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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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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메라, 두 개 이상의 생명체를 합성하여 만들어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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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 따위 없는 마왕의 땅에선 흔하게 만들어지는 존재들이었다. 잔혹한 실험에서 살아남은 이들 중 이성을 유지한 이들은 지능을 가진 몬스터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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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이 없는 키메라는 그저 기괴하게 생긴 몬스터로 취급받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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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메라를 만드는 이유는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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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류를 만들기 위해서, 영생을 얻기 위해서, 그저 강한 생명체를 얻고 싶어서’처럼 인간이 흔하게 상상할 수 있는 목적도 있지만, 다른 목적을 가진 경우도 굉장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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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기 위해서, 위험한 곳을 탐색하기 위한 존재를 만들기 위해서, 이상형을 만들기 위해서’같은 사적인 이유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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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영생이나, 신인류 따위를 꿈꾸는 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오크의 팔을 달고 머리가 두 개인 인간처럼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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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비해 아름다운 외모나, 이상형 따위를 목표로 잡은 이들의 결과물은 굉장히 온전한 편이었다. 겉모습이 온전한 키메라는 비싸게 팔리기도 하고, 인간들 사이에 섞여 평범하게 살아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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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키메라가 맞다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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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칸은 당황과 경악으로 굳어버린 노아를 바라보며 생각을 계속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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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모습이 꽤 화려한 걸로 봐선 성노예로 쓰려고 만들어 낸 키메라일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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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칸은 노아에게서 시선을 돌려 리안을 다시 한번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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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빠르게 확인하는 방법은 아랫도리를 확인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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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성노예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키메라들은 아래쪽에 오크의 물건이 달린 경우가 대다수였다. 뮤칸도 이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건너건너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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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아니야. 성노예가 아닐 확률도 높아. 성노예라기엔 배 속 장기들이 전부 비정상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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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신인류나 영생 따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키메라일 수도 있었다. 뮤칸은 더 이상 리안의 겉모습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판단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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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쯧,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로는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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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칸은 혀를 작게 차며 시선을 굴려 리안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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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메…키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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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칸이 리안을 살펴보고 결론을 내린 데 걸린 시간은 1분도 되지 않았다. 그 탓에 노아는 여전히 고장 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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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선 조금 진정시킬 필요가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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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나 해서 질문드린 거지, 환자가 키메라라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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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노아는 이성을 찾은 듯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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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메라가 아니더라도 과거에 실험을 당했던 적이 있던 사람인가요?”
    “맞..아.”
    “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려면 어떤 실험을 당했는지를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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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칸의 말에 노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잔혹한 실험 장면이 떠오른 탓이었다. 노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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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걸..꼭 알아야 하나?”
    “이 환자의 몸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매우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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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칸의 손이 리안의 배 쪽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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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배 속에 있는 장기들의 상태가… 매우 이상합니다. 그 탓에 일반적인 인간들에게 통하는 약이 환자에겐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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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칸은 차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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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혈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겁니다. 장기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니, 피를 토하게 되는 거죠.”
    “…!”
    “이를 해결하려면 성수나 상급 포션을 사용하면 상태가 꽤 나아지겠지만 완벽한 해결법이 아니거니와, 환자의 몸속 장기가 ‘악’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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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칸은 노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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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 과거에 환자분께서 어떤 실험을 당했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합니다. 아니면.. 배를 갈라봐야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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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리던 노아의 시선이 이내 바닥을 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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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실험이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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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기억 속을 더듬어 리안이 당했던 끔찍한 실험을 떠올렸다. 난무하는 핏물이 눈동자 위에서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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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동의 없이 그때의 실험을 말해줄 수 없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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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아의 시선이 침대에 축 늘어져 있는 리안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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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를 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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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속에서 치열한 갈등이 오고 가던 중 노아는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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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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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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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가 이상하다는 말은.. 실험으로 인해 망가졌다는 말인가?”
    “아뇨, 그렇다기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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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칸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마땅한 단어가 안 떠올라 잔혹한 말을 적나라하게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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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것이 아닌 장기로 바뀌었다고 보시는 게 맞을 겁니다.”
    “…! 그,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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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이 키메라라는 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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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맺지 못한 말이 노아의 목구멍 안쪽에서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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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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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칸은 리안의 침대 한쪽에 손을 짚어 소음을 만들어 노아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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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는 정보가 없다면 급한 대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겠습니다.”
    “다른 방법?”
    “음, 우선 알려주실 수 있는 정보는 더 없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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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말에 노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회복하는 체질’은 그녀가 리안과 만나기 전부터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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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은 곧, 노아가 모르는 과거에 어떠한 실험을 받아 장기가 인간의 것이 아닌 것으로 교체되었다고 판단하는 게 맞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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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아는 탁하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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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리안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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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어쩌다 그런 체질을 가지게 되었는지, 과거에 어떤 실험을 당했는지, 평소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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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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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악’속성은 아닌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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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을 가르고 들어온 뮤칸의 목소리에 노아의 시선이 침대 쪽을 향했다. 뮤칸의 손에는 아주 작은 성수 병이 들려있었다. 성수에 물을 굉장히 많이 탄 짭 성수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
    ​
    효과 또한 몇 배로 낮춰져 하급 포션 정도의 효과밖에 없지만, 마왕의 땅에선 금기시되는 물건이라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그만큼 값도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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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칸은 성수를 리안의 왼쪽 손등 위에 몇 방울 떨어뜨려 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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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악’속성이었다면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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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칸은 노아에게 부연 설명을 해준 후 포션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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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응급처치부터 하겠습니다. 잠깐 도와주세요.”
    ​
    ​
    노아는 뮤칸이 부탁하는 대로 리안의 상체를 일으켜 앉혔다. 뮤칸은 리안의 입을 벌려 포션을 흘려보낸 후 턱을 살살 들어 올려 포션을 삼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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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급 포션이니 웬만한 상처는 문제없이 나을 겁니다. 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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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칸의 시선이 리안의 배 쪽을 향했다. 여전히 기괴한 기운이 물씬 풍겼다.
    ​
   
   “이걸로 완벽하게 치료가 되었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요.”
    “아…”
    ​
    ​
    포션이 전부 먹인 후, 뮤칸은 젖은 수건으로 리안의 얼굴을 닦아냈다. 노아는 착잡한 얼굴로 천사 같은 얼굴로 잠든 리안을 바라보았다. 눈가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
    ​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여기 까집니다. 나머지 치료는 깨어난 환자에게 추가적인 정보를 듣고 나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것 보다… 아까부터 통신구가 울리고 있는데 확인 안 하셔도 괜찮으신가요?”
   “아.”
    ​
    ​
    우웅,우우웅.
    ​
    ​
    얼마나 정신을 빼놓고 있던 건지 마구 울려대는 통신기의 진동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노아는 부랴부랴 통신구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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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에게 온 연락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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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그제야 리안을 찾았다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빠르게 통신구를 받아 리안을 찾았다는 걸 알린 후,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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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
    ​
    ​
    얼마지나지 않아 통신구가 꺼지고, 의료실에는 리안의 조용한 숨소리와 노아의 후회만이 남게 되었다. 뮤칸은 딱 봐도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슬쩍 몸을 뺐다.
    ​
    ​
    ‘최대한 엮이지 말아야지.’
    ​
    ​
    뮤칸은 제 자리로 돌아와 약초를 꺼내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동시에 의료실 책장에 꽂힌 책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
    ​
    리안을 치료할 방법을 찾을 순 없어도, 도움이 될 법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였다. 뮤칸은 무심한 얼굴과는 달리 환자에겐 진심이었다.
    ​
    ​
    ***
    ​
    ​
    “으응..?”
    ​
    ​
    리안은 무거운 눈꺼풀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나른한 숨소리를 뱉었다.
    ​
    ​
    ‘여긴 어디지?’
    ​
    ​
    처음 보는 낯선 천장에 의문이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흩어졌다.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기분 좋은 나른함에 다시 눈이 감길 것만 같았다. 
    ​
    ​
    “리안!”
    “형!”
    “오빠!”
    “…!”
    ​
    ​
    막 잠이 들려는 순간, 주변에서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쏟아졌다. 몽롱하던 정신이 순식간에 깨어났다. 리안은 눈을 반쯤 뜬 채 침대 주변을 에워싼 릴리와 네로, 노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
    ​
    막 잠에서 깬 상태라 머릿속에 버퍼링이 걸린 리안은 그저 멍하니 세 사람을 바라보기만 했다. 
    ​
    ​
    잠에서 덜 깬 상태였을 뿐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몸 상태가 좋지 못해 정신을 놓은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
    ​
    “뮤칸!”
    “잠시만 비켜주세요.”
    ​
    ​
    뮤칸이 리안의 침대 옆으로 다가와 얼굴을 살펴보았다. 뮤칸이 리안의 눈앞에 손가락을 가져가자, 리안이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거렸다.
    ​
    ​
    뒤이어 귀 옆에서 손가락을 튕기자 리안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들린 쪽을 향했다. 리안이 제대로 깨어났다는 걸 확인한 뮤칸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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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분 제 말 들리시나요?”
    ​
    ​
    뮤칸의 말을 듣고 나서야 리안은 완전히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
    ​
    ‘내가 쓰러져서 의료실에 데려왔구나.’ 
    ​
    ​
    치료의 힘을 사용하러 다닐 때 몇 번 마주친 적 있는 얼굴을 보자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었다. 리안은 곧바로 상체를 일으킨 후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뮤칸의 경직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
    ​
    “..설마 청각에 문제가..”
    “…?”
    ​
    ​
    리안이 주변 상황을 파악하느라 대답을 안 하는 바람에, 리안은 졸지에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내용이 마음에 안들어서 엎느라고 늦게 가져왔네요 ;0;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벽에 한편더 가져올 예정입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키메라, 두 개 이상의 생명체를 합성하여 만들어진 존재.

인권 따위 없는 마왕의 땅에선 흔하게 만들어지는 존재들이었다. 잔혹한 실험에서 살아남은 이들 중 이성을 유지한 이들은 지능을 가진 몬스터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이성이 없는 키메라는 그저 기괴하게 생긴 몬스터로 취급받을 뿐이었다.

키메라를 만드는 이유는 다양했다.

‘신인류를 만들기 위해서, 영생을 얻기 위해서, 그저 강한 생명체를 얻고 싶어서’처럼 인간이 흔하게 상상할 수 있는 목적도 있지만, 다른 목적을 가진 경우도 굉장히 많았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기 위해서, 위험한 곳을 탐색하기 위한 존재를 만들기 위해서, 이상형을 만들기 위해서’같은 사적인 이유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보통 영생이나, 신인류 따위를 꿈꾸는 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오크의 팔을 달고 머리가 두 개인 인간처럼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아름다운 외모나, 이상형 따위를 목표로 잡은 이들의 결과물은 굉장히 온전한 편이었다. 겉모습이 온전한 키메라는 비싸게 팔리기도 하고, 인간들 사이에 섞여 평범하게 살아가기도 한다.

‘만약 키메라가 맞다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해.’

뮤칸은 당황과 경악으로 굳어버린 노아를 바라보며 생각을 계속 이어갔다.

‘겉모습이 꽤 화려한 걸로 봐선 성노예로 쓰려고 만들어 낸 키메라일지도 몰라.’

뮤칸은 노아에게서 시선을 돌려 리안을 다시 한번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가장 빠르게 확인하는 방법은 아랫도리를 확인하는 건데…’

보통 성노예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키메라들은 아래쪽에 오크의 물건이 달린 경우가 대다수였다. 뮤칸도 이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건너건너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은 적이 있었다.

‘…아니, 아니야. 성노예가 아닐 확률도 높아. 성노예라기엔 배 속 장기들이 전부 비정상적이잖아.’

어쩌면 신인류나 영생 따위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키메라일 수도 있었다. 뮤칸은 더 이상 리안의 겉모습을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판단 내렸다.

‘쯧, 지금 가지고 있는 정보로는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어.’

뮤칸은 혀를 작게 차며 시선을 굴려 리안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키메…키메라?”

뮤칸이 리안을 살펴보고 결론을 내린 데 걸린 시간은 1분도 되지 않았다. 그 탓에 노아는 여전히 고장 난 상태였다.

노아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선 조금 진정시킬 필요가 있어 보였다.

“혹시나 해서 질문드린 거지, 환자가 키메라라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아…”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노아는 이성을 찾은 듯 눈동자에 초점이 돌아왔다.

“키메라가 아니더라도 과거에 실험을 당했던 적이 있던 사람인가요?”

“맞..아.”

“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려면 어떤 실험을 당했는지를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뮤칸의 말에 노아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잔혹한 실험 장면이 떠오른 탓이었다. 노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꼭 알아야 하나?”

“이 환자의 몸은 일반적인 사람들과 매우 다릅니다.”

뮤칸의 손이 리안의 배 쪽을 가리켰다.

“특히 배 속에 있는 장기들의 상태가… 매우 이상합니다. 그 탓에 일반적인 인간들에게 통하는 약이 환자에겐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뮤칸은 차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토혈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겁니다. 장기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니, 피를 토하게 되는 거죠.”

“…!”

“이를 해결하려면 성수나 상급 포션을 사용하면 상태가 꽤 나아지겠지만 완벽한 해결법이 아니거니와, 환자의 몸속 장기가 ‘악’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뮤칸은 노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 과거에 환자분께서 어떤 실험을 당했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된 치료가 가능합니다. 아니면.. 배를 갈라봐야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떨리던 노아의 시선이 이내 바닥을 배회했다.

‘어떤 실험이었냐고?’

그녀는 기억 속을 더듬어 리안이 당했던 끔찍한 실험을 떠올렸다. 난무하는 핏물이 눈동자 위에서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

‘리안의 동의 없이 그때의 실험을 말해줄 수 없어. 하지만…’

노아의 시선이 침대에 축 늘어져 있는 리안을 향했다.

‘치료를 위해선…’

머릿속에서 치열한 갈등이 오고 가던 중 노아는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잠깐만.’

그녀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떠졌다.

“장기가 이상하다는 말은.. 실험으로 인해 망가졌다는 말인가?”

“아뇨, 그렇다기보단…”

뮤칸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마땅한 단어가 안 떠올라 잔혹한 말을 적나라하게 뱉어냈다.

“인간의 것이 아닌 장기로 바뀌었다고 보시는 게 맞을 겁니다.”

“…! 그, 말은…”

리안이 키메라라는 말 아닌가?

끝맺지 못한 말이 노아의 목구멍 안쪽에서 넘실거렸다.

끼익.

뮤칸은 리안의 침대 한쪽에 손을 짚어 소음을 만들어 노아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아시는 정보가 없다면 급한 대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겠습니다.”

“다른 방법?”

“음, 우선 알려주실 수 있는 정보는 더 없으신 거죠?”

그 말에 노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쉽게 회복하는 체질’은 그녀가 리안과 만나기 전부터 존재했다.

그 말은 곧, 노아가 모르는 과거에 어떠한 실험을 받아 장기가 인간의 것이 아닌 것으로 교체되었다고 판단하는 게 맞을 터였다.

노아는 탁하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생각했다.

‘나는… 리안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그가 어쩌다 그런 체질을 가지게 되었는지, 과거에 어떤 실험을 당했는지, 평소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그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다행히 ‘악’속성은 아닌 것 같네요.”

“…?”

침묵을 가르고 들어온 뮤칸의 목소리에 노아의 시선이 침대 쪽을 향했다. 뮤칸의 손에는 아주 작은 성수 병이 들려있었다. 성수에 물을 굉장히 많이 탄 짭 성수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효과 또한 몇 배로 낮춰져 하급 포션 정도의 효과밖에 없지만, 마왕의 땅에선 금기시되는 물건이라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그만큼 값도 비쌌다.

뮤칸은 성수를 리안의 왼쪽 손등 위에 몇 방울 떨어뜨려 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만약 ‘악’속성이었다면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였을 겁니다.”

뮤칸은 노아에게 부연 설명을 해준 후 포션을 꺼냈다.

“우선 응급처치부터 하겠습니다. 잠깐 도와주세요.”

노아는 뮤칸이 부탁하는 대로 리안의 상체를 일으켜 앉혔다. 뮤칸은 리안의 입을 벌려 포션을 흘려보낸 후 턱을 살살 들어 올려 포션을 삼키게 했다.

“상급 포션이니 웬만한 상처는 문제없이 나을 겁니다. 물론…”

뮤칸의 시선이 리안의 배 쪽을 향했다. 여전히 기괴한 기운이 물씬 풍겼다.

“이걸로 완벽하게 치료가 되었다고 보기는 힘들겠지만요.”

“아…”

포션이 전부 먹인 후, 뮤칸은 젖은 수건으로 리안의 얼굴을 닦아냈다. 노아는 착잡한 얼굴로 천사 같은 얼굴로 잠든 리안을 바라보았다. 눈가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여기 까집니다. 나머지 치료는 깨어난 환자에게 추가적인 정보를 듣고 나서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것 보다… 아까부터 통신구가 울리고 있는데 확인 안 하셔도 괜찮으신가요?”

“아.”

우웅,우우웅.

얼마나 정신을 빼놓고 있던 건지 마구 울려대는 통신기의 진동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노아는 부랴부랴 통신구를 꺼냈다.

릴리에게 온 연락이었다.

노아는 그제야 리안을 찾았다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빠르게 통신구를 받아 리안을 찾았다는 걸 알린 후,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웅…

얼마지나지 않아 통신구가 꺼지고, 의료실에는 리안의 조용한 숨소리와 노아의 후회만이 남게 되었다. 뮤칸은 딱 봐도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슬쩍 몸을 뺐다.

‘최대한 엮이지 말아야지.’

뮤칸은 제 자리로 돌아와 약초를 꺼내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동시에 의료실 책장에 꽂힌 책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리안을 치료할 방법을 찾을 순 없어도, 도움이 될 법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였다. 뮤칸은 무심한 얼굴과는 달리 환자에겐 진심이었다.

***

“으응..?”

리안은 무거운 눈꺼풀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나른한 숨소리를 뱉었다.

‘여긴 어디지?’

처음 보는 낯선 천장에 의문이 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흩어졌다.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기분 좋은 나른함에 다시 눈이 감길 것만 같았다.

“리안!”

“형!”

“오빠!”

“…!”

막 잠이 들려는 순간, 주변에서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쏟아졌다. 몽롱하던 정신이 순식간에 깨어났다. 리안은 눈을 반쯤 뜬 채 침대 주변을 에워싼 릴리와 네로, 노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막 잠에서 깬 상태라 머릿속에 버퍼링이 걸린 리안은 그저 멍하니 세 사람을 바라보기만 했다.

잠에서 덜 깬 상태였을 뿐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몸 상태가 좋지 못해 정신을 놓은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뮤칸!”

“잠시만 비켜주세요.”

뮤칸이 리안의 침대 옆으로 다가와 얼굴을 살펴보았다. 뮤칸이 리안의 눈앞에 손가락을 가져가자, 리안이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거렸다.

뒤이어 귀 옆에서 손가락을 튕기자 리안의 시선이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들린 쪽을 향했다. 리안이 제대로 깨어났다는 걸 확인한 뮤칸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환자분 제 말 들리시나요?”

뮤칸의 말을 듣고 나서야 리안은 완전히 잠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내가 쓰러져서 의료실에 데려왔구나.’

치료의 힘을 사용하러 다닐 때 몇 번 마주친 적 있는 얼굴을 보자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었다. 리안은 곧바로 상체를 일으킨 후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뮤칸의 경직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청각에 문제가..”

“…?”

리안이 주변 상황을 파악하느라 대답을 안 하는 바람에, 리안은 졸지에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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