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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저를 상대하시겠다는 겁니까? 일류도 되지 못한 애송이 주제에?”

       “혀가 길구나. 질 것이 두렵더냐?”

       “초출에게 의기가 넘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세상엔 의기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존재합니다.”

       

       장로는 평정을 유지하는 체 하고 있다만 그 눈에는 이미 열불이 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삿된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영향을 끼친다.

       

       괜히 사람들이 마공을 다루는 이들을 꺼리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가 다루는 무공에 잡아먹혀 정신병자가 되어버린 이들이 많으니 말이다.

       

       조금만 더 건드리면 넘어 오겠구나.

       

       “그리 두렵다면 두 수 정도는 내어주마.”

       “허.”

       

       어이없다는 듯한 장로의 웃음에 분노가 서렸다.

       

       그는 길게 숨을 내뱉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아 들었다.

       

       “죽어도 죽지 않는 몸이라 그런가. 하늘이 높은 줄을 모르는 구나.”

       

       방금 전까지 꾸미던 말투도 잊을 정도로 화가 났느냐.

       

       고맙구나. 덕분에 당장의 목표는 달성할 수 있겠어.

       

       이 놈을 박살내기만 해도 화산의 사람 몇을 더 볼 수 있겠지만 기왕이면 지금 화산문주의 얼굴을 보고 싶은데.

       

       고민을 하다 좋은 생각이 하나 났다.

       

       검선이 주었던 검을 뽑아 들었다.

       

       “오거라.”

       

       기억이 맞다면 옛 화산의 문주는 화산파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던 이였다.

       

       내가 그 자를 짓밟았을 때 화산파 놈들이 생명을 도외시하고 달려들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분명하다.

       

       지금 화산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놈들은 당시에 내가 살려두었던 녀석들일 터이니.

       

       문주의 검을 펼친다면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분명 그 작자가 사용한 검법이 금룡검이었지.

       

       금룡검법은 사신수의 한 가운데에 머무르는 금룡에게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검법이다.

       

       사방신이 충돌하지 않도록 중재하고 음양의 조화를 추구하는 금룡을 기반으로 했기에 긍룜검법은 공격적인 검술이 아니다.

       

       상대의 공격을 받아내는 데 주력하는 검이다.

       

       적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기보단 자연스럽게 상대에게 패배를 안겨주는 식이지.

       

       말만 들으면 극상의 무공처럼 들리겠으나 괜히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전투에서나 그렇지만 주도권은 공격자에게 존재한다. 당연히 더 많은 수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공격자다.

       

       상대의 공격에 맞추어야 하는 수비가 유리하기 위해선 상대보다 한 수 앞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웃기지 않은가.

       

       약자가 강자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무일지언데 상대보다 강해야 제 힘을 발휘하는 무공이라니.

       

       그래서 개인적으로 수비적인 무공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만 지금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구나.

       

       부정한 수를 써서 겨우 화경의 벽을 넘은 놈보다야 내가 한참은 앞서 있을 테니까.

       

       분에 차서 거세게 휘두르는 검을 면으로 받아내 아래로 흘린다.

       

       장로의 검에 담긴 힘은 분명 강대했으나 과도하게 힘을 추구한 탓에 힘을 조절할 방법을 잃었으니 그를 이용하는 건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다.

       

       화산의 검을 가르치는 자가 화산의 검에 휘말려 아무것도 못하는 꼴이라니.

       

       이 자는 본인을 웃겨서 쓰러트릴 생각인 것일까.

       

       다음 검도. 그 다음 검도. 똑같은 식으로 흘려주었더니 장로의 이마에 분노가 새겨졌다.

       

       계속해서 같은 방식에 당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말이다. 이쯤 되었으면 슬슬 내가 쓰는 검이 무엇인지 눈치 챌 때가 되지 않았느냐?

       

       어찌 장로라는 것이 화산의 검을 보고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단 말이더냐.

       

       유저의 수준이 낮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찌 화산의 수준마저 낮아진 것인가.

       

       “한심하구나.”

       

       무심코 뱉은 말에 장로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지금 내가 쓰는 검이 무엇인지 모르겠느냐?”

       

       지금 내가 단순히 그대를 도발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렇기에 도발에 어울리는 대신 더 강하게 공세를 펼치겠다는 것이야?

       

       어쩜 이리 우둔하고 또 우둔한지. 화산이 멸문의 위기를 겪지 않았다면 단순한 제자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아해로구나.

       

       “정말로 화산의 장로면서 이 검을 보고도 느끼는 바가 없단 말이더냐.”

       “시끄럽다.”

       “진실로 금룡검을 모른다는 게야?”

       “…뭐? 금룡검법?”

       

       직접 그 이름을 언급하고 나서야 알아채는 게냐. 그 수준이 너무도 낮아 한소리를 할 마음도 들지 않는구나.

       

       그딴 수준으로 장로의 직위를 달고 있다니 수치스럽지 않더냐? 나 같았으면 혀를 깨물고 죽어버렸을 것이다.

       

       “어찌 외부의 사람이 그 검을.”

       

       검을 받아내며 주변을 관찰한다.

       

       유저들의 시선이 내 쪽에 몰려 있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자기들을 가르치며 언제나 자신들의 위에 서 있던 이가 한 유저에게 농락을 당하는데 어찌 광신을 가지지 않을까.

       

       허나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건 유저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

       

       화산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가 찾아오지 않는 가였지.

       

       다행히 화산의 이들은 자신의 문파 한 가운데서 일어나는 소란을 방관할 정도로 무심한 자들이 아니었다.

       

       유저들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는 이들의 존재를 확인했다.

       

       어디 보자.

       

       하나 같이 사기를 몸에 품고 있는 자들밖에 없구나.

       

       이 정도라면 화산 전체가 혈교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보아도 되겠어.

       

       한 때 정파를 대표하던 문파가 어찌 이리도 몰락을 했을까. 통쾌하다 못해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구나.

       

       이만하면 충분하다. 확인할 것은 다 확인했으니 여기서 끝을 보아도 괜찮겠어.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장로의 검을 피한 후 검 손잡이 끝으로 장로의 관자를 내리쳤다.

       

       그러자 장로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적당히 위력을 조정했으니 두어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깨어나겠지.

       

       “그대는 누구이기에 금룡검법을 사용하는가?”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당황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 자가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등을 돌리자 내 기억에 남은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산을 박살내던 당시 삼장로의 지위를 가지고 있던 이였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나를 막으려 발악하던 모습만큼은 기억하고 있었다.

       

       재능은 없었지만 의지만은 있는 아해였지.

       

       자신의 동료들이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나를 비난하고 나의 부모를 모욕하고 나를 도왔던 빙궁을 씹어댔다.

       

       죽일 테면 죽여보라는 듯이.

       

       그래서 살려 두었다.

       

       어차피 이 자의 재능으로 화산을 재건하는 게 불가능 할 것이라 확신했기에.

       

       강한 의지를 지녔으니 포기하지 않고 발악을 하며 화산이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되리라는 걸 알았기에.

       

       나를 노려보는 흐린 눈을 마주하고 있자니 웃음을 참는 것이 버거웠다.

       

       타락했구나.

       

       어쩌다 그리 되었을까.

       

       아마도 처음엔 나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을 것이다.

       

       자신을 살려둔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다짐을 했겠지.

       

       허나 이 자에겐 재능이 없었으니 얼마 안 가 벽에 부딪혔을 것이다.

       

       좌절했겠지. 스스로를 욕하고. 자신을 이 꼴로 만든 나를 비난하고. 세상을 원망했을 것이다.

       

       그러던 중에 혈교가 제안을 내밀었을 게야.

       

       정확한 내용은 몰라도 이런 식이지 않았을까.

       

       혈교에 협력하면 천마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돕겠다. 당신에게 힘을 주겠다.

       

       평소라면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을 터이나 폐인이 된 그대의 귀는 얇아진 상태였을 터.

       

       그리하야 그대는 혈교의 유혹을 받아 들였겠지.

       

       타인의 생명을 받아 들여 내기를 얻었을 것이다. 그로써 벽을 넘어 나에 대한 복수의 의지를 불태웠을 터.

       

       만일 지금 내가 한 추측이 맞다면 난 그대의 복수가 이미 실패했다고 단언하겠다.

       

       그대가 외법을 통해 나를 뛰어넘는 힘을 얻었더라도 나는 그대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을 테니까.

       

       화산의 복수를 하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화산을 멸망의 길로 이끌 줄이야. 그대는 실로 환상적인 광대다.

       

       “궁금하더냐?”

       “그래.”

       “그럼 직접 알아내 보거라.”

       

       그대가 아직 무인을 자칭한다면 자신의 손으로 직접 알아낼 생각을 해야하지 않겠느냐.

       

       내 도발에 반응한 건 눈앞의 남자가 아닌 뒤편에 도열해 있던 자들이었다.

       

       “무엄하다! 감히 문주님께!”

       

       허. 이 자가 문주가 되었다고?

       

       당시 살아남은 녀석 중에서 그나마 괜찮던 게 이 놈이긴 했다만 문주가 될만한 재목은 아니라 여겼거늘.

       

       “이장로. 되었다.”

       “허나 문주님!”

       “나도 한 문파의 장이기 이전에 무인이다. 도전은 받아들여야 할 터.”

       

       남자가 검을 뽑아 들고는 자신의 날선 눈으로 나를 훑었다.

       

       “오지 않을 거냐?”

       “그대가 와야지. 궁금증을 품은 쪽은 그대가 아닌가.”

       “그것도 그렇군.”

       

       그가 한걸음을 내딛자 나와 남자 사이에 벌어져 있던 거리가 한 순간에 좁혀졌다.

       

       본디 검이 가져야 할 거리보다도 근접한 상황이나 이 자가 검의 거리를 몰라 이런 실수를 했을 리는 없다.

       

       그러니 이것은 의도한 바라고 보아야겠지.

       

       남자가 검을 휘두르는 걸 본 순간 난 검 위에 내기를 둘렀다.

       

       이 자가 사용하는 것은 광풍쾌검이었다.

       

       미친 듯이 몰아치는 태풍처럼 빠르고 강하게 상대를 압박해 무너트리는 검법.

       

       남자는 공양을 통해 얻은 압도적인 내기로 나를 박살내겠다는 듯이 검을 움직였다.

       

       지극히 정석적인 광풍쾌검을 구사하는 구나.

       

       하기야 변수를 둘 이유가 없지. 지금처럼 압도적인 힘이 존재한다면 정석만으로도 얼마든 상대를 박살낼 수 있을 터이니.

       

       거리를 좁힌 이유도 알겠구나. 서로 같은 무기를 쓴다는 전제라면 좁은 거리는 압박하는 쪽에 좀 더 유리하지.

       

       괜찮구나. 나쁘지 않아.

       

       허나 딱 그 정도다. 나쁘지 않은 수준.

       

       얼마 전에 검선을 상대하고 와서 그런 것일까. 이 정도로는 만족을 할 수가 없구나.

       

       검을 받아내며 슬슬 반격에 들어갈까 생각을 하던 때에 갑자기 남자가 검을 멈췄다.

       

       “뭘 하는 게냐.”

       

       진검을 사용한 대련의 도중이다. 갑자기 검을 멈춘다는 것은 본인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다.

       

       “직접 알아냈기에 그만둔 것이다.”

       “무엇을.”

       “그대가 사용하는 검은 금룡 태항운의 것이군.”

       

       옛 화산 문주의 이름이 태항운이었던가? 잘 모르겠군.

       

       이 자가 저리 단언하는 것을 보면 맞기야 하겠다마는.

       

       “어찌 그 검을 배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옛 화산의 잔재를 지닌 자를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진 않군.”

       “허어?”

       “꺼져라.”

       

       남자는 그리 말을 하고는 등을 돌려 버렸다.

       

       나는 물론이요 주변에서 구경을 하던 다른 유저나 심지어 화산의 장로들마저도 당혹을 표했으나 남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화산파에서 그나마 멀쩡한 건물로 걸어갈 뿐이었다.

       

       “이상한 놈이구나.”

       

       어느새 내 근처로 다가온 바루가 그런 말을 꺼냈다.

       

       “그래. 그렇구나.”

       

       왜 저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아마도 저 자는 옛 문주의 뜻을 이은 것처럼 보이는 자가 지금의 화산에 발을 들이지 않기를 원하는 것이겠지.

       

       자신들을 따라 타락하지 않고 올바른 길을 걸어 가주기를 바라는 것일 터.

       

       저 자는 지금 나를 옛 화산의 문주와 동일시 하고 있지 않을까.

       

       웃기는 이야기다.

       

       그 실상은 문주를 죽인 자가 그의 검을 쓰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흥이 식었다.

       

       좋다. 그대가 바라는 대로 떠나주마.

       

       어차피 내 본 목적은 혈교를 공격하는 것이었으니.

       

       “어찌할 것이냐.”

       

       내가 검을 집어넣자 바루가 물음을 던졌다.

       

       “일단은 이 곳에서 나가야지.”

       

       혈교의 무리가 이 곳에 둥지를 튼 것 같지는 않으니 그들이 모인 화산의 어딘가를 찾아내야 할 터.

       

       “하아. 일이 꼬였구나.”

       “그래. 대차게 꼬였지.”

       

       혈교의 음모에서 화산을 구하란 퀘스트를 받았거늘 정작 화산이 혈교의 손을 잡았을 줄이야.

       

       이래서야 내가 무슨 선택을 하더라도 화산이 멸망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 순간 내 앞에 창 하나가 떠올랐다.

       

       [퀘스트 업데이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죽은 스승의 무공을 사용하는 무인이 실은 자신의 원수?!

    선작이 5천을 넘었습니다! 이런 수치를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정말로 기쁘네요. 작품을 사랑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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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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