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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레반, 이시훈은 처음부터 스트리머가 되고자 결심하고 방송을 시작한 케이스는 아니었다.

        

       게임이 좋았고, 남들이 자신의 플레이를 보며 감탄하는 것이 좋았다. 타고난 재능과 승부욕 덕에 그의 플레이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늘어났고, 그러한 관심은 평범한 직업으로는 벌 수 없을 수입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취미가 부업이 되고, 다시 부업은 직업이 된 것이다.

        

       규칙적이고 계획적이기 그지없는 그로서, 정작 인생에서 가장 큰 결단 중 하나이라 할 수 있는 커리어가 우연의 산물로 정해졌다는 건 언제 돌이켜보아도 다소 의아하게 느껴지는 사건이었으나-

        

       어쩌면, 우연만은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려서 아이돌 덕질로 경력을 쌓던 그의 6살 터울 여동생이, 이제는 스트리머 팬질의 일환으로 팬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모양이었으니.

        

       우연히 본 화면에 떠있던 구독자 수가 무려 2만명이 넘은 걸 보면 재능도 제법 있는 듯했다.

       

       이쯤 되면 인터넷방송이 가족력에 있는 것 아닐까 싶을 지경인 것이다.

        

       어떤 채널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으나- 다음에 본가에 가면, 보나마나 구글 자동 로그인을 해제하지 않았을 여동생의 컴퓨터로 접속하여 채널을 확인할 예정이었다.

        

       팬심이 가득 담겨 부끄럽기 그지없을 영상을 거실 텔레비전으로 재생하며 놀려주는 건, 오빠로서의 의무와도 같은 일이니.

        

       물론, ‘[개봉박두] 이유나 양의 성적 폭락 이유를 공개합니다!’라는 플랜카드를 붙여 두고, 부모님도 모셔서 상영회를 개최하는 상상이 스쳐지나간 건……최근 교류한 이예나의 영향이었으리라.

        

       그러한 무시무시한 음모를 알리 없는 그의 여동생은, 자신의 덕질 방식이 들켰다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채 업계에 있는 혈육에게 이따금씩 조언을 구하곤 했다. 언제부턴가, 남매가 이따금씩 지튜브와 트위트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건 드문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니, 그 날도 평범한 대화를 가장하여 팬튜브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그러니까, 협박? 심각하지. 스트리머한테 스토커 붙는 거, 안타깝지만 흔한 일이니까. 그런데, 갑자기 왜? 내 걱정일 리는 없고. 누구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힘들어 해?”

        

       스트리머에 과몰입한 나머지 팬튜브에 난리를 치는 이들은 드물지 없다. 정식 지튜브의 편집자를 죽일 듯이 몰아가는 경우도 있는 마당에, 공식적인 승인마저 얻지 못한 팬튜브 정도야.

        

       보통 팬튜브한테 따라붙는 비난이라고 해봐야 ‘영상 허락받고 쓰는 거냐’, ‘저작권 위반하며 수익 내는 거 역겹다’, ‘이거 다시보기도 지운 영상인데 허락없이 업로드하지 마라’ 따위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라지만, 조금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혹시라도 신상 노출은 하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겠는데.’

        

       《응……아니, 그건, 그건 아닌데. 그, 가정? 적으로 있잖아. 가정적으로. 진짜 가정인데, 만약 머리에 대회전킥을 날리고 싶다고 했으면 협박일까? 그냥 밈, 밈으로 했다고 가정하고.》

        

       “……그게 무슨 밈인데?”

        

       《어? 어, 나도 잘, 잘은 모르는데. 그, 이렇게 뛰어올라서 빙글 돌면서 발로 차는……옛날 홍콩 액션 영화에……나오는 건데……오빠 카톡으로 짤 보내줄까?》

        

       ‘그런 게 있었나?’

        

       나름 커뮤니티 탐방에도 조금의 시간은 할애하고 있었음에도 잘 떠오르지 않는 밈이었다. 물론,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지만.

        

       “……아니. 괜찮아. 그 밈은 그렇다 치고……스트리머를 걷어차고 싶다고 했다는 거지? 반복적으로?”

        

       《응……아니, 그렇게 가정해보자는 거.》

        

       “음……사실 인터넷방송이라는게 워낙 이런 저런 이야기가 허용되는 분위기다 보니까 오해가 있긴 한데, 사실 갑자기 법 들이대면 잡혀갈 사람 많아. 대놓고 머리를 걷어차고 싶다고 하는데 협박이 아닐 리가 있나.”

        

       《응…….》

        

       “스트리머들이야 보통 시청자를 고소했다는 이미지도 싫고, 괜히 뉴스 타고 연관검색어에 ‘고소’ 생기는 것도 싫으니 자제하는 게 일반적이긴 한데……위협적이라고 느꼈으면 당연히 고소할 수 있겠지.”

        

       《위협?! 아니, 그런,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 약간 서로 장난치는 분위기 있잖아. 진짜 진지하게 막 그런 게 아니라……아! 막, 장난을 친 친구한테 너 죽는다?! 한 느낌? 그게 죽이겠단 뜻은 아니잖아…….》

        

       점차 다급해지는 여동생의 목소리에,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리가.

        

       팬튜브는 운영자도, 시청자도 모두 같은 스트리머를 좋아하는 팬들이다. 팬심으로 가득한 여동생이 다른 팬들을 친구처럼 느껴도 이상할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확실히 얘기해둘 필요는 있어 보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직 어렸으니.

        

       “그건 진짜 얼굴 맞대고 서로를 아는 친구 사이라, 오해할 일이 없으니까 괜찮은 거지. 인터넷에서는 저 너머에 누가 있을 지 전혀 모르니까 무서운 게 당연한 거야. 무서워 해야 하는 거고. 자기를 여중생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사실 키 220이 넘는 거구의 남자일 수도 있는게 인터넷이잖아.”

        

       《아니, 그래도…….》  

        

       “아무튼, 너도 혹시라도 인터넷에서 누가 너를 따라다니면서 그런 얘기를 반복적으로 한다, 하면 바로 얘기해줘.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응.》

        

       “만에 하나란 게 있으니까, 인터넷에 네 신상이 드러날 만한 거 흘리지 말고.”

        

       《……응, 그건 조심하고 있어……그런데, 이메일 알면 신상 다 드러나지 않아?》

        

       “그럴 리가 있나. 스토커가 경찰도 아니고. 이메일 정도는 괜찮아. 그래도, 혹시 트위트나 지튜브 시작할 생각 있으면 새 이메일 만드는 게 좋으니까 참고해.”

        

       《아……경찰은 알지, 그치……. 응, 알겠어 오빠. 오늘 고마워.》

        

       묘하게 힘빠진 목소리. 레반은 잔소리가 과했다는 자기반성과 함께,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 무슨 일 있으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부모님이나 나한테 꼭 얘기하고.”

        

       《응……고마워. 끊을게.》

        

       “그래.”

        

       -뚝.

        

       전화를 마무리하고 나니, 대회 연습을 시작하기 한 시간 전. 방송 준비를 할 시간이었다.

        

       ‘대회전킥……생각해보니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는 하네. 밈이긴 한가 본데.’

        

       곧 함께 연습할 팀을 떠올리니, 어째서인지 대회전킥이라는 문구에 기시감이 느껴졌다.

       

        가끔 접속했던 이예나의 방송 채팅에서 보았던 문구였던 탓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마저 떠올리기는 어려웠다. 

        

       물론, 설령 그 출처를 떠올렸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의 여동생이 이예나의 방송에 상주하며, 휴방일이면 위게더에 ‘대회전킥 날리고 싶다’는 댓글을 남기는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을 테니.

        

       그 여동생이 ‘아따먹 팬튜브’를 운영하는 장본인이라는 걸 상상할 수 없었듯이.

        

       * * * *

        

       《오늘도 좋았습니다!》

        

       《우리 진짜 우승하겠는데요. 저는 슬슬 상금 어디 쓸지 고민 시작해도 될까요?》

        

       《와, 대박이에요 진짜! 근데, 우리 이거 2지하, 진짜……더 몰래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비밀 병기 느낌으로다가. 다른 팀이 파훼법 찾으면 어떡해요.》

        

       “……정석이 될 거니까, 안 숨겨도 돼요.”

        

       《키야-! 와, 진짜 겁나 멋있네요. 내가 가는 길이 정석이니, 파훼할 수 있으면 파훼해 봐……함께 해서 영광입니다, 선생님.》

        

       《영광입니다, 센세! 사랑해요, 센세!》

        

       누구의 소리를 줄일까 고민하다가, 살며시 전체 볼륨을 줄였다. 조금……조금, 버겁네.

        

       텐션이 높은 것 자체가 싫은 건 아니다. 기왕 팀을 꾸린 마당에, 한숨을 푹푹 쉬며 서로를 말로 찌르는 팀보다는 다 함께 신을 내는 팀이 좋은 거겠지.

        

       대회 전날의 긴장감을 날리기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일이었다.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잖아.

        

       가벼이 한숨을 내쉬며 디스코스 음성 채팅의 참여자 목록을 눈에 담았다.

        

       저마다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의미의 초록색 테두리를 반복적으로 띄우고 있었다.

        

       하지만……과연 프로 스트리머들이라는 걸까.

        

       오늘따라 유독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이던 레반을 제외하면 모두가 목소리를 높여가며 신을 내고 있었음에도, 두 명 이상이 소리가 겹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단하네.

        

       아. 그러고 보면……무슨 일 있나.

        

       본래도, 레반은 이 극 외향형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유일하게 동류의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기는 했다. 그래도……느낌이 좀 다른데.

        

       컨디션 저하가 대회로까지 이어지면 큰일이었다.

        

       준비한 전략의 대부분은 레반의 실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 감각은 인정하고 있었으니.

        

       여차하면 레반을 프리롤로 풀고, 마음껏 날뛰게 할 생각도 있을 정도였다. 그 때는 성기사를 하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기도 그렇다. ‘너 오늘따라 게임 좀 못하는데, 무슨 일 있냐?’라니. 사실상 생사결을 선포하는 거잖아.

        

       잠시 고민을 하며, 다시 볼륨을 살짝- 아주 살짝 키웠다. 옆에서 속삭이는 듯한 소리는 들릴 정도의 감각.

        

       《와, 이제 진짜 내일이네요. 저 너무 두근거려요 진짜로.》

        

       《다들 너무 잘 하셨어요! 결과 어떻게 되든, 전 진짜 너무 좋았어요.》

        

       《에헤이, 우리 앜쌤은 다 좋은데 너무 겸손해. 결과는 무조건 우승! 이런 젊은 패기야말로 청춘의 특권……아니, 틀 꼰대라니 무슨 소리야. 요즘 채팅창 억까가 너무 심해.》

        

       《긴장만 하지 않으면, 우리 해볼 만 해요 진짜로. 푹 자고 내일 사고 한 번 쳐요!》

        

       《근데 너무 긴장돼요……나 오늘 잘 수 있나?》

        

       어쩌면, 긴장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레반에게 지워진 짐이 작지는 않으니. 솔랭이든, 팀 게임이든, 대회든- 팀을 캐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부담으로 쉽게 치환되는 법이다.

        

       “……다들, 잘 하실 거예요.”

        

       잠시 생겨난 대화의 공백을 틈타 입을 열었다. 다행히, 침묵은 조금 더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조금 못하셔도 괜찮아요. 제가 있으니까.”

        

       설령 빠른 탈락 후 4등을 하게 되더라도, 아마 조롱과 비난은 나한테 집중되지 않을까. 그……하이라이트 영상이, 엄청나긴 했으니까.

        

       “그러니까, 내일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 평소처럼.”

        

       그게, 실전에서 가장 자연스레 평소 기량을 보이는 방법이었다.

        

       “알겠죠, 레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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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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