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06

       

       

       “···.”

       

       

       완성이다.

       

       시우는 손에 들린 팔찌를 바라보았다.

       

       새하얀 실과, 원래 예정에 없었던 검붉은 실.

       

       그 두 가지의 색이 대비되며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이 정도면 괜찮으려나?”

       

       

       잘 만들어진 것 같긴 한데.

       

       도로시가 열심히 만들어 준 자료를 보며 한 번 더 비교해보았다.

       

       아무래도 처음 만들어보는 물건에다가,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장신구라 그런가.

       

       이게 잘 만들어진 건지, 아닌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비슷하게 만들어진 것 같긴 한데.

       

       괜찮···은가?

       

       한참을 조명 밑에서 바라보던 시우는 이내 만들어진 팔찌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봐도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괜찮은 것 같지만···.

       

       아무래도 내가 만든 물건이니 내 눈에는 예쁘게 보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내일 물어보면 되겠지.”

       

       

       시우는 내일 아카데미에 등교한 뒤, 아멜리아와 도로시에게 팔찌를 보여주기로 하고 팔을 들어 기지개를 켰다.

       

       초인이라 조금 앉아있는 것 정도로 몸이 뻐근하지는 않지만, 기분이라는 게 있으니까.

       

       문득 시계를 바라보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아르테는 뭘 하고 있을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내가 옆에 없으면 위험할 정도로 불안해 보였는데.

       

       아르테에게 선물을 주기로 마음먹었던 것도 그것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괜찮아질까 싶어서.

       

       만약 내가 없더라도, 팔찌를 어루만지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아멜리아의 의견이기는 했지만,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만들었다.

       

       

       “그래도 요즘은 많이 괜찮아진 것 같으니까 다행이네.”

       

       

       아르테가 불편하지는 않을까.

       

       내가 곁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자존심에 상처받지는 않았을까.

       

       그녀도 많이 힘들 텐데.

       

       그런 생각에 만들기는 했는데, 만들던 도중에 아르테의 증상이 많이 나아졌다.

       

       괜히 만든 건가 싶은 아쉬움이 생기기는 했지만···.

       

       굳이 만들어 둔 선물을 버릴 정도는 아니니까. 만든 김에 선물해주기로 했다.

       

       내일, 두 명에게 솔직한 평가를 듣고 난 뒤에 전달해주면 괜찮겠지.

       

       

       “아르테. 밖에 있어?”

       

       

       그래도 아직은 걱정되긴 했다. 나아진 지 며칠 지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거실에 있을 아르테를 향해 말을 걸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

       

       

       이상하다.

       

       왜 대답이 없지.

       

       

       “아르테? ···무슨 문제 있어?”

       

       

       다시 한번 아르테를 찾으며, 방문을 열어보았다.

       

       여전히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거실에도 사람의 인기척이 보이지 않았다.

       

       

       “···아르테?”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직감은 여전히 아르테가 아무런 문제 없다는 듯 조용했다.

       

       하지만, 아르테가 아무 일도 없는데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잖아.

       

       찾고 있는 소리를 듣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르테. 들리면 대답해!”

       

       

       내가 너무 안일했을지도 몰라.

       

       아르테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고, 직감이 있으니 괜찮다면서 너무 아르테를 무심하게 여긴 걸까?

       

       문득 숨을 헐떡이며 나를 찾고있을 아르테의 모습이 떠올랐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내 목소리에 대답하지 못하는 걸까.

       

       그래서 나를 찾아오지도 못하는 걸까.

       

       바보 자식. 뭐가 그런 모습을 보기 싫다는 거냐.

       

       여전히 아르테는 다 나은 게 아니고, 직감이 있다고 해도 능력은 만능이 아닌데.

       

       자신을 자책하며 시우는 다급히 발걸음을 옮기며 집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럼에도 아르테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시우는 마지막으로 남은 장소인 세탁실의 문 앞에서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이곳에도 아르테가 없으면.

       

       정말 그렇다면, 나는 무슨 짓을 한 거지?

       

       아이를 물가에 놓고 왔다면 이런 기분일까.

       

       덥디더운 여름철 차 안에 아이를 두고 온 것을 잊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분명 아르테는 아이가 아니지만, 내 도움이 필요한데.

       

       그런데 나는 그녀를 너무 쉽게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녀를 도와주겠답시고 팔찌를 만들어놓고서, 정작 옆에 있는 아르테를 도와주지 못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어, 불안감을 억누른 채로 세탁실 문을 열어젖혔다.

       

       만약 이곳에도 없다면, 경찰에 신고라도 할 생각으로.

       

       

       “아르테! 여기 있···.”

       

       “···아.”

       

       

       좋아, 침착하자.

       

       시우는 아르테를 찾았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먼저 들었지만, 안도감을 느낄 겨를도 없이 당혹감이 느껴졌다.

       

       아르테가, 내 옷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행복한 듯이.

       

       내가 올 거라는 건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듯,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음, 저기, 그게. 네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길래 말이야. 혹시 무슨 문제가 생겼나 싶어서···.”

       

       “아, 아. 으.”

       

       “미안.”

       

       

       아르테가 상황을 깨닫고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들자, 나는 다급히 세탁실의 문을 닫아버렸다.

       

       지금은 혼자 있고 싶을테니까.

       

       문을 닫고, 시우는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다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그래, 역시 멀쩡했구나. 그러면 그렇지.

       

       아르테가 대답하지 않자 나쁜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당황한 모양이었다.

       

       못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 ······!”

       

       

       문 너머에서 아르테가 소리가 되지 못하는 비명을 지르는 게 들렸다.

       

       그래, 그랬구나.

       

       내 착각이 아니었어.

       

       어쩐지 옷이 하나 없어졌더라니, 그냥 잊어버렸던 건가 싶었는데.

       

       아르테가 숨겨놓고 있었구나.

       

       

       “···하아.”

       

       

       난감해졌다.

       

       이제 어떻게 아르테의 얼굴을 봐야 하지?

       

       

       

       ***

       

       

       

       “···그래서?”

       

       “끝이야.”

       

       “···.”

       

       

       이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는 있는 걸까.

       

       아멜리아는 제 눈앞에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놈의 머리를 한 대 후려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가 이내 지워버렸다.

       

       ···그래, 이 녀석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내가 그걸 믿으라고?”

       

       “···.”

       

       “아르테가, 네 집에서 너 몰래 네 옷을 훔쳐서 그 옷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는 걸 믿으라고?”

       

       “···역시 이상하지?”

       

       “말이 되겠냐!”

       

       

       역시 참을 수 없어져서 머리를 한 대 후려치려고 했는데, 그놈의 직감 탓에 순식간에 피해버려 짜증만 더 치솟았다.

       

       언젠가 저 녀석이 반응하지도 못할 정도로 빨라지면 머리가 벗겨질 정도로 후려쳐주마.

       

       

       “···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는 게 더 화나!”

       

       

       평소와는 달리 우리들과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아르테를 곁눈질했다.

       

       언제나 우리들을 지켜보고 있던 아르테.

       

       그러나 그녀는 우리를 쳐다보기는커녕, 책상에 얼굴을 박고 있었다.

       

       

       “이걸 나보고 어쩌라고?!”

       

       “···방법, 없어?”

       

       “있겠냐고!”

       

       

       이놈은 나를 무슨 물어보면 정답을 알려주는 기계라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 모를 줄 몰랐다는 반응이라 더 열받네.

       

       

       “하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다시 주저앉았다.

       

       이런 이야기를 큰 목소리로 말하기에는 조금 그랬으니까.

       

       내가 큰 목소리로 따지듯이 말하며 일어선 탓인지, 내게로 집중되었던 시선이 점차 분산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되짚어보자. 아르테는 네게 의존하고 있다, 맞지?”

       

       “응.”

       

       “분리불안에 걸릴 정도로 심했고? 그래서 네 집에서 동거하는 거 맞지?”

       

       “그렇지.”

       

       “···최근에는 조금 나아진 것 같아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사실 네 옷을 훔쳐서 끌어안고 있었고?”

       

       “정확해.”

       

       “하아···.”

       

       

       한숨을 내쉬며 아르테를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붉게 달아오른 귓불이 눈에 띄었다.

       

       아마 시우가 말한 어제의 일을 떠올리고 있는 거겠지.

       

       미쳐버리겠네.

       

       사춘기에 부모님에게 우연히 음란물을 들킨 남학생이냐고.

       

       

       “···안심되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안심된다니?”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도로시가, 생각을 끝마친 듯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니까···. 그, 시우의 옷을 가지고 있으면 말이죠. 시우가 주변에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다는 거죠.”

       

       “···.”

       

       “떨어져 있으면 불안해한다면서요? 그럼 반대로, 붙어있을수록 안심된다는 뜻이거든요.”

       

       “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시우는 아르테의 행동을 보고 분리불안이 아닌가 의심했었지.

       

       그렇다면 붙어있을수록 안심된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분리불안이 생기고부터, 아르테가 안기거나 했던 적이 있나요?”

       

       “···한 번.”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도로시, 즐기고 있는 건가.

       

       분명 수제 액세서리를 만드는 방법을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피곤해 죽을 것 같은 표정이었을 텐데.

       

       시우의 말을 듣고서 갑자기 표정이 밝아졌는데?

       

       

       “그때가 가장 안심되었을걸요? 폭 안겨있었으니까.”

       

       

       싱글벙글 웃는 표정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도로시가 말했다.

       

       

       “우연히 발견한 거겠죠. 시우의 물건에도 안심된다는 걸.”

       

       “···그건 그냥 추측 아냐?”

       

       “아뇨! 확실할 거예요!”

       

       

       나는 확신했다.

       

       즐기고 있는 게 맞구나.

       

       나도 즐기고 있지 않다면 거짓말이긴 하지만, 시우의 옷을 끌어안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당혹을 금치 못했는데.

       

       도로시는 오히려 그게 좋은 모양이었다.

       

       

       “그래, 네 추측은 그렇다고 치고. 그러면 어떻게 해결해?”

       

       “네? 그거야 쉽잖아요.”

       

       “쉽다고? ···너는 알겠어?”

       

       “모르니까 너한테도 물어봤잖아.”

       

       

       시우와 내가 모르는듯한 눈치를 보이자, 도로시가 싱긋 웃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셔츠보다 더 안심할 수 있는 게 있으면 괜찮아요!”

       

       “···더 안심할 수 있는 거?”

       

       “밤새 껴안아 주기!”

       

       “못 해!”

       

       “에에엥···.”

       

       

       안타깝다는 듯 불평을 표한 도로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음 말을 이어 나갔다.

       

       

       “그게 안된다면···. 뭐, 어쩔 수 없죠. 정성이 담긴 선물을 주세요.”

       

       “선물이라면···.”

       

       “네, 지금 들고 온 그거요. 잘 만들었던데. 오늘 저녁에 주시면 괜찮겠네요!”

       

       

       ···도로시, 엄청나게 신났네.

       

       이런 거 진짜 좋아하는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팬아트 모음집에 작품명 <즉결처형식을 거행하는 실눈흑막 아르테쟝> 팬아트가 하나 추가되었습니다.

    한 번 구경해주세요! 몽환적인 분위기가 정말 예쁜 팬아트입니다!

    다음화 보기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