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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파스텔은 둥그런 빵을 살펴봤다. 다소 단단하고 거친 표면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 쿠키인 줄.

         

       이제 생크림 바르고 딸기 얹으면 케이크가 완성되어야 할 텐데 그렇다고 하기엔 빵의 상태가?

         

       “안에 누구 계시나요~?”

         

       손으로 두드리자 둔탁한 소리가 났다. 빵가루인지 밀가루인지 모를 것들이 튀었다.

         

       “와아!”

         

       진짜 쿠키!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멜리사가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과한 밀가루가 거칠고 건조한 반죽을 만들게 했어요. 그대로 구웠으니 거의 밀가루 구이가 된 거죠.”

         

       완전 똑똑한 발언!

         

       파스텔은 화들짝!

         

       부엌이 소란스럽자 괜히 기웃거리던 앨시어가 멜리사를 바라봤다.

         

       “안 말렸어?”

       “말렸어요……. 밀가루도 그렇고 설탕도 많이 넣으면 안 좋다고요. 맛과 별개로요. 설탕은 오븐 환경에서 액체가 되거든요. 과하게 넣으면 반죽이 질척해지고 결국 푹신한 빵이 아니라 점토 구이가 돼요.”

       “점토 구이.”

         

       앨시어가 중얼거렸다. 완성된 점토 구이를 내려봤다. 밀가루도 많은 덕에 모래가 과하게 섞인 점토 구이와 비슷했다.

         

       “응, 점토 구이.”

         

       시선이 파스텔을 돌아봤다. 이 설명을 듣고도 뭘 만든 거냐는 질책.

         

       파스텔은 갑자기 억울해졌다.

         

       “왜 그래? 나쁘지 않은 결과물인데?”

         

       비록 멜리사 설명을 듣고.

         

       많은 밀가루는 건조하게 만들고 많은 설탕은 질척이게 만드니 둘이 환상의 시너지를 일으키면 슈퍼 울트라 멋진 케이크를 만들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가 정말 환상의 시너지로 그냥 푸석하고 질척이는 점토를 구워 버렸지만 이건 이것대로 좋은 거야!

         

       파스텔은 쿠키 친구를 들었다.

         

       “쿠키 친구! 저런 혹독한 평가에 서운해 하지 마! 넌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 못다 핀 꽃인 거야!”

         

       아침마다 악마님 도움을 받아 시간을 들이는 파스텔처럼 원래 외형은 치장이 절반 이상인 법.

         

       생크림 바르기가 남아 있는 쿠키는 아직 절반도 완성되지 않았어!

         

       “이걸, 축하 케이크로 만들게요?”

         

       멜리사가 기겁했다.

         

       “상대가 어떤 분인진 몰라도 좋은 선택 같진 않아요. 듣기론 요즘 평민층도 이런 거친 빵은 안 먹는다고 해요. 기념으로는 더욱요.”

         

       완전 쿠키 친구를 무시하는 발언.

         

       쿠키 친구가 아무리 봐도 빵이 아닌 듯한 외형을 갖추긴 했어도 빵답게 얼마나 맛있는데!

         

       그리고그리고.

         

       생크림 얹은 쿠키?

         

       완전 메이저!

         

       파스텔은 자신감이 차올랐다.

         

       “위대한 발명엔 우여곡절이 있는 거야! 도전을 외친 시점에서 낯선 발명은 이미 예견된 미래!”

         

       전혀 두렵지 않다!

         

       오히려 가슴이 두근두근!

         

       “축하 케이크에 우여곡절이 있어야 할까요?”

       “땡땡! 얘는 축하 케이크가 아니라 축하 쿠키야! 거대 생크림 쿠키!”

         

       응응!

         

       “케이크는 포기했구나.”

       “그러고 보면 차라리 케이크보다는 쿠키 레시피와 비슷하긴 하네요.”

         

       둘의 말은 흘려듣고 생크림을 준비했다. 어차피 케이크가 아닌 거 바르지 않고 물방울 모양으로 큼지막하게 얹었다.

         

       “완성!”

         

       파스텔은 거대 쿠키를 들어 올렸다.

         

       “거대 생크림 쿠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완성했어!

         

       내가 바라던 대로 악마님은 만들어 보지도 못했던 케이크일 거야!

         

       접시에 얹어 악마에게 돌아갔다.

         

       “악마님! 악마님!”

       『흠?』

         

       의자에 앉아 책을 읽던 악마가 돌아봤다.

         

       “이거 보세요!”

         

       접시를 돌리자 큼지막한 물방울 생크림이 따라 회전했다.

         

       “거대 생크림 쿠키!”

       『호오?』

         

       악마가 받아 들었다.

         

       『열심히 만들었군. 쿠키인가. 잘 생각했다. 초심자는 케이크보단 쿠키가 만들기 쉽지. 좋은 판단이다.』

       “드셔보세요! 드셔보세요!”

       『그러지.』

         

       접시가 테이블에 놓였다. 악마가 나이프로 쿠키를 썰었다. 쿠키 파편이 만들어졌다. 유려한 손짓이 나이프로 거대 생크림을 떠 파편에 얹었다. 생크림 파편이 입에 들어갔다.

         

       첫 쿠키 선물.

         

       두근두근 콩닥콩닥.

         

       파스텔의 첫 쿠키는 어떤 맛?

         

       악마가 눈을 감고 음미했다.

         

       그리고 느긋하게 말했다.

         

       『밀가루가 씹히는군.』

         

       허억.

         

         

         

       #

         

         

         

       “학생회 친구들! 나 기다렸지!”

         

       파스텔은 노크 없이 들이닥쳤다. 서류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난잡하게 쌓인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어수선한 헤어스타일 상태로 서류를 뒤적이던 소년이 돌아봤다.

         

       “파스텔!”

         

       다크서클 낀 얼굴이 밝아졌다.

         

       “응! 나 파스텔이야! 안녕 더스틴!”

         

       손을 흔들며 들어섰다.

         

       엘리는 없네. 일 갔나.

         

       테이블에 종이봉투를 놓았다.

         

       “쿠키 같이 먹을래? 무려 남부 군벌의 수제 쿠키라구.”

         

       바로 시범을 보여주다니, 거대 생크림 쿠키가 매력적이었나 봐~!

         

       “아, 고마워. 그런데 캐머롯이 만든 거면 내가 먹어도 되나?”

       “괜찮아! 북부 군벌이 만든 쿠키도 먹을래? 남부가 완성한 반죽에 건포도 하나 얹은 거야!”

         

       겨우 건포도 하나 얹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화룡점정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공작 영애의 서투른 손길이 서린 건포도 쿠키란 말씀!

         

       멜리사가 벨라몬트의 처참한 제빵 실력을 비웃지 않고 만들기 어려운 반죽을 빌려줬다는 데서 관계의 진전을 볼 수 있어!

         

       뿌듯.

         

       “어어.”

         

       여자에게서 쿠키 선물 받아본 적 없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더스틴에게 쿠키를 건네주고 상석에 앉았다.

         

       “후아아.”

         

       몸이 늘어졌다.

         

       “난 역시 현장직보단 관리직 같아. 마음이 편안해지네에. 더스틴은 현장직이 어울리는 것처럼 말이야. 그렇지, 더스틴?”

       “어어.”

         

       쿠키를 집어 살펴보던 더스틴이 얼떨떨해했다.

         

       “먹으며 들어! 오면서 친구들과 인사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어수선하더라구?”

         

       요 며칠 교내에 없던 파스텔과 드디어 만날 수 있어 기쁜 건가 싶기도 했지만 다른 느낌이었다.

         

       다들 눈치를 보는 게 딱 권력자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게 노력하는 태도였다.

         

       “바로 알았어! 아! 또 크래프트의 억울함을 겪게 되겠구나! 나는 하지도 않았는데! 으아아! 하는 직감이 팍팍! 들어서 곧장 왔어.”

       “그거 말인데.”

         

       더스틴이 쿠키 봉지를 조심스럽게 잡아 치웠다. 다크서클 낀 얼굴이 진지해졌다.

         

       “총장 대행으로 호레이스 교수님을 미는 게 맞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부끄럼 없이 마주 보는 진지함이 낯설어서 파스텔은 고개를 갸웃하게 됐다.

         

       “그렇지? 호레이스 선배님이 아카데미 정상화의 최대 공로자시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친밀해.”

         

       뭔가 심각한 일인가?

         

       교수진 다수결로 얼렁뚱땅 총장 대행을 뽑겠다는 정의로운 계획에 문제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선배님이 배신했어?”

         

       총장 선거를 준비하며 많은 교수진의 지지를 받게 되자 권력에 눈이 먼 나머지 파스텔과 대립각을 세우기로 했다던가.

         

       이해타산적으론 좋은 선택이 아니지만 혹시라도?

         

       “아니야. 오히려 사적으로 사업 얘기를 하고 싶다고 네가 돌아오면 바로 알려달라 했어.”

         

       그렇구나.

         

       “그러면 다른 교수님이 경쟁자로 나서기라도 한 거야? 카를로 교수님이라거나?”

         

       과격파 마족의 테러에 협조한 심증이 있어 감시를 지시해 놓은 상태였는데 잘 안됐나?

         

       “그 교수님은 실종되셨어.”

         

       도망가셨구나.

         

       테러 날에 일대일로 만나 경고를 준 게 압박이 됐나 보다. 경고하며 대놓고 관리할 수 있었으니 일장일단인가. 혐의자 체포보단 학생 안전이었달까.

         

       “그러면 누구?”

       “마리우스 교수님.”

         

       마리우스 교수님?

         

       파스텔은 기억을 되새겼다.

         

       마리우스, 마리우스.

         

       뭔가 들어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오.

         

       분홍 눈이 반짝였다.

         

       전혀 모르겠어!

         

       누구세요……?

         

       “일부 교수진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어. 호레이스 교수님도 그 일부를 무시하고 이대로 교수진 다수결을 강행하기엔 차후 아카데미 업무가 꼬일 거라 난감해할 정도로.”

         

       뭐 그런?

         

       설마 강력한 현금의 힘으로 강력한 지지를 손에 넣은 건가?

         

       얼마나 돈이 많길래?!

         

       완전 부럽, 아니아니!

         

       “무엇보다 문제는 그 마리우스 교수님이 등판한 게 크래프트의 의중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교수님들 사이에 번졌어. 그래서 다들 관망하는 태도고.”

       “내가 왜 갑자기? 나 그렇게 돈 많지 않아! 아니아니! 난 모르는 분이야!”

       “그야 그럴게. 총장이 되면 하겠다는 정책이…….”

         

       더스틴이 머뭇거렸다. 시선이 언뜻 빈자리를 향했다가 돌아왔다.

         

       “모든 마족의 하늘섬 추방.”

         

       파스텔은 멈칫했다.

         

       으헤?

         

       모든 마족의, 하늘섬 추방.

         

       “이번 테러를 마족이 일으켰으니까.”

         

       분홍 눈동자가 빈자리를 바라봤다. 더스틴이 돌아봤던 소녀의 빈자리였다.

         

         

       “엘리는 어디 갔어?”

         

       더스틴이 얼굴을 쓸었다.

         

       “휴학했어.”

         

       주변을 둘러보자 난잡하게 쌓인 서류들이 보였다.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 방치된 행정 서류였다.

         

       “미안, 나 혼자서는 무리더라.”

         

       파스텔은 싸한 감각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이건 가벼운 트러블이 아니다. 해결 못 하면 인기인 타이틀을 떼야 할 사안이야.

         

       “에, 엘리 집이 어디더라?”

       “마계겠지.”

         

       해명하기엔 완전 멀어.

         

       더스틴의 시선이 느껴졌다.

         

       파스텔은 벌떡 일어났다.

         

       “나, 난 결백해!”

         

       더스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도 별말은 안 했어. 어차피 업무가 많아 과로사할 지경이니 이참에 좀 쉬겠다고 휴학한 거지.”

         

       으아아!

         

       파스텔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런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만큼 인기인 파스텔은 친구 경험이 부족하지 않단 말이야!

         

       “당장 현황 정리해서 보고해!”

         

       갈아엎어 버리겠어!

         

       인기인 타이틀을 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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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It’s Mental Immunity

No, It’s Mental Immunity

Status: Ongoing Author:
The guardian demonic sword is troubled and in distress, believing it has been ruined because of me. Does striving for advancement through consuming demonic energy seem too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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