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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왜 벌써 왔냐?”

        ​

        아직 만나기 조금 이른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

        – ….&*&^%!

        ​

        “뭐라는지 안 들린다니까?”

        ​

        굴락의 형제라고 했던가?

        ​

        그렇다면 이놈도 오크샤먼의 후예라는 말이다.

        ​

        처음 만났을 때 보다 영혼의 상태가 뚜렷해져 있었다.

        ​

        이대로 올바르게 영혼이 성장한다면….

        ​

        어쩌면 한마디 정도는 내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공포 영화에 나오는 귀신들이 흐느끼듯이 말이다.

        ​

        “참내, 하다못해 우리 집 대가리가 성장했어도 이렇게 황당하지는 않겠네.”

        ​

        무슨 오크의 영혼이 성장을 한다는 말인가.

        ​

        마치, 성불하고 공부끝에 찾아온 조상들의 영혼 같았다.

        ​

        – …&%$#!

        ​

        나를 가리키던 놈이, 내 방울을 보고 뭔가를 말하는 것 같았다.

        ​

        그리고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

        아마, 굴락에게 도움을 준 것에 대해 다시 감사를 표하는 듯했다.

        ​

        “오크새끼가 감사 인사도 해?”

        ​

        – …*&%&!

        ​

        “정신사나우니까 가만히 좀 있어.”

        ​

        끄덕.

        ​

        내 생각에는 아직 굴락을 만날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다.

        ​

        그런데도 이놈이 찾아왔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뜻.

        ​

        전후 사정부터 파악해 봐야 했다.

        ​

        “굴락이 직접 보낸 거야?”

        ​

        도리 도리.

        ​

        “위험한 상황이야?”

        ​

        잠시 고민하던 녀석이 고개를 저었다.

        ​

        “그럼 왜 왔어?”

        ​

        다시 한번 방울을 가리키는 오크.

        ​

        방울을 흔드는걸 흉내 내며 제자리에서 뛰던 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

        “뭐라는 거야?”

        ​

        – …&^&%

        ​

        답답한지 펄쩍펄쩍 뛰는 오크.

        ​

        사실 대충 알아들었다.

        ​

        영혼을 보고 산 인생이 몇 년인데, 이 정도야 충분히 알아듣는다.

        ​

       그냥 놀리고 싶었을 뿐.

        ​

        “굴락이 모르는 게 많아서 내가 필요하다는 거지?”

        ​

        – …!!!

        ​

        끄덕 끄덕 끄덕.

        ​

        “오크 샤먼들은 이제 없는 거야? 굴락만 남았어?”

        ​

        끄덕.

        ​

        “그래서 배울곳이 없는 거고?”

        ​

        혼자 하기엔 알 수 없는 게 너무나 많은 분야다.

        ​

        나름 체계가 잡혀 있다는 무속신앙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

        ​

        “내꺼랑 너희꺼랑은 다를텐데?”

        ​

        끄덕.

        ​

        “그래도 괜찮은 건가?”

        ​

        끄덕 끄덕.

        ​

        뜻밖에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어찌 된 일인지는 가보면 알 것이고.

        ​

        이것이야 둘째치고, 뭔가 애매한 상황이지 않은가.

        ​

        다른 오크가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래서 나름 기대를 했더니 이런 식으로 도움을 요청할 줄이야.

        ​

        – ….&^%&

        ​

        자기를 가리키던 오크가 이내 뭔가를 설명하듯 몸을 부풀렸다.

        ​

        솔직히 이건 알아들을 수가 없다.

        ​​

        “기다려 봐. 같이 갈 사람들이 있어.”

        ​

        몸을 돌리자 오크의 영혼이 미끄러져와 앞을 가로막았다.

        ​

        절레절레.

        ​

        “왜?”

        ​

       절레절레.

        ​

        “안 돼. 같이 가야 해.”

        ​

        스으윽 –

        ​

        내 주변을 빙빙돌며 놈이 관찰을 시작했다.

        ​

        세레나의 주위를 한번.

        ​

        루나에게 다가와서 한번.

        ​

        – ….?

        ​

        나와 번갈아 가며 한 번씩.

        ​

        그러고는 뭔가를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오크.

        ​

        분위기상 같이 가도 괜찮다는 뜻이 아닐까?

        ​

        “외부인은 출입 금지야?”

        ​

        끄덕.

        ​

        “영감님들 두고 가면 후회할 텐데?”

        ​

        – …..?

        ​

        이내 상관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

        분명히 나는 말했다.

        ​

        후회할 것이라고.

        ​

        ***

        ​

        아무래도 굴락은 바다 가운데 있는 모양이었다.

        ​

        섬 같은 곳이려나?

        ​

        휘이익 –

        ​

        커다란 정령.

        ​

        하늘 위에서 보니,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

        “올 때는 어떻게 온 거야?”

        ​

        세레나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기웃거리며 물어왔다.

        ​

        “…영혼도 멀리 이동하면 힘든가요?”

        ​

        “그냥 그런 말이 있어. 귀신은 바다를 못 건넌다.”

        ​

        바다를 못건넌다기보다는 턱을 넘어갈 수가 없다는 게 맞을 것이다.

        ​

        용왕신이 바다를 지키고 있고, 터줏대감들은 어딜 가나 존재하니까.

        ​

        문턱도 함부로 못넘는 잡귀들이 그런 턱을 쉽게 넘어갈 수 있겠는가.

        ​

        옛날이야기에 보면 문밖에서 목소리를 따라 하며 사람을 꾀어내는 귀신들이 나온다.

        ​

        괜히 안 들어가고 밖에 서있는 것이 아니다.

       

       다 터주들의 영역이라 침범을 하지 못하는 것이지.

        ​

        여기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신전에 들어오지 못한 걸 보면 어느 정도 비슷할 것 같았다.

        ​

        “그럼 지금 크리스랑 이야기하는 영혼은 바다를 건널 수가 없나요?”

        ​

        “건널 수 있어. 길만 안잃으면.”

        ​

        길을 잃으면 그대로 물귀신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

        물에서 음기를 가득하게 받고 터에 매여 버리는 것.

        ​

        그곳에 특정한 한이 있어야 터를 잡을 수 있지만….

        ​

        물귀신들이 사람을 잘 홀리는 이유가 이것과 비슷하다.

        ​

        음기가 많아서 힘이 강해진다.

        ​

        마치, 우리 집 대가리 처럼 말이다.

        ​

        “어라…? 그냥 두고 왔어도 되는 게 맞나?”

        ​

        “네?”

        ​

        – ….?

        ​

        실없는 소리를 주고받다 보니, 또 이상한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

        “저거 오크 맞지?”

        ​

        “…네, 맞아요.”

        ​

        “배를 타고 건너는 거고?”

        ​

        “배는 아닌 것 같은데…”

        ​

        멋들어진 함선이 아니라.

        ​

        땟목이었다.

        ​

        그것도 돛마저 달리지 않은 땟목.

        ​

        우람한 근육으로 열심히 노를 젓는 오크들.

        ​

        오크영혼들이 옆에서 그걸 구경하고 있었다.

        ​

        조금 떨어진 곳에도 땟목하나가 더 떠 있었다.

        ​

        정말이지 하나하나가 다 이상한 몬스터들이다.

        ​

        몬스터라기보다는 지능이 떨어지는 이종족 같은 느낌.

        ​

        – &$%#!!!!

        ​

        정령의 날갯죽지를 잡고 매달려 있던 오크영혼이 뭐라 말하자 밑에서 응답하는 영혼들이 보였다.

        ​

        – ….

        ​

        하늘을 올려다보며 팔을 흔드는 오크 영혼.

        ​

        참, 가지가지 하는 놈들이다.

        ​

        “세레나, 빨리 날자.”

        ​

        ***

        ​

        “아직 멀었어?”

        ​

        한참을 날아왔다.

        ​

        새벽에 출발해서 다시 새벽이 되었으니.

        ​

        중간에 작은 섬에 내려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빼고는 계속해서 날아왔다.

        ​

        “지도에도 없네…”

       

       얼마나 멀리 왔으면, 지도에도 바다만 그려져 있었다.

       

       “저놈들은 어떻게 온거야?”

        ​

        오크들은 몬스터라는 이름답게 여기까지도 노를 젓고 있었다.

        ​

        출발할 때 본 놈들은 며칠 뒤에나 도착하지 싶었다.

        ​

        – &%&$#!

        ​

        “저기야?”

        ​

        바다 안개가 자욱한 곳.

        ​

        점점 심해지던 안개가 급기야 온 세상이 뿌옇게 변할 정도로 진해졌다.

        ​

       그리고 일순간 시야가 선명해지며 걷히는 안개.

        ​

        “다 온 것 같아요. 내려갈게요.”

        ​

        마치, 안개가 장벽이라도 된 듯 감싸고 있었다.

        ​

        마나도 안느껴지는 걸 보면 마법으로 만들어진게 아니었다.

        ​

        이놈들이 자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았다는 것이다.

        ​

        “허리아파 죽겠네. 괜찮아?”

        ​

        세레나 역시 많이 지쳐 있었다.

        ​

        여기까지 날아오는 게 쉬운 것도 아니었으니까.

        ​

        “괜찮아요. 그보다, 앞에서 오크들이 몰려와요.”

        ​

        “싸울 것 같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다칠 불운도 안끼어 있어.”

        ​

        끄덕.

        ​

        세레나의 말대로 숲속에서 오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각자 도끼나 몽둥이 같은걸 손에 쥔 채로.

        ​

        “취익!”

        ​

        “침입자다!”

        ​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오크들이 우리를 애워싸기 시작했다.

        ​

        “인간!”

        ​

        “취익!”

        ​

        “야, 우리 오는 거 알고 있는거 맞아?”

        ​

        – …..

        ​

        상반된 광경이 펼쳐졌다.

        ​

        따라온 오크 영혼들은 나를 아는 듯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고, 살아 있는 오크들은 흥분해서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

        ​

        – &*%#@!

        ​

        “방울?”

        ​

        얼른 방울을 보이라는 듯이 오크영혼들이 손짓을 했다.

        ​

        딸랑 –

        ​

        흠칫.

        ​

        “취익…! 흰머리! 푸른방울!”

        ​

        “인간, 이름이 무엇인가!”

        ​

        “크리스인가?”

        ​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

        지네들끼리 쑥덕쑥덕 거리더니 그중에 제일 덩치가 큰 오크가 앞으로 나왔다.

        ​

        “나는 바르쿠! 인간샤먼, 환영한다.”

        ​

        “….?”

        ​

        “취익! 비실비실한 엘프는 부른적이 없다!”

        ​

       근육이 작으면 비실비실한 건가?

        ​

        “샤먼에게 안내하겠다. 단, 만나는 건 인간샤먼만 가능하…”

        ​

        “왜?”

        ​

        “비실비실한 엘프. 하이 엘프인가?”

        ​

        세레나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

        “하이 엘프, 환영한다. 비실비실하지 않다.”

        ​

       이놈을 보고 제일 먼저 드는 감정이 무엇인지 아는가?

        ​

        드디어 대화할 수 있는 오크를 만났다는 것이다.

        ​

        “야.”

        ​

        “취익?”

        ​

        “너희들 왜 싹 다 여기에 모여 있냐?”

        ​

        “샤먼의 인도를 받았다.”

        ​

        “됐다. 그냥 가자.”

        ​

        말이 통한다고 대화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보다.

        ​

        바르쿠와 오크들을 따라 한참을 걸었을까.

        ​

        제법 마을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 나왔다.

        ​

        나무를 통째로 잘라와 만들어진 목책들.

        ​

        역시나 나무를 통째로 써서 지어놓은 집들.

        ​

        몬스터가 사는 곳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정했다.

        ​

        “생각보다 잘 사는데….?”

        ​

        목책 사이의 문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

        거대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

        둥 –

        ​

        두웅 –

        ​

        웅장하게 울리는 북소리.

        ​

        소리를 따라 수많은 오크들이 길을 만들고 있었다.

        ​

        “….”

        ​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나는 볼 수 있었다.

        ​

        네크로맨서들이 피워 놓았던 불과는 다른, 순수하고 맑은 푸른색의 불을.

        ​

        그 앞에 서 있는 오크 역시도.

        ​

        “허…”

        ​

       “크리스, 오크의 땅에 온것을 환영한다.”

       

       늠름해진 굴락의 모습.

       

       당당한 모습으로 나를 환영하는 것이 제법 위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비켜봐. 저거 뭐야?”

       

       “…취, 취익?”

       

       이놈들이 말하던 선조의 영혼.

       

       불길속에서 일렁이고 있는 그것.

       

       “이런 미친…”

       

       족히 수백년은 된 영혼이었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합니다!

    벨붕 걱정 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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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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