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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있지, 아멜리아.”

       

       “응? 왜?”

       

       

       이걸 말해도 괜찮은 걸까.

       

       아멜리아에게 말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시우는 한참 동안 고민했다.

       

       밤에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서, 정말로 이야기하는 게 옳을까?

       

       아르테가 내 옷을 가져갔다는 건 그저 내 추측일 뿐이었다.

       

       어제의 사건을 과연 이야기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옳을까.

       

       수많은 고민 끝에, 시우는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건 아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만약 아르테가 내가 아멜리아에게 말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추측일 뿐이니까.

       

       그래, 아직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뭐야. 뭐 말하려던 거 아니었어?”

       

       “음, 그게···.”

       

       

       그렇다고 갑자기 이야기를 맥없이 끊어버리면 의심받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시우는 최근 아멜리아가 준비하고 있던 물건에 관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그것도 그녀의 도움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그, 네가 말한 건 잘 준비되고 있나 싶어서.”

       

       “당연한 걸 묻고 있네. 자, 여기.”

       

       

       아멜리아의 손에 들린 물건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혹시나 내게 장난을 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사망한 지 시간이 지났을 텐데도 조금이나마 느껴지는 섬뜩한 마력.

       

       마수의 실이었다.

       

       

       “···정말로 구했다고?”

       

       “너는 운 좋은 줄 알아. 2급 마수의 부산물 같은 거, 보통은 얻기 힘드니까. 알고 있지?”

       

       

       아멜리아는 평소 믿음직스럽지 못한 면모를 보여주는 편이지만, 이럴 때는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싼 재질로 하라고 했을 때는 조금 당황했었는데.

       

       자기가 직접 재료를 조달해준다는 말에 솔직히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아무리 아멜리아라고 해도 어렵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짜로 구했을 줄이야.

       

       

       “용케 구했네. 2급 마수의 부산물쯤 되면 비싸게 팔리잖아. 아버지가 그런 것도 구해주셔?”

       

       “응? 그거 생각보다 구하기 쉬워.”

       

       “···진짜?”

       

       “아, 모를 수도 있겠구나.”

       

       

       2급 마수의 재료는 천문학적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구하기 쉽다니.

       

       무슨 이야기인지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이자, 아멜리아가 내게 설명을 시작했다.

       

       

       “자, 생각해봐. 2급 마수는 잡기 힘들지?”

       

       “응. 그렇지.”

       

       

       마수라고 해도 모두 같은 마수는 아니다.

       

       순서대로 1에서 4까지.

       

       모두 네 가지 부류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2급 마수는 현존하는 마수 중에서 가장 강하다.

       

       더 이상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인 1급 마수와는 다르게, 최전선에서 영웅을 위협하는 가장 큰 장해물.

       

       인류가 지금까지 모든 땅을 회복하지 못한 이유다.

       

       

       “그래도 아빠 정도로 강한 영웅들이 아예 못 잡을 정도는 아니란 말이야. 1급도 아니고. 너도 3급 한 마리 잡은 적 있잖아. 그···. 입학식 날에. 기억나지?”

       

       

       입학식이라.

       

       그러고 보니 그런 적이 있었지.

       

       일 년도 지나지 않은 이야기인데, 마치 먼 과거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입학하고 나서의 하루하루가 너무 짙어서 그런 걸까.

       

       

       “그런데, 잡을 수 있는 거지 제압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야. 그래서 시중에 적게 풀리는 거래.”

       

       “그게 왜?”

       

       “왜냐니. 마수의 부산물을 얻으려면 최대한 멀쩡하게 죽여야 하는데, 그럴 여유는 없다는 거지.”

       

       

       싸우다 보면 엄청난 강도를 자랑하는 털을 다 불에 태우거나, 마안을 가진 마수라면 눈을 뭉개버리거나.

       

       뛰어난 부위일수록 더 좋은 재료가 되지만, 싸울 때는 필연적으로 그 부위를 망가뜨릴 수밖에 없다고 아멜리아는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멀쩡하게 남아있으면 보통 잡은 사람들이 사용하기도 하니까.”

       

       “그렇구나.”

       

       “그래서 고위 마수를 재료로 쓴 물건이 비싼 거야. 남아있어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양이 아주 적거나, 망가진 것들이니까.”

       

       “그러면 구하기 쉽다고 한 건?”

       

       

       아멜리아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렇게 재료를 구하기 힘들다면, 내가 부탁한 것도 분명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

       

       

       “상품성이 없으면 더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상품성?”

       

       “왜, 농작물도 맛은 멀쩡해도 찢어지거나 하면 팔지 못한다고 버리잖아?”

       

       

       아.

       

       그제야 시우는 아멜리아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했다.

       

       사용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지만, 실제로 판매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물건.

       

       그런 물건을 말하는 거구나.

       

       

       “그럼···.”

       

       “아빠가 마침 최근에 거미형 마수를 한 마리 잡으러 간다고 했었거든. 그래서 부탁했지. 안 쓰는 실 좀 나눠줄 수 있냐고.”

       

       

       시우는 아멜리아의 손에 쥐어진 검붉은 실을 바라보았다.

       

       불길한 마력이 감돌고 있는 실이 예쁘게 묶여있었다.

       

       

       “이 정도 길이의 실은 옷을 만들 정도로 길지도 않고, 실은 무기로 쓸 사람도 없잖아? 이런 건 쓰지도 못해.”

       

       “···그렇구나.”

       

       “그래도 너는 이거면 충분하잖아? 이 정도는 그냥 받을 수 있다고. 어때, 내 수완이.”

       

       

       자랑스럽게 웃는 아멜리아가 새삼 대단해 보였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평범한 실로 만들었을 텐데.

       

       만약 이런 비싼 물건을 사용하려고 해도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하고 사용해야 했겠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살짝 웃어 보이며 아멜리아에게 실을 받았다.

       

       소리 내 감사 인사를 한들 징그럽게 왜 그러냐며 손사래를 칠 게 뻔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아멜리아는 자칫 무례할 수도 있는 상황을 신경 쓰지도 않은 채로 내게 물어왔다.

       

       

       “그래서? 여전히 뭘 만들지는 안정했어?”

       

       “팔찌로 하려고.”

       

       “팔찌? 음, 괜찮네. 무난하고.”

       

       

       

       선물로 주기는 딱 좋다며, 아멜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또 너는 이래서 안 된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꺼낼 줄 알았는데.

       

       

       “그나저나, 도로시는? 저기서 뭐해?”

       

       “너 때문에 머리 아프시단다.”

       

       “나?”

       

       “그래, 너. 네가 뭐 액세서리를 만들어 본 경험 같은 거라도 있어?”

       

       “없지.”

       

       “그래. 그래서 선물인데 망칠까 봐 저렇게 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노력하고 있잖아. 하여튼 인복은 타고났네.”

       

       

       책상에 엎드린 도로시의 머리맡에는 수많은 종이가 깔려있었다.

       

       저 종이들이 모두 수많은 액세서리의 디자인이라는 게 아멜리아의 설명이었다.

       

       

       “도로시, 일어나. 정했대. 팔찌야.”

       

       “···우윽, 파, 팔찌요? 여기 있어요.”

       

       “고마워. 푹 쉬어.”

       

       “안녕히 주무세요···.”

       

       

       아멜리아의 재촉에 일어난 도로시의 눈동자는 퀭했다.

       

       마치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보이는 모습이, 며칠 동안 밤을 새운 사람 같은 모습이었다.

       

       쌓여있는 종이들 사이에서 몇 개를 따로 챙긴 도로시가 우리를 향해 건네주고는 다시금 기절하듯 쓰러져버렸다.

       

       

       “그러게 적당히 하라니까.”

       

       “···괜찮아? 많이 힘들어 보이는데.”

       

       “내버려 둬. 자기가 혼자 할 거 없다면서 심심하던 차에 잘됐다면서 흥분한 상태로 자료조사 하느라 저런 거니까. 굳이 밤새우면서 할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하긴. 도로시는 수련 같은 거 잘 안 하더라.”

       

       “효율이 안 나오잖아.”

       

       

       도로시의 능력은 강화.

       

       이건 아카데미 내에서 상당히 널리 퍼진 내용이었다.

       

       매우 희귀한 능력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아예 포기한 것도 아니고. 그냥 제 한 몸 지킬 정도로만 하는 거니까 괜찮겠지.”

       

       

       보통 능력이라고 하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능력이다.

       

       신체를 강화한다거나, 입에서 불을 뿜는다거나, 아니면 몸이 단단해진다거나.

       

       가끔 다른 존재를 약하게 만드는 것도 존재하긴 하지만···. 뭐, 대부분은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도로시는 참 이질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만, 동료가 있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니까.

       

       

       “어차피 실전에서는 그냥 병풍처럼 있을 건데, 수련이나마 하는 게 다행이잖아?”

       

       “그렇긴 해.”

       

       

       그렇기에 도로시의 훈련은 효율이 떨어진다.

       

       애초에 능력을 기를 수조차 없으니까.

       

       다른 학생들은 육체적인 단련을 하면서 능력도 단련하지만, 도로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타인에게 능력을 사용해야만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가 가끔 도와주기는 하지만, 항상 도와줄 수도 없으니까.

       

       

       “도로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여기서 뭐가 제일 마음에 들어?”

       

       “···많네. 자세하고.”

       

       “말했잖아. 저것만 들여다보고 있더라니까.”

       

       

       도로시가 건네준 자료는 굉장히 깔끔하고, 양이 많았다.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상세한 설명과 함께 찍혀있는 완성본의 사진.

       

       이런 걸 한 번도 만들어 본 적 없는 나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깔끔한 설명서였다.

       

       

       “···이걸로 하자.”

       

       “이거? 꽤 수수하네.”

       

       “아르테는 꾸미는 걸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으니까. 무난한 물건으로 가는 게 좋아 보여.”

       

       “그것도 괜찮지. 선물은 받는 사람도 생각해야 하니까.”

       

       

       무조건 화려한 걸 고르지 않은 건 좋은 선택이었다며 아멜리아가 나를 칭찬했다.

       

       이게 그렇게까지 칭찬받을 일인가, 싶으면서도 일단 칭찬을 듣자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뭔가 내 안목이 인정받은 기분인데.

       

       

       “이걸로 네가 말한 그 증상이 조금 나아졌으면 좋겠는데.”

       

       “···그러게.”

       

       

       아멜리아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나도 살짝 기분이 가라앉았다.

       

       만약 아르테가 이걸로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녀를 도와줘야 할까.

       

       막연하게 시작한 행동이었지만, 이런 방법 외에는 생각나지 않는 내가 조금 원망스러워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 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오늘은 월요일이네요. 끔찍해라.

    ***

    멜론커피 님, 12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그리고 최근에 알아챈건데

    딥판 님께서 정기후원을 해주시고 계셨더라구요···.

    알람같은게 오지 않아서 몰랐는데···.

    저도 모르는 비밀친구가 생긴 기분이었습니다.

    감사인사를 못드려서 죄송하고,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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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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