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5

        

       생각보다 쉽지 않군.

         

       어린 사자라고 만만히 봤다가 망할뻔했다.

         

       “속이 정말 음흉한 작자로군.”

         

       자신에게 물어본 문제에 대해 답을 찾지 못한다면 요아네스 전하께서 에피루스와 에집을 취한 걸 밝히려 했겠지.

         

       그렇게 해서 배신감 느낀 대귀족들이 대공 자신이 아닌 요아네스 전하에게 화살을 돌리게 하려는 수작을 뻔히 알고 있다.

         

       그러니 요아네스 전하께서도 쉬이 세금 개혁안에 동의하시지 않았던 거겠지.

         

       비록 황제 암살 미수로 어쩔 수 없이 동의 하시긴 했지만…

         

       만약 대공이 마지막에 배신한다면, 정말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우선 대공은 법안을 수정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번 거로 충분하다.

         

       그사이에 우리는 엄청난 군용을 꾸릴 것이다.

         

       이미 제국과 바빌론 제국의 규모가 제법 있는 용병단들과는 모두 협상 중이다.

         

       곧… 그들과 계약이 끝난다면 너의 생각, 너의 계획은 모두 종이 쪼가리가 될 것이다.

         

       너의 계획 따위 내가 무위로 되돌려 주마.

         

       오만하게 벌써 승자인 양 행동하는 네가 놀라 당황하는 모습이 벌써 기대가 된다.

         

       시간… 조금만 더 시간을 얻게 되면 그때는 네가 나한테 살려달라고 구걸하겠지.

         

       여황제고 대귀족이고 더 이상 우리는 그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것이다.

         

       때가 되면 말이다.

         

       자신을 이곳까지 볼모로 삼은 데비앙을 생각하며 이를 간다.

         

       “기필코… 너는 무너지게 될 것이다.”

         

         

         

       ***

         

         

         

       그날 테오도라의 야시시한 이벤트가 끝나고 꽤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그녀와의 만남을 최대한 피했다.

         

       잠을 잘 때도 웬만하면 대공부에서 잤으니까.

         

       덕분에 황궁에서 나와 테오도라가 싸웠다는 소문이 퍼진 거로 알고 있지만, 솔직히 별거 중인 이 상황에 나는 크게 만족한다.

         

       최소한 내가 잡아먹힐지 봐 걱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물론 여기서 마냥 논 것은 아니다.

         

       세금 개혁안에 대해 고심을 많이 했다.

         

       만에 하나 내전이 터지면 요아네스에게 화살을 돌릴 수 있겠지만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

         

       만약 내가 의도한 대로 안 간다면?

         

       아니면 의도한 대로 흘러갔지만 너무 많은 국력이 소모된다면?

         

       혹여나 전쟁이 장기화가 되거나, 행정망이 무너진다면 제국을 관리하기 쉽지 않아진다.

         

       거기다가 나는 요아네스만 상대해야 할 게 아닌 마족 숭배자들도 상대해야 한다.

         

       전쟁이 장기화가 돼서 그들이 활개 칠 공간을 만들어 줄 생각은 없다.

         

       “후우… 어쩌지? 세금 개혁은 나중으로 미뤄야 하나?”

         

       만에 하나 내전이 터지고 장기화가 된다면 그때는 마왕의 부활을 멈추기 힘들 것이다.

         

       “지금도 어디서 음흉한 짓거리를 할지도 모르니까… 하아… 복잡하네.”

         

       그래서 장고 끝에 내린 생각은 우선 세금 개혁은 당분간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까 생각 중이다.

         

       최소 세금 개혁을 하려면 에피루스와 에집을 내 손에 들고 있어야 할 거 같다.

         

       그 후에 마족 숭배자들을 전부 쳐내고 나서 내전을 일으켜 권력을 공고히 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지.

         

       물론 죽어 나가는 제국민을 생각하면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식량을 이용해 대귀족들을 견제하는 수밖에…

         

       그거 말고도 신경 써야 할 게 더 있다.

         

       저번에 노골적으로 유혹하던 테오도라를 생각하면 언젠가 다시 잠자리를 갖기 위해 시도할 거라 짐작할 법하다.

         

       “진짜 일이 꼬이네.”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생각한다.

         

       어떻게 되는 일이 이렇게 없냐?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면 무언가 상이 떨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솔직히 나 혼자 이곳을 살리려고 아등바등하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없네.

         

       전생에 내가 죄를 많이 지어서 그런가? 딱히 나쁜 짓 한 건 없는 거 같은데?

         

       내가 그렇게 복잡한 생각을 할 때.

         

       -똑똑!

         

       [황제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경비병의 말에 내가 심드렁히 답한다.

         

       “안으로 모셔라.”

         

       -끼익.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테오도라가 한 손에 종이 백을 들고 있다.

         

       “응? 그건 뭐야?”

         

       내 말에 테오도라가 성큼성큼 다가와 내 책상에 커다란 상자를 올린다.

         

       “어? 이건 몽디크 아니야?”

         

       내 말에 테오도라가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요. 당신 선물이에요.”

         

       “선물?”

         

       의아한 테오도라의 말에 상자를 열자…

         

       친숙한 만년필이 보인다.

         

       “이… 이건?”

         

       어머니한테 선물 받은 만년필과 생김새가 너무 비슷하다.

         

       내가 살며시 캡을 열어 살펴본다.

         

       익숙한 모양의 닙 모양.

         

       금닙 위에 각인된 라이언 가문의 문양과 촉감…

         

       하지만 같은 만년필은 아니다.

         

       내가 쓰던 만년필은… 원래 아동용이니까.

         

       “전 대공비께서 당신을 위해 요청했던 대로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다행히 주문 제작이다 보니 주문서가 남아있다고 해서…”

         

       그 말에 내가 조용히 만년필의 끝부분을 돌린다.

         

       부드럽게 피스톤이 돌아가는 감각에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펜촉을 잉크에 담가 피스톤을 잠근다.

         

       “당신이 원래 쓰던 건 원래 아동용이라 성인 남성 크기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내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종이 위에 글씨를 써본다.

         

       -슥… 스륵…

         

       [데비앙 라이언.]

         

       “아아…”

         

       내가 오랫동안 써온 만년필과 거의 흡사한 느낌에 소름이 돋는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만년필은 오래 사용하면 촉이 마모되면서 자신만의 필기감을 주는데, 이것은 마치 내가 10년 동안 써온 만년필 필기감과 놀랍도록 같다.

         

       “일부러 당신 만년필 펜촉 끝부분을 여기다가 달았는데 느낌 어때요?”

         

       어떠냐고…? 그걸 말이라고 할까?

         

       그 어떤 사람도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용한 물건에는 애착이 들 수밖에 없다.

         

       내가 어렸을 적 처음 글자 공부를 하던 때부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로만에서 대공부를 운영할 때까지…

         

       가히 나와 함께한 동반자라고 할법하다.

         

       그러니 기뻐할 수밖에 없다.

         

       “정말 고마워. 테오도라.”

         

       평온한 말투지만 그 안에 내 행복과 기쁨을 숨길 수는 없을 것이다.

         

       만년필이 부서졌을 때. 얼마나 서운했던가?

         

       좋았던 추억, 나쁘고 힘들었던 추억을 함께한 물건이다.

         

       그녀가 내 표정을 보고 미소 짓는다.

         

       “후후, 당신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네요.”

         

       “좋아할 수밖에 없지. 이건… 어머니가 사주신 거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이 만년필이 주문 제작인지 몰랐다.

         

       그래서 얼마든지 비슷한 만년필을 구할 거로 생각했는데. 저번 백화점에 가서 마음에 딱 맞는 만년필이 없었지만 당장 써야 하기에 급하게 산 거에 가깝다.

         

       내가 만년필을 보며 이 친구와 함께했던 순간을 회상한다.

         

       “그러고 보니. 저는 아직 당신에 대해 잘 모르네요.”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테오도라.

         

       “당신 무슨 색 좋아해요?”

         

       뜬금없이 그녀의 물음에 별생각 없이 답한다.

         

       “파란색.”

         

       “이유는요?”

         

       “별생각 없는데? 그냥 보면 좀 편안하다랄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테오도라.

         

       “그럼 좋아하는 음식은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한식이지만, 이곳에서는 한식이 없으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나는 딱히 가리는 건 없어.”

         

       “그럼… 음…”

         

       또 무엇을 물어보려는 걸까? 좋아하는 예술가나 음악?

         

       뭐든 어떨까? 이런 커다란 선물을 해준 그녀인데.

         

       하지만 그녀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되묻는다.

         

       “당신은 왜 저한테 이런 거 안 물어봐요?”

         

       속으로 뜨끔하며 답한다.

         

       “그거야… 알고 있으니까?”

         

       내 말에 테오도라가 놀랍다는 듯 말한다.

         

       “에이 거짓말!”

         

       “진짜인데?”

         

       내 말에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어본다.

         

       “그러면 제가 좋아하는 색깔은요?”

         

       그 말에 잠깐 머릿속에 있는 원작을 뒤져서 말한다.

         

       “붉은색.”

         

       “그러면 제가 좋아하는 음식은요?”

         

       “티아마트의 젖꼭지.”

         

       이곳에 존재하는 신 엘의 여동생인 티아마트 여신의 이름을 딴 디저트다.

         

       젖꼭지라고 해서 외설스러운 음식이라 느끼겠지만 달콤한 초콜릿이라 이곳에서 꽤 인기가 많은 음식이다.

         

       하지만 내 말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어본다.

         

       “어? 어떻게 알았어요?”

         

       그녀의 말에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한다.

         

       “말했잖아. 사랑한다고, 사랑하는데. 당신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내가 모르는 게 말이 안 되지.”

         

       그냥 원작을 유심히 보면 알게 된다.

         

       애초에 사랑하기에 다 안다는 게 얼마나 우스운 말인가?

         

       막말로 나는 테오도라 외에도 다른 히로인들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심지어 성감까지 전부 알고 있다.

         

       그럼 나는 4명을 다 사랑하는 희대의 바람둥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애초에 나는 용사 이서준만큼 호색한 사람이 아니다.

         

       남녀는 1대1이 제일 좋은 거지.

         

       굳이 여자가 여러 명 있어야 할 필요도 못 느끼고.

         

       하지만 테오도라에게 내 말이 다르게 느껴졌는지… 얼굴을 한껏 붉힌다.

         

       “그… 그렇군요. 몰랐어요.”

         

       응? 뭘 몰라?

         

       그냥 테오도라 기분이나 좋아지라고 던진 립서비스인데. 얼굴까지 한껏 붉히는 걸 보며 의아하다.

         

       “뭐가?”

         

       내 말에 한껏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머뭇거리며 말한다.

         

       “그게… 저는… 당신이 모를 줄 알았는데. 고마워요… 과분한 사랑을 줘서… ”

         

       그녀의 모습이 조금 당황스럽다.

         

       아니 얼마 전에는 야한 속옷을 입고서 대놓고 유혹하던 주제…

         

       지금은 마치 시골 소녀처럼 별거 아닌 일에 얼굴을 붉히는 걸까?

         

       여자라는 생물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크흠… 그리고 저 화 안 났으니까. 오늘부터 신혼 방에서 자요.”

         

       어…? 잘못하면 나 잡아먹히는 거 아닐지 하는 두려운 마음이 생기다가 이내 머릿속에서 한 가지 사실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까 어제부터 테오도라 생리 기간이지?

         

       건강한 여성은 한 달에 한 번씩 생리한다.

         

       뭐 내가 변태여서 그녀의 생리주기를 아는 건 아니고… 같이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아마 생리 기간에는 나를 유혹하지 않을 테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응, 오늘은 침실로 가서 잘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테오도라가 이내 붉어진 얼굴로 방을 빠져나간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민_743님 후원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늘도 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아마 내일부터는 이시간때로 고정될거 같습니다.

    다들 사랑해요!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