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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무왕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드래곤의 사체에서 나는 악취 때문이었다.

         

       “배에 똥만 가득 찬 드래곤 같으니. 죽어서까지 민폐를 끼치는구나. 이곳에서 싸우긴 글렀다.”

       “위로 돌아가면 되지.”

         

       올리비아는 기다렸다는 듯 마법진을 그려냈다.

         

       그렇게 말하는 올리비아의 두 눈에 이채가 맴돌았다.

         

       ‘됐다.’

         

       다른 회귀자들의 의심을 사지 않고도 무왕을 제압할 명분이 필요했다. 다짜고짜 공격했다간 키엘의 의심을 살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올리비아에게 미래는 없다.

         

       -츠팟!

         

       지상으로 이동한 무왕이 가볍게 몸을 풀며 말했다.

         

       “아래로 내려가지. 산 위에서 싸웠다간, 산 자체가 무너질테니 말이야.”

       

       널찍한 평지에 서서, 무왕이 말했다.

         

       “대련은 생결(生決)이다. 마음 같아서는 생사결(生死決)로 하고 싶다만……그러면 네년은 또 저번처럼 졸렬하게 싸우겠지.”

       “또 죽을까봐 무서운 건 아니고?”

         

       무왕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럴 리가. 죽음은 두렵지 않다. 본좌가 네 마법에 쓰러졌을 때도 마찬가지였지. 본좌의 무위가 네게 닿지 않아 아쉬웠을 뿐.”

       “이번에는 닿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자그마치 10년을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공간이동을 쉴새 없이 사용하는 마술쟁이를 사냥할 수 있을지.”

         

       10년이라는 말에, 올리비아의 눈에 물음표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랬다간 전생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들킬테니까.

         

       “점괘가 있었다. 오늘 아침 그만둔 주술사 놈이 아주 예전에 말해준 점괘였지. 본좌는 본래 운명 따위 믿지 않는다만, 놈이 보여준 능력이 너무나도 신통하여 속는 셈 치고 운명을 점쳐보았다.”

         

       올리비아의 미간이 약간 일그러졌다.

         

       또 그놈이다.

         

       “……그랬더니?”

       “마술쟁이를 조심하라더군. 하얀 머리에, 푸른 눈을 지닌 마술쟁이를 말이야. 그 점괘를 받은 게 벌써 10년 전이다.”

         

       당연히 무왕은 믿지 않았다. 반쯤 재미삼아 봤던 점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과거의 그는 마법사들을 반푼이 취급하는 인간이었다.

         

       타고난 반골이었던 그는 점괘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대륙을 돌아다니며 백발 벽안의 마법사를 찾아다녔다.

         

       당연히 찾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수확이 없지는 않았다.

         

       금탑주, 대마법사 멜리나.

         

       – 썩 꺼져라. 여기서부터는 제국의 영토이니.

         

       그녀의 관한 소문을 들어본 적은 있었다. 대륙 최강의 대마법사.

       멜리나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마술쟁이들은 최강이라는 표현을 아무 곳에다가 막 사용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녀는 강했다. 무왕의 주먹은 하늘을 꿰뚫을 수 있었지만, 공간이동보다 빠르지는 못했다. 그의 몸은 단단했지만, 그가 발을 딛고 선 지반은 멜리나의 마법을 버틸 수 있을만큼 단단하지 않았다.

       모든 마술쟁이가 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

         

       점괘가 사실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만류귀종(萬流歸宗)이라 하였다. 어느 분야던, 설령 마술쟁이라고 한들, 정점에 도전하는 자들은 전부 강하다는 사실을 그 때 깨달았지.”

         

       비록 마술쟁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마법사들의 강함을 인정했다는 소리다.

         

       ‘……그것도 나를 만나기도 전에.’

         

       낯선 기분.

         

       올리비아는 요즘 들어 이런 감정을 자주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본래 무왕과 멜리나가 만난 적은 없었다.

       적어도 올리비아가 알기로는 그러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분기. 알지 못하는 과거를 다른 사람의 입에서 듣는 기분은, 참으로 모호했다.

         

       “물론, 전생을 자각하기 전까지는 점괘의 주인이 금발머리 할망구인줄 알았지만.”

       “……네가 방금 네 입으로 말했잖아. 금발이라고.”

       “더 늙으면 언젠간 머리가 하얗게 세지 않겠는가.”

       “눈은?”

       “마술쟁이들은 요사한 마법을 사용하니, 눈 색깔도 변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올리비아가 물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무왕은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어 자세를 잡았다.

         

       “전사를 상대할 때는 살초 사이에 변초와 허초를 적절히 섞어야 한다. 주먹을 내지를 것인지, 막을 것인지, 아니면 피할 것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와 끝없는 심리전을 반복하고, 수 싸움에서 이겨야만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투콰아아앙!

         

       순식간에 뻗어진 무왕의 주먹이 올리비아의 쉴드에 부딪친다. 그리고 오러가 더해진다. 조금씩, 쉴드에 균열이 생기다가 터져나가듯 무너져내렸다.

         

       “마술쟁이를 상대할 때는, 기교 따위 필요 없다.”

         

       무왕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전생에서는 올리비아의 쉴드를 부수기는커녕, 그녀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비록 기습이었지만, 닿았다.

         

       “더 빠르고, 더 강하면 된다. 마술쟁이들을 상대로 기교를 섞어봐야 겁에 질려 내빼는 건 매한가지니 말이다.”

       

       무왕은 그렇게 말하면서 따라 내려온 에스티에게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에스티가 먼저 말했다.

         

       “어련히 잘 싸워. 죽을 것 같다 싶으면 최대한 막아줄게.”

         

       키엘도 대검을 드는 것으로 답했다. 생사결로 변질되면 개입하겠다는 뜻이었다.

         

       “흐흐흐.”

         

       타악.

         

       무왕이 걸음을 내딛었다. 그 걸음은 둘 사이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고, 교차된 양 팔이 공간을 찢으며 파고들었다.

         

       촤아악!

         

       무왕의 권격이 애꿎은 허공을 흝고 지나갔다. 올리비아의 마법이 약간이지만 더 빨랐다. 하지만 무왕은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기회는 많다. 자신은 올리비아의 공격을 직격으로 맞아도 버틸 수 있지만, 올리비아는 한 대만 맞아도 끝이다.

         

       다시, 둘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이번에도 닿지 않았다.

         

       그렇게 두 번, 세 번, 네 번…….

         

       정확히 다섯 번째 권격이 빗나갔을 때, 무왕이 이를 보이며 웃었다.

         

       “역시, 짧구나.”

         

       텔레포트 같은 고위 마법은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고로 올리비아가 사용할 수 있는 이동 마법은 블링크 뿐.

         

       그리고 블링크는, 이동 거리가 눈에 보일 정도로 짧았다.

         

       물론 그렇다고 올리비아가 어디로 이동할지는 알 수 없다. 그녀의 초월적인 마나 통제력은 블링크의 위치를 예측하는 것을 불가능하도록 만들었으니.

         

       시선 처리도 완벽하다. 시선이 닿은 곳으로 움직일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좋다. 이거다. 바로 이걸 원했다.

         

       무왕이 웃음을 흘렸다.

         

       썩어빠진 드래곤 놈보다 수준이 훨씬 높았다.

       뭐가 마법의 종주고, 뭐가 종의 정점이냐. 올리비아보다 약한 주제에.

         

       제대로 된 드래곤을 만나본 적은 없었지만, 만난다고 생각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무왕은.

         

       전생의 올리비아를 겹쳐 보았다.

         

       처음으로 느껴본 압도적인 패배.

         

       죽음의 고통보다, 아무것도 못하고 패배했다는 후회가 더 컸다.

         

       전생을 자각한 그 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그날의 전투를 복기했다.

         

       올리비아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어떤 마법으로 자신의 움직임을 틀어막았는지.

         

       그는 단순했지만, 전투에 임할 때만큼은 달랐다. 전투에 관한 열의만큼은, 누구도 무왕에 비할 수 없었다.

         

       ‘보인다.’

         

       그래서 올리비아가 어디로 움직일지 알 수 있었다. 보이지 않았지만, 보였다.

         

       결국 그녀도 인간. 무의식 속 습관까지 통제하지는 못한다.

         

       ‘단번에 끝낸다.’

         

       이미 흉폭한 한기가 근육을 파고든지 오래였다. 몸 밖으로 배출할 수도 없는 끔찍한 한기다.

         

       근 십 초 만에 확신했다. 전생의 기억이 있든 없든, 올리비아의 싸움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화려한 뇌전과 공간이동. 그 사이에 냉기라는 치명적인 비수를 숨겨놓는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한참 늦은 후다.

         

       따지고 보면 지금도 이미 늦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상정 범위 내였다.

         

       무왕은 다시금 올리비아를 향해 권격을 쏘아보냈다. 여전히 단조롭기 그지없는 공격에 올리비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블링크의 이동거리가 아무리 짧다 한들, 저 정도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흐으읍!”

         

       바로 그때였다.

       방금까지 올리비아가 있던 장소를 향해 발산되던 기운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오싹!

         

       무왕은 올리비아가 블링크를 사용하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몸을 크게 반 바퀴 회전시켰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무왕의 주변에 흉폭한 투기가 일렁거리더니, 주먹에 한 점으로 뭉쳐졌다.

         

       “?!”

         

       올리비아의 두 눈이 흔들렸다.

       노림수에 걸렸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블링크는 이미 시전되었고, 그 종착점은 무왕의 주먹이 향하는 곳과 정확히 맞물려 있었다.

         

       피할 수 없다.

         

       “……이게 본좌의 답이다!”

         

       콰아아아!

         

       무왕의 권격이 공기를 찢어발기며 끔찍한 소리를 냈다.

         

       올리비아는 빠르게 마나를 끌어모았다. 실드? 늦는다. 튕겨내기는커녕, 뚫리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이것이 무왕의 최선이다.

         

       창백하게 질린 올리비아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사실 그녀는 무왕에게서 열쇠를 얻은 것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이 전투마저 아리아와의 심리전에 사용할 생각이었다.

         

       이카일에서 번개를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미카벨에서 무왕이 혼신을 담은 권격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아리아는 이를 분명 사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또 다시 몰살을 벌이기 위한 사냥으로.

         

       하지만 죽었다고 생각했던 에스티가, 무왕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아리아는 과연 그들을 제 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다.

         

       콰앙,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이 울려퍼졌다. 미카벨을 넘어, 동부 전체로 순식간에 퍼져나갈 정도의 소리였다.

       

       올리비아의 몸이 뒤로 쭈욱 밀려났다. 늑골에 금이 간 것 같았다.

         

       돌풍이 잦아들었다. 올리비아의 뒤쪽 하늘은, 갈라지다 못해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무왕의 투기가 실린 일격. 올리비아는 아리아가 저 일격을 보고 있을것이라 확신했다.

         

       올리비아는 피가 흐르는 입술을 닦으며 웃었다.

         

       ‘잘 봤냐? 머리 좀 아플거다.’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아리아는 이 자리에 없었으니까.

         

       반대편에는, 무왕이 권격을 내질렀던 그 자세 그대로 새하얗게 얼어붙어 있었다. 패배했지만, 그의 얼굴에 미련은 없었다.

       올리비아가 말했다.

       

       “……네 답, 닿았다.”

         

       약간이지만 무왕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것 같았다. 그의 몸이 휘청거리며 뒤로 쓰러졌다.

         

       죽지는 않았다. 가쁘게나마 숨을 내쉬고 있었다.

         

       동시에, 기다렸던 알림창이 떠올랐다.

         

       [회귀자, ‘아쉐 발타르’를 죽이지 않고 제압했습니다.]

       [단서 #5를 획득하셨습니다.]

       [특별 보상을 획득합니다.]

         

       ……특별 보상?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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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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