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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6

       팽진아의 갑작스러운 티타임 제안.

         

       <기초 검술> 수업이 끝난 이후 현재, 나는 그녀의 초대를 받아 의자에 앉아있었다.

         

       ‘…여기가 팽진아 교수님의 집무실인가…’

         

       좀 딱딱하고 삭막한 분위기일 거로 생각했었는데…

         

       어, 음…뭐라고 해야 하나 이거.

         

       ‘…소녀답다고 해야 하나?’

         

       꽤 다양한 인테리어.

       과하지 않게 배치된 인형들.

       선물 받은 것으로 추측되는 칼 몇 자루.

       고급스러운 선반과 가구들.

       여기에…먹물을 칠한 것처럼 깊고 딮 다크한 벽지 색상.

         

       마지막으로…

         

       ‘저거, 망토인가?’

         

       자기 딴은 숨긴다고 숨긴 것 같지만.

         

       유심히 관찰하면, 보이는 망토와 검은 안대까지.

         

       뭔가 팽진아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그런 방이었다.

         

       쪼르륵.

         

       생각하는 사이, 팽진아가 홍차를 따라주었다.

         

       흘러나오는 향에서, 고급스러운 종류로 판단되었다.

         

       “마시거라.”

       “감사합니다.”

         

       호로록.

         

       입 안으로 따스하면서, 특유의 떫은맛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끝에 감도는 오묘한 맛에서.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도, 좋은 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입에는 좀 맞는가. 유세하 생도”

       “네, 맛있습니다.”

       “다행이군.”

         

       잠시 큼큼거리는 팽진아.

       이내, ‘전속 수업’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대다수 아는 내용이었다.

         

       <전속 수업>은 일종의 특수 수업이기에 받는 취급도 특이하였다.

         

       요일과 시작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여기에 학점도 보통 과목의 2~3배로 컸다.

         

       뭐 들어가는 시간이 시간인 만큼, 나름의 배려가 아닐지 싶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중요한 건데.

         

       <전속 수업>은, 교수의 재량으로 다음 학기에도 계속해서 연장된다.

         

       듣기로, 팽진아는 이미 나를 선점(?)하는 데 성공하여, 2~3학년에도 고정으로 기록된다고 한다.

         

       사실상 앞으로 졸업할 때까지, 그녀와의 1대1 수업은 무조건 진행된다는 소리이다.

         

       ‘여기에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면…애제자 임명식을 진행한다.’

         

       <애제자 임명식>.

         

       서로의 근원을 나눠, 단순히 가르치고 마는 관계를 넘어선 관계를 맺는 숭고한 의식.

         

       이리 말하면 뭔가 위험한 거 아닌가 싶지만, 딱히 그 정도로 깊게 하지는 않는다.

         

       그저 각자의 몸에 이변이 생기면 눈치채는 정도?

         

       아무튼, 이러한 <전속 수업>은 얼핏 보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수업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편애가 맞기도 하고 말이야.’

         

       하지만 딱히 별다른 말은 나오지 않았다.

         

       이유가 있는데, 과거 이름을 날린 전설적인 헌터들 대다수가 본인의 제자들에게 이러한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전속 수업’과 ‘애제자 임명식’은 그들의 행동에 영감을 받은 <아카데미> 측에서 만든 것.

         

       오히려 헌터들에게 있어 이러한 수업방식이 더 근본이라는 소리다.

         

       여기에 스승은 물론이고, 전수받은 제자들 모두 하나같이 세상을 위해 큰 공헌을 한 만큼.

       불만은 있을지언정 대놓고 반발하는 이들은 없었다.

         

       ‘아무튼, 뭐 그건 그렇고…’

         

       나는 힐끗, 팽진아의 홍차를 바라보았다.

         

       퐁당.

         

       차 안으로 다 녹지 못해, 층층이 쌓인 각설탕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런데도 부족한지, 팽진아는 녹는 족족 각설탕을 투입하고 있었다.

         

       이것 참 의외네…?

       이미지만 보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마실 것 같은데 말이다.

         

       ‘…단 걸 좋아하나 보네.’

         

       처음 볼 때는 딱딱하고, 위엄있으며.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냉혈인의 느낌이었는데…

         

       요새 볼 때마다 순둥순둥하거나, 의외로 덤벙대는 부분도 좀 보였다.

         

       ‘…캐릭터로 나왔으면 인기 많았을 느낌이네.’

         

       여기에 외모도 전혀 뒤처지지 않고.

       가진 바 능력도 어마어마하니, 필시 지도관들의 사랑을 받았을 거다.

         

       *

         

       그렇게 서로 별다른 말 없이 호로록 차를 즐기던 때였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팽진아는 깜박했다는 듯 ‘잠시만 기다려 달라.’라는 말을 남기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향한 곳은 바로 뒤편에 있는 냉장고.

         

       거기서 케이크 한 조각을 꺼내온다.

         

       “디저트는 싫어하나 유세하 생도?”

       “아닙니다. 좋아합니다.”

       “그런가. 다행이군.”

         

       어디 유명한 케이크인지, 꽤 세련된 모양이었다.

         

       팽진아가 기대된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것 참.’

         

       평소처럼 무표정인데도 불구하고, 눈빛 하나만으로도 이리 인상이 달라지다니.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싶으며, 한입 입에 넣었다.

         

       ‘윽, 뭐야?’

         

       그러자 감도는 독한 쓴맛.

         

       분명히 그녀의 취향대로 달콤한 단맛일 거라는 예상이 확 깨졌다.

         

       ‘…뭐지 이거?’

         

       쓴맛 마니아용 케이크인가?

         

       대충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나는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정보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훌륭한 미식가의 손길을 통해 만들어진 영약이 당신의 오장육부에 흐릅니다.]

       [쌉싸름한 맛 안에 숨겨진 효능이 당신의 근골을 튼튼하게 만들어 줍니다.]

       [몸에 좋은 건 아무튼 쓰다!]

       [내구 1, 마력 1, 정신이 1 상승합니다.]

         

       ‘능력치…증가?’

         

       무려 세 개나 올랐다.

       심지어 영약이라고 지칭하잖아?

         

       내가 끔벅거리자, 팽진아는 풋 하고 웃었다.

       입학시험 이후 두 번째로 보는 그녀의 웃음이었다.

         

       “H사에서 만든 물품이다.”

         

       H사…?

       어디서 들어본 적이…

         

       ‘아, 그러고 보니…’

         

       <토주원의 정원>을 공략하고 므냥이가 말해주었던 게 기억났다.

         

       분명 [풍유환]인가 하는 바람직한 물건을 만드는 회사라고 했지?

         

       여기에 주나용, 문보라가 인테리어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나온 회사이기도 하였다.

         

       이 효능…

       설마?

         

       “영약을 가공해서 만든 음식인가요?”

       “그렇다. 듣기로 귀속권을 따낸 <시련>, <던전>에서 채취한 영초로 만든다고 들었다.”

         

       차를 한 모금 마시는 팽진아.

         

       과거, 개인적으로 H사를 도와 활약했던 적이 있어, 주기적으로 이런 물품을 받는다고 한다.

         

       이어서 세 조각이 더 든 케이크 상자를 건네주었다.

         

       “세 사람에게 주도록 하거라.”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었다.

         

       “이리 귀한 걸 그냥 주셔도 되나요?”

       “…오히려 이런 것밖에 못 해줘서 미안하다.”

       “…네?”

         

       예상외의 사과에 당황한다.

         

       그사이 말을 이으는 팽진아.

         

       뭔가 그녀의 낯빛이 어두운 느낌이었다.

         

       “…<입학시험>, <트윈 헤드 트롤>의 습격. 여기에 <기숙사 테러>도 그렇고…교수나 되는 사람이 생도를 지키기는커녕, 도움만 받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구나.”

         

       나 자신이 이렇게나 무력하고 무능했나 싶어 너무나도 한심하구나.

         

       “정말로 미안하다. 유세하 생도. 버팀목은커녕 짐만 되었으니…”

         

       말을 마친 팽진아가 우울한 기색으로 홍차를 마셨다.

         

       그 모습에 나는 약간 어이가 없었다.

         

       ‘…쓰읍.’

         

       예상은 했었지만, 누가 ‘고스라’의 인물 아니랄까 봐.

         

       이 사람도, 왜 이리 착한지 모르겠다.

         

       “아닙니다. 애초에…교수님이 이리 부임하는 것만으로도 <마인, 빌런>들을 억제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충 띄워주려는 말이 아닌 진심이다.

         

       실제로도 ‘고스라’에서는 무작위 인카운터로 고용되는 교수들의 총합 무력 수준에 따라, 빌런, 마인들의 습격 빈도와 강도가 정해진다.

         

       그리고 이 정도면, 내가 보기엔 지금까지 한 플레이 중 가장 습격이 적은 편에 속한다.

         

       ‘재수 없으면 마경이 되기도 하니까.’

         

       분명, 이러한 애매한 평화가 유지되는 이유에는 팽진아가 큰 몫을 해주고 있을 거다.

         

       괜히 이사장, 유능해가 수업도 안 하고 수련만 하는 <빙한설녀> ‘천미라’를 고용한 게 아니다.

         

       그저 강력한 무력만으로도, 천칭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존재.

         

       그녀는 이미 자기 나름대로 <아카데미>를 위해 힘쓰고 있는 거였다.

         

       “……”

         

       예상치 못했던 말이었을까.

       팽진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라? 아주 살짝 목덜미가 붉어지는 것 같은데…?

         

       “…크흠흠!”

         

       서둘러 차를 마셔 얼굴을 가린 그녀는 계속해서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유세하 생도.”

       “아닙니다.”

       “그럼…이제 그만 실습하러 가도록 하지. 내가 해준 약속은 기억하나?’

         

       약속?

       어…

       아, 그건가?

         

       “분명, 모든 걸 전수해 주시겠다고…?”

       “그렇다. 틀림없이 혹독하고 힘든 수업일 거다.”

         

       뒤늦게라도 스승의 위엄을 가지려는지, 무게를 잡는 팽진아.

         

       물론, 빛나는 두 눈동자는 어쩔 수 없었다.

         

       희망을 보는듯한 눈빛.

       유세하의 성장에 기대하는 마음이 넘쳐흐른다.

         

       “특히 그대가 익힌 [패천검법]은 나조차도 쉽지 않은 무공 스킬. 필시 2~3번 정도 휘두르는 게 고작이겠지.”

         

       “…어, 음…”

         

       “걱정하지 마라. 그렇기에 내가 옆에 있는 거다.”

         

       유세하 생도.

       너라면 잘 해낼 수 있다.

         

         

       * * *

         

         

       10분 뒤, 팽진아의 개인 연무장.

         

       “……”

         

       팽진아는 본인의 입이 벌어졌는지도 모르고, 멍하니 전방을 주시하였다.

         

       파지직-!

         

       붉은 번개와 같은 적색의 마력이 용오름 친다.

         

       난폭하기 짝이 없는 기운은, 검에 맞추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틀림없는 [패천검법]의 발현이었다.

         

       그것도 그냥 몇 번 휘두르고 마는게 아닌, 춤을 추듯 확실하게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었다.

         

       시전자는 당연히 유세하.

         

       <트윈 헤드 트롤>을 상대로 펼쳤던 그때의 검무보다, 훨씬 더 오래, 정교하게, 높은 위력으로 [패천검법]을 시전한다.

         

       “……”

         

       팽진아는 당혹감에 눈을 끔벅였다.

         

       대체 저게 뭐란 말이냐?

         

       ‘…아직, 아무것도 안 가르쳤는데…?’

         

       튼튼한 토양 위의 꽃이니 뭐니…

         

       잔뜩 잘난 척을 했었는데…

         

       그는 이미 자신만의 기반을 어느 정도 쌓은 지 오래였다.

         

       고작,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말에 말이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체…무슨 짓을 한 거냐. 유세하.’

         

       놀라서 멍하니 바라보던 팽진아는 곧 정신을 차렸다.

         

       “유세하 생도 잠시만…잠시만 멈춰라.”

       “아, 네?”

         

       검을 내린 그를 보며 천천히 다가간다.

         

       “실례인 걸 알지만…<상태창> 좀 보여줄 수 있는가? 고유능력과 스킬 대다수는 숨겨도 좋다. 능력치랑 검술…그리고 패천검법만 보여다오.”

         

       그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파악하는 데는 이만한 게 없었다.

         

       약간 무례한 요청에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유세하.

         

       화면을 조작하더니, 일부만 볼 수 있게 넘겨준다.

         

       팽진아는 조심히 그것을 받아 살펴보았다.

         

       이윽고, 딱 봐도 심상치 않은 수치에 눈이 튀어나올 만큼 커진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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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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