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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백은사자 기사단.

         

       그들은 왕국 최고의 기사단이다.

         

       기사의 숫자는 3백 명.

       기사 한 사람에게 드는 인건비가 거의 경주마의 몸값과 비슷한 걸 생각했을 때, 3백 명이나 되는 인원을 어찌 운용하나 싶기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백은사자의 단원이 받는 월급은 여타의 기사단에 비하면 한없이 적다.

         

       이유? 간단하다.

       백은사자는 기사들이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반대로 돈을 주어서라도 가고 싶은 기사단이기에.

         

       팬드래건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유구한 정통성.

       유구한 역사에 걸맞은 무수한 전설들.

       라이오넬과 영원한 동맹을 맺었음을 증명하는 상징성까지.

         

       그리고 백은사자에 소속된다는 건 이러한 정통과 전설, 상징성 등을 이어받는 후예가 됨을 뜻하는 바였다.

         

       하니 고위 귀족의 자제들은 무조건 백은사자에 입단하길 희망한다.

       이만한 명예가 없으며, 왕실과 연을 틀 수 있는 기회가 아닐 수 없으니까.

         

       하여 그들은 가히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엘리트 기사들이 아닐 수 없으나.

         

       흠칫!

         

       “허억!”

       “저, 저놈이 어째서….”

       “좌천당했다고 들었거늘!”

       “피, 피해, 괜히 눈 마주치지 말고….”

         

       “…….”

         

       …그게 꼭 정당한 경쟁으로 들어왔다는 뜻은 아니었지만서도.

         

       ‘여긴 여전하네.’

         

       간만에 입은 백은사자의 제복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옛날보다 근육이 커진 건지, 아니면 골격이 커진 건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애써 불편한 제복을 견뎌내며 걷고 있으니, 주변에서 시선이 몰려든다.

         

       백은사자 제1기사단과 제2기사단, 그리고 그가 속해 있는 제3기사단까지.

         

       호의적인 시선은 없다.

         

       이한 또한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으니 상관은 없지만, 내심 조소가 나왔다.

       저들의 같잖은 적의 때문에 그런 게 아니었다.

         

       단지.

         

       ‘내가 적진에 들어왔나?’

         

       자신이 돌아온 장소가 원래부터 이런 곳이었나 싶은 낯설음이 들어서.

         

       분명 제 본래 직장임이 분명한데, 어떻게 된 게 적진에 들어온 듯한 기분 나쁜 불쾌감이 연신 든다.

       최근 학술원의 순수한 생도들과 적혈수리와 같은 정통 기사들만 겪다가, 이런 ‘독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적응이 안 되나 보다.

         

       ‘이야, 떠난 지 5개월도 안 된 것 같은데, 진짜 낯설다, 여기.’

         

       과거 그가 말했던가?

       기사단이란 곳은 메이저리그와 닮았다고.

       재능 있는 놈들이 마이너 리그에서 무수한 경쟁을 통해 뽑히듯, 여기 있는 기사들은 분명히 말해 ‘인재’들이 맞았다.

         

       하지만 이곳은 왕도의 중추인 궁전이다.

         

       마냥 개인의 무력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는….

         

       말 그대로 정치력이 필요한 곳이라 보면 되었다.

       그리고 궁전이란 생태계에서 살아남는다는 건 곧 하나같이 정치에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때문인지 백은사자 기사들 중 80% 이상은 대부분 궁전 관료들의 친인척이거나 혹은 후원받는 이들이 대부분인 바.

         

       제1기사단은 왕당파 소속이고, 제2기사단은 귀족파라고 보면 되었다.

       제3기사단은, 하위 귀족들이 모이거나 아니면 좀 특이한 괴짜들이 모인 곳이라 보면 되고.

         

       해서 이한은 우스웠다.

         

       메이저리그에 파벌 or 인맥, 혈연 야구가 섞인 잡탕 느낌이랄까?

         

       하여간.

         

       ‘내가 눈이 너무 높아졌어.’

         

       정통 기사들만 보다가 이런 뱀 같은 음흉한 것들을 보고 있자니, 한숨부터 나오고 만다.

         

       또한.

         

       ‘이것들, 이렇게 발전이 없을 수가 있나?’

         

       수준이 너무 낮아 더욱 실망스럽다.

         

       몇몇 얼굴을 기억하기에 확신한다.

       저들 중 지난 수개월간 발전한 놈이 한 명도 없음을.

       재능은 메이저급인데, 그 재능을 검에다 안 쓰고 정치 싸움에 쓰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와, 속이 다 터지네.’

         

       이게 바로 직업병인가?

       남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보니 재능을 썩히고 있는 놈들을 본다는 게 이토록 속 터지는 일임을 실감하는 그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이런 속병을 주는 여인….

       아니다.

       단순히 여인이라 속단할 수 없는, 이른바.

         

       “-아이시스 이레인 드 팬드래건 왕태녀 전하. 기사 이한이 부름을 받고 접견을 바라고 있사옵니다.”

         

       남작 작위를 가진 시종의 정중하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울린다.

         

       그렇게.

         

       [들라하라.]

         

         

       승천을 앞둔 이무기가 그를 불렀고, 이한은 뱀 굴에 들어가는 불쾌감을 느끼며 백사자궁으로 입장했다.

         

       * * *

         

       암브로시아.

         

       고대에 존재했다고 알려진 비약.

       영약처럼 잠재능력과 힘을 회복시켜주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 암브로시아요?! 이 세상 모든 저주와 병, 심지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알레르기나 지병마저 모두 해결해준다는 그 암브로시아!?

       – 그게 알레르기도 해결해주는 거였냐?

       – 세상에…, 그게 실존하는 거였구나….

         

       자신이 아는 한 가장 우수한 연금술 능력을 가진 만능 상태창의 설명이었고, 이한은 물어보길 잘했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 혹시 너도 만들 수 있냐?

         

       언제까지고 그 폭군 같은 누님에게 끌려 다니는 건 사양인 그였고, 이를 어떻게 벗어날 수 없나 싶어 이한은 태창이에게 혹 암브로시아를 만들 수 없냐고 물어보았다.

       귀왕의 심장조차 다룬 솜씨를 보인 태창이다, 혹시나 싶은 기대감을 품으며 물었는데….

         

       – 으음,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네요.

       – …….

         

       …부정적인 얘기가 나오더라.

         

       이한은 조금 안달이 난 표정으로 다시금 물었다.

         

       – 재료가 없어서 그런 거냐? 그런 거라면 내가 구해주마.

       – 아니요, 재료의 문제가 아니에요.

       – 그럼 제조법이 없는 건가? 그런 거라면….

       – 아니요. 제조법은 오히려 쉬워요. 만드라고라랑 세이렌의 눈물, 그리고 여왕벌의 밀랍을 섞으면 그만이니까요.

       – …그렇게 잘 알면서 왜 못 만드는 건데?

       – 마녀만 만들 수 있거든요.

       – ??

       – 신비종족 중에서도 마녀만 만들 수 있는 비약인 셈이죠. 오로지 마녀의 손길과 마녀의 마력, 그리고 마녀의 신비가 들어가야만 만들어지는 비약인 거죠. 한데 평범한 인간인 제가 어떻게 마녀의 비약을 만들겠어요?

       – 그럼 이건 어떻게 만드는 건데?

       – 아마도 마녀를 고용한 거겠죠. 그거 만든 사람 수완이 대단하네요. 마녀는 신비 종족 중에서도 가장 만나기 어려운 종족인데, 확률로 치면 0.000001%?

       – 그 말은 그러니까….

       – 저희가 마녀를 만나서 암브로시아를 만드는 확률도 극악의 확률이란 거죠. 아니, 만났다고 쳐도 마녀는 워낙 사람을 혐오하니까 사람을 만나자마자 죽이려고 들지 않을까요?

       – 끄응…!

         

       순간 눈앞에 오만한 왕태녀의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조소를 머금으며, 마치.

         

       ‘한심한 의동생이여, 내가 너의 얄팍한 생각조차 모를까, 괜한 수작은 그만 부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후후.’

       -라고,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패배감.

       이한은 검이나 주먹으로 진 게 아님에도 이런 굴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뒷목을 잡고 싶었다.

       하여튼.

         

         

       ‘사람을 갖고 놀지, 아주.’

         

       이한은 떨떠름한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그녀를 보았다.

         

       아이시스.

       그녀가 무어가 그리 재밌는지 웃는 낯으로 그를 맞이했다.

         

       “그래, 내가 준 선물이 마음에 들었더냐?”

       “…예에, 눈물이 나도록 감사하덥니다.”

       “그거 참 다행이구나, 후후.”

       “…….”

       “그럼 나 또한 선물을 준 대가를 받도록 해야겠지.”

         

       스윽.

         

       “입을 맞추어라.”

         

       “…….”

         

       …발등을 내밀며 입을 맞추라 종용하는 아이시스였고, 이한의 표정은.

         

       “…누님, 취향이 좀….”

         

       의누님의 이상한 성적 취향을 존중하고 싶으나, 그걸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 좀 아닌지 않은가 싶은 표정을 드러내는 바였다.

         

       * * *

         

       백사자궁.

       왕족 중에서도 다음 대 왕위계승자만이 머물 수 있는 상징적인 궁전.

       하여 백사자궁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귀족과 기사들에겐 영광이자 성공의 증표였으니, 이 얼마나 값진 일이겠는가.

         

       또한 당대 백사자궁의 주인은 무려 그 아이시스 팬드래건이다.

       데뷔탕트와 함께 왕국 제일의 미녀라 불린 미모는 여전히 회자 되며, 어느 나라의 왕족은 그녀의 미모에 반하여, 상사병이 걸린 후 여전히 구애를 한다는 얘기마저 있다.

       비록 세월이 흘러 더는 파티 등에 나오지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왕국제일의 미녀였다.

         

       왕족의 고귀한 피를 이어 20대의 젊음을 앞으로 백 년은 더 유지할 그녀였으니까.

         

       하기에 귀족이나 기사들 중 백사자궁에 입성하고 싶어 안달이 난 자들은 차고 넘친다.

       입성하는 순간 왕족에 대한, 아니 당대 왕위계승자에 대한 존중의 표시를 위한 입맞춤을 한다는 영광을 누릴 수 있으니.

         

       그리고 이러한 영광을 누리고 싶은 건.

         

       “불경한 녀석,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나의 발등에 입을 맞추고 싶어 안달이거늘.”

       “이 나라 사람들 괜찮은 거 맞습니까? 취향 이상한 변태밖에 없나….”

       “고얀 놈.”

         

       따악.

         

       그녀의 부채가 불을 뿜으며 이한의 머리를 강타했다.

         

       하지만.

         

       “…내 손목이 더 아프구나.”

       “요즘 머리가 좀 단단해져서 때린 사람이 도리어 더 아프지 않을까 싶네요.”

       “흐음, 실력이 더 상승했다는 말이렷다? 그건 반가운 소식이구나.”

       “…….”

         

       아픈 손목을 만지며 아이시스의 안광이 서늘한 빛을 내었다.

       그건 마치 무어랄까.

       원래도 재주가 많았던 곰이 덤블링마저 할 수 있게 됐음에 기대감을 품은 것이리라.

         

       “…괜히 말했네.”

         

       이한은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괜한 말을 덧붙였다며 후회했다.

       역시 만악의 근원은 이놈의 주둥이가 아닐 수 없는 바.

         

       “하아….”

         

       허나 곧 고개를 털어냈다.

       괜한 쓸데없는 고민이나 반항심은 집어치우려는 것처럼.

         

       그리곤.

         

       “…누님.”

       “왜 그러느냐.”

       “날 임시 복직이란 웃기지도 않은 말장난으로 부른 이유에는 뭔가 복잡한 일을 시키려고 부른 게 아닐까 싶은데, 내 예상이 맞습니까?”

       “호오, 교직 생활에 몸을 담더니 제법 눈치가 좋아졌구나.”

       “됐고, 내가 궁금한 건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어떻게 물어도 됩니까?”

       “호호, 다른 이들 같으면 건방지다 경을 칠 테지만, 이번만큼은 특별히 관대하게 넘어가도록 하마.”

       “물어도 된다는 걸로 알고, 세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하나는 기사단에 그렇게 사람이 없습니까? 나 같은 녀석을 불러들일 정도로?”

       “없지.”

       “…….”

       “없다.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 민망한 일이지만, 믿고 일을 맡길 실력자도 없으며, 있더라도 정치병에 걸린 정신병자들이 가득한 바. 내가 어찌 그런 이들을 믿고 쓸까.”

       “그러니까 기사 뽑을 때 좀 신경 쓰라니까.”

       “그러기 위해선 내가 아바마마를 폐위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도와줄 테냐?”

       “…실패하면 반란, 아니 패륜도 그런 패륜이 없지 않습니까?”

       “성공한 패륜은 혁명인 법이거늘.”

       “모, 못 들은 거로 하죠.”

         

       대화할수록 정신이 어지러웠기에 이한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두 번째 궁금증은 왜 맨날 만나는 것처럼 은밀하게 만나는 게 아니라, ‘왕도를 구한 영웅을 치하하기 위해’ 같은 같잖은 별 이상한 이유로 날 백사자궁까지 부른 거냐는 겁니다.”

         

       그래, 명령을 내릴 거면 차라리 몰래 내렸으면 그만이다.

       이토록 동네방네 소문을 낼 것이 아니라.

         

       이한이 백사자궁에 오면서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다름 아닌 왕도를 구한 영웅이란 웃기지도 않은 호칭이었다.

         

       수치사도 이런 수치사가 없는 바.

         

       이러한 물음에.

         

       “그게 왜 수치스러운 것이냐? 기사에게 있어 명성이란 값지다 못해 삼대의 영광 같은 것이거늘?”

         

       의아하듯 말하지만, 그녀의 눈매가 반달 모양을 그는 것을 목도하며 이한은 확신했다.

         

       ‘이 아줌마가…!’

         

       그를 놀리려고 일부러 그런 것임을.

         

       자신이 명성 같은 걸 싫어하는 걸 알고 일부러 저러는 것이리라.

         

       하여튼, 성격 참 나쁘다.

       

       “후후, 농담이다. 그대가 명성이나 남의 시선을 불편해하는 것을 내 어찌 모를까. 이번만큼은 그저 밀회를 가질 시간을 가지기 어려워 이토록 궁전에서 만날 명분을 만든 것이다. 그러니 이해하여라.”

       “다 됐으니까 그놈의 밀회란 말은 쓰지 마시죠. 야행이란 좋은 말 놔두고, …불쾌하게시리.”

       “…불경한 놈 같으니. 나와 밀회를 가지고 싶은 영식들이 넘쳐나거늘 영광스러운 줄을 모르는구나.”

       “그 영광 남한테 주겠습니다.”

       “…….”

       “후우, 됐고. 세 번째 질문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타악.

         

       이한은 품속에서 병 하나를 내려놓았다.

       영롱한 광채를 내뿜는 액체가 들어 있는 고급스러운 병이었고, 아이시스는 피식 웃었다.

         

       “아직 마시지 않았구나.”

       “어차피 이번에도 완성작은 아닐 거 아닙니까? 효력은 적을 거고. 나중에 필요하면 마시죠, 뭐.”

       “그래도 이번 것은 완성도가 높아 일주일은 갈 텐데, 그동안 풀지 못한 욕망을 풀기에 괜찮을 것을.”

       “…….”

       “지금 좀 솔깃했구나?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미색이 고운 아이들을 소개시켜 줄 수 있다. 하룻밤의 불장난을 원하는 아이들로 말이다….”

       “크흠, 돼, 됐고! 내가 궁금한 게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이거.”

         

       암브로시아.

         

       그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수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비약.

       한데도 이한은 마시지 않았다.

       당장 마시고 다시금 전율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없다 할 수 없지만, 지금은 확인할 게 있었으니까.

         

       “이거 말입니다. 다른 애한테도 효과 있나 싶어서요.”

       “…….”

       “그, 저주 비슷한 거 걸린 애가 있는데….”

         

       망설임이 묻어난다.

       이걸 과연 말하는 게 옳을까 싶고.

       남의 비밀을 읊는 게 맞나 싶은 도덕적 관념도 드는….

         

       “-복종의 각인은 저주이기도 하지만, 마법적 효과가 들어가 있어서 말이다. 아마 암브로시아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구나.”

         

       “…….”

         

       ……이 아줌마는 진짜 모르는 게 뭘까?

         

       “혹시 천리안이라도 가지고 있습니까?”

       “아쉽게도 천리안은 없구나. 그저 정보를 얻을 수단이 많을 뿐이지, 후후.”

       “…….”

         

       이 정도면 솔직히 호러가 아닐까 싶다.

         

       ‘로판 속 왕족이면 좀 무능해도 되지 않나?’

         

       뭐가 이렇게 유능한 걸까?

         

         

       …이한은 이 사람이 좀 무서워졌다.

         

       *

       *

       *

         

       “……후우.”

         

       이한은 멘탈이 탈곡기에 탈탈 털린 감각과 함께 백사자궁을 빠져나왔다.

       후작과 대화하는 것도 힘들긴 했는데, 저 누님은 두 배로 더 고단했다.

         

       그래도….

         

       ‘성과가 없진 않네.’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냈기에 이한은 만족스러웠다.

         

       – 답을 말하자면 암브로시아만으로는 불가능하지만, 가능으로 바꾸는 수단이 있지.

       – 그러면….

       – 한데, 내가 그런 정성을 들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 …….

       – 그런 표정 짓지 말거라. 이번 일만 잘 처리해주면 얼마든지 소망을 들어줄 테니.

       – ……내가 그래도 왕도도 구했는데….

       – 그렇게 따지면 나 또한 화약을 구해주었지. 그뿐일까? 이번 후작가의 일만 해도….

       – …….

         

       …말로는 역시 이길 수가 없더라.

         

       “어휴, 내 팔자야.”

         

       스승 노릇 좀 하려다 이게 뭔 고생인가 싶다.

         

       “…좀만 나쁜 애였으면 이렇게까지 안 하는 건데.”

         

       검지에 끼인 반지.

       자신이 무어라고 이토록 신뢰하는지 원.

         

       이한은 반지의 촉감을 느끼며 피식 웃고 말았다.

       피로했지만, 어딘지 힘이 나는 것 같아서.

         

       그렇게 홀로 기분을 풀고 있을 때….

         

       “-네놈이냐. 감히 아이시스 왕녀 전하에게 빌붙은 기생충이!!”

         

       “……?”

         

       “네놈! 죽여버리겠-.”

         

       퍼어억!!

         

       “끄윽…!”

         

       “뭐야, 이 병신은?”

         

       이한은 초면에 시비부터 거는 미친놈의 턱을 때렸고, 놈은 순식간에 동공이 풀리며 혼절했다.

         

       덥썩.

         

       “…어떡할까?”

         

       놈의 멱살을 잡으며 이한은 고민했다.

         

       좀 더 팰까, 그도 아니면 깨어날 때까지 팰까 고민하는 것이었다.

         

       먼저 적의를 드러낸 이상 봐준다는 개념은 없으니까.

         

       하여 고민이 이어지던 중….

         

       “응? 이 새끼 머리가….”

         

       ……백은발이다?

         

       “…….”

         

       이한은 눈을 끔뻑거렸다.

       그가 알기로 분명 백은발은….

         

       “8왕자 전하! 8왕자 전하 어디 있으십니까!”

       “단장님!”

       “단장님을 찾아라…!”

         

       …멀리서 들려오는 기사들의 목소리.

         

       이한은 일순 확신했다.

         

       제1기사단의 단장.

       왕위계승권은 포기했으나, 그럼에도 왕족인 사실은 변하지 않는 어느 8왕자에 대한 기억을 말이다.

         

       “……아.”

         

       자신이 때린 머저리가 8왕자임을 알자마자 깨닫는다.

         

         

       …놀 됐다, 이거.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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