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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104화

     

     

   쓰러진 근육 돼지를 두고, 크라슈가 몸을 돌리자 뒤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 사람.”

   “그 머리색, 발하임?”

   “발하임에 더 입학할 사람이 있었어?”

   “있잖아. 그 반푼이라던 막내.”

   “이제는 반푼이가 아니라던데.”

   “그건 헛소문 아니었어?”

   “그렇지만 방금전 모습은…….”

     

   여러 의견을 담은 목소리들은 현재의 크라슈를 표방하기도 했다.

   1왕자가 반년간 열심히 힘을 쓴 덕분인지 크라슈의 소문의 규모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아직까지도 반푼이 이야기가 나오는 게 그 증거였다.

     

   ‘중요한 놈들은 이미 애저녁에 나와 관련된 소문이 전부 진짜임을 눈치챘겠지만.’

     

   정보의 혼동은 섣부르게 그 정보를 진실이라 판단하는 걸 거부한다.

   소문의 발행지를 직접 두 눈으로 보는 게 아닌 이상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니까.

     

   그 덕분에 소문이 진짜임을 알아도 그들이 섣부르게 움직이지 못 한 게 그 증거다.

   발하임을 괜히 건드렸다가 피 보고 싶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사이 크라슈가 무학관에 들어섰다.

   무학관이라는 이름답게 앞에 검과 도끼를 교차하여 든 거대한 석상 하나가 크라슈를 맞이했다.

     

   그런 크라슈가 발걸음을 멈추게 된 장소는 무학관의 훈련장이었다.

   마치, 아레나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돔 형태의 훈련장.

     

   훈련장만 보아도 라헬른 아카데미의 크기를 가늠케 해주었다.

   문제는 그런 아레나에 착석하고 있는 이들이다.

     

   무학 입학시험은 기존 학생들이 원한다면 참관이 가능했다.

   어차피 무학 입학시험이라 해봤자 자신의 무위를 보여주는 거라 학생들이 도울 수 있는 것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입학생들의 의욕 증진을 위할 겸 후배들로 들어올 이들을 미리 봐두라며 개방한 거였다.

   그리고 그렇게 참석한 이들 중에 크라슈는 눈에 익은 인물들을 여럿 보았다.

     

   ‘시그린.’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바다색 머리카락을 지닌 시그린 에파니아였다.

   백룡의 핏줄이라는 에파니아 황가의 3황녀이자 기억 전승을 통해 크라슈와 같이 이전 회차의 기억을 지닌 여자.

     

   크라슈가 가장 싫어하는 여자기도 했다.

     

   그녀는 주위에 여러 인물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었다.

     

   개성이 강해 죄다 눈에 띄는 녀석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전부 제국에서 후에 이름을 날리게 될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눈에 띄는 인물 중 검은색 머리카락의 순박한 인상을 지닌 청년 한 명도 있었다.

     

   ‘펠레이.’

     

   평민들에게는 그야말로 영웅이라 불리던 우상이자 후에 창공의 세대에 속하게 되는 이.

   크라슈와는 무투 대회 결승에서 만난 적이 있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정작 펠레이의 눈은 애타게 주변을 열심히 둘러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누군가를 찾는 모습이었다.

     

   크라슈는 그가 찾는 이가 누군지 대충 눈치챘지만, 반응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시그린이 끌어들였군.’

     

   펠레이는 제국의 무투 대회에서 준결승을 했기에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시그린이 포섭하기도 쉬웠겠지.

     

   뒷배가 없는 그에게 시그린은 엄청난 연줄이었으니까.

   물론 연줄에 신경 쓸 놈은 아니긴 해도.

     

   ‘저 녀석 순진하니까.’

     

   무학의 동기인 평민들을 챙겨주겠다고 구슬리면 펠레이도 순순히 시그린 파에 들어갔을 거다.

     

   ‘저 여자 아주 무리를 갈아 넣었네.’

     

   예전 아카데미에서 시그린이 데리고 다니던 무리는 오직 시그린을 찬양하는 간신들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주위에 모인 인물들은 죄다 창공의 세대와 관련된 녀석들.

   그것도 하나 같이 다루기 까다로운 놈들임에도 시그린은 그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즉, 그건 저 여자가 자신의 기억 전승을 적극 이용했다는 증거였다.

     

   크라슈는 재빨리 주위를 훑었다.

     

   ‘시그린이 여기 있다면 아서 그놈도 분명히 있을 거다.’

     

   크라슈에게 아서는 지금 가장 불확실한 존재였다.

   자신에게 스킬이 빼앗긴 아서는 분명 원래의 기억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궁금했다.

     

   지금의 아서는 도대체 몇 회차의 아서인지.

   그리고 기억을 지닌 시그린을 만나게 된 아서는 어떻게 대처했을지 또한 말이다.

     

   ‘……없어?’

     

   하지만 어디에도 아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크라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크라슈의 기억 속 아서는 시그린과 같이 작년에 입학했었다.

   그러나 지금 아서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시그린에게 입학시험을 관람하게 시키고, 자신은 굳이 오지 않았다던가.’

     

   시그린과 다른 두 명은 전부 기억을 이어받았는데.

   자신은 왜 기억을 못 이어받았는가에 관해 고민한 뒤.

   섣부르게 안 움직이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아서 또한 변수를 가장 견제할 테니 말이다.

     

   ‘쯧, 이쪽은 확인하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으니.’

     

   크라슈는 혀를 차며 시그린 쪽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 순간이었다.

   시그린을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린 것이 말이다.

     

   그 시선을 따라 크라슈가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크라슈도 아는 인물이 있었다.

   푸른색이 뒤섞인 검은 흑발의 머리카락이 천천히 찰랑이었다.

     

   그 머리를 따라 걸어 들어온 한 명의 여성은 분명 딱 한 명뿐임에도 불구하고 그 분위기가 모두를 압도했다.

     

   “샬, 샬롯 발하임이다.”

   “검성? 그 검성이 입학시험을 보러 온 거야?”

   “와, 발하임 직계는 처음 봐.”

     

   방금까지 긴장한 표정으로 있던 아이들조차 너도나도 샬롯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무학의 지원한 아이들에게 별호란 꿈과 같다.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이야말로 별호니까 말이다.

     

   샬롯은 그런 별호를 성인이 되기 전에 취득한 천재 중의 천재.

   당연히 무심코 동경하게 되고 말았다.

     

   그런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샬롯은 관람석의 끝까지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러곤 그녀는 난관의 한발을 텁하니 올렸다.

     

   모두가 그녀를 주목했을 때.

     

   “크라슈!”

     

   그녀가 엄청난 목성으로 한 이름을 부르짖었다.

   샬롯의 돌발 행동을 예상 못한 크라슈마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가 무심코 침묵했을 때.

   그녀가 자기 입꼬리를 틀어 올리며 전매특허인 미소를 머금었다.

     

   “일등 하렴.”

   

   

   

   

     

   자기 할 말만 내뱉은 그녀가 그대로 돌아서서 나가버렸다.

   정말 오직 마이 페이스인 샬롯다운 행동이었다.

     

   “크, 크라슈?”

   “그 이름 막내잖아. 발하임 직계도 온 거야?”

   “하, 일등은 글렀나.”

   “그렇지만 반푼이라던데.”

     

   수군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 사이로 크라슈는 하나둘 집중되는 시선을 느꼈다.

   그들은 발하임 특유의 머리색을 알아챈 이들이었다.

     

   서서히 크라슈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와 엮이면 좋은 거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크라슈는 그 많은 사람 사이에서 반경 1m 사이에는 아무도 없는 공간을 허락받게 되었다.

     

   딱히 한 게 없는데 이런 취급 받게 된다니.

   발하임과 샬롯의 이름을 새삼 체감하게 되었다.

     

   ‘본의 아니게 집중 받게 되어 버렸는데.’

     

   그러나 그보다도 신경 쓰이는 건 시그린의 시선이었다.

   그녀는 게슴츠레 뜬 눈으로 크라슈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에는 입학시험의 참관조차 안 했던 시그린이다.

   그러니 크라슈가 어떤 식으로 입학했는지는 그녀도 몰랐다.

     

   하지만 이번 회차는 변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시그린 본인이 저지른 일부터, 사라진 아벨라, 구금되었던 메리 다이아나, 도망친 에벨아스크, 심지어 샬롯의 아카데미 입학까지.

   그야말로 어떤 변수가 작용했을지 모를 상황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지금쯤 자신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어차피 입학시험에서는 실력을 드러낼 생각이었고.’

     

   저 여자의 머리를 더 아프게 할 수 있다면 이쪽도 환영이었다.

     

   “발하임 직계! 크라슈!”

     

   그 순간 크라슈는 아이들이 벌려 놓은 원 안으로 뛰어 들어온 인물을 보았다.

   꽁지깃 모양의 회색빛 머리카락에 피부에 범의 문양과도 같은 것이 새겨져 있는 소년.

     

   발락 호그마.

     

   스타론의 삼걸이자 아닉스의 수하 중 하나인 녀석이었다.

   별의 성지에서 본 이후로 이번에 처음 본 녀석은 크라슈와 동갑이었다.

     

   그러니 그도 이번에 입학시험을 치르러 온 거겠지.

     

   “와아! 너, 키 많이 컸네!”

   “넌 여전히 작고.”

   “그렇지? 난 성장기가 느린가 봐.”

     

   발락은 무척이나 태연하게 크라슈의 말을 받았다.

     

   “그보다 많이 강해진 거 같네. 나중에 나랑 한 판 붙자.”

   “그때 맞고도 정신 못 차린 모양이네.”

   “이번에는 나도 무기 써보고 싶으니까!”

     

   여러 의미로 기죽을 줄 모르는 녀석이었다.

     

   그래도 일단은 같은 스타론 소속인 녀석이다.

   괜히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왕따 당하는 것보다야 한 명쯤 데리고 있는 게 보기도 좋겠지.

     

   ‘제멋대로인 누님 아니랄까 봐.’

     

   샬롯의 돌발 행동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는 크라슈였다.

     

     

   * * *

     

     

   입학시험에서 샬롯이 폭풍을 던지고 사라진 이후.

   시그린의 무리 사이에서는 이야기가 오고 가기 시작했다.

     

   “저게, 샬롯의 동생인가.”

   “조심해야겠는데요? 샬롯의 동생이면 실력도 출중할 텐데.”

   “최근에 나온 정보도 스타론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곡해시킨다는 말이 있었어.”

     

   그들이 떠드는 사이 시그린은 홀로 생각에 잠긴 채 크라슈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그린이 오늘 여기에 나온 이유는 딱 하나.

   아서를 찾기 위함이었다.

     

   작년 라헬른 아카데미에 아서는 입학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은 그녀였지만 아서라면 무언가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녀는 자기 일의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이번 해, 심어 놓은 부교수 한 명이 아서 그라말테의 입학 소식을 시그린에게 알려왔다.

   드디어 아서가 나타났다는 생각에 그녀는 아카데미를 뛰쳐나가려는 것도 참고 겨우 기다렸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아서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입학시험 참관했건만.

     

   웬걸, 생각지도 않았던 인물이 주목받고 있었다.

     

   ‘그 저주 받이가 강해졌다는 소문이 사실이라고?’

     

   시그린의 푸른 눈썹이 살짝 일그러졌다.

   시그린에게 있어서 크라슈는 저주 받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입이 험한 탓에 내뱉는 발언이 언짢은 것 말고는 그녀는 크라슈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이 나아가는 길에 필요한 도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오늘 본 크라슈는 명백히 달랐다.

     

   시그린도 수많은 전장을 굴렀다.

   그러니 사람 보는 눈은 있다.

     

   지금 시그린의 눈에 비추는 크라슈는 명백히 마스터 영역에 들어섰다.

     

   ‘어떻게? 저 등신의 재능은 반푼이라 하기에도 뭐할 수준이었는데.’

     

   저주를 좀 다룬다는 것 말고는 장점이랄 게 뭐가 있던 녀석인가.

   그런 녀석이 갑자기 대뜸 마스터가 되어서 나타났다.

     

   시그린은 그 사실이 무척이나 못마땅했다.

   그는 아서에게도 종종 짜증 나는 발언을 내뱉던 이였으니까.

     

   ‘저주나 받아먹을 것이지. 왜 갑자기 변수로 작용해서 나타나서는.’

     

   시그린은 짧게 숨을 내쉬곤 찌푸려진 탓에 주름진 이마를 엄지로 매만져 폈다.

   그녀는 아서에게 사전에 기억을 전승받았을 때 주의할 점을 들었다.

     

   회차는 바뀔 때마다 어딘가에서 나비 효과로 인해 변수가 튀어나오곤 한다.

   그러니 그 변수가 왜 튀어나왔는가에 집중하기보다 차라리 그 변수를 해결할 방법을 생각하라고 말이다.

     

   시그린은 이번 회차의 변수가 크라슈임을 짐작했다.

   그녀가 에벨아스크의 정보를 쫓아본 바로 그녀가 스타론으로 향했다는 말이 있다.

     

   ‘메리, 그 바보 같은 년의 실수가 무언가 영향을 끼친 거겠지.’

     

   필히 그 탓에 생긴 변수가 분명했다.

   크라슈에게 그것이 무언가 기연으로 작용한 거겠지.

     

   ‘후우, 됐어. 지금은 이쪽이 급한 게 아니니까.’

     

   그렇다고 한들 크라슈의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저주를 훔치는 그의 능력은 아서가 나아가는 길에 꼭 필요한 일이었다.

   아서가 구태여 마지막까지 그를 데리고 다녔던 이유도 그런 이유였으니까.

     

   ‘강해지면 강해진 대로 구슬려서 써먹으면 그만이야. 끌어들일 패야 만들면 돼.’

     

   어차피 저쪽은 자신에 관해 알지도 못한다.

   크라슈가 뭘 좋아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았지만 적어도 싫어하던 게 뭔지는 안다.

     

   그걸 피해서 행동하기만 해도 그와 친해지는 건 일도 아니겠지.

     

   ‘하아, 저주 받이 따위랑 굳이 친해져야 한다는 게 기가 막히지만.’

     

   어쩌겠는가.

   다 세상을 구하려는 대의를 위함인데.

     

   시그린은 자신이 세상을 너무 생각해서 탈이라고 혀를 찬 채 의자에 등을 기댔다.

     

   정 안된다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해서라도 데려오면 되겠지.

   크라슈는 유용한 도구니까 말이다.

     

   ‘그보다 지금은 아서 님이야.’

     

   시그린은 크라슈에 관한 건은 한편에 던져두곤 아서를 찾고자 바쁘게 눈을 움직였다.

   그것이 앞으로 불어올 일들의 얼마나 큰 실수인지도 자각 못한 채 말이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이번 입학시험 총관이자 무학 쪽 시험을 맡게 된 카이란입니다. 지금부터 무학 입학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입학시험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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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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