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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제작진들의 사과 문구를 보고 이지우가 감탄하며 말했다.

         

       “와…, 쟤네가 사과라니…, 살아 생전에 이런 일을 다 보네?”

         

       이에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토록 뻣뻣하고 연습생들을 부품으로만 보던 나아아 제작진들이 자기들이 잘못했다면서 사과하는 장면은 나도 놀랍긴 했다.

         

       근데 이렇게 감탄할 정도인가?

         

       “쌤, 나아아 제작진들이 사과한 게 그 정도로 놀랄 일이에요?”

         

       이에 물으니 이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당연하지. 이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쟤네 고개가 얼마나 뻣뻣한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설명하는 이지우의 표정이 조금 격양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지우 또한 나아아 제작진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연습생들이 얼마나 간절한지 잘 알면서 맨날 이용하고 논란거리 만들고 그러다가 자기네들이 욕먹으면 다른 논란 만들어서 엎고 중소기업 연습생들 뺏어다가 자기네들 뒤 봐주는 회사에 넘기고…, 아무튼 쓰레기들….”

         

       “…저는 쌤도 이렇게 나아아 제작진들한테 안 좋은 감정 가지고 있는지 몰랐네요.”

         

       “아아…, 전에 댄스학원에서 강사로 있을 때 내 제자 중 한 명이 나아아 제작진들한테 세게 데였었거든. 그때도 논란 엄청 컸었는데 쟤네가 무대응하고 말았었지.”

         

       이지우가 혀를 한 번 차고는 말을 이었다.

         

       “이번에 건든 건 SAV니까. 쟤네들 입장에서도 잘못 건드렸다 싶어서 얼른 사과하는 거겠지. 하여튼 강약약강 치졸한 놈들. 아…, 근데 이번 애 쟤네가 건든 애가 우리 예린이 아는 동생이랬지?”

         

       그리고 그제서야 내가 서유진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아차 하고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네, 저번에 좀 친해졌어요.”

         

       “그러면 다행이네. 아마 저렇게 사과 문구까지 띄어 놓은 걸 보면 방송 안에서도 분량 엄청 밀어줄 거야.”

         

       이지우는 그리 말하고는 내 입에 도넛을 물려 주었다.

         

       …이미 단 걸 너무 많이 먹어서 상당히 물린 채였지만 모니터링실 구석에 쌓인 간식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그렇게 나와 이지우는 간식들을 야무지게 챙겨 먹으며 나아아 7화를 감상했다.

         

       참고로 내가 2위를 하고 유 설이 1위를 했던 2차 순위 발표식은 나아아 6화에서 이미 방영되었기에 나아아 7화는 바로 팀 선정부터 시작되었다.

         

       ‘여기서 유진이가 다른 팀원들에게 모두 거절당했었지….’

         

       과연 나아아 제작진들은 이 부분을 어떻게 편집했을까?

         

       나는 긴장하며 화면에 집중했다.

         

       그리고 나아아 제작진들이 선택한 방법은….

         

       [서유진(SAV) : 저, 저는……, 10위 김세희 참가자로 하겠습니다.]

         

       [한시우 : 김세희 참가자! 서유진 참가자의 지명을 받았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긴장되는 순간.]

         

       [김세희(하일로우) : ……거절하겠습니다.]

         

       …예상외로 정공법이었다.

         

       나아아 제작진들은 편집으로 이것을 아예 없던 일로 만들 줄 알았는데 그냥 그대로 내보낸 것이었다.

         

       ‘근데 이러면 자기네들이 욕을 엄청 먹을 텐데…?’

         

       이에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팀 선정 게임은 위기에 빠진 서유진을 아예 고립 시켜 버리겠다는 악의적인 의도가 들어 있었다.

         

       이를 시청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리도 없는데….

         

       실제로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나아아 실시간 스트리밍 댓글창을 열어 보니….

         

         

       -와 제작진 X새끼들 우리 유진이 죽이려고 X랄X병을 하네

         

       -나이도 처먹을 대로 처먹은 놈들이 고1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거임?

         

       -아니 사과를 하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 시발, 아동학대로 국민청원 한 번 넣어 볼까?

         

         

       서유진을 옹호하는 여론에게 아주 몰매를 맞고 있었다.

         

       안 그래도 서유진이 억울하게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분함에 극도로 날이 서 있던 서유진 팬덤은 그동안 참아왔던 불만을 제작진들에게 쏟아 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Q : 왜 서유진 참가자의 지명을 거절했는지?]

         

       [김세희(하일로우) : 그런 좀 뭐랄까 (서유진 참가자의) 애 같은? 느낌이 너무… (싫었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경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는데…, (서유진 참가자와 함께라면) 좋은 무대를 보일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

         

       “…….”

         

       김세희 그러니까 서유진의 지명을 거절했던 참가자의 개인 인터뷰를 보고…, 나와 이지우 동시에 같은 냄새를 맡고 침묵했다.

         

       이것은…, 이제는 조금 익숙한…, 악마의 편집의 냄새였다.

         

       “…설마?”

         

       그리고 다음 장면과 시청자 반응을 보며 우리는 나아아 제작진들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Q : 그렇다면 혹시 가고 싶은 팀이 있는지?]

         

       [김세희(하일로우) : (서유진 참가자 팀만 아니면) 다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 시발년이 뭐라냐

         

       -우리도 너 싫어 시발.

         

       -지는 얼마나 잘났다고 유진이를 까는 거지?

         

       -좆소 출신이 SAV 출신 유진이한테 뭐라는 거냐

         

       -와 진짜 말하는 것 봐 죽여 버리고 싶네.

         

         

       이열치열, 이독제독이라는 말이 있듯이….

         

       마녀사냥은 마녀사냥으로 막고.

         

       욕은 또 다른 욕으로 막는다.

         

       나아아 제작진들은 자신들을 향한 손가락질을 막기 위해 새로운 마녀를 만들었다.

         

       “와…, 진짜…, 저 개새끼들…. 바뀌긴 개뿔.”

         

       결국 참지 못한 이지우는 나아아 제작진들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나 또한 예상치 못한 나아아 제작진들의 술수에 감탄하며 혀를 내둘렀다.

         

       “와아…, 진짜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

         

       사람들이 어찌 저리 악독하고 잔머리가 빠를 수 있는지….

         

       내가 그리 감탄하는 와중에도 피해자들은 우후죽순 생기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거절하겠습니다.]

         

       […거절하겠습니다.]

         

       [거, 거절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어지는 매몰찬 거절들.]

         

       [안쓰럽게 서유진 참가자를 보는 다른 참가자들.]

         

       [서유진(SAV) : 끄흡……, 흡….]

         

       [서유진(SAV) : 흐윽…, 우으……, 우….]

         

       [결국 눈물을 흘리는 서유진 참가자….]

         

       제작진들은 참가자들이 서유진의 지명을 거절할 때 차가운 브금을 넣어서 좀 더 매정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그렇게 모두의 외면을 받는 분위기와 함께 서유진이 눈물을 흘리니…, 그 모습이 더더욱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서유진은 자신의 팬들로부터 더 큰 응원과 위로를 받았고….

         

         

       -아 ㅠㅠ 유진이 운다….

         

       -유진이는 피해잔데 왜 유진이가 울어야 해….

         

       -아 ㅠ 당장 달려가서 눈물 닦아주고 싶네….

         

         

       유진이의 지명을 거절한 참가자들은….

         

       [Q : 왜 서유진 참가자의 지명을 거절하셨는지?]

         

       [아무래도…, 같이 하기 좀 (싫어서)….]

         

       [이미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저라도 살아야죠.]

         

       [솔직히 (개인적으로 서유진 참가자를) 별로 안 좋아해요.]

         

       …이어지는 제작진들의 악의적인 편집과 함께 시청자들의 혹독한 질타를 받았다.

         

         

       -아니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 다들 유진이보다 나이도 많은데 17살 애한테 그러고 싶어?

         

       -와 시발년들 앞으로 얼마나 잘하나 두고 보자

         

       -저 개 같은 년들이 지금 뭐라냐?

         

       -좆소년들이 뽑아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들어와야지 뭐? 거절?

         

       -유진이가 너희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마치 저번 방송에서 서유진이 유 설 팬덤에게 공격받았던 것처럼…, 서유진의 지명을 거절한 참가자들이 서유진 팬덤에게 뚜드려 맞는다.

         

       물론 시청자들 중에서는 문제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들을 쉴드치는 이들도 있긴 했지만….

         

         

       -아니 게임 방식을 ㅈ같이 짠 제작진들 잘못이지 왜 쟤들을 욕해

         

       -쟤네 입장에서는 서유진 지명을 거절할 수도 있지. 데뷔가 걸린 일인데

         

       -이것도 제작진들이 악편한 거 아님?

         

         

       …이미 분노에 가득 차서 마치 쓰나미와 같은 서유진 팬덤 앞에서는 한 줌에 불과할 뿐이었다.

         

       나는 서유진의 지명을 거절한 참가자들을 조금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물론 마치 짠 것처럼 서유진의 지명을 거절하며 그녀를 고립시키는데 일조시킨 그들의 행동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 분위기는 어쩔 수 없었어.’

         

       당시 서유진은 완전히 나락을 간 상태였고 나아아를 보는 여론들 중 그녀를 옹호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데뷔가 걸린 저들의 입장에서 그런 서유진의 지명을 받고 그녀의 팀에 합류하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들 중 대부분이 나중에 서유진에게 찾아가 지명을 거절한 것을 사과했었다.

         

       내가 볼 때 저들 중 서유진이 진짜 밉고 싫어서 지명을 거절한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나아아 제작진들은 이번 화를 통해 저들을 마치 서유진을 왕따시키는 가해자들처럼 만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어이가 없어져서 이지우에게 물었다.

         

       “아니…, 유진이 악마의 편집했다가 된통 당했으면서…, 바로 저렇게 다른 애들한테 악마의 편집해도 되는 거에요?”

         

       “…서유진 저 친구 회사는 SAV고 나머지 다른 애들은 모두 중소기업이니까. SAV한테는 안 돼도 다른 중소기업들은 자기네들 힘으로 커버칠 수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아니…, 그건 진짜…, 너무하잖아요.”

         

       그렇게 내가 안쓰럽다는 눈으로 방송을 이어보던 그때였다.

         

       마치 쓰나미와 같은 서유진 팬덤의 파도를 타고…, 마치 혜성처럼 나타나 방송 분량을 독차지하는 참가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시우 : 하예린 참가자 지명을 시작해 주세요!]

         

       [하예린(형제기획) : 저는….]

         

       [무언가 고민에 빠진 듯한 하예린 참가자!]

         

       [많은 참가자들이 하예린 참가자의 팀에 들어가길 원하는데….]

         

       [과연 그녀의 선택은?]

         

       [긴장되는 브금.]

         

       [하예린(형제기획) : …저는 서유진 참가자를 지명하겠습니다.]

         

       [……!!!]

         

       [놀라는 참가자들과 트레이너들.]

         

       …바로 나였다.

         

         

       -에?

         

       -오잉?

         

       -어라라?

         

       -어라라라랍숑?

         

       -이래도 돼?

         

       -또 대예린행동이야?

         

       -예린아!

         

       -어라라라라?

         

         

       방송 속의 내가 서유진을 지명하자 시청자들 반응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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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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