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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대륙 동부, 하무트교 임페그린 지부 인근.

       

       기분 나쁜 끈적한 기운이 흘러 나오는 숲 속에,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 두 명이 발을 디뎠다.

       

       “이곳인가….”

       “더럽게도 으스스하네.”

       “데비, 정말 괜찮겠어? 너무 깊이 따라오면 너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레키온은 데보라를 돌아 보며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하지만 데보라는 그런 레키온의 등을 손바닥으로 팡, 하고 쳤다. 

       물론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었기에 데보라의 손만 아팠지만, 데보라는 전혀 아픈 기색 없이 씩 웃었다.

       

       “야, 인마. 어제 대련에서 나한테 카운터 한 번 제대로 허용하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다치기 싫음 네가 먼저 내려가든가.”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네가 정말 열심히 수련해서 실력을 충분히 갈고 닦은 건 나도 알지. 다만 난 괜히 나 때문에 너까지 위험해질까 봐….”

       “내가 뒈질 정도면 너도 멀쩡하진 못해. 차라리 둘이 들어가서 둘 다 멀쩡히 걸어 나오는 게 낫지.”

       “역시 너도 날 걱정해 주는 거구나. 고마워, 데비.”

       

       그 말에 데보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누, 누가 널 걱정한다고 그래? 네가 혼자 가서 뒈지면 나 대련 봐 줄 사람이 없어지니까 그렇지.”

       “그래, 그래도 고마워.”

       

       레키온은 그런 데보라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빨리 가기나 해!”

       

       데보라가 다시 레키온의 등을 떠밀었다. 

       

       이번 하무트교 지부의 위치에 대한 정보는 알렉스가 알아낸 것이었다. 

       

       -내 예상대로 놈들은 누군가를 급하게 찾고 있었어. 그게 대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지부 내부를 조사하다 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임페그린 이외에도 지부가 몇 개 있는 것 같던데, 일단은 임페그린 쪽이 세력도 비교적 작으니 첫 습격 지점으로 삼기에는 나쁘지 않을 거야.

       -그쪽으로 가겠다고 한다면 다른 지부의 위치도 계속해서 추적해 볼게.

       -레키온, 너니까 내가 걱정은 안 하겠다만. 그래도 조심해. 뒤가 생각보다 더 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레키온과 데보라 둘만 따로 이곳에 온 건 제국 측에 정식으로 병력 지원을 요구할 만한 근거가 아직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황실 정보부의 엘리트 암살자 인맥을 써서 몰래 뒷조사를 해 알아낸 정보라고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알렉스가 준 정보와 하무트교가 벌인 만행 사이의 연관성도 아직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이곳 임페그린 지부에서 레키온이 하무트 교단원들을 물리치고 증거를 확보한다면, 그다음부터는 제국에 토벌을 위한 병력 지원을 요청할 근거가 생긴다. 

       

       물론 현재 제국에서 천 년에 한 번 탄생할까 말까 하는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용사 레키온의 명성은 날이 갈수록 하늘을 뚫고 올라가고 있었고, 그런 레키온이 강력하게 주장한다면 제국 측에서도 병력을 내어 주긴 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 레키온을 견제하는 세력들이 들고 일어날 거고, 그렇게 명성을 이용해서 막무가내로 병력을 지원 받는 건 레키온 본인도 그다지 원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레키온은 혼자 하무트교 지부를 박살내는 쪽을 선택했다. 

       결국 데보라도 따라오긴 했지만.

       

       “잠깐만. 결계가 있어.”

       

       언뜻 보기에는 앞쪽도 지금까지와 똑같은 으스스한 숲이었다. 

       

       하지만 레키온은 이 끈적하고 불길한 기운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스릉.

       

       레키온이 검을 뽑아 들었다. 

       

       “오러 웨펀.”

       

       화아악!

       

       검신을 타고 흘러 들어간 순도 높은 마나가 밀집되어 검날 주변에서 아지랑이처럼 일렁였다.

       

       촤악.

       

       마나를 머금은 검을 휘두르자, 투명한 장막이 종잇장처럼 갈라졌다. 

       

       “……!”

       “……!”

       

       그리고, 갈라진 결계 안에 보이는 건 울창한 나무가 아닌, 꽤나 거대한 석재 건물들이었다. 

       

       “들어가자! 깔끔하게 갈라 놨으니 바로 알아차리진 못할 거야.”

       “오케이.”

       

       레키온은 데보라와 함께 신속하게 담벼락을 넘어 안쪽으로 잠입했다. 

       결계를 믿고 있어서인지 경계는 굉장히 허술한 편이었다. 

       

       그리고, 안쪽의 풍경을 목격한 레키온과 데보라는 일순 할 말을 잃었다.

       

       “으으….”

       “자, 잘못했어요.”

       “아아악!”

       “빨리 빨리 움직이지 못해! 오늘 게으름을 피우는 놈들은 다리를 분질러 놓을 테니 그리 알아!”

       “흐흐흑….”

       

       그곳에서는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노역을 하고 있었다. 

       생김새가 판이한 걸로 짐작건대, 알렉스가 말했던 ‘출신이 불분명한 사람들을 납치한’ 결과가 이것인 듯했다.

       일을 시키고 있는 사람들은 죄다 기괴한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뭐가 재밌는지 저들끼리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하아, 진작 이런 놈들 좀 잡아올 걸 그랬네. 손이 많아지니 아주 편해.”

       “낄낄.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보면 용을 깨울 자를 당분간 계속 못 찾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크큭.”

       “푸하핫. 맞네. 한 열댓 명만 더 노예로 잡아 오고, 그때 딱 찾아서 죽이면 하무트님께도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거고.”

       

       그들의 대화 속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두 가지였다. 

       

       놈들이 찾아 죽이려고 하는 사람이 ‘용을 깨울 자’라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하무트’라는 존재는 실존하며, 놈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다는 것.

       

       물론 더 자세한 정보는 수색 및 심문을 해 봐야 알겠지만….

       

       꽈악.

       

       이미 눈앞에서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레키온의 눈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런, 레키온 눈 돌아갔네.’

       

       그런 레키온을 본 데보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검을 뽑아 들었다. 

       

       “큰일입니다! 결계에 문제가 생겼다고 지부장님께 보고를…! 으응?”

       

       그리고 마침 결계가 갈라진 것을 알아차린 듯 교단원들 몇 명이 허겁지겁 달려 나왔고.

       

       “네, 네놈들은 누구냐!”

       

       모습을 드러낸 레키온과 데보라를 보며 외쳤다. 

       

       하지만 그들은 답을 듣지 못했다.

       

       화아아아악!

       

       레키온의 심장 속에 잠들어 있던 방대한 양의 마나가 일시에 뿜어져 나왔다. 

       

       무기뿐만 아니라 전신에서 일렁이는 마나는 마치 황금색으로 빛나는 듯했다. 

       

       “화, 황금색 오러…. 서, 설마 네놈…. 커억!”

       “끄아아아악!”

       

       레키온의 신형이 번쩍임과 동시에, 놈들의 목이 하늘로 솟구쳤다.

       

       ***

       

       “뭐라고? 하무트교 임페그린 지부가 초토화됐다고?”

       “예. 그리고 이제는 제국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하무트교를 토벌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멍청한 놈들. 꼬리를 밟힌 모양이군.”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대로 가면 하무트교의 목적이 마왕님의 부활이라는 것까지도 제국에서 알아차릴 겁니다.”

       “후우…. 일이 귀찮게 됐군.”

       “아무리 저쪽 마왕님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후에 저희까지 위험해질지도 모릅니다.”

       

       이들은 대륙 남부에서 마왕 ‘헤카르테’의 부활을 준비하는 헤카르테교였다.

       

       “일을 주도하고 있는 건 역시 그놈인가?”

       “예. 천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재능을 가진 용사, 레키온. 그놈입니다.”

       “하…. 내가 하무트교 놈들한테 진짜 조심해야 할 건 ‘용을 깨울 자’ 따위가 아니라 저 용사라고 그렇게 말을 했건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계획을 앞당겨야지. 레드 드래곤을 이용해 용사가 드래곤과 대립하게 만든다. 용사가 드래곤에게 죽으면 그것대로 좋고, 드래곤이 용사에게 죽으면 우린 드래곤을 방패 삼아 숨을 수 있을 테니.”

       

       레드 드래곤을 용사와 대립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성질이 더러운 레드 드래곤이 동면에 빠져 있는 동안, 레드 드래곤의 유물인 ‘파이어 브레이슬릿’을 찾는다. 

       

       ‘그리고 그 엄청난 힘을 가진 유물을, 인간들 사이에 풀어 놓는 거지.’

       

       파이어 브레이슬릿은 고작 인간이 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힘을 담고 있는 유물.

       

       인간들은 그 힘을 탐해 쟁탈전을 벌이겠지만, 막상 그걸 차지한 이는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폭주할 거고.

       

       ‘이때 재빨리 레드 드래곤을 깨워 그 사실을 레드 드래곤에게 알리기만 하면….’

       

       성질 더러운 레드 드래곤은 자신의 유물을 훔쳐 간 것도 모자라 그 힘을 그릇되게 사용하는 인간들을 보고 격노할 것이 분명했다. 

       

       ‘파이어 브레이슬릿이 잠들어 있는 위치는 이미 알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가가레일 유적지.

       

       그 유적지의 비밀 통로 가장 깊숙한 곳. 

       

       유물을 지키고 있을 보스 골렘 뒤편에 있는 숨겨진 장소.

       

       ‘하지만 그 장소에 들어갈 수 있는 건 드래곤뿐이지.’

       

       그래서 지금껏 그들은 드래곤만 들어갈 수 있는 그 장소의 결계를 일시적으로 왜곡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석을 모으고 있었다. 

       

       “마력석은 얼마나 모였지?”

       “필요한 양의 9할 이상은 모였습니다. 하나, 지금 나머지를 전부 구입하려면 저희 교단에 있는 전 재산을 써야 해서….”

       “지금 당장 매입하도록.”

       “알겠습니다.”

       “마력석이 전부 모이면 곧바로 유적지로 간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휴우! 어떻게 보스까지 잘 마무리했네요. 고마워요, 실비아 씨.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잡았어요.”

       “뭘요. 레온 씨가 다 했으면서.”

       

       우리는 거침없이 골렘들을 잡으며 전진했고, 결국 유적지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보스 골렘을 잡는 데에 성공했다. 

       

       [Lv.39 레온]

       [Lv.39 아르젠테]

       

       내 예상대로, 경험치 50% 버프를 받은 나와 아르는 사이 좋게 39레벨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제 1업만 더 하면!’

       

       높은 확률로 아르의 다음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거다. 

       

       “후우. 일단 핵부터 챙기고….”

       

       물론 그 와중에도 보스의 핵을 챙기는 건 잊지 않았다. 

       

       ‘이야, 이거 다 팔면 진짜 짭짤하겠는데?’

       

       특히 거대한 보스 골렘은 중심부에 있는 커다란 핵 이외에도 관절 하나 하나마다 보조 핵이 붙어 있어, 공략할 때는 까다로웠지만 잡고 난 이후에는 주워 갈 게 많았다. 

       

       “쀼우웃!”

       

       아르는 보스를 잡고 신이 났는지, 거대한 방 안을 뛰어 다니며 골렘이 아닌 석상들을 건드려 보고 있었다. 

       

       “쀼.”

       

       아마 내가 석상을 꾹 밀어 유적지의 비밀 통로를 연 것처럼, 또 뭔가 비밀스러운 장치가 있지 않을까 찾아 보는 모양이었다. 

       

       ‘귀여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유적지에는 더 이상의 비밀 통로 같은 건 없다. 

       

       「레키온 사가」를 플레이할 시절 이 보스방에도 뭔가 또 기믹이 없나 하고 구석구석을 눌러 보고 다녔지만 소용이 없었으니까. 

       

       “쀼웃!”

       

       아르는 골렘이 있던 자리 너머로 도도도 달려가더니, 무언가 문양이 새겨진 곳을 손바닥의 젤리로 꾹 눌러 보았다. 

       

       ‘거기가 내가 제일 먼저 눌러 봤던 곳이지.’

       

       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르를 불렀다. 

       

       “하하, 아르야. 거긴 아무것도 없으니 이제 슬슬 돌아….”

       

       쿠르르르르르르!!

       

       응?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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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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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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