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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스으읍, 하아.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온기가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듯한 기분.

       

       그 중독될 것만 같은 기분에 언제까지고 이러고 싶은 기분과 함께,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건가 싶은 자괴감이 엄습했다.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따뜻해···.”

       

       

       최근 시우가 나에게는 비밀로 몰래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그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에 대해 추궁하지 않았다.

       

       아니, 추궁할 생각조차 없었다.

       

       나도 시우 몰래 하는 게 있었으니까.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행위를.

       

       

       “후우···. 좋아.”

       

       

       시우가 보이지 않는 틈을 타 다시 한 번 숨겨두었던 물건을 꺼내 끌어안았다.

       

       살짝 느껴지려던 불안감이 꺼내든 물건을 다시금 끌어안자 완전히 사라졌다.

       

       불안감 대신 느껴지는 것은 안정감과 편안함.

       

       아무리 생각해도 멈춰야만 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숨겨두었던 옷을 바라보았다. 시우는 눈치채지 못한 듯 보였는데.

       

       ···정말로 눈치채지 못했을까?

       

       한동안 시우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다행히 직감이라고 해도 이런 것까지 알아차릴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만약 이걸 시우가 찾아냈다면 밧줄에 목을 매달 자신이 있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요즘 시우는 무언가 자그마한 물건을 가지고 한참을 책상에 앉아있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전혀 보여주려고 하질 않았기에 그게 어떤 물건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좋아. 오늘은 이걸로 끝.”

       

       

       처음엔 시우의 일탈이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그것 때문에 시우의 뒷조사를 지시하기도 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지금은 시우가 부디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만약 시우와 떨어져 있지 않다면 이런 모습을 보여주게 될 테니까.

       

       다른 사람이라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텐데, 시우라고 다르지는 않겠지.

       

       심지어 이 물건의 주인이니까.

       

       

       “···뭔가 약해졌네.”

       

       

       시우 몰래, 그가 잘 확인하지 않는 구석에 만들어 둔 서랍에 셔츠를 집어넣으며 생각했다.

       

       가면 갈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시우가 없어도 이것만 있으면 온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부딪혀버렸다.

       

       분명 처음에는 잠깐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는데, 지금은 더 오래 끌어안아야 온기가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은 하나밖에 없는데.

       

       이걸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하나뿐이었다.

       

       

       “···꿀꺽.”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시우는 없었다.

       

       지금이 기회다.

       

       시우가 눈치채지 못하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이 물건을 바꿔치기한다면 시우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겠지.

       

       이걸 해버린다면 더는 변명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첫 번째는 당황해서 그랬던 거라는 변명을 할 수도 있지만···.

       

       두 번째 행동부터는 그런 변명도 통하지 않을 테니까.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근거리는 심장,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

       

       그리고 불안함에 갈 곳을 잃은 채로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눈동자.

       

       만약 들켜버린다면.

       

       만약 시우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버린다면.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머릿속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움직였다.

       

       한 손에는 시우의 셔츠를 아무렇게나 쥔 채로.

       

       두 눈은 시우가 있는 방 안으로 고정하고, 귀를 쫑긋 세운 채로.

       

       숨을 가볍게 한번 고르고···.

       

       재빠르게 시우의 세탁 바구니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셔츠를 하나 주워든 직후에, 들고 있던 셔츠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도망.

       

       재빨리 거실을 빠져나와 세탁실로 숨어들었다.

       

       

       “···안 들켰나?”

       

       

       또다시 훔쳤다. 이번에는 완전히 나의 의지로.

       

       이제 변명조차 할 수 없다.

       

       신세 지고 있는 사람의 집에서, 그 사람의 옷을 훔치다니.

       

       시우를 향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손에 들린 셔츠를 한번 끌어안자 느껴지는 온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사람이 보면 남의 옷을 끌어안고 있는 변태처럼 보이려나.

       

       하지만 변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변태인 게 아니라, 음···.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우의 옷이 따뜻하단 말이야.

       

       그리고, 그래.

       

       시우도 힘들게 분명하잖아.

       

       맨날 붙어 다니다 보면 귀찮아질 때도 있을 거니까.

       

       그럴 때를 대비해서, 이렇게 챙겨놓는 거야.

       

       절대 별다른 생각은 없다.

       

       거실을 슬쩍 바라보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 한 번 더 끌어안았다.

       

       여전히 따뜻한 셔츠가 내게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

       

       

       

       “···이게 맞나?”

       

       [뭐야, 네가 원하던 거 아니었어? 진도 나갔잖아]

       

       “맞기는 한데···.”

       

       

       주인공의 옷을 끌어안으며 실실 웃어대는 독자님의 모습에 소녀는 당황했다.

       

       뭔가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른데.

       

       독자님이 마치 마약이라도 한 것 같은 느낌으로 셔츠에 얼굴을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뭔가, 조금···. 음습하지 않나?”

       

       

       이상하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소녀는 독자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분명 내가 등을 조금 밀어주기는 했지만, 이런 식으로 악화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는데.

       

       남자 셔츠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는 히로인···?

       

       

       “뭔가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이 년은 진짜···.]

       

       “아니, 진짜로. 생각해 봐. 이건 이것대로 괜찮지 않아?”

       

       

       소녀는 독자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일단 주인공과의 거리감은 상당히 줄어든 게 눈에 보였다.

       

       셔츠까지 비비적거릴 정도면 뭐, 말 다 했지.

       

       

       “독자님은 아무래도 조금 연애에 거부감이 있거든?”

       

       

       이럴 줄 알았으면 여성의 영혼을 가져올걸.

       

       그런 생각을 잠깐 하기는 했었는데, 만약 그랬다면 독자님에게 이렇게까지 흥미를 보이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도달했다.

       

       즉, 이건 어쩔 수 없는 부작용. 소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녀의 목적은 두 명이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되는 것.

       

       주인공은 독자님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문제는 반대.

       

       독자님이 주인공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저 주인공으로서만 대할 뿐.

       

       그것도 최근에는 조금 나아진 모양이었지만···.

       

       이성으로서는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단 말이지.

       

       

       “아멜리아가 조금 더 힘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 미친년?]

       

       “미친년이라니! 우리 아멜리아한테 너무 뭐라고 하지 마!”

       

       

       내가 이 세계에서 제일 잘한 것 중 하나가 아멜리아를 히로인으로 설정한 건데.

       

       흥,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아멜리아가 알게 모르게 시우와 아르테를 이어주려고 잔뜩 노력하는 모습이 얼마나 많이 보였는데.

       

       독자님은 모르는 것 같았지만.

       

       

       “흥. 너희들은 가만히 지켜만 보라고.”

       

       

       만약 그렇고 그런 분위기가 된다면, 며칠 전까지의 독자님이라면 거부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의 독자님이라면 어떨까.

       

       며칠 전이라면 생각하지도 않았을, 남의 셔츠를 훔치고 그걸 끌어안는 독자님이라면?

       

       

       “후, 후후···. 후후후후후후후···.”

       

       [진짜 더럽게 쓸데없는 부분에서 폼잡네···.]

       

       “시끄러!”

       

       

       

       ***

       

       

       

       “···끄응.”

       

       

       시우는 아멜리아에게 받은 실을 노려보았다.

       

       아르테가 조금 걱정되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서 상태가 나아진 모양이라 꼭 눈앞에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그렇기에 최대한 빨리 행동하려고 했다.

       

       ···아르테의 거짓말이긴 하지만.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시우는 넘어가기로 했다.

       

       자신도 그녀에게 비밀로 하고 있는 게 있었으니까.

       

       그래도 걱정되는 건 사실이니 최대한 빨리하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버렸다.

       

       

       “어쩐다···.”

       

       

       분명 실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해보는 작업이다 보니, 이런저런 실수 탓에 쓰지 못할 정도의 길이가 되어버린 실들이 한가득이었다.

       

       직감이 있다고는 해도 손재주랑은 별개인 탓일까.

       

       처음 했을 때보다는 훨씬 실력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걸 더 달라고 할 수도 없고.”

       

       

       2급 마수의 재료다 보니, 직접 살 수도 없다.

       

       재고가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조금만 더 있으면 완성될 것 같았는데.

       

       아르테가 슬쩍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을 때.

       

       그때 당황해서 숨기던 와중에, 실이 살짝 끊어져 버렸다.

       

       마수의 실이기는 하지만, 나도 일단 초인이라 그런가 생각보다 쉽게 끊어지더라.

       

       왜 이렇게 약해?

       

       시우는 괜히 자신의 실수였음에도 실을 노려보았다.

       

       오늘 내로 끝날 수 있었던 작업이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실이 더 있는 것도 아니고···.”

       

       

       단색으로는 조금 별로였으니까, 조금 포인트를 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염료를 사용해 그쪽 부분의 실의 색을 바꿔볼까 했는데.

       

       그 부분을 칠해보기 전에 미리 어느 정도 길이인지 확인하는 작업 도중에 끊어져 버렸다.

       

       

       “하아···.”

       

       

       이제 어떡하지.

       

       한숨을 내쉬던 시우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실, 있었잖아.

       

       문득 고개를 들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검은색의 실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버리겠다고 생각해놓고 까먹어버린 물건.

       

       그 물건이 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굳이 마수의 실이 아니어도 괜찮기는 하지···?”

       

       

       시우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대안, 찾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요즘 전개 탓에 제가 이상한 취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님들이 계실까 봐 하는 말이지만

    저는 냄새페티시 같은 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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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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