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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105 – 강한 모험가일수록 위험한 몬스터>

     

    지고쿠는 자신만만했다.

     

    “갸하핫! 겁쟁이 녀석. 여기까지 왔더니 갑자기 자신감이 사라졌냐?”

    “안에 무슨 마수가 있을 줄 알고 이걸 열어요.”

    “마수우? 세상에 창고에다가 마수를 가두는 멍청이들이 어디에 있냐! 희귀동물도 아니고.”

    “여긴 기프트 아카데미인걸요.”

    “…그런가?”

     

    똘기가 넘치는 지고쿠였지만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이딴 아카데미라면 마수창고도 있을 법했다.

     

    “하긴. 해적들한테도 희귀한 해상몬스터나 군도에 서식하는 별난 아인종을 잡아서 팔아달라는 학자 놈들이 심심찮게 있었지.”

     

    각국에서는 위험하다고 기피하는 위험지역도 스스럼없이 드나드는 해적들에게 막대한 보수를 대가로 별난 의뢰를 들이미는 높으신 분들도 드물게 있다.

     

    “지고쿠… 그런 나쁜 짓까지 했어요…?”

     

    해적에도 종류가 있다.

    찢어지게 가난한 해상마을에서 먹고 살려고 상선을 털고 다니는 생계형 해적이 있고, 악행을 즐기며 노예까지 취급하는 악마형 해적이 있다.

    혹은 정부와 결탁하여 해적 잡는 해적 노릇을 하며 가끔 적국의 상선도 합법적으로 터는 사략형 해적도 존재한다.

    지고쿠는 사략해적.

    기본적으로는 그렇다고 알고 있지만 어떤 변수가 발생해서 악마형 해적으로 돌변했을지도 모르는 것이 <운빨로 아카데미 졸업하기>의 까다로운 묘미다.

     

    “이게 사람을 뭘로 보는 거야?”

     

    딱콩.

     

    “아얏!”

    “넌 좀 맞아야 돼. 감히 날 그런 쓰레기들과 같은 취급을 하다니.”

    “힝. 잘못했어요.”

    “내가 심심하면 총도 쏘고 지나가는 비실이들 다리도 걷어차고 탭댄스를 보고 싶어서 하급반 녀석들 다리 사이에 총을 쏘긴 해도 노예까지 손은 안 대! 알았어?”

    “네…”

     

    근데 내가 잘못한 거 맞지?

    그래도 너가 너무 심한 거 같은데 기분 탓이니?

    묻고 싶은 말이야 굴뚝같지만 참았다.

    지고쿠는 보기보다 근력이 세다.

    그 손오천과 힘겨루기에서도 우세를 점할 수준.

    사실 손오천은 힘보다 맷집이 센 편이지만.

    아무튼 손오천도 보통 장사가 아니니만큼 그보다 근육양이 적은 지고쿠가 힘싸움에서 이긴다는 사실은 한 가지 사실을 암시한다.

    근육이 발휘할 수 있는 힘의 한계량을 껑충 띄워 올리는 마나연단법 수련자!

    육상 마나연단법에 비하면 해상 마나연단법은 더욱 희귀함을 감안하면 수속성에서는 지고쿠를 능가할 사람은 981기를 넘어서 아카데미 전체를 통틀어도 찾기가 쉽지 않다.

    해상필드에서는 0티어(1위~5위)로 손꼽힌다.

     

    “그럼 연다?”

    “아앗!”

     

    그런데도 지고쿠가 실질적으로는 가장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해상필드에서도 0티어도 0.5티어도 아닌 1티어(11위~15위)에 머무르는 이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톡톡 튀는 마이페이스 악성향의 진가가 눈앞에서 발휘됐다.

     

    탕!

     

    총소리와 함께 끼익 하고 열리는 문고리.

    어두컴컴한 마수창고 속에서 바닥을 기며 오물을 먹는 <오물꿀렁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야, 겨우 이딴 걸로 쫄았냐?”

    “아직 더 있어요!”

     

    그 뒤로는 검처럼 기다란 손톱을 지닌 소형 생물체 <클로맨>이 벽을 짚으며 나왔다.

     

    “하, 그래봤자 한 방 감인 걸로 엄살은.”

     

    모험가들도 등급이 있다.

    석패, 동패, 철패, 은패, 금패, 백금패.

    오물꿀렁이는 가장 낮은 등급의 모험가인 석패급 모험가들이 하수구 청소를 할 때에 상대하는 가장 만만한 몬스터였다.

    그렇지만 마수창고에는 보통 오물꿀렁이들이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마수들의 오물을 오물꿀렁이가 해결하며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클로맨이었다.

     

    ‘쟤는 다른 몬스터들에게 상처를 입혀서 보통은 마수창고에 같이 두지 않는 몬스터인데?’

     

    동패급 모험가들이 주로 토벌하는 몬스터이긴 해도 특유의 공격성 때문에 격리가 필수적인 몬스터.

    그런데도 격리하지 않고 같은 창고에 넣었다.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로맨의 공격성을.

    창고 안에 있는 다른 몬스터가.

     

    “키야악!”

    “어?”

     

    클로맨들의 뒤로 나타난 사납게 울부짖는 몬스터를 보고 지고쿠의 얼굴이 굳었다.

    바다 위의 해적에게도 악명이 자자한 육지의 몬스터가 나타났다.

    <균류>, <식인>, <기생>, <가스> 속성이라는 까다로운 속성을 잔뜩 지닌 몬스터.

    버섯기둥에서 자라난 상어처럼 날카로운 이빨로 생물체를 물어뜯는 몬스터 <빨간이빨버섯>이었다.

     

    “비켜, 오크노디! 당장 쏴죽여야해!!”

    “안 돼요! 빨간이빨버섯은 함부로 베거나 상처를 입히면 미친 듯이 사방으로 균을 뿜어낸다고요.”

     

    균류몬스터가 이래서 무섭다.

    덜컥 해치웠다간 사방으로 퍼지는 생체가스에 중독되어서 몸 안팎으로 작은 버섯들이 자라난다.

    누군가가 해치운 빨간이빨버섯이 근처에 있던 불운한 생명체의 살을 먹으며 자라나는 끔찍한 목격담을 들은 사람은 동의할 수밖에 없다.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끔찍한 몬스터가 버섯몬스터라는 사실을.

    심지어 저것이 끝이 아니다.

     

    “키야악!”

    “키약! 키약!”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빨간이빨버섯 여러 기.

     

    쿵. 쿵.

     

    그 너머로 창고 문 가득 얼굴을 들이밀며 밀려나오는 훨씬 커다란 버섯몬스터.

     

    <마더급 빨간이빨버섯>

     

    공격받지 않아도 스스로 균을 뿜어내며 종을 널리 퍼뜨리는 상위개체.

    마더급 빨간이빨버섯까지 한 마리 나타났다.

     

    “도망쳐요, 지고쿠. 가서 교관님을 불러와요.”

    “너는 어쩌고?”

    “버섯들이 얌전하게 구는 울음소리를 알아요.”

     

    자이언트킹크랩이 천적인 문어울음소리를 두려워하듯이 빨간이빨버섯도 천적의 울음소리를 두려워한다.

    공격하는 대상의 육신에 보복이라도 하듯이 기생하며 자라는 버섯몬스터에게도 천적은 있다.

    기생 자체가 불가능한 <화염정령>.

    불로 균을 전부 불태우고, 억지로 붙어보려 시도해도 몸 자체가 살이 아닌 불로 이루어져 있어 평범한 버섯은 양분을 빼앗을 수 없는 하드카운터 종족.

    그중 절대 다수를 이루는 세상에서 가장 흔한 화염정령은 바로 화염견!

     

    “활활! 활활활!”

     

    불속성 개가 지르는 울음소리에 깜짝 놀란 버섯몬스터들이 뒤로 물러났다.

    내 말이 자기만 살려보내려는 거짓말이 아님을 깨달은 지고쿠가 이를 악물고 뒤돌아 달렸다.

     

    “먼저 죽으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활활!”

     

    개 짖는 소리를 내며 대답하니 지고쿠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아카데미 본관건물을 향해 달렸다.

    10초. 20초. 30초.

    지고쿠가 충분히 멀어졌다 싶을 즈음, 나는 개 짖는 소리 내기를 그만두었다.

     

    “휘유. 나까지 깜짝 놀랐네!”

     

    자세히 보니 버섯들은 균류억제장치를 차고 있었다.

    체내의 균류발사기관의 작동이 억제당하고 있어서 먼저 공격만 하지 않으면 균을 뿜지도 않고, 공격성도 제어되어서 호전성도 보이지 않는다.

    손톱을 가위처럼 찰칵거리는 클로맨들도 자세히 보니 빨간이빨버섯에 조종당하는 상태인지라 버섯들의 뜻에 따라 공격성을 제어당하고 있었다.

     

    바들바들.

     

    심지어 요것들은 자세히 보면 눈을 마주칠 때마다 두려워하고 있다.

    애초에 인간에게 사로잡혀 강제로 균류를 배출하지 못하는 몸으로 개조된 채 어두컴컴한 마수창고에 갇혀있던 상태.

    인간들 두려워하면 두려워했지, 감히 공격할 엄두를 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위급한 상황인 척 행세했던 이유.

     

    “흥. 지고쿠는 한 번 혼나봐야 해.”

     

    손버릇 나쁜 지고쿠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함이다.

    함부로 마수창고를 열었다가 큰 일이 날 뻔했다.

    운 좋게 잘 보관된 친구들이라 망정이지.

    정말 사나운 마수가 들어있었으면 참사가 벌어질 뻔했다고?

    지금만 해도 그렇다.

    버섯들의 상태를 알아본 내가 공격을 못하게 막아서 겨우 잠잠해졌지.

    마냥 몬스터가 나오면 공격해야 한다는 1차원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돌격했다간 교관이나 교수님들이 오는 사이에 균에 잔뜩 감염될 뻔했다.

    구조를 오기 전에 죽으면 그대로 데드엔딩.

    운 좋게 구출되어도 집중치료실 신세는 면치 못했다.

    치료에 드는 포인트가 뭉텅이로 깎이고 못 들은 강의 때문에 주어지는 벌점은 덤이다.

    나 덕분에 학점도 시간도 아꼈으면 잠깐 가슴 졸이는 것쯤은 겪어도 싸지!

     

     

    * *

     

     

    지고쿠는 자신이 바다출신이라는 것이 지금만큼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끽해봐야 미믹이나 생각했다고.’

     

    해상몬스터는 육지에 올라오면 무기력하다.

    육상몬스터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제 경험에 빗대어 손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제 멋대로 내린 판단이 사고로 이어졌다.

    절대로 공격하면 안 되는 위험한 버섯몬스터.

    심지어 주변에는 호전적인 클로맨들도 존재한다.

    오크노디는 버섯몬스터들을 내쫓는 울음소리를 내면서 수많은 클로맨들의 공격에 맞서야 한다.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교관들이나 교수님이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서, 혼자서, 이 쏟아지는 폭우와 불길한 던전들의 입구에서.

     

    “도와줘!!! 누구라도 좋으니까 제발 도와줘!!!”

     

    정신없이 달리며 소리치고 도움을 요청했다.

    본관까지는 너무 멀어.

    오는 데만 이미 30분이 걸렸다고.

    달리면 3분으로 줄일 거리일지라도 그조차 길다.

    오크노디가 5분을 버틸지, 3분을 버틸지, 아니면 1분 만에 실수를 저질러 쓰러질지.

    실전에서는 무엇 하나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 같은 녀석이 무슨 동정을 해. 난 쓰레기야!’

     

    어린 나이에 실전으로 수중훈련을 받았을 오크노디가 가엽다고 행운의 총알을 준 것이 바로 지난주의 일이건만, 제 손으로 오크노디를 위험에 빠뜨렸다.

    울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그래도 지금은 자신밖에 없다.

    오크노디를 구할 사람들을 모아야할 자신이 늦는다면 그때야말로 정말 오크노디는 죽거나 크게 다칠지도 모른다.

     

    “우선 진정하시지요.”

     

    조급했던 지고쿠의 마음을 청량한 목소리가 강제로 진정시켰다.

     

    “당신은… 입학시험 1차 관문 시험관이었던!”

    “소승을 기억하십니까?”

    “땡중!”

    “…아깝군요. 명호스님이라고 합니다.”

    “오크노디가 위험해. 던전이 잔뜩 있는 곳까지 떠내려간 마수창고에서 나온 버섯몬스터와 클로맨들에게 몰리고 있어!”

     

    명호스님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안심시켰다.

     

    “뒤는 소승이 직접 해결하겠습니다. 지고쿠 신입생은 혹시 모르니 본관에 의료지원을 요청하십시오.”

     

    소매가 넉넉한 도복차림의 스님.

    스님 같기도 하고 도사 같기도 한 묘한 기세의 명호스님이 축지법을 쓰듯이 성큼성큼 수십 미터씩 멀어지며 시야를 벗어났다.

    홀린 듯이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지고쿠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본관을 향해 달렸다.

     

    ‘오크노디가 살 수 있어!’

     

    그녀의 마음은 희망과 안도로 벅차올랐다.

    그와는 반대로 오크노디를 향해 달려가는 명호스님의 얼굴은 차갑게 굳었다.

     

    ‘단단히 사달이 나겠구나.’

     

    버섯몬스터는 아이러니하게도 조우했을 때 강한 모험가일수록 죽을 확률이 높다.

    약한 모험가는 싸울 엄두도 못 내고 도망가고, 어정쩡한 모험가들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조심스럽게 몸을 뺀다.

    그러나 강한 모험가들은 뭐든 잡아볼만하다 싶으면 싸워보기 마련이다.

    버섯몬스터의 악명을 아는 이들은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겠지만 모르는 이들은?

    더 많은 기생포자를 뒤집어써서 더 빨리 죽는다.

    불행히도 오크노디는 같은 1학년 사이에서도 비교가 힘들 정도로 정말로, 현격히, 매우 많이, 압도적으로 강한 학생이었다.

    주먹질 한 번에 버섯몬스터를 산 채로 터뜨려서 포자를 전신으로 뒤집어쓸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도착하는 수십 초 사이에도 죽을 수 있다.

    명호스님의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활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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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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