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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5

   입학 시험관 카이란.

   그녀의 등장과 함께 아이들의 소란은 한순간에 없어졌다.

     

   “시험관이다! 시험관!”

     

   크라슈의 옆에 있던 발락만 빼면 말이다.

     

   “입학시험은 총 세 가지로 이루어집니다.”

     

   크라슈는 희미하게 회귀 전 입학 시험을 떠올렸다.

     

   ‘그때보다 하나 더 늘었는데.’

     

   분명히 그때 시험은 두 가지였다.

     

   “1차 시험은 오러의 수준 체크입니다.”

     

   크라슈는 이때 정말 아슬아슬하게 미달이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도 당시에 어떻게든 성장해보겠다며 영약도 살 수 있는 한 전부 사고, 죽어라 훈련했었으니.

   아슬아슬하게 끄트머리에 들어간 것이다.

     

   “2차 시험은 응시생들 간의 대련입니다. 사전 체크 한 오러 수준에 맞춰 본인보다 위에 수준, 비슷한 수준, 아래 수준인 3명과 세 번 대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여기까지는 저번과 같았다.

     

   “마지막으로 3차 시험은 본 시험관과의 모의 전투입니다. 참고로, 앞선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통과한 분들은 입학생으로 간주 됩니다.”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그렇다면 구태여 3차 시험을 칠 필요가 있냐는 반응이었다.

     

   “3차 시험을 치르는 이유는 단 하나, 이번에 추가 개설된 특급과에 들어가는 시험입니다.”

     

   특급과.

   크라슈도 들어본 적 없는 과였기에 흥미가 동했다.

     

   분명 이번 회차에서의 변화로 생겨난 과가 확실했다.

     

   “특급과는 입학시험 지원자분들이 지망하신 학과와는 별개로 운영될 예정이며 뛰어난 실력의 학생들을 조기 육성 학과로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추가적인 모집은 계속될 것이며 입학하고 나서도 상황에 맞춰 추가 배치가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짧은 설명과 함께 카이란은 곧 서서히 웃음 지었다.

     

   “물론 특급과 인원이 입학시험 때 다 차버린다면 추가 모집은 없겠지만요.”

     

   그것만으로 학생들의 의욕이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라헬른 아카데미에 입학하려는 녀석들은 다들 저마다 목적이 있겠지만.

   특급과에 들어가는 순간 인생 자체가 달라질 것임을 눈치챈 것이다.

     

   귀족에게 있어서는 더없는 명예를.

   평민에게 있어서는 더없는 기회를.

     

   그리고 무학 지망생 녀석들이라는 건 다들 비슷한 공통점을 하나 지니고 있다.

     

   여기서 내가 가장 강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그 호전적인 성격 말이다.

     

   ‘이거, 인재가 너무 몰린 탓에 생긴 거네.’

     

   크라슈는 특수과가 개설된 이유를 눈치챘다.

   동시에 자신도 저곳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창공의 세대는 필히 저기에 다 모일 테니까.

     

   “3차 시험 조건은 시험관을 이길 것. 간단하니 많은 분이 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카이란은 그리 덧붙였다.

   입학 시험관의 다분한 악의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그럼 1차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이 호명되자마자 준비된 다른 시험관들이 나왔다.

   그들은 미리 준비해 놓은 듯 빠르게 간이 1인용 천막 수십 개를 세웠다.

     

   그와 동시에 라헬른 아카데미 소속 마도사들이 하늘 위에 글자를 띄웠다.

     

   “천막은 위에 출력되는 이름대로 들어가 안에 있는 오로라 석에 손을 올리시면 됩니다.”

     

   말 그대로 간단한 시험이었다.

   그러나 이 시험에서 학생들은 절반가량이 떨어질 것이다.

     

   ‘입학생의 숫자는 결국 정해져 있으니까.’

     

   그사이 차례로 학생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이름이 떠오른 학생들은 굳은 표정으로 천막 안에 들어갔다.

     

   무학 지원자만 네자릿수가 되는 마당.

   천막이 수십 개가 설치되었음에도 1차 시험은 꽤 오래 걸렸다.

     

   “크라슈, 넌 특급과도 노릴 거지? 나도 노릴 거니까 같은 과로 가자!”

     

   덕분에 크라슈는 발락이 조잘거리는 말을 계속 들어야 했다.

     

   “특급과에 속하면 아닉스랑 엘핀이랑도 만날 수 있다더라!”

     

   목궁, 아닉스 그라이자.

   그리고 엘핀 에밀리아.

     

   스타론의 삼걸들 중 둘은 1기생이다.

   앞에서 시험관이 말했던 대로 조기 육성 과라고 했으니 특급과 학생은 1기생들과 함께 아카데미 생활하게 될 모양이다.

     

   “시험관은 얼마나 강하려나. 기대된다.”

     

   크라슈는 카이란을 돌아보았다.

     

   ‘이기는 놈이 있긴 하려나.’

     

   세간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벽 바깥, 사실상 금역에 가까운 바다, 대해(大海)에서 그 이름을 날린 인물.

     

   해적여제(海賊女帝)

   카이란

     

   그녀가 대해에서 새롭게 잡아 와 자료가 된 침식종만 해도 수천 가지는 될 거다.

     

   ‘그리고 부교수 중 유일하게 교수 못지않은 실력의 소유자.’

     

   그녀가 부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는 그녀 본인이 수업을 직접 운용하는 건 맞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즉, 그 말은 그녀는 사실상 교수들과 동급의 전력이란 소리다.

     

   ‘악의적이구만.’

     

   교수와 동급의 전력을 지닌 카이란이 시험관으로 배치된 시점부터 악의가 다분히 느껴졌다.

     

   ‘특급과에 한 명도 통과시키지 않겠다.’

     

   이 소리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크라슈가 짧게 웃음 지었다.

     

   과연, 교수급인 카이란에게 지금의 자신은 어디까지 통할까.

   흥미가 돋는 순간이었다.

     

     

   * * *

     

     

   해적 여제 카이란.

   본인은 거창하고, 창피한 이름이라 생각하지만, 그녀의 실력은 확실히 별호가 붙을 수준이었다.

     

   그런 그녀는 오늘 시험관으로서 학생들의 1차 시험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카이란 부교수님.”

     

   그러는 순간 그녀는 시험관 보조 담당관이 다가온 것을 보았다.

   아직 1차 시험이 한창인 마당이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카이란이 그를 힐끗 보자 그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를 꺼렸다.

   카이란이 그에게 의문을 보이자 결국 시험 보조 담당관이 입을 열었다.

     

   “그게, 그, 오로라 석이 하나 금이 갔습니다.”

   “오로라 석이 금이 갔다고요?”

     

   카이란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오로라 석은 오러의 총량을 체크 하는데 가장 적합한 도구다.

   오러를 불어 넣으면 지닌 오러에 따라 오로라가 나타나며 총량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웬만한 오러 출력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게 오로라 석이다.

   그런 오로라 석이 금이 가다니?

     

   “입학 지원생들이 너무 이용해서 그런 건 아닐 테고.”

     

   카이란의 눈이 게슴츠레 떠졌다.

     

   “오로라 석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오러를 지닌 이가 있단 거군요.”

   “예, 맞습니다. 명백히 규격 외 수준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로라 석에 금을 가게 한 인물이 누군지 알려 주었다.

     

   “……메리 다이아나.”

     

   카이란이 짧게 침음을 삼켰다.

   과거 제국의 창 후보였으며 황족 시해라는 정신 나간 짓을 벌인 인물.

     

   ‘천무지체를 타고난 재능이라고 듣긴 했는데.’

     

   설마하니 오로라 석에 금을 가게 할 수준인 오러를 보유하고 있는 건가.

   과연, 제국이 왜 그녀의 처형을 철회해 주었는지 이해가 됐다.

     

   황위 계승권이 거의 없다시피 한다던 4황녀가 아니라 다른 황족을 노렸다면 즉시 처형이었겠지만.

   4황녀이기에 그나마 타협하고, 제국의 개로써 쓰고자 넘어가 준 거겠지.

     

   ‘괴물이 하나 나타났군.’

     

   그녀는 짧게 혀를 차곤 그에게 오로라 석을 갈아 두라고 지시했다.

     

   ‘2차 시험이 문제네.’

     

   과연 오로라 석을 금 가게 한 인물만큼 강한 수준의 이가 있을까.

   메리 다이아나에게 2차 시험은 셋 다 본인보다 약한 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녀가 2차 시험을 이리저리 고민하던 찰나였다.

     

   번쩍!

     

   갑자기 조금 전에 시험 보조 담당관이 오로라 석을 갈아 끼우러 간 천막에서 빛이 강하게 터져 나왔다.

   갑작스러운 빛을 본 학생들이 놀라 수군거리는 사이.

     

   쨍그랑!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들은 카이란은 순간 멍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고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곤 총시험관이라는 직책도 잊고, 서둘러 그 천막으로 향했다.

     

   그녀가 서둘러 천막 안으로 들어서자 방금 보았던 시험 보조 담당관이 넋 놓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러곤 이내 카이란과 눈이 마주치자 그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카, 카이란 부교수님, 전 오로라 석을 분명히 갈았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카이란이 시선을 옮겼다.

   이윽고, 그녀의 앞에 보인 것은 산산조각이 난 오로라 석이었다.

     

   ‘갈았다는 건.’

     

   지금 새로 가져온 오로라 석이 단순한 오러 출력을 견디지 못하고 깨져버렸다는 거다.

     

   카이란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 또한 실력이 실력인 만큼 오로라 석에 금을 가게 하는 것 정돈할 수 있다.

     

   그러나 오로라 석을 깨트린다?

   그건 그녀라도 도무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체 이런 짓을 벌인 게 누구란 말인가.

   그녀가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거기에는 푸른색이 뒤섞인 흑발의 머리카락을 지닌 이가 서 있었다.

     

   저 색깔.

   그녀도 확실히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게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가장 머리 아프게 하는 인물.

   샬롯 발하임과 같은 색깔이었으니까.

     

   날카로운 눈매 아래 손을 들었던 소년이 스르륵 그 손을 내렸다.

     

   “다시 합니까?”

     

   그러고는 깨져버린 오로라 석을 보면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 오만한 태도를 본 순간 그녀는 알아차렸다.

     

   ‘크라슈 발하임.’

     

   요주의 인물 중 하나이자 발하임의 막내 직계.

   그가 분명했다.

     

   “……입학생은 그만 나가면 됩니다.”

   “다행이네요. 더 하면 하나 더 깨트릴 거 같았는데.”

     

   이어진 말을 듣고, 카이란이 굳었다.

   오로라 석을 깨트린 건 우연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유유히 걸어 나가는 그를 보고 카이란이 숨을 삼켰다.

     

   메리 다이아나를 괴물이라 칭했던 걸 사과하자.

   진짜 괴물은 여기에 있었다.

     

     

   * * *

     

     

   굳은 카이란을 두고, 밖으로 걸어 나온 크라슈는 자기 손을 내려 보았다.

     

   ‘솔직히 깨질 줄은 몰랐는데.’

     

   오로라 석을 본 순간 크라슈는 예전 일을 떠올렸다.

     

   미약하게 나오는 오로라 빛이 자신이 보기에도 얼마나 형편없게 보였던가.

   그리고 그것을 보던 시험 보조 담당관도 말없이 표시하는 모습도 썩 좋지 못한 기분이었다.

     

   그래서일까.

   오로라 석을 보자 조금 흥미가 동했다.

     

   오로라 석은 과연 세계 침식도 오러로 인식할까 하고 말이다.

     

   ‘그럼 기왕 하는 거.’

     

   최대로 한다.

   그 마음으로 크라슈는 멸화침식을 끌어 올렸다.

     

   천살성 덕분에 이전보다 훨씬 늘어난 출력의 멸화침식이었다.

   그러고는 크라슈는 몸에 영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치로 오로라 석에 박아 넣었다.

     

   그 결과.

     

   쨍그랑!

     

   섬광과 함께 오로라 석이 박살이 났다.

   순간 출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높은 크라슈다.

     

   그런 마당에 그걸 오로라 석에 때려 박았으니.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졸지에 오로라 석을 깨트린 크라슈가 천막 밖에서 고개를 든 순간이었다.

     

   적막 속.

   입학 지원생을 포함한 이미 학과를 다니는 학생까지 모두 크라슈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막 안에서 쏟아져 나온 빛과 깨지는 소리를 모두 다 들었기 때문이다.

     

   [ 사서 염병하는구나. ]

     

   품에 넣어둔 브로치에서 들려오는 크림슨가든의 목소리에 크라슈는 천천히 자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곤 이내 침묵 속에서 입을 열었다.

     

   “뭘 봐.”

     

   지극히 발하임다운 발언이었다.

     

   모두가 아무런 대답도 못 하는 사이, 크라슈는 개의치 않고,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와, 크라슈! 어디까지 강해진 거야!”

     

   그러자 발락 녀석이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며 반응했다.

   다른 녀석들과 달리 눈치 보는 놈은 아니라 편했다.

     

   그런 크라슈가 발걸음을 멈추며 몸을 돌린 찰나였다.

     

   우뚝!

     

   갑자기 크라슈의 몸이 굳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놓인 수십 개의 천막 위.

   그 이름 하나가 아서 그라말테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서.’

     

   크라슈가 급히 그 방향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아서 그라말테의 이름은 천천히 흐릿하게 지워져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다.

     

   크라슈가 오로라 석을 깨트린 사이.

   아서도 거의 동시에 1차 시험을 치르고 나왔던 것이다.

     

   타이밍이 어긋났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크라슈가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아서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먼저 입학한 게 아니었어.’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서는 자신과 같은 때 입학했다.

   크라슈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의 아서는 크라슈가 아는 아서가 아니다.

   아서는 회귀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니 지금 녀석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였다.

     

   크라슈가 고개를 들어 시그린을 찾았다.

   하지만 아까와 달리 시그린의 무리가 있을 뿐,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크라슈는 시그린이 아서의 이름을 보자 만나러 간 거라고 눈치챘다.

     

   아까 전 메리 또한 로브를 꾹 뒤집어쓰고, 시험을 치르는 걸 발견했던 크라슈다.

     

   아서를 찾을 겸 주위를 봤을 때 메리 녀석도 보이지 않았다.

     

   ‘됐다.’

     

   크라슈는 찾는 걸 그만뒀다.

   녀석들이 어떤 식이든 뭉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니 지금 다급할 건 없었다.

     

   ‘나는 나대로 내 길을 간다.’

     

   크라슈가 자신들과 똑같이 기억을 가진 채 회귀했을 거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

   아서만을 찾아 뒤쫓는 사이.

     

   크라슈는 그들의 목 위에 이빨을 서서히 드러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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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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