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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다이튼이 집 근처 가게에서 음료수를 하나 사와 건넸다.

    콜라였다.

    “자, 마셔.”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학생인데 배달 일 하는거야?”

    “예, 뭐……. 평소에도 돈을 좀 벌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래, 그래. 건전하게 돈 벌면 좋지. 만나서 반갑다, 진짜.”

    몇주 전만해도 불건전하게 삥을 뜯는 것으로 돈을 벌던 테너는 속으로 뜨끔했다.

    그러고보면, 배달을 시작한 것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제이크가 갑작스럽게 더이상 삥 뜯는 것은 그만두자며 호소해왔기 때문이었지 않던가.

    ‘뭐, 그런 일이 있었으니.’

    아무튼, 테너는 다이튼형과 오랜만에 나누는 대화가 꽤 좋았다.

    최근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전혀 몰랐는데 말이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을까?”

    “이 주변 지역 배달대행은 제가 거의 다 하거든요.”

    그렇다보니 계속 배달을 시켰다면 언젠가 분명 만나기는 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우연속에서도 필연적인 무언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다이튼은 고개를 끄덕이고 호탕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주로 근황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이제 숲지기시라는거죠? 역시 형은 대단하네요.”

    “그래, 그래. 아주 힘들었지.”

    다이튼의 머릿속에 숲지기가 되려고 공부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스쳐지나갔다.

    흔히들 뼈를 깎는 고통이라고 하던가?

    사실 공부하는 것 보다는 돈 버는게 더 힘들었지만.

    “근무지가 어딘데요?”

    “루크 숲.”

    “우와……. 개빡센데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제일 돈 많이 주니까. 디아나, 걔는 좀 풍족하게 자랐으면 해서.”

    디아나.

    다이튼이 성인이 되어 시설에서 벗어나면서 디아나를 제대로된 집에서 키우고 싶다며 함께 시설을 나갔던 때가 떠올랐다.

    그러고보면, 다이튼이 너무 어려서 제대로 서지도 못하던 디아나를 엄청나게 많이 신경썼던 때가 있었다.

    하나남은 가족이라면서…….

    “디아나는 잘 컸나보네요.”

    “그렇지, 그때랑 비교하면 되게 많이 컸지.”

    다이튼의 표정이 아련한 추억에 젖어갔다.

    그러고보면, 다이튼은 시설에서도 디아나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맏형노릇을 해왔다.

    그때 그 모습은 되게 멋져서, 어딜 가든지 분명 성공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멋있어질 줄이야…….’

    몸도 엄청 탄탄해져서 몰라볼 정도에, 행동거지도 굉장히 당당하다.

    확실히 성공한 삶이라는 느낌이 느껴진다.

    테너의 마음속에서 다이튼에 대한 존경심이 마구마구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묻고싶은 것이 떠오른 테너.

    “아, 그런데. 디아나 말고 다른 꼬마는 누구죠? 그, 금발머리 수인이요. 디아나 친군가요?”

    “루크 말이야?”

    ‘이름이 루크인가?’

    살짝 촌스럽긴 하지만 나름대로 흔한 이름이다.

    그런데 루크는 남자애한테 지어줄법한 이름이 아닌가.

    테너의 질문에 다이튼은 잠깐 눈을 감고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을 하다가 아, 하는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걔는 직장동료의……. 딸? 같은거야.”

    “딸……. 같은거요?”

    “응.”

    다이튼은 그 이상 자세한건 설명하기 귀찮기도하고, 그럴 이유도 없으니 생략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테니까.

    “음…….”

    다이튼의 답변에 테너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무력은, 숲지기인 부모에게 영향을 받은건가?

    그거 엄청나게 살벌했는데.

    테너는 회상된 공포에 살짝 몸을 떨었다.

    ‘숲지기는 다 괴물밖에 없나보네.’

    저 조그만 꼬마조차 그렇게 강한데, 제대로 된 숲지기인 다이튼은 또 얼마나 강할까.

    그런 단체에 다이튼이 들어가 있다니, 테너는 형이 또 한번 대단해보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공포감을 심어준 꼬마녀석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이 공포심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지.

    고작 10살짜리에게 품는 감정이라고는 입 밖으로 낼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감정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형, 저도 형처럼 강해지고 싶어요. 어떻게하면 되죠?”

    “그러냐?”

    다이튼은 후배가 의욕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며 미소지었다.

    불타는 향상심이 한명의 아이를 어엿한 어른으로 벼려내는 것을 알기에.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것이 무리도 아니리라.

    “그럼, 내가 다니던 도장을 소개시켜줄게.”

    “가끔 스파링도 해줄 수 있죠?”

    “뭐, 그쯤이야?”

    사실은 그 다이튼마저도 무력으로 루크의 한참 아래인걸, 테너는 알리가 없었다.

    ———

    테이블 위에 치킨을 세팅해두고 다이튼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루크와 디아나.

    그런데 디아나는 그렇다쳐도, 루크의 시선도 치킨에 고정되어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난생 처음으로 맡아보는 배달치킨의 매력적인 향취가 루크의 시선을 강제했기 때문이리라.

    ‘향이 굉장하군…….’

    달콤한듯 눅진한 치킨의 향은 여태껏 맡아온 그 어떤 음식의 향과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식욕을 돋궜다.

    향만으로 이미 입 안 전체가 침으로 축축해져서 큰일일 정도로.

    살짝 입을 벌리는 순간 칠칠치못하게 침을 흘려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루크는 연신 침을 삼켰다.

    그러고 있으니 마치 고문이라도 당하는 기분이었다.

    당장 식사를 시작하라는 본능과, 집의 주인이 오지 않았는데 식사를 시작할 수 없다는 본능수준으로 각인된 식사예절이 루크의 머릿속에서 팽팽한 접전을 이뤘다.

    결국 루크는 이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이튼이 늦는구나. 대체 어디서 무슨 대화를 이토록 오래 하고 있는지.”

    “그러게, 할 말이 되게 많나봐.”

    금방 대화하고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는지, 다이튼은 휴대폰도 따로 챙겨서 나가지 않았다.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막연히 기다려야 하는 것이 답답하다.

    잠깐이지만 마법을 쓸까,하고 고민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다이튼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방식.

    결국 지금은 쓸 수 없다는 점에서 휴대폰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흠.”

    그 배달부가 과거 다이튼의 ‘시설’동료였다니.

    그런 우연이 다 있단 말인가.

    ‘꽤 낯이 익어보였는데.’

    헬멧으로 대부분의 얼굴이 가려져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는 분명 누군가와 닮아있었다.

    어디서 봤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지만.

    ‘뭐, 중요한 녀석은 아니었을테지.’

    아무리 기억력이 뛰어난 루크라고해도, 굳이 기억하기 싫은 것도 모조리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는 없었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냥 그런 인물중 하나였겠지, 싶어서 그냥 어디 지나다니면서 봤겠거니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으니, 디아나가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그냥 먹자, 식으면 맛 없으니까!”

    “음…….”

    루크는 살짝 고민했다.

    본래 집주인이 오지 않았다면 식사를 시작해선 안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었다.

    ‘집주인이 없는 경우엔 안주인이 주인을 대신한다.’

    하지만 다이튼은 현재 미혼. 그렇다면 디아나가 현재 ‘안주인’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봐도 좋지 않을까.

    루크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 먹도록 하지.”

    그냥 먹어버리기로.

    이것은 늦은 다이튼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다리 하나는 내꺼!”

    디아나는 바로 손을 뻗어서 다리부터 집어올리며 외쳤다.

    “음.”

    루크도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것은 식사에 딱히 식기를 사용하지는 않는 모양이로군.’

    루크도 적당히 디아나를 흉내내며 한 부위를 집어들어 입가로 가져갔다.

    혹시 입 안의 침이 흐를까 염려하며 조심스럽게 한입을 씹는다. 

    이빨과 혀에 치킨이 닿자마자, 루크는 놀라서 곧장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마, 맛있어.”

    맙소사. 

    다이튼의 닭꼬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과 식감이 아닌가.

    자극적인 면에서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파삭, 하고 이빨에 부서지는 튀김옷, 그 안쪽으론 말랑한 속살은 기름기를 충분히 머금어서 쫄깃하고 짭짤한 육즙이 배어나온다니?

    어떻게 이런게 ‘배달’로 느껴볼 수 있는 맛이란 말인가?

    루크는 들고있던 한 조각을 순식간에 뼈만 남도록 만들어버렸다.

    그리 식사를 이어나가고 있으니, 디아나가 루크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언니, 이거좀 따조.”

    “음, 이건?”

    그것은 치킨에 동봉된 콜라캔이었다.

    디아나의 연약한 악력으론 콜라캔을 딸 수 없었던 모양이다.

    비록 루크가 음료수가 담긴 캔을 따본적이 한번도 없긴 하지만, 비슷하게 생긴 통조림으로 이미 충분히 그 구조에대한 지식을 학습해왔기에 ‘어떻게’ 캔을 따는 것인지는 루크도 알고 있었다.

    루크가 어렵지않게 힘을 주어 캔을 따자, 픽-!하고 바람이 터져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루크는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내부에서 공기가 빠져나왔다면 음료의 변질을 의심해봐야 하기에.

    보통 음료에서 가스의 생성은 발효를 뜻한다.

    그리고 제작자가 원치 않는 발효는 상하는 것과 동일하고.

    루크는 디아나에게 말했다.

    “디아나, 이 음료는 변질이 의심된다. 마시지 않는게 좋겠구나.”

    “뵨질……?”

    변질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디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루크는 말을 정정했다.

    “……그러니까, 상했다는 말이다.”

    “콜라도 상해?”

    “그야 상하지 않겠느냐?”

    세상에 불멸하는 것은 없으니, 당연히 이 음료에도 그 음용가능한 시간에 한계란 있을터다.

    그러나 디아나는 고개를 저었다.

    캔에 담겨진 콜라가 상하는걸 디아나의 인생에선 본 적이 없었으니까.

    안 상했을걸? 이라며 고집을 피우는 디아나를 설득하기 위해 루크는 콜라를 컵에 따라내며 말했다.

    “아니, 보거라. 색깔도 새카맣고……. 뭔가 거품도 올라오고 있잖느냐.”

    “그거는, 원래 그런건데?”

    “허……. 그리 고집을 피워도…….”

    루크는 난처한 표정을 지어냈다.

    어떻게 설득을 해도 디아나에겐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디아나를 설득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가 맛을 보고 단언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럼 내가 한번 마셔보고 말해주겠다.”

    “알았어.”

    루크의 제안엔 디아나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루크언니가 혼자서 콜라를 마시려고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디아나는 루크를 믿었다.

    ‘그야, 루크언니는 정령소녀인걸.’

    디아나가 알기론, 정령소녀는 거짓말따위 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루크는 컵에 담긴 불안한 액체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리봐도, 독극물같이 생겼다.

    비슷한 걸 마계에서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마계의 로커스트의 체액이 이런 식으로 부글거렸던 것 같은데.

    그 끔찍한 벌레녀석의 생각을 하니 식욕이 왕창 떨어지고 말았다.

    “음…….”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 시대에 마계와의 연결점은 없으니까, 분명 로커스트의 체액은 아닐 것이다.

    놀랍도록 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말이다.

    ‘마셔보고 이상하면 바로 뱉어내면 되겠지. 뭐, 내 몸이라면 독극물도 견딜 수 있을 테고.’

    자신이 직접 설계한 키메라의 몸은 웬만한 독극물엔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드래곤하트만으로도 이미 강인한 몸인데, 거기에 특별한 마수의 신체까지 녹여냈으니.

    디아나가 마시고 잘못되는 것 보다야 자신이 감당하는것이 제일이지 않겠는가.

    후룹, 하고 살짝만 머금어본다.

    달다. 그것도 굉장히.

    지나칠정도로 단맛이 마치 끈적거린다고 생각될 정도다.

    ‘보기와는 다르게, 엄청나게 달군.’

    아무래도 몸에 좋을 것 같지는 않지만, 확 느껴지는 독성은 없었다. 딱히 상했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고.

    어쩌면 너무 조금이라서 그런걸까?

    결국 루크는 눈을 딱 감고 한입을 머금었다.

    “으풉!”

    루크는 곧바로 입을 막았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입 안에서 음료를 뿜어버렸을지도.

    입 안에서 타닥거리는 탄산은 살짝 맥주와 닮았다.

    그러나 그 강도가 비교도 안되게 강하다는 차잇점이 있다.

    마치 입 안을 망가트리려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했다.

    루크는 겨우 그것을 목으로 넘기고는 인상을 잔뜩 구긴채 컵을 내려놓았다.

    “이거, 먹지 말거라. 많이 상했나보군. 으, 아직도 혓바닥이 얼얼하다.”

    그 행동을 맞은편에서 빠짐없이 본 디아나가 멍하니 루크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언니, 탄산음료 처음이야?”

    “……뭐?”

    “콜라는 원래 그래. 언니, 몰랐구나!”

    “……이게, 원래 이렇단 말이냐?”

    루크는 알 수 없다는 듯 컵을 들어 여전히 탄산을 튀기는 검은 액체를 노려보았다.

    대체 이런걸 왜 마시는걸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는 콜라가 싫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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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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