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6

        

        

        

        

        

       「천리안 (중립 속성, ★7)」

        

        

       <메르헨의 마법 기사> 짬밥 덕분에 이안이 어디 있는지 위치는 대강 파악하고 있었다. [천리안]으로 그쪽 방면을 살폈다.

       

       낡은 신전 기둥이 늘어선 곳.

        

       그 한가운데. 노란 벽돌 길 위에 흑발의 소년, 이안 페어리테일이 서 있었다.

       

       부유섬 위를 가로지르고 있는 선명한 무지개.

       

       부유섬 중심부엔 에메랄드 빛깔의 궁전이 눈부신 절경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그 위로 찬란한 광채를 뿜어대는 석상 태양이 무중력 상태로 뜬 채 빙빙 돌고 있었다.

       

        

       이안은 티라노사우루스 형태의 작은 공룡 사역마, 렉스를 소환하고서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 들었다.

        

       숨을 죽이고, 검을 양손으로 쥐고, 식은땀을 한 방울 흘리며 전투 태세를 갖춘다.

        

       기척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한 녀석이니, 주위에 적이 가득하다는 걸 금세 눈치챘으리라.

        

       곧, 땅에서 온갖 새하얀 늑대와 까마귀 형태의 괴물들이 솟아올랐다. 놈들은 붉은 안광을 내비치며, 큰 아가리를 쩍 벌려 고른 이빨을 내보였다.

        

       그 중심, 지면에서 고깔모자를 쓴 마녀 형태의 하얀 괴물이 튀어나왔다.

       

       머리가 쩌적 찢어지며 입의 형태가 되었으나, 완전히 찢어지지 못해 입술 위아래를 잇고 있는 살이 치즈처럼 쭉쭉 늘어났다.

        

        

       ‘부유섬의 하수인….’

        

        

       전부 부유섬의 땅 속성 마력으로 이루어진 마족이었다.

        

       마녀 마족이 지팡이로 이안을 가리키며 공격 명령을 내리자, 늑대와 까마귀 마족 무리가 짓쳐들었고.

        

       동시에 이안의 목에 걸려있던 케루빔의 목걸이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일섬.

        

       이안은 신성력을 휘감은 검을 횡으로 휘둘러, 빛 속성 검기로 부유섬의 하수인들을 전부 베어 버렸다.

        

        

       ‘그거지!’

        

        

       크으. 감탄스럽다.

       

       내가 알고 있던 그 기절 전문가 이안이 맞냐?

        

       확실히, 케루빔의 목걸이를 얻은 효과가 크긴 크다. 그 아이템이 이안의 전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으니.

        

       이안의 사역마, 렉스는 크기를 키워 몸집이 큰 티라노사우루스의 형태가 되었고.

        

       녀석의 입가 양쪽으로 화염 줄기가 길쭉하게 뻗어 나와 날개처럼 피어올랐다.

        

       이안은 렉스의 등 위에 올라타고는 부유섬의 중심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부유섬이 나라멸망급 마법을 사용하리란 걸 눈치채고, 이를 막고자 가장 진한 마력이 느껴지는 중심부, 바로 에메랄드 궁전으로 가겠다고 결정을 내린 것.

        

       부유섬이 내뿜고 있는 마력은 마족의 것이니. 빛 속성인 이안은 그 섬뜩한 마력을 느끼고서, 자신만이 이 마족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을 게 분명했다.

        

        

       “흐….”

       “……?”

        

        

       웬 이상야릇한 소리가 들려 [천리안]을 풀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부끄러움에 찌들어 있는 담녹색 양갈래 머리칼의 소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입술을 앙 깨물고 있다. 눈앞에 있는 막강한 적보다 나와 손잡은 상황이 그녀에게는 더 자극적인 모양이었다.

        

       …뭐, 마음이야 이해 가지. 좋아하는 사람이랑 처음으로 손잡은 기분이란 말로 형용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너무 부끄러워하는 거 아니냐.’

        

        

       뭐라 해줄까, 하려다 말았다. 부유섬에게 기선제압 당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여전히 나와 카야는 연녹빛 바람을 타고 바다 위를 가로지르며 부유섬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뒤를 돌아보면, 안개 너머 메르헨 아카데미가 있는 넓은 섬이 초라할 정도로 작게 보였다.

        

       참고로 자욱한 이류안개와 막대한 부유 섬의 마력에 파묻혀, 나와 카야는 메르헨 아카데미 쪽에서 감지되지 않고 있을 터.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도, 마테오가 먼저 부유섬을 향해 곧바로 날아가는걸 학사 측에서 막지 못했던 게 그런 연유다.

        

       그가 부유섬으로 향했다는 것도 에이미의 보고 덕분에 알아냈던 것.

        

       메르헨 아카데미 부지에 전개되어 있는 외부 침입 감지용 투명한 막도, 부유섬의 마력을 통째로 받아 내느라 먹통이겠지.

        

       즉, 학사측에선 학생 통제와 부유섬 분석 및 대응책 마련만으로 벅찬 상태이리라.

        

        

       턱.

        

        

       나와 카야는 부유섬 절벽 지점에 발을 내디뎠고.

        

       내가 손을 놓자 카야는 소중한 물건을 잃은 어린아이처럼 “앗, 아아….”하고 침음을 흘렸다.

       

       

       “카야, 여기야.”

       

       

       내 한 마디가 카야의 이성을 퍼뜩 일깨웠다.

       

       그녀는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이작 님, 이건….”

        

        

       그제야 어마어마한 장관에 카야는 입을 떡 벌리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선명한 무지개와, 에메랄드 궁전과, 그 위로 무중력 상태로 떠서 빙빙 돌아가고 있는 찬연한 석상 태양.

        

       아름다운 빛깔을 난반사시키고 있는 신비로운 안개.

        

       붉은 갈대밭을 가로지르고 있는 노란 벽돌 길.

        

       얼핏 보면 모험심을 자극하는 동화 속 풍경과도 같았다. 대조적으로 바로 뒤쪽은, 바다로 떨어질 수 있는 아찔하고도 살벌한 절벽의 풍경이었다.

        

       마치, 동화와 현실의 경계선에 발을 걸친 듯한 기분.

        

        

       “칙칙한 살풍경일 거라 생각했는데, 묘하게 아름답….”

       “가자.”

       “앗, 네에!”

        

        

       맹독을 지닌 버섯이 예쁜 것처럼, 이 환상의 나라는 아름다운 만큼 위험한 곳이다.

        

       우리는 다시 바람에 휘감겨 빠른 속도로 노란 벽돌 길을 따라 나아갔고.

        

        

       “……!”

        

        

       대뜸 벽돌 길과 갈대밭에서 고깔모자를 쓴 형태의 새하얀 난쟁이 괴물들이 솟아오르자, 급브레이크를 밟은 자동차처럼 그대로 멈춰버렸다.

        

       난쟁이들은 전부 파란색 로브 차림이었다.

        

        

       [ 환상의 뭉크킨 ]

        

       Lv : 95

       종족 : 마족

       속성 : 어둠,

       위험도 : 중

       심리 : [ 당신의 정신을 갉아먹고 싶어 합니다. ]

        

        

       [끼긱…. 뭉크킨의, 나라에 온 것을, 환영…!]

        

        

       난쟁이 마족, 환상의 뭉크킨 중 가장 중앙에 있는 녀석이 인사말을 채 끝내기도 전.

        

       나는 오른손에 얼음 마나를 흘려보내 얼음 결정들과 연푸른 마나를 담배 연기처럼 피어올렸다.

        

        

       차라락.

        

        

       그리 싸울 의향을 갖추자, 고유 특성 [멸악자]가 발동되었다.

        

        

       [마족을 적으로 인식했습니다.]

       

       [고유 특성 [멸악자]가 발동됩니다!]

       

       [레벨과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크게 향상됩니다!]

       

       [스킬트리가 일시적으로 +10이 됩니다!]

       

        

        

    「서리불꽃 (얼음 속성, ★4)」

        

        

       화르르르르륵!!!

        

        

       마법진을 전개하고 가볍게 손을 휘둘러 연푸른 냉기 화염을 쏟아냈다.

        

       서리를 머금은 차가운 화염이 넓게 퍼져나가 뭉크킨 무리를 포함해, 일대를 모조리 태워 버린다.

        

       바람을 따라 줏대 없이 흔들리던, 드넓은 갈대밭이 싸늘하게 얼어 버리고.

        

       환상의 뭉크킨 무리는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동렬 상태가 되자 마족 답게 먼지가 되어 소멸했다.

        

       팔을 휘둘러 냉기 화염을 사그라뜨리자, 고유 특성 [멸악자]가 풀렸다. 몸이 급격히 무거워지고, 용솟음치던 마력이 확 내려앉았다.

        

       환상의 나라가, 빙하기의 한때로 뒤바뀐 듯한 풍경이 시야에 내비쳤다.

        

        

       “대, 대단하십니다, 아이작 님…!”

        

        

       대충 내 주위로 떠오른 빙정들을 손을 휘휘 저어 날리고 있자, 카야가 나를 향해 눈빛을 별빛처럼 쏴댔다.

        

       역시 저 반응은 부담스럽다….

        

       참고로 이 정도의 [서리불꽃]을 날린 정도야, [멸악자] 상태에선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수준이다.

        

       [멸악자] 상태의 나는 마력 회복 속도가 몹시 뛰어나다. 여기선 틈만 나면 마족이 튀어나올 테니, [서리불꽃]으로 소모한 마력은 금세 충원될 것이었다.

        

        

       “근데 방금 그건 뭐였습니까?”

       “마족. 이 섬의 하수인이야. 절대 말 섞지 마.”

       “네…?”

        

        

       부유섬의 하수인과 말을 섞어 버리면, 이곳은 정신을 현혹시키는 진정한 환상의 세계가 되어 버린다.

        

       마족의 정신 공격이라 빛 속성인 이안에게는 면역이고, 나는 정신력이 높아서 어떻게든 빠져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카야에게는 외통수가 될 수 있었다.

       

       설령 어떻게든 정신을 차린다고 해도, 그때는 이미 부유섬의 저주가 임한 뒤다.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면 부유섬 하수인들의 모습이나 말투가 그 사람 한정으로 멀쩡하게 뒤바뀐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슨 소원이든 이루어 준다는 대마법사 오즈를 찾아 나서기 위한 가슴 뛰는 여정을 보내게 된다. 도로시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이다.

        

       마침내 부유섬의 중심부, 에메랄드 궁전에 도착해 대마법사 오즈를 찾아냈을 때는 나름대로의 해피엔딩을 맞이하지만….

        

        

       ‘현실의 자신은 죽고 말아.’

       

       

       오즈에게 도달했을 때쯤엔, 부유섬의 저주 탓에 생명이 갉아먹히다가 끝내 목숨을 잃게 된다.

        

       그렇다. 이 땅덩어리 새끼는 완전한 지성을 가진 생명체이자, 사람을 인형 놀이하듯 가지고 노는 마족이었다.

        

        

       “다시 출발하자.”

       “네, 네엣…!”

        

        

       「바람 생성 (바람 속성, ★1)」

        

        

       휘우우우우우!

        

        

       연녹빛 바람을 타고, 나와 카야는 이안을 향해 다시 날아가기 시작했다. 역시 이편이 달리는 것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다.

        

       물론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건 시전자의 마력 부담이 상당하다. 하지만 카야의 마력이 부족해지면 악식을 불러와 피 마력까지 응용하면 될 일.

        

       그나저나….

        

        

       ‘지금쯤 내가 여기 있는 거 다 알아차렸겠네.’

        

        

       지금 [멸악자] 상태의 나는 그 희대의 천재 도로시보다도 강한 편.

        

       아무리 부유섬의 엄청난 마력이 주위를 집어삼키고 있어, 학사 측에서 다른 마력 감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들.

        

       부유섬의 마력에 버금가는 내 막대한 마력의 일렁임까지 못 알아챌 리 없었다.

        

        

       ‘아마 ‘검은 괴물’이 나타났다고 난리가 났겠지.’

        

        

       이미 부유섬까지 온 이상 상관없는 일이지만.

       

       [멸악자] 상태의 마력은 아주 잠깐씩만 요동칠 뿐일 테니, 내 위치를 추적하기는 어려울 터.

        

       내가 우려했던 건 카야와 함께 부유섬까지 오는 도중에 들키는 상황이었을 뿐.

        

       이런 긴급사태에 학생 둘이 아카데미에서 이탈하는 장면을 들킨다면, 학사 측에선 곧바로 우리를 데려오려고 했을 게 분명하다.

       

       어으, 상상만 해도 골치 아프지.

        

       아무튼.

        

        

       ‘이안, 잘 버티고 있어라.’

        

        

       [천리안]으로 이안 쪽을 살펴보았다. 그는 렉스를 타고 노란 벽돌 길을 따라 내달리며 빛과 화염의 검으로 적들을 처치해나가고 있었다.

        

       장하다, 이안 페어리테일. 마족을 네 손으로 멸망시켜 버리렴.

        

        

       ‘어떻게든 서포트해 줄 테니까.’

       

       

       마지막에, 난 이 땅덩어리 조질 거고. 

        

       중간에 이안 일행을 막아서야 할 독식의 하인켈은 이미 내가 해치웠으니 문제없다.

        

       즉, 부유섬의 하수인들만 처치해 나가면 그만.

        

       그리고 이안이 에메랄드 궁전에 있는 부유섬의 내핵, ‘오즈’를 향해 [빛의 사도]를 날려주면.

        

        

       ‘1차 목적 달성이다.’

        

        

       [끼긱…. 뭉크킨의 나라에 온 것을 환….]

        

        

       화르르르륵!

        

        

       [서리불꽃]으로 가볍게 뭉크킨을 조져주며, 나와 카야는 이안을 향해 나아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수정]

    여러 배경 묘사 총 400자 지웠습니다. 쓸데없이 그로테스크하다고 판단돼서입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AWBDLH, 아카데미 최약체는 마족 한정 먼치킨이 되었다
Score 8.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possessed the weakest character in my favorite game’s Hell Mode. I want to survive, but the way the main character is being controlled is atrocious. It can’t be helped. I have to stop the bad ending myself.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