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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방금 했던 이야기에서 연결되는 내용입니다만 화룡무인이 막 시작하던 시점은 천마가 정파 전체를 박살내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습니다.

       정파의 고수 중 대부분이 천마의 손에 명을 달리했고, 대부분의 문파원도 천마신교에게 살해당했으니 정파라는 파벌 자체가 쇠락하는 중이었죠.”

       

       그 시절이라면 내 복수를 끝마치고 새로 세워진 천마신교로 향하던 시점이구나.

       

       “기틀이 무너져가던 정파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사람이었습니다.

       뛰어난 무공도. 오래된 역사도. 드높은 명성도.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정파는 온갖 수단을 써서 사람을 보충하려 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정파도 여러 문파들의 종합체. 그 안에 속한 모든 문파를 만족시킬 정도로 많은 사람이 무림에 존재할 리가 없었죠.

       아무리 발악을 한다 해도 정파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화룡무인이 시작되며 유저가 게임 속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요.

       몰락하던 정파에게 유저는 자신들의 쇠락을 막아 줄 기적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서 정파는 어떻게든 유저를 자신의 문파에 끌어들이는 데 혈안이 되었죠.”

       

       박연의 이야기에 따르면 처음에는 정파의 아해들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무의 이치를 알려주려 했다.

       

       그것이 근간이 되어야 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정파의 사람들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대부분의 유저는 이치를 배우는 것을 어려워했다.

       

       “이해하기도 어려운 말을 가르침이라면서 내놓고 있고. 시키는 대로 해도 달라지는 건 없고.

       왜 게임을 하러 와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지? 그게 당시 유저들의 의견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람둘이 하나 둘 무공을 배우는 것에 대한 회의를 가지기 시작했을 무렵 사파에서 혁명적인 방식을 내놓았다.

       

       재미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이치를 배우는 대신 외부인이 지닌 보정기능을 대폭 활용해 무를 배울 수 있는 방식을 말이다.

       

       정파의 입장에서는 무를 모욕하는 일이라 비난했지만 사파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이 언제 전통이니 뭐니 하는 걸 신경 썼던가. 강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이들이 사파인데.

       

       이치를 배우지 않아도 무공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에 사람둘이 하나 둘 사파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점차 정파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줄어들었다.

       

       “정파는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이치를 고집하다 유저들을 빼앗기고 쇠락할 것이냐. 아니면 현실과 타협을 하고 사파의 방식을 받아들일 것이냐.”

       

       대부분의 정파는 쇠락대신 사파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걸 택했다.

       

       문파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근본은 언제든 되찾을 수 있다고. 그러니 당장은 살아남기 위한 선택을 하자고.

       

       정파의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한 건 하나였다. 그들이 문파의 근본을 붙잡아 줄 사람을 잃어버렸다는 것.

       

       이치를 쫓는 건 고되지만 동작을 쫓는 것은 쉽다. 근간을 잡아 줄 이가 없으니 사람들은 하나 둘 편한 방식에 물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 년 이년이 지나다 지금에 와서는 화령무인에 존재하는 모든 정파는 무의 동작을 쫓는 걸 택하게 되었다.

       

       박연의 설명을 다 듣고 나니 머리가 띵해졌다.

       

       인과의 관계가 어찌 되었든 간에 이 모든 시작은 본인이 벌인 패악질 때문이라는 것이더냐?

       

       본인이 정파를 멸망 직전으로 밀어 넣었기에 이치를 쫓는 자들이 사라졌다고?!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무가 엉망진창인데에 내가 영향을 끼쳤다니.

       

       아니지. 따지고 보면 그 일은 내가 아니라 이 게임 속 천마가 한 일이지 않은가.

       

       내가 살던 무림에선 이런 일은 없었다. 그러니 내 업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그런데 나의 업보가 아니면 무얼 하느냐. 이미 화룡무인 속 세상은 엉망이 되어버린 것을.

       

       내 직접 이 문제를 바로 잡으려면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는지 감도 안 잡히는 구나.

       

       속으로 한탄을 하다 보니 어느새 화산의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바루는 계단이 끝나자마자 바닥에 착지하더니 화산의 풍경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 군.”

       “그렇구나.”

       

       화산파의 건물에선 내게 익숙한 기운이 풍겨왔다. 그것은 혈교의 사술이 내뿜는 기운이었다.

       

       “이상하다뇨?”

       

       우리의 말을 들은 박연이 의문을 표했다. 자신이 항상 머무르는 곳에 이상이 있단 게 믿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기운이란 걸 잘 모르는 현대인이니 모르는 게 당연했다.

       

       어찌 설명을 해주어야 할까.

       

       “지금 화산은 썩어 문드러진 음식과 같다.

       그 위에 여러 양념과 향신료를 칠해 냄새를 감췄으나 그 본질은 여전히 썩어 있는 상태지.”

       “민가의 말이 옳다. 가린다 하여도 그 안이 썩었음은 달라지지 않지.”

       

       나와 비루가 같은 말을 하자 박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본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퀘스트를 내민 신령이 같은 말을 하니 부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왜 저는 그걸 몰랐을까요.”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그대가 모르는 것은 당연하니까.”

       

       과거 무림에 살던 이들 중 태반이 혈교가 부리는 수작을 눈치 채지 못했는데 현대인인 그대가 이를 어찌 파악하겠느냐.

       

       혈교는 미움을 받는 이들이다. 정체를 들키는 순간 척결 당하기에 자신을 숨기는 데에 숙달 되어 있지.

       

       그러니 그대의 무지는 잘못이 아니다.

       

       “허나 화산에 본래 있던 이들이 눈치 채지 못한 건 기이하구나.”

       

       이토록 혈교의 기운이 노골적으로 드러났거늘 화산의 장로들이 눈치를 못 챘다고?

       

       그들은 그래도 꼴에 무림에서 고수라는 이야기를 듣던 자들이다.

       

       동시에 한 때 신교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던 정파 연합의 최전방에 섰던 이들이기도 하다.

       

       아무리 쇠락했다 하여도 혈교가 수작을 부리는 걸 여태까지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하나뿐이지.

       

       “화산의 문주를 만나보아야겠구나.”

       “어. 쉽게 볼 수 있는 분은 아닙니다만.”

       “상관없다.”

       

       나오지 않는다면 나오게 만들어 주면 그만이니까.

       

       문을 밀어서 열려다 옆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산이 혈교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바루가 화산파 안에 들어가면 경계를 살 터.

       

       “바루야. 기운을 감출 수 있느냐?”

       “가능하지. 잠시 기다려라.”

       

       바루가 지팡이를 꺼내어 이리저리 움직이니 그녀에게서 느껴지던 신통한 기운이 점차 희미해졌다.

       

       일종의 도술 같은 것일까.

       

       나조차도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희미해졌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구나.

       

       “되었느냐?”

       “그래. 가자꾸나.”

       

       문파 안에는 수련을 하는 이들의 기합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확실히 유저로 보이는 이들이 많구나.

       

       무를 진지하게 파고들려 하는 것이 아니라 대충 무를 사용하는 법만을 익히려는 자들이 말이다.

       

       가르치는 이들도 무인이 아닌 유저로 보이는 구나.

       

       저들의 교육 방식은 본디 무림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편하게 무를 사용하는 법만을 알려주고 있으니.

       

       이치를 내다버렸다는 게 확실하구나.

       

       가르침을 주는 놈들이 어찌하면 보정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이야기나 하고 있을 줄이야.

       

       “화산에 입문하러 오셨습니까?”

       

       가만 안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수련생을 가르치던 이들 중 하나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쯧. 나름 남들을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녀석이 이런 꼴이라니.

       

       아무래도 화산은 이전의 영광을 되찾는 데에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구나.

       

       내가 미간을 찌푸리자 청년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왜 대답을 하지도 않고 그런 식으로 바라보는 겁니까?”

       “그대가 다루는 무공은 무엇인가.”

       “예?”

       “답하라.”

       

       내기를 꺼내지도 않고 기세만으로 찍어 눌렀을 뿐이거늘 남자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서렸다.

       

       “답하라 했다.”

       “어. 광풍쾌검을 사용합니다.”

       “그의 이치는 어찌 되는가.”

       

       남자는 대답하지 못했다.

       

       애초에 이치라는 단어 자체가 왜 나오는 건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한 때 무림의 육대문파를 칭하던 화산은 어디로 가고 이치에 관한 이야기도 하지 않는 잡스런 문파만이 남은 것인가.

       

       몰락하였구나.

       

       화산의 이들은 현대인을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를 다시 세웠다 생각을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다르구나.

       

       본래 남아있던 화산은 이미 죽어버렸고 지금 존재하는 것은 이전 화산이 지녔던 영광을 이용해 장사를 하는 치들에 불과했다.

       

       웃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실로 아름다운 복수구나.

       

       내가 죽인 화산의 장문이 저승에서 이를 보고 있다면 열불이 터져 다시 죽었겠어.

       

       “박연님!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웃음에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던 청년은 내 뒤로 허겁지겁 따라 온 박연에게 소리를 쳤다.

       

       “화령님입니다.”

       “화령… 화령이라면 아피스의 그?”

       “예. 맞습니다.”

       

       화령이라는 단어에 수련을 하던 이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몰려들었다.

       

       저들이 다 유저인 것인가. 무림의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구나.

       

       “분명 영상에서 볼 땐 단발이셨는데.”

       

       내 정체를 알고서 놀란 듯 방금 전까지 성을 내던 청년은 멍하니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민가야. 너는 유명한 사람이었던 게냐?”

       “그런 셈이지.”

       “호오. 하기야 그만한 실력을 지녔는데 안 유명할 수가 없지.”

       

       저 혼자 납득을 한 듯 주억거리는 바루를 내버려 둔 채 다시 박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곳에 유저를 제하고 본래 화산에 있던 이는 없는가?”

       “저기 한 가운데에 계신 분이 화산의 장로 중 한 분이십니다.”

       

       박연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건물 한 가운데에 앉아 수련생들을 살피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화산의 장로 중 하나라고? 기억에 남은 얼굴은 아니다만.

       

       절정을 넘어 화경의 초입에 들어선 것을 보면 나름의 실력은 있는 듯 하다만 경지를 올리기 위해 좋지 않은 방식을 택했구나.

       

       어지간한 사파의 무인조차도 기겁을 할만한 방식을 택했으니 말이다.

       

       생명을 마시다니.

       

       화산이 도교에서 기원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실로 웃기는 이야기다.

       

       선업을 행함에 따라 신선이 되고자 해야 할 놈이 인신공양의 술을 사용하다니 말이야.

       

       본인으로썬 왜 저런 수단을 택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구나.

       

       인신공양을 하면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음은 사실이지만 거기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

       

       힘을 사용할 날보다 힘의 부작용에 후회할 날이 더 많을 터인데 어찌 눈앞의 것에 매혹 되는 것일까.

       

       이전에 보았던 멍청이야 유저이니 그랬다 치더라도 어찌 화산의 장로라는 자가 혈교의 도움을 받았단 말이더냐.

       

       “다들 조용히 하십시오.”

       

       장로가 자신의 내기를 실어 소리를 치니 유저들 사이에서 나오던 잡담이 사라졌다.

       

       “아직 일류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인의 뭐가 대단하다고 그리 소란들이십니까.”

       

       생긴 것에 비하야 사근사근한 어투를 사용하는구나.

       

       잔뜩 성이 난 눈썹을 보면 당장에 소리를 내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마는.

       

       “경거망동하지 마시고 다시 수련에 집중하시지요.”

       

       여전히 내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유저들을 지나쳐 앞으로 향했다.

       

       많은 유저 중 그 누구도 나를 가로막지 않았기에 나는 너무도 쉽게 장로의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장로의 삐뚜름한 시선과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외부에서 오신 분 같습니다만 무슨 용무이신지요.”

       “반갑구나.”

       

       여기서 화산을 규탄할 수도 있다.

       

       삿된 것의 힘을 빌렸다 욕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허나 그래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본인은 이 곳에 혈교 놈들을 엿먹이기 위해 온 것이다. 화산의 영광을 되찾아주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자의 도덕성을 욕하는 것이 아니다.

       

       소란을 피워 화산의 다른 이들을 불러내는 것. 그리고 화산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혈교와 연결되어 있는 지를 확인하는 것.

       

       그를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도장깨기라고 들어 보았느냐?”

       

       무력시위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통 음식점이 살아남기 위해 MSG를 넣었다가 MSG없이는 장사하지 못하는 몸이 된 셈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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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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