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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아이스 블라스트(Ice Blast).

       

       편의점 알바를 할 당시 많이 팔았던 어떤 담배가 생각나는 이름이지만, 여기선 무려 5서클짜리 마법의 이름이다. 

       

       ‘화염 마법에 플레임 캐논이 있다면, 빙결 마법에는 아이스 블라스트가 있지.’

       

       플레임 캐논은 화염을 일직선으로 쏘아 내는 마법.

       다수도 물론 상대 가능하지만 좌표 변경 등 세부적인 조작이 필요하고, 그렇게 할 바에는 다수전에 유리한 화염 마법을 따로 쓰는 게 낫다. 

       

       하지만 아이스 블라스트는 기본적으로는 단일 대상 마법이지만, 한 발씩 쏘아 내는 단발형 공격이라는 점에서 플레임 캐논과 차이가 있다. 

       

       ‘즉, 마나만 받쳐 준다면 여러 발을 난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

       

       그리고 아르의 마나량은 이미 자신의 레벨대를 한참 뛰어넘었다. 

       

       파츠츠츳. 파앙!

       

       마법진에서 발사된 얼음 구체는 언뜻 보기에 1서클 마법인 ‘아이스 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스 볼은 딱딱한 얼음덩이라는 걸 제외하면 딱히 특출난 장점이 없어 파이어 볼보다 훨씬 못한 취급을 받는 마법.

       

       구우우우웅—

       

       그래서인지 앞쪽의 골렘은 자신 있게 들고 있던 검으로 아이스 볼을 쳐 내려고 했다. 

       

       하지만.

       

       툭. 파스스스슷!

       

       아이스 블라스트가 검에 닿자마자 골렘은 흠칫 동작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검에 닿은 부분부터 아주 빠르게 얼어붙어 곧 골렘의 몸까지 얼어붙었기 때문이었다. 

       

       파스스스슷—

       

       그렇게 골렘 전체가 얼어붙고 아주 잠시 후.

       

       파아아앙!!

       

       아이스 블라스트가 날아가던 방향으로, 얼어붙은 골렘의 몸체가 산산조각나며 터져 나갔다. 

       

       얼음 구체가 발사되어 적에게 닿고, 얼린 직후에 폭발하듯 산산이 부서진다.

       이 모든 과정이 단 몇 초도 되지 않아 벌어진 것이었다. 

       

       구우웅—!

       

       철그럭.

       

       터져 버린 골렘의 뒤에서 후폭풍을 맞은 다른 골렘들이 휘청거렸다. 

       

       “쀼—.”

       “—아이스 블라스트!”

       “쀼—.”

       “—아이스 블라스트!”

       

       나는 골렘들이 휘청이는 사이 연속으로 영창을 했고.

       

       파스스슷. 파팡!

       

       골렘들은 얼음 구체에 맞는 족족 시원하게 터져 나갔다. 

       

       [사역마 ‘아르젠테’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나이스.

       

       골렘 몇 마리 잡은 것으로 아르의 레벨이 벌써 올랐다.

       

       ‘그리고 이번엔 내 차례.’

       

       5서클의 마법을 난사한 아르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이번에는 내가 단검을 뽑아 들고 골렘들에게 달려들었다. 

       

       ‘마력을 단검에 압축해 흘려 보낸다.’

       

       화악.

       

       아르에게서 공유 받은, 무려 112나 되는 마력 스탯으로 단검에 마력을 흘려 넣자, 단검의 날 주위에 푸른 마나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마나의 가시화可視化.

       

       이는 단순히 마력을 가진 자가 무기를 쓴다고 해서 이루어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실비아 씨한테 배웠지.’

       

       내가 4성에서 5성으로 경지를 올리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

       

       이걸 배우느라 나는 때론 움직이는 마차 안에서조차 체내의 마나를 다루는 훈련을 해야 했다. 

       

       -이걸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하라고요?

       -레온 씨는 전투할 때 무기에 마나를 모으려고 한 발짝도 안 움직이고 집중하다가 그대로 적에게 당하고 싶으신 거예요?

       -…그건 당연히 아니죠.

       -그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제가 알려 드린 대로 꼭 틈날 때마다 수련하세요. 제가 중간 중간 잘 운용하고 계신지 봐 드릴 테니까요.

       

       사실 시스템의 ‘스킬 창’을 사용해 마법을 발동해 온 나에게 몸의 마나를 직접 움직여서 한 곳에 집중시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 짬이란 게 있지.’

       

       비록 마법을 쓸 때 간단히 스킬명을 영창하는 것으로 운용을 대신해 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 스킬이 발동될 때 내 몸 안에서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인지를 하고 거기에 익숙해지는 정도는 되었다. 

       

       스킬명을 영창해서 하는 게 편해서 그렇지, 하위 서클의 마법이라면 이제는 내가 직접 마나를 운용해서 발동할 수 있을 정도.

       

       그렇기에 실비아가 마나 운용법을 알려 주었을 때도 처음에는 좀 뚝딱거렸지만 금세 곧잘 따라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르의 「습득」 특성을 좀 빌려다 쓰기도 했고, 실비아 씨가 워낙 잘 알려주고 체크도 잘 해 줘서 가능한 거였지만.’

       

       실비아는 내가 하고 있는 실수들을 재빠르게 캐치해 나쁜 습관이 들지 않도록 해 주었고, 가만히 앉아 수련할 때에는 곁에서 내 몸에 손을 얹고 실시간으로 마나의 흐름을 느끼면서 훈수를 둬 주었다. 

       

       그리고 그 결과, 나는 이 ‘오러 웨펀’이라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선명하게 넘실거리는 푸른 마나를 두른 단검을 휘둘렀다. 

       

       쇄애액.

       

       “구우우웅…!”

       

       골렘이 석검을 마주 휘둘렀지만, 내 단검은 단숨에 궤도를 비틀어 석검을 들고 있는 골렘의 팔뚝을 베었다.

       

       서걱.

       

       “구우웅…!!”

       

       골렘의 단단한 신체가 두부 썰리듯 칼질 한 방에 부드럽게 잘려 나갔다. 

       

       ‘하지만 골렘은 팔 잘린 것 하나로 멈출 놈들이 아니지.’

       

       타닷.

       

       여느 암살자 못잖은 재빠른 몸놀림으로 골렘의 품에 파고든 나는 단검을 골렘의 가슴팍에 찔러 넣었다. 

       

       푹.

       

       마법으로 아예 터뜨려 버리는 것 이외에 골렘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골렘의 에너지원인 ‘골렘의 핵’을 파괴하는 것.

       

       “구….”

       

       마력을 머금은 단검이 골렘의 핵을 찌르자, 골렘의 붉은 안광이 깜박이더니 곧 빛을 잃었다. 

       

       콰르르르르.

       

       동시에 골렘의 관절을 지탱하고 있던 힘이 사라졌고, 골렘의 몸은 조각난 채로 무너졌다. 

       

       “좋아, 다음!”

       

       오러 웨펀을 익힌 이후, 이걸 제대로 사용해 강적을 물리쳐 본 것은 이번이 처음.

       

       일반적인 단검으로는 가슴팍에 꽂히지도 않을 것 같던 단단한 골렘의 몸을 이렇게 쉽게 뚫어 내자, 내가 진짜로 ‘오러 웨펀’을 사용하고 있다는 실감이 났다. 

       

       “구우우웅!”

       

       신이 난 나는 골렘 사이를 파고들며 놈들의 무기도, 몸도 마음껏 갈라 버린 뒤 빠르게 핵을 파괴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오케이, 나도 레벨업 했고.’

       

       그렇다면 이제는 또 잠시 휴식했던 아르가 나설 차례다.

       

       나는 손을 뻗으며 힘차게 영창했다.

       

       “쀼—.”

       “—아이스 블라스트!”

       

       파아아앙!

       

       ***

       

       전투가 끝나고, 방 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아이스 블라스트를 맞고 터져 버린 골렘 조각들이 사방에 비산해 있었고, 핵을 파괴당한 골렘의 잔해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깔끔한 곳은 실비아가 전투를 한 반대쪽뿐이었다. 

       

       실비아는 골렘들이 달려들어 손을 쓰기도 전에 발도술을 정확히 골렘의 핵 위치에서 가로로 그었고, 그 한 방에 골렘 다섯 마리가 일렬로 예쁘게 무너져 안광을 잃었다. 

       

       “…덕분에 이쪽은 핵 조각 줍기가 편하네요.”

       

       나는 바닥에 떨어진 골렘의 핵 조각을 주우며 말했다. 

       

       골렘의 핵이 파괴되면 에너지를 더 이상 구동시키지는 못하지만, 조각이 여전히 품고 있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길드에서 꽤 괜찮은 값에 팔 수 있다.

       

       ‘경험치도 잘 주고, 드랍 템도 꽤 가치가 있는 마물이란 말이지.’

       

       다만 너무 잘게 부서진 조각은 마력을 잡아 두지 못하기 때문에, 멀쩡한 조각을 선별해 주워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후후. 깔끔하게 잘 잘라 놨죠? 저쪽은 제가 도와 드릴게요.”

       

       실비아는 일부러 난장판인 나와 아르 쪽에서 핵 조각을 주워 주었다. 

       

       “쀼우? 쀼!”

       “오오, 그렇지. 아르야. 그런 걸 주워 오면 돼.”

       “쀼!”

       

       아르는 나에게 쪼르르 달려와서 자신이 주운 핵 조각이 쓸 만한 건지 물었고, 내가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기쁜 듯 쀼 소리를 내며 다음 조각을 찾아 나섰다. 

       

       ‘이 유적지에선 핵 조각만 모아도 돈이 꽤 된단 말이지. 직접 모아 보니 확실히 짭짤하겠어. 그리고….’

       

       나는 나와 아르의 레벨 정보를 불러 왔다.

       

       [Lv.30 레온]

       [Lv.30 아르젠테]

       

       무려 나와 아르가 둘 다 이번 방에서 레벨30을 달성했다. 

       

       ‘아쉽게도 아르 쪽에 특별한 메시지는 뜨지 않았어.’

       

       아무래도 20레벨에 성장을 이룩한 이후, 다음 구간은 40레벨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쪽에는 꽤 괜찮은 게 떴지.’

       

       [30레벨을 달성하여 고유 특성 「신뢰의 계약」의 부가 효과가 추가로 개방됩니다!]

       [부가 효과 – 경험치 동기화 : 「신뢰의 계약」이 체결된 대상과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활성화된 동안 경험치 획득 배율이 50% 증가합니다.]

       

       바로 스킬 동기화, 특성 동기화에 이은 세 번째 동기화 효과가 개방된 것.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를 공유한다라. 이건 아마 나랑 아르의 레벨링 속도를 맞춰 준다는 소리겠지.’

       

       지금까지는 내가 마물을 잡으면 나만 경험치가 오르고, 아르가 마물을 잡으면 아르만 경험치가 올랐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어느 정도는 서로의 레벨링 속도를 맞추기 위해 막타를 누가 칠 것인지, 누가 어떤 마물을 몇 마리 잡을 것인지를 배분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지.’

       

       그냥 아무나 잡아도 둘 다 똑같이 레벨링이 된다면, 신경 쓸 게 대폭 줄어들게 된다. 

       

       ‘심지어 그냥 활성화만 시켜 놓으면 경험치 획득량까지 50퍼센트나 올라간다고?’

       

       이거야말로 개꿀이 아닐 수가 없다. 

       

       경험치가 복사가 된다는 소리 아닌가. 

       

       ‘당연히 상시 활성화를 시켜야지. 딱히 활성화 하는 데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물론 둘 중 한 명한테 경험치를 몰아 주고 싶을 때는 비활성화를 하겠지만, 그럴 일은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 비활성화를 하는 순간 경험치 보너스가 사라지니까 말이다.

       

       ‘잠깐만…. 이렇게 되면….’

       

       나는 문득 이번 유적지에서의 레벨업 계획을 떠올렸다. 

       

       실비아가 잡을 골렘을 대충 제외하고 계산했을 때, 나와 아르가 부지런히 잡는다면 약 35레벨에서 36레벨 정도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만약 경험치 보너스를 받는다면?

       

       ‘둘 다 38레벨, 운이 좋으면 39레벨까지 찍을 수도 있겠어.’

       

       경험치를 적당히 몰아 줘서 나와 아르의 레벨 차이가 나더라도 아르에게 40레벨을 찍게 할까 잠깐 고민도 했었지만, 이젠 고민도 할 필요가 없다. 

       

       같이 39레벨을 찍을 수만 있다면, 이쪽이 훨씬 이득이니까.

       

       ‘그리고 경험치 보너스가 있으니 유적지 밖에서 딱 1업만 하면, 동시에 40레벨을 찍을 수 있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레온 씨? 핵 조각이 그렇게 좋아요?”

       “크흠.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정도면 다 주운 것 같으니 다음 방으로 출발하죠.”

       “쀼웃!”

       

       나는 마지막까지 조각을 찾아 가지고 온 아르를 쓰다듬어 준 뒤, 들어올려 후드에 태웠다. 

       

       ‘후후. 이렇게 후드에 태워 다닐 날도 얼마 안 남았을지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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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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