검을 살피며 당혹스러워했다.

         

       『모르겠군.』

       “어떻게 몰라요? 악마님과 마검은 동고동락한 사이잖아요. 베스트 프렌드! 말 그대로 일체화된 친구 관계!”

       『난 이런 친구를 둔 적 없다.』

       “허억! 마검 친구! 상처받지 마! 나쁜 마음으로 한 얘기는 아니실 거야!”

         

       악마가 마검으로 못 돌아가고 있다. 딱히 문제는 없지만 문제가 있다면 또 있는 사안이었다.

         

       악마님이 잘 지내던 마검과 사이가 안 좋아졌어.

         

       합체~! 가 안 되는 사이가 되다니.

         

       얼마나 사이가 나빠지신 거야.

         

       “성지의 신성한 기운이 작용한 걸까요?”

         

       신님의 기운이 신성하게 작용해 악마님의 봉인을 약하게 해줬다거나.

         

       신성하게 작용했는데 악마님의 봉인이……?

         

       그렇다면.

         

       “안 신성하게 작용했다거나!”

         

       나 완전 똑똑한 듯.

         

       『흠.』

         

       악마가 마검을 살폈다. 검 외형을 바꿀 수 있긴 하지만 지금은 평범하면서 모던한 외형이다.

         

       『신의 의도를 모르겠군. 매번 그랬지만.』

       “나쁜 거예요?”

       『그건 아니다. 검보다는 사람 상태가 좋지. 아무래도 앞으론 내 처소가 따로 필요하겠군.』

         

       분홍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우와! 우와!”

         

       몸이 폴짝폴짝 뛰었다.

         

       악마님! 악마님!

         

       “제가 축하 케이크 만들어 드릴게요!”

         

       예쁘게 만들어야지!

         

       『호오? 어디 만들어 봐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파스텔은 비공정 부엌으로 달려갔다. 악마가 당연하다는 듯이 뒤따르자 서둘러 멈추며 손바닥을 펼쳤다.

         

       “따라오지 마세요! 축하 당사자는 케이크 완성 전까지 보면 안 된다구요!”

         

       그러면 서프라이즈가 아니니까!

         

       악마가 살짝 당혹스러워했다.

         

       『과정만 볼 거다. 어떻게 하는지.』

       “안 돼요! 안 돼!”

         

       악마를 밀어냈다. 악마가 얼떨떨해하며 밀려났다. 주방에서 쫓겨난 주부 같은 반응이었다.

         

       『만들 줄은 아는 건가?』

         

       파스텔은 당당히 대답했다.

         

       “몰라요!”

       『뭐라고……?』

         

       악마가 멍해졌다.

         

       악마님이 가르쳐주신 것처럼 사람에겐 누구나 처음이 있는 거니까!

         

       파스텔은 자꾸 부엌 주변을 서성이는 악마님을 완전히 쫓아냈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부엌에 들어섰다. 소매를 걷어붙였다. 앞치마가 걸쳐졌다.

         

       양팔을 번쩍 들었다.

         

       “요리! 요리!”

         

       아니 이건 제빵인가?

         

       분홍 눈동자가 굴러갔다.

         

       그리고 다시 양팔을 번쩍 들었다.

         

       “제빵! 제빵!”

         

       케이크! 케이크!

         

       맛있어! 맛있어!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헛.

         

       “악마님! 또 오면 화내요!”

         

       그렇게까지 나를 못 믿어주시다니!

         

       이래 봬도 악마님이 요리하는 모습을 몇 번이고 지켜본 경험이 있는데!

         

       “네?”

         

       마법사 로브를 정갈하게 갖춘 소녀가 부엌에 들어왔다.

         

       “앗! 멜리사!”

       “악마님은 누군가요?”

         

       멜리사가 의아해했다.

         

       “그냥 못 들은 척해줘!”

         

       나의 실수~.

         

       “그럴게요.”

         

       멜리사가 다가왔다.

         

       “뭔가 만드시려는 건가요?”

       “케이크! 아마 딸기 케이크? 멜리사는 케이크 만드는 법 알아?”

       “네, 알고 있어요.”

         

       오잉.

         

       당연히 모를 줄 알았는데?

         

       “부모님 결혼기념일에 만들어 드린 적이 있거든요. 하녀 분의 도움을 받아서요. 그때 배웠어요.”

         

       멜리사가 살짝 머리를 꼬며 민망해했다.

         

       “두 분 시간에 저도 끼고 싶었거든요.”

         

       헤에.

         

       “나도 지금 축하 케이크를 만들려는 건데 완전 비슷하네!”

       “그러게요. 정말 비슷하네요. 파스텔 당신도 케이크를 만들어 본 적이 있나 봐요?”

       “아니!”

         

       멜리사가 멈칫했다.

         

       “케이크~! 케익케익!”

         

       파스텔은 흥얼거리며 밀가루 포대를 열었다. 컵으로 몇 번 떠서 둥근 접시에 부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멜리사가 걱정하는 표정이 됐다.

         

       “괜찮아!”

         

       파스텔은 밝게 대답했다.

         

       “멜리사는 멜리사의 일을 해!”

         

       멜리사가 더 걱정하는 표정이 됐다. 머뭇거리며 기웃거리더니 주변을 살폈다.

         

       “케이크 레시피는 어디 적어두셨어요?”

         

       레시피?

         

       “지금부터 만들 거야!”

       “네?”

         

       멜리사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그러고 보면 종이와 깃펜을 안 가져왔구나.

         

       “고마워 멜리사! 네 덕분에 깜빡했다는 걸 알았어!”

         

       요리를 했는데 레시피 기록을 깜빡해서 다음에 똑같이 만들기 곤란하다면 너무 아깝지!

         

       잘 찾아보자 부엌에 이미 종이와 깃펜이 있었다. 아마 레시피용인 듯했다.

         

       슥슥 슥슥.

         

       큼지막하게 글자를 적었다.

         

       ―악마님을 위한 케이크 레시피!

         

       레시피에 계량은 매우 중요한 것.

         

       파스텔은 퍼놓은 밀가루를 컵으로 다시 담으며 신중히 양을 확인했다. 그리고 슥슥 적었다.

         

       ―밀가루 다섯 컵!

         

       옆에서 지켜보던 멜리사가 곤혹스러워했다. 머뭇거리더니 부엌을 서성이다가 다시 다가왔다.

         

       “밀가루가 상당히 많지 않을까요? 밀가루보다 계란이 많이 들어가야 해서요.”

       “그렇구나! 조언 고마워!”

         

       파스텔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밝게 말했다.

         

       “그러면 나는 밀가루 함량이 높은 케이크를 만들래!”

         

       악마님께 주는 케이크니까 악마님이 만들어 보지 않은 케이크를 선물해 주고 싶어!

         

       한 팔을 번쩍 들었다.

         

       “도전~!”

         

       멜리사가 멍해졌다.

         

       그리고 점점 안절부절못하더니 계란, 설탕, 꿀을 가져왔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괜찮아! 마음만 받을게!”

         

       내 손으로 만든 걸 선물하고 싶은 거라 너무 도와주면 살짝 곤란곤란.

         

       파스텔은 그릇에 계란을 깼다. 노른자들이 동동 떠다녔다.

         

       그 위에 설탕 몇 컵을 부었다.

         

       멜리사가 움찔했다.

         

       “설탕이 많은 거 같아요.”

         

       그런가?

         

       하얀 결정이 수북했다.

         

       파스텔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설탕 한 컵을 더 떴다.

         

       “난 단 게 좋더라!”

         

       응응!

         

       설탕이 부어졌다.

         

       멜리사가 멍하게 지켜봤다. 그러더니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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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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