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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 ***

         

       “하아…결국 이렇게 되는건가.”

         

       유사연과 흑묘는 나란히 사마염의 처소를 나왔다.

         

       “결국 의뢰는 무산된 건가?”

         

       “그건 아니죠. 객주의 의뢰는 결국 구악검 독영찬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거였잖아요.”

         

       최초의 유사연과 흑묘의 계약은 그것이었다. 낭인객잔의 낭인으로 받아주는 대신 구악검 독영찬의 행방을 찾아달라. 그리고 그 의뢰는 유사연이 초절정이 되어 낭인객잔을 떠난 낭인들에게 했던 의뢰이기도 했다.

         

       구악검의 증언이 있어야만 잠봉문과 개명부를 완전히 처리할 수 있으니까.

         

       “그 행방은 확실하게 알아다 줄 테니 걱정 말아요.”

         

       “흐음. 그래. 결국은 호천안과는 동료가 된 모양이지?”

         

       “하아. 선배는 별로 알아주지 않는 거 같지만요.”

         

       흑묘가 진심어린 한숨을 내쉬자 유사연은 피식 웃었다.

         

       “많이 컸네. 저 좋다고 쫓아다니는 여자도 생기고.”

         

       “별로 안 쫓아다니는거거든요? 그냥 함께하기로 한거거든요?”

         

       흑묘의 뾰족한 목소리를 들으며 유사연은 7년전 호천안을 떠올렸다. 아직 몸에 어린 티가 남아있는 소년이 낭인객잔의 문을 두들겼었지. 똘망똘망한 눈빛이 살아있는 당돌한 어린애라고 생각했는데 호천안은 능글맞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를 쳤으며 그리고 재능이 넘쳤다.

         

       그렇게 한 2년 혈기왕성하게 사고를 치고 다니더니 갑자기 어린놈이 한량짓을 하기 시작했다.

         

       하던 수련도 때려치고 방구석에 처박혀서 무협지나 보질 않나 도박에 빠지질 않나…

         

       “정말 그때는 걔가 뭐가 되나 싶었는데.”

         

       열 여덟 살에 이류의 끝자락이면 나쁘지 않은 성취였다. 그게 아까워서 낭인들이나 유사연이나 설득도 해보고 달래도 해보고 윽박도 질러보고 구박도 해보았지만 호천안은 요지부동이었다.

         

       “가끔 미친 척 하고 사고나 치고 다녀서 사람 속이나 썩이고 다녔지.”

         

       “선배가 옛날에 사고 많이 치고 다녔나요? 구체적으로 어떤?”

         

       흑묘가 유사연에게 바짝 붙었다. 호천안의 과거사라? 딱 봐도 흥미로울 것 같은 이야기지 않은가.

         

       “아…그때 생각하면 진짜…그래 지금 호천안은 나이 먹고 철이 든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러지 말고 좀…”

         

       궁금해서 몸이 근질거리는 것 같은 흑묘를 보면서 유사연은 피식 웃었다.

         

       “너 호천안 만난지 얼마나 됐지?”

         

       “으음…얼마 안 됐죠?”

         

       “그 사이에 그 화상이 뭘 했는지 생각해보렴. 그럼 칠 년 동안은 얼마나 많은 사고를 쳤을까?”

         

       “앗.”

         

       “나중에, 일이 다 끝나면 하나하나 알려줄 테니까.”

         

       이런 저런 대화를 하는 사이에 낭인객잔에 도달해 있었다.

         

       “일 처리 잘하고 오라고.”

         

       “궁금한데…알았어요! 약속한 거에요!”

         

       “그래.”

         

       유사연은 사천성의 정보를 장악하기 위해 사라지는 흑묘를 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유사연은 생각했다. 처음에 만났을 때 사람 같지도 않았던 흑묘에 비해서 많이 바뀌었다고. 여전히 무언가 꺼려지는 기운은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의 모습이 훨씬 살갑다는 점 만큼은 확실했다.

         

       ‘호천안의 영향을 받았을까.’

         

       유사연은 정삼과 여진상을 떠올렸다. 처음에 올 때만 해도 골수까지 살기에 찌들어있던 정삼은 허당으로 바뀌었고 돈 한푼에 동료에게 검을 휘두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던 여진상은 후덕한 동네 아저씨 같이 바뀌었다.

         

       “하여간 독특한 녀석.”

         

       사람 여럿 구하는 놈이다 싶었다. 이것도 협객이라면 협객일까. 유사연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호천안은 그냥 그런 놈이었고 이런 저런 잣대를 들이대서 분류하는 것 자체가 머리 아픈 녀석이었으니까.

         

       원수를 갚는 일을 도와주기로 했으니 나중에 고맙다고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유사연은 낭인객잔의 문을 박차고 들었다.

         

       “일이다! 짜식들아!”

         

       *** ***

         

       당광렬은 차를 마시며 생각했다.

         

       순풍만범(順風滿帆). 요새 당가는 아무 문제 없이 잘 굴러가고 있었다.

         

       “허허허허.”

         

       아차 또 이러는군. 요새 당가의 미래만 생각하면 자동으로 웃음이 나왔다. 당광렬은 웃음을 억누르려다가 그냥 웃었다.

         

       당가맹호암룡투법은 빠르게 다듬어지고 있었고 당도경의 암기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일취월장 중이었다.

         

       당도경과 직계들이 일으켰던 암기 소요 사태는 모두 당광렬의 손가락이 불을 뿜고 직계들이 한 손으로는 이마를 문지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본인의 암기를 쥔 채 물러나면서 해결 되었다.

         

       그 뒤로 암기나 독을 건 도박은 당가의 가칙 하에 이루어지게 되었다.

         

       당도경은 암기를 털어먹었던 다른 직계들에게 도박 기술을 알려주며 조금씩 직계들 사이에 녹아드는 중이었다. 당도경을 끌고 올 때 징계를 먹었던 당독기 외 6인의 초절정 고수들이 이런 저런 일들을 나서서 처리 중이었기에 자잘한 문제들도 순조롭게 치워지는 중.

         

       “허허허허.”

         

       거기에 얼마 전에 주고받은 독의 당처인과의 정기 연락에 야 형의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는 내용까지 적혀 있었으니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리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가주, 도연이가 찾아왔습니다.”

         

       “도연이가? 흐음. 들라하게.”

         

       “강녕하셨습니까. 가주님.”

         

       당도연은 호천안에게서 날아온 전서구가 매달고 있던 봉투를 전달했다. 당도연은 간단하게 사정을 설명했다. 헤어질 때 호천안에게 귀환환을 전달했다는 점. 위급 시 한 번은 도와주기로 약조했다는 점 등.

         

       “그런데 가주님 앞으로 서신이 왔더군요.”

         

       “그래. 알았다.”

         

       당광렬은 야 낭인, 아니 야 선생을 떠올렸다. 이미 야 선생은 당가와 남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관계를 맺었다. 당도경을 일깨워 주었고 당가맹호암룡투법의 탄생에 기여했으며 당광렬의 눈을 뜨게 해 주었고 당가의 고질적인 문제점도 개선해 주었다.

         

       ‘무슨 일로 선생께서 본인에게 편지를 보냈는가.’

         

       평범한 일은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당광렬은 자세를 바로 하고 편지를 펼쳤다.

         

       편지를 읽어갈수록 당광렬의 얼굴이 굳었다. 시립해 있던 풍영대주와 당도연의 얼굴에 궁금증이 서렸다. 

       

       “허허허허허..”

       

       그러더니 돌연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것이 아닌가. 풍영대주의 궁금증은 더욱더 커졌다.

         

       “…도연아.”

         

       “하문하십시오. 가주.”

         

       “도경이를 데리고 오거라.”

         

       “존명!”

         

       도연이 사라지고 풍영대주가 물었다.

         

       “아니, 가주. 야 선생께서 무슨 서찰을 보내셨길래 그러십니까?”

         

       당광렬은 말없이 서찰 뭉치를 풍영대주에게 내밀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가주. 사천낭인 호천안이 인사드립니다.]

         

       ‘호천안?’

         

       야 선생의 본명인가? 풍영대주는 이 점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서찰을 읽었다.

         

       [외람되지만 이 호천안이 가주께 편지를 보낸 것은 한 가지 청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짐작하시고 계시겠지만 사천성의 산적 문제 때문입니다.]

         

       ‘사천성의 산적이라.’

         

       산적에 대한 소문은 이미 접한 지 오래. 그래서 사천성 인근인지라 개입할 생각은 없었다. 사천성 인근의 세력다툼은 눈을 감기로 결론을 내린 지 오래였으니까. 산적의 세가 심상치는 않았지만 결국 어느 대문파든 하나만 나서도 충분히 처리 가능하리라 여겼다.

         

       ‘사천성에 이런 비사가 있었군.’

         

       그러나 호천안이 보낸 편지에 적힌 내용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어째서 사천성 인근에 산적이 자리 잡았는가. 그리고 왜 지금까지 토벌이 되고 있지 않은가. 지금 사천성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가주의 안색이 굳은 것도 이해가 갔다. 아무리 사천성에 개입하지 않기로 한 당가지만 정파의 일원으로서 사천성 내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좌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호천안의 편지를 읽으며 풍영대주의 안색이 복잡해졌다.

         

       ‘그러나 명분이 없군.’

         

       이제와서 당가가 끼어드는 것은 여러 가지로 무리가 있었다. 일단 사천성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던 당가는 호족이라는 이유를 앞세워 일체 개입하지 않았던 지난 날이 발목을 잡았다.

         

       이제와서 무림문파임을 앞세우며 사천성에 발을 딛는 것은 아무리 당가라도 무리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사천성에 그러한 일이 있었으니 사마태수 사마염공께서는 관군을 일으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뭘, 해?”

       풍영대주는 저도 모르게 의문을 입 밖에 내었다. 관군? 그 무공은 삼류 언저리에 창을 든 치안병력 말인가? 황국의 관군은 무사라기보다는 공무원에 가까운 이들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다음 대목에서 풍영대주의 눈이 커졌다.

         

       […하여 [지방 호족]인 당가에서도 관의 행사에 참여하는 편이 더욱 뜻깊은 일이 되지 않을까 청을 넣었고 태수께서는 이를 승낙하셨습니다.]

         

       지방 호족이니까 지금까지 사천성의 행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관의 행사가 벌어진다면 응당 지방호족으로서 참여할 수 있다!

         

       호천안은 그리 말하고 있으며 태수가 이를 승낙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었다.

         

       “허어..”

         

       풍영대주는 호천안의 수완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태수와 인연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태수 사마염이 지방 호족인 당가가 사천성에 개입하는 것을 허락했다는 점이었다. 호천안은 대체 무슨 신묘한 수를 쓴 것일까.

         

       풍영대주는 서찰에서 눈을 떼고 말했다.

         

       “…이래서 도연이보고 도경이를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까. 차라리 지금 잡무를 수행하고 있는 초절정 고수들을 다 동원하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도경이와 도연이가 초절정이라고 한들 도연이는 초절정의 초입을 갓 넘은 수준이다. 산적을 다 죽일 기세로 암기와 독을 뿌려댄다면 오백의 산적이라고 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지만 그건 제압이 아니라 학살이다.

         

       관군이야 전력이라기보다는 머릿수를 채우는 용도에 불과하니 둘만으로 산적 산채를 제압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허허허허허. 대주는 편지를 계속 읽으시게.”

         

       대주는 다시 편지로 시선을 돌렸고 편지를 읽으며 피식 웃었다. 그래. 우리 호 선생께서는 다 계획이 있으셨군. 그냥 서찰로 읽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계획이 말이다.

         

       대주가 초장문 편지를 다 읽어 갈 즈음에 당도연이 당도경을 데리고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가주.”

         

       “그래 도경아. 야 낭인….아니. 호천안 선생이 당가에 도움을 요청하셨다.”

       

       당광렬의 한 마디에 사람 좋아 보이던 미소를 짓고 있던 당도경의 표정이 단번에 바뀌었다. 그야말로 투견 시절 비무 상대를 찍으면 절대로 놓아주지 않았던 그런 열정이 깃든 표정.

         

       “가겠느냐? 척 보아하니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더구나.”

         

       “물론입니다. 야 형의 이름이 호천안이었군요. 이 당가와 이 도경이를 믿고 사천낭인의 신분마저 벗어 던진 채 예의를 갖춘 호 형의 부름을 어찌 외면하겠습니까.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함께 해야지요.”

         

       “좋다! 도연이는 호 선생과 사적으로 한 약속이 있으니 동행할 것이라 믿겠다!”

         

       “존명!”

         

       그 시점 풍영대주는 편지의 마지막 문구를 읽었다.

         

       [시일이 촉박하니 당도연 소저가 모는 비천마차에 도경 형을 태워 보내 주시기를 요청드립니다.]

       

       “지금 당장 비천마차를 타고 사천성으로 떠나거라.”

         

       순간적으로 당도경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당도연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시각.

         

       “여기가 그래…사천 삼대 기루 중 하나인 성락루로구만.”

         

       호천안은 여일예와 함께 성락루의 도박판에 도착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 마차 on

    *[미공개]님 [10코인]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양 작품에 10코인씩…!

    후원 정말 감사합니다!!

    *22/08/11일 86~104화 리메이크가 적용되며 화수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104화 이후에 내용을 감상하시던 독자님들은 2편이 삭제되며 내용이 당겨졌으니 2회 뒤로가기를 누르시면 제 진도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변경 내용이 궁금하신분은 공지 참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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